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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무

헌터대출Lo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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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감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3
최근연재일 :
2021.06.02 19:2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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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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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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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시험과 사냥(3)

DUMMY

‘조금만 버티자.’

방학이라 아카데미에 사람이 없더라도 당직은 있겠지, 라는 마음가짐이었다. 개미집에서 나오는 개미떼마냥 리자드맨 무리는 게이트를 기준으로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무리가 더 나눠지기 전에 한수는 혀를 날름거리며 자신을 주시하는 리자드맨에게 달려든다.

[전투 보조 시스템이라도 대출해드릴까요?]

핑크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더 꺼낸다.

“됐어!”

단호하게 거절한 한수는 휘둘러지는 검의 궤적을 상체를 틀어 피한다.

사선으로 부드럽게 그어지는 검의 궤적이 바깥쪽으로 더 틀어지며 리자드맨의 상체가 무너진다.

“이게 돼네?”

한 등급 상승된 염력은 생각보다 유용했다. 올라간 정신력 덕분인지 현기증도 없었다.

곧이어 주먹으로 턱을 날리지만 리자드맨의 고개만 틀어질 뿐, 다시 고개가 빠르게 돌아온다.

리자드맨의 혀가 더 격하게 낼름거린다.

‘조진 거 같은데?”

흰색 빛뭉치가 한수의 머리에서 튀어나온다.

“닥쳐.”

[저 말 안했는데요···?]

억울함이 가득한 핑크의 말에도 한수는 반응이 없다. 없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새 옆에 붙은 다른 리자드맨의 창이 옆구리 쪽으로 들어온다. 궤적이 틀어짐과 동시에 한수가 양 손으로 창을 붙잡는다.

핑크는 볼을 빠방하게 부풀리며 사라진다.

리자드맨의 손가락이 꺾여선 안 되는 방향으로 꺾이며 리자드맨이 입을 벌리며 창을 놓는다. 성대 자체가 없는지 비명은 나오지 않는다.

한수는 잡은 창을 제대로 잡을 새도 없이 휘둘러 다가오는 리자드맨들을 막는다. 그러면서 살짝 뒤로 빼며 공간을 만든다.

그러자 맨 앞의 녀석이 검을 던진다. 빠르게 쏘아지는 검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한수의 손에 들어온다.

“고마워!”

한수는 미련없이 창을 버린다. 검사에 재능이 있다고 한 핑크의 말보다는 단순히 창보다 검이 더 익숙한 무기였기 때문이었다.

한수는 두 손으로 검 손잡이를 꾹 움켜쥐고 내리찍어지는 검을 흘린다.

“내가 검 쓰는 건 많이 봤지!”

한수는 비스듬히 세웠던 검을 돌리며 바로 앞의 리자드맨의 가슴팍을 벤다. 곧바로 검을 회수하며 몸쪽으로 붙여 찌르고 들어오는 검을 튕겨낸다.

그는 그 빈틈을 이용해 곧바로 팔을 내질러 녀석의 가슴팍을 찌른다. 심장을 찔린 녀석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업을 획득합니다.]

‘그래, 그거야! 이 새끼 망상 도와준 보람이 있네!’

한수의 머리를 맴돌며 구경하던 천사가 소리친다. 그 소리에 한수가 씨익 웃는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따라 서양식 검술을 본 한수는 거기에 매료되었던 때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일 때였다.

소드마스터란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물론 학생이 실제 검을 휘두를 수는 없었기에 그때 처음으로 천사와 악마가 나와 한수의 망상을 도와줬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천사와 악마는 인간의 형체를 이뤄 검을 들고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본래 부드러웠던 천사의 입이 걸걸해진 것도 한수가 구경하며 이른바 입딜을 시전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거 아닌데.’

‘너 씨발 내가 닥치라고 했지!’

‘그래! 그거야!’

매번 검은 악마에게 썰렸던 천사는 이번에도 두 동강이 나며 한수의 훈수에 처음으로 욕을 했다. 그 순간 악마는 자신이 이긴 것보다 천사가 욕을 했다는 것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한수는 찔렀던 검을 회수해 머리 위로 올리며 내리찍어지는 검을 막는다. 흘릴 여유는 없었다. 공격이 막힌 리자드맨은 곧바로 검을 회수해 반대방향으로 베기를 시도한다.

검의 궤적이 허공에서 틀어진다. 그 사이 한수는 몸을 뒤로 뺀다.

그의 시야가 잠깐 어두워졌다 다시 밝아진다. 염력의 연속된 사용으로 인한 정신력의 한계였다.

‘아, 그거 아닌데.’

천사는 허공에서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며 훈수했다. 2년만의 통쾌한 복수였다.

“닥쳐!”

‘에베베, 싫은데, 싫은데~’

한수의 베기에 더욱 힘이 실어진다. 리자드맨은 베어져 오는 검을 막는다.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검이 달라붙는다.

‘힘 겨루기를 왜 해, 이 미친 놈아! 뒤지고 싶어? 뒤! 뒤를 봐!’

“아니, 이 새끼가 안 놔주는 거야!”

‘병신아, 그러면 발로 밀쳐내든가! 아니면 검을 엮어서 빼앗든가! 니 머리는 장식용이냐!’

한수는 곧바로 발로 검을 맞댄 리자드맨을 밀어내고 몸을 돌려 검을 사선으로 올려 벤다. 한수의 검이 목을 날아들고 베어지던 검과 맞부딪쳐 서로 튕겨진다.

‘다시 자세 잡고! 이게 1대1이야?’

