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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간오싱 님의 서재입니다.

반역기사와 무능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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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간오싱
작품등록일 :
2020.09.26 09:09
최근연재일 :
2020.10.22 20: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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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530

작성
20.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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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숲에 사는 사람들

DUMMY

사내의 볼에 식은땀이 타고 흘렀다. 그것을 손으로 훔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사내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느새 몇 발자국이나 그에게서 멀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모습에 산적 졸개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목님! 왜 그러십니까?”



한 녀석이 검을 치켜들면서 불만스럽게 말했다.



“겨우 두 놈 아닙니까! 그냥 처리해버리시죠!”



“닥쳐!”



사내는 호기 넘치게 외치는 졸개에게 소리쳤다.



“이런 멍청한 새끼들을 봤나! 저게 뭔지 몰라?!”



사내는 분노한 눈빛으로 졸개들을 노려보았지만 졸개들은 그저 갑자기 두목이 미쳤나 하는 생각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졸개들이 모르는 눈치이자 사내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고함쳤다.



“검기라고 검기! 저 녀석, 기사란 말이다!”



검기, 기사. 그 단어가 사내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여관 안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기, 기, 기사요? 두목님이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절대로 잘못 본 게 아니야. 저건 진짜 검기다.”



“하지만 기사가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나도 몰라 이 새끼야!”



사내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 졸개를 윽박질렀다.


제길. 일이 완전 꼬였군.


사내는 불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형체 없는 물이 검에 붙어있는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건 틀림없는 현실. 기사가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있는 모두를 순식간에 도륙 내는 건 일도 아닐 터였다.


일단 기사의 마음을 돌려놓는 게 최우선이다.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기, 기사님이셨습니까. 저희 애들이 사람을 잘못보고 그만 결례를 범했습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십쇼.”



사내는 애절한 목소리로 용서를 빌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는 무심한 눈으로 쯧, 하고 혀를 찼다. 그 행위에 사내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지도 모르고 그는 검기를 두른 검으로 사내를 겨누며 말했다.



“비키라고 했을 텐데 느긋하게 이야기나 나누고 있는 건 그냥 죽여 달라는 건가?”



“예?”



예? 가 아니지.


그가 뭘 원하는 지 눈치 챈 사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재빨리 몸을 일으키곤 옆에 있는 졸개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뭐하냐! 기사님께서 거추장스럽다고 하지 않았냐! 빨리 꺼지지 못해!”



“아, 알겠습니다!”



사내는 부산스러운 움직임으로 졸개들을 내몰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여관 안은 그들만 남게 되었다. 그는 검기를 거두며 검을 대충 내려놓았다.



“검을 쓰지 않겠다는 말은 철두철미하게 지키시네요.”



아투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검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휘두르지는 않았으니까 아슬아슬하게 허용 범위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는 아투가 뭐라 하든 말든 아투의 손에 들린 구슬을 바라보다 유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유를 쳐다보자 유는 급히 얼굴색을 바꾸며 헛기침을 하고는 단검을 집어넣으며 말을 꺼냈다.



“니체 씨가 기사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갑자기 검기를 내뿜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군.”



“대단하죠! 저는 아무리 해도 안 되던데. 그나저나 엘리스의 눈이 옳았네요. 주제넘게 덤볐다가 봉변 당할 뻔 했네요.”



“유. 내 말이 틀린 적 있던 것처럼 말하지 마.”



“아하하! 그건 맞지.”



유는 유쾌하게 웃다가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이제 어쩌실 겁니까? 귀찮아서 쫓아낸 건 아닐 테고. 역시 아까 전에 나간 레베카 양이 걱정되신 겁니까?”



“유 씨. 제가 충고 하나 하겠는데 이 냉혈한에게 걱정이란 단어를 쓰는 건 악어의 눈물을 진심으로 믿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네?”



자신의 말에 유가 당황스러워하자 아투는 그의 눈치를 보며 장난이라고 둘러댔다. 그는 이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는 아투의 능력을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대꾸했다.



“딱히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닐 텐데.”



“레베카 양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밖에 할 수 없네요.”



유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에 대해서는 저도 양보할 수가 없어서요.”



“다른 한 사람이라면 에르제베트 씨를 말하는 겁니까?”



아투의 물음에 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보할 수 없으면 뭐 어쩌겠다는 거지?”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유는 당황스러움에 웃으며 답했다.



“하하. 뭐 어쩌겠다고 이러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어차피 레베카 양에게 가실 거면 저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오호. 데려가 달라는 겁니까.”



아투가 유의 말에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뭐, 난리 통에 에르제베트 씨를 죽이시기라도 하실 계획은 아닐 테고. 무슨 생각이십니까?”



“음······.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 마녀가 죽으면 안 되거든요.”



“어차피 유 씨가 죽일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 전에 알아내야할 정보가 있거든요.”



“아까 말했던 신에 대한 내용인가 보네요.”



아투가 정곡을 찌르자 유는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그 마녀는 저에겐 아주 중요한 사람이니까 웬만하면 저도 데려가 주셨으면 하는 바람인 거죠.”



“그렇다네요. 니체 씨는 어쩌실 겁니까?”



유의 말에 아투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무슨 대답을 할지 알고 있다는 듯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 아투를 언짢게 쳐다보며 아투가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



“어차피 결정은 네가 하는 걸 텐데. 나는 널 따라가기로 했을 뿐이니까.”



“먼저 아가씨를 생각한 건 당신이지만요.”



아투는 짓궂은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아투의 얼굴에는 특유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럼 특별히 데려가 드리도록 하죠. 어차피 허락 안 해도 몰래 따라다닐 거잖습니까.”



“엇. 알고 계셨네요. 하핫.”



유는 속마음을 들켜 머쓱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사실 문제는 그게 아니거든요.”



아투는 그런 건 뭐든 좋습니다, 라고 중얼거리며 구슬을 들여다보았다. 어둠 말고는 어떤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 새까만 구슬은 아직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투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말했다.



“이게 좀 성능이 애매해서 말이죠. 아가씨가 무사한지는 알 수 있지만 위치 추적 기능 같은 건 안 되거든요. 그니까 저희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무작정 나가서 뛰어다니······.”



아투는 불만스럽다는 태도로 말을 늘어놓다가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방금 무슨 소리 나지 않았나요?”



“저도 분명 들은 것 같습니다만.”



유의 물음에 아투가 짧게 답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곧 방금 전의 소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쾅!


확실하게 들린 굉음에 유는 눈을 부릅떴다.



“이건······.”



“폭발음이군.”



그는 창문을 통해 여관 밖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광장 쪽 방향에서 뿌연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아투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다 무언가를 알아채고는 입을 열었다.



“평범한 폭발음은 아닙니다.”



아투는 어느새 살짝 금이 간 구슬을 쳐다보았다. 아직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네요. 아투는 구슬을 살짝 움켜쥐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언가 짐작이 가는 게 있는 지 눈매를 찌푸리고 있었다.



"평범한 폭발음이 아니라고요?"



유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아투가 아니라 엘리스였다.



“폭렬 마법······. 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분명······.”



엘리스는 굳이 뒷말을 뱉지 않았다. 유는 이미 그게 누구인지 깨닫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정도 마법을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아투는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투의 말에 그는 어제 에르제베트가 한 말을 떠올

렸다.



‘내가 조금만 쉬면 그런 허접한 사냥꾼 따위한테 질 리가 없으니까.’



벌써 마나를 회복한 건가? 하지만 어떻게?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룻밤 만에 저 정도 규모의 마법을 사용할 정도로 몸을 회복하는 것은 로메오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의문을 알아챘는지, 아투가 입을 뗐다.



“아마도 흡수 계열의 마법을 썼겠죠. 왜, 처음 만난 날에 쓰려고 들지 않았습니까.”



그게 시체에도 쓸 수 있는 마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아투는 그렇게 말하며 여관의 문을 열었다.



“여기서 고민만 하고 있으면 뭐하겠습니까. 일단 가보죠. 에르제베트 씨의 상태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아투는 품에 넣은 구슬을 슬쩍 보여주며 말했다.



“아가씨가 조금은 위험해 보이니까요.”



“젠장. 그러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유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여관을 나서며 중얼거렸다.



“마녀라는 족속들은 항상 안심한 틈에 등 뒤에서 마법을 날리는 존재라고요.”



그는 유와 유를 따라 나간 아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엘리스가 자신을 부르자 문 앞에 선 채로 뒤를 바라보았다. 엘리스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왠지 그는 엘리스의 표정을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녀를 어떻게 할 거야?”



엘리스의 물음에도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엘리스는 잠시 그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여관 밖을 향해 그의 곁을 지나며 한 마디를 남겼다.



“너라면 마녀 같은 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네가 원하는 건가?”



그는 여관을 빠져나가는 엘리스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엘리스가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은 이미 자욱한 연기로 지저분해져있었다.


*


“이런 걸 보고 성대하게 일을 저질렀다고 하는 건가요.”



아투는 폭파의 충격으로 움푹 들어간 바닥과 그 주변에 즐비하게 놓인 시체들을 곁눈질하며 입을 열었다. 광장은 마치 전쟁이라도 겪은 것처럼 멀쩡한 구석 없이 파괴되어 있었다. 유는 그 참혹한 광경에 혀를 내두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레베카 양과 마녀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기 있다.”



유의 질문에 그는 저 멀리 상점가에서 걸어오는 인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굴이 보일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는 저 인물이 에르제베트일 거라고 확신했다. 에르제베트의 모자는 독특한 편이었으니까.

에르제베트도 그들을 발견했는지 잠시 자리에 멈추더니, 곧 다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가 슬쩍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혹시 제가 여기서 나선다고 하면 말리실 건가요?”



“마음대로 하십쇼. 어차피 처음부터 저 마녀는 저희 일행도 아니니까요.”



유의 말에 아투가 무심히 대꾸했다. 그는 둘의 대화를 들으며 에르제베트를 지켜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혼자인 것이지.


그는 에르제베트의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 누구도 에르제베트와 동행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문득 유의 말을 떠올리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느새 에르제베트는 서로의 말이 들릴 정도로 다가와 있었다.



“나를 막으려고 온 거야?”



“그런 시시한 이유일 리가 있나.”



에르제베트의 말에 유가 단검을 뽑으며 대꾸했다. 그러자 에르제베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너 같은 쭉정이한테 물어본 게 아니야.”



“아하. 그래? 근데 나 같은 쭉정이한테 죽을 뻔 한 게 누구더라?”



“그래, 죽을 뻔 했지.”



에르제베트는 어느새 유의 옆에 선 엘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시했었는데 그런 힘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인정해줄게. 그래서 이번에는.”



에르제베트는 그렇게 말하며 완드를 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반대 손에 주먹만 한 불씨를 피워 올렸다. 에르제베트는 증오가 흘러나올 듯한 눈으로 유를 바라보면서 단언했다.



“처음부터 진심으로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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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20 20 1 13쪽
19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19 19 1 13쪽
»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18 35 1 12쪽
17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17 19 1 14쪽
16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16 21 1 14쪽
15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13 23 1 12쪽
14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12 19 1 13쪽
13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10 21 1 12쪽
12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09 22 1 13쪽
11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08 23 1 12쪽
10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07 27 1 12쪽
9 2장 숲에 사는 사람들 20.10.06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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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장 의지를 상징하는 색 20.10.04 31 1 14쪽
6 1장 의지를 상징하는 색 20.10.03 35 2 16쪽
5 1장 의지를 상징하는 색 +1 20.10.02 48 2 12쪽
4 1장 의지를 상징하는 색 +1 20.10.01 51 2 12쪽
3 1장 의지를 상징하는 색 +1 20.09.30 56 3 13쪽
2 1장 의지를 상징하는 색 +1 20.09.29 83 4 14쪽
1 0화 사라질 일 +1 20.09.28 128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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