천사의 말 대로 한수는 검을 다시 자신의 몸 앞으로 당긴다. 어느새 둘러싸고 있는 리자드맨만 10마리였다.

[업을 획득합니다.]

처음에 가슴팍이 베인 리자드맨이 끝내 죽으면서 한수의 눈앞에 창이 떠오른다. 동시에 정면과 옆에서 동시에 리자드맨이 달려든다.

한번에 막히지 않게 공격 타이밍은 제각각이었다.

다만 한수는 오른쪽에서 찌르고 들어오는 검을 옆으로 쳐내며 정면에서 베어지는 검을 막고, 곧바로 왼쪽에서 찔러지는 창을 흘린다.

‘오! 제법!’

한수는 재차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왼쪽 리자드맨의 목을 베고 다시 자세를 잡는다.

[업을 획득합니다.]

“드루와! 드루와!!”

‘어휴, 이 새끼 또 미쳐가네.’

천사는 점차 사나워지는 한수의 눈빛을 바라보다 한수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

미쳤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한수의 머릿속에서는 영점 몇 초 단위로 계속해서 수싸움이 이뤄진다. 리자드맨의 자세를 바라보며 어떤 식의 베기나 찌르기가 들어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고민한다.

천사가 사라지며 오히려 그 일련의 과정들이 명확해진다.

애초에 꼭 바로바로 죽일 필요는 없었다. 단순하게 무력화만 시켜도 이득이었다. 업을 획득해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었다.

타이슨의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처 맞기 전까지는.’ 라는 말처럼 계획과 실행은 다르다. 숙련된 검사의 유튜브만 보고 숙련된 검사처럼 행동할 수 있다면 누구나 검사가 되었을 것이다.

다만 리자드맨들에겐 불행하게도 한수는 계획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그저 재능의 차이였다.

검만 쓰던 한수의 전투에 체술이 가미된다. 발로 차고, 붙었을 때는 어깨로 밀치며 베거나 찌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손잡이만 잡고 휘두르던 검술도 변화가 생긴다. 한 손으로는 검날을 잡으며 가까운 거리에서 목을 찌르고,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검 손잡이로 리자드맨의 입을 강타한다.

업을 쌓아갈수록 한수는 점점 검사가 되어갔다.

도저히 받아낼 수 없는 공격은 염력으로 틀어낸다. 그럼에도 아예 피할 수 없는 공격들이 허벅지 바깥쪽이나 등, 가슴팍을 스쳐 지나간다.

한수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염력을 많이 써서 어지러운 건지, 피를 많이 흘려 어지러운 건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시간 개념도 사라진다. 체감상으로 몇 시간이 지나간 것 같지만 아직 해는 중천에 떠있다. 다른 헌터들도 도착하지 않았다.

한수는 튕겨 냈음에도 곧바로 다시 베어지는 검을 다급하게 막는다. 이번엔 한수의 검이 하늘을 난다. 검을 놓친 한수는 손가락을 들어 밑으로 내린다.

빙글 돌며 날던 검은 빠르게 수직으로 내려찍어지며 재차 검을 찌르려는 리자드맨의 머리를 관통한다.

[업··· 획···하였···]

한수의 시야가 흐려진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한계였다.

서서히 리자드맨들이 기울어지며 끝내 한수에게 보이는 것은 은은하게 보랏빛으로 물든 푸른 하늘이었다.

“내··· 러올··· 할···?”

의문형으로 끝나는 여성의 말이 먹먹하게 들린다.

“···어···”

핑크는 손에 쥔 종이를 한수의 손에 가져다 댄다. 손가락에 묻은 피 때문에 자동으로 지장이 찍힌다. 곧이어 종이가 노란 빛으로 화해 한수의 몸으로 흡수된다.

[대출을 실행합니다.]

‘좌로 굴러!!’

순식간에 회복된 한수의 시야에 창과 함께 검은 빛뭉치가 나타나 소리친다. 한수의 몸은 자동으로 왼쪽으로 구른다.

한수가 누워있던 자리엔 검이 내리 찍혀져 땅을 깊숙이 파고든다.

상체를 든 한수는 곧바로 정면에서 찔러 들어오는 검의 궤적을 틀어 크로스가드를 잡는다. 몸을 뒤로 땡기며 딸려오는 리자드맨을 발로 차자 리자드맨은 검을 놓치며 뒤로 나가떨어진다.

그는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킨다.

“뭐야?”

‘뭐긴 뭐야. 다시 빚쟁이가 된 거지.’

[내일 정신력을 오늘로 불러온 거에요. 한수님 등급에 허용된 게 아니라서 이번엔 좀 이자가 쎄답니다? 대충··· 30 정도요?]

악마와 핑크의 말이 동시에 들린다.

‘원랜 나서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가 죽으면 나도 사라지는 거 잖아? 그건 좀 아쉬워서 나왔지.’

“필요 없는데.”

핑크가 떠 있는 방향의 반대에 있는 악마를 보며 한수가 말했다.

‘···’

[너무해요! 이거 승인 받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오해한 핑크가 소리친다. 한수는 묘하게 시무룩해 보이는 악마를 뒤로한 채 핑크를 바라본다.

“아, 너한테 한 말 아니야. 살려줘서 고마워.”

그럼에도 핑크는 콧방귀를 내뱉으며 고개를 홱 돌린다. 핑크의 몸이 서서히 흐릿해지며 사라진다.

머리를 긁적이는 한수의 뒤통수로 악마가 궁시렁 거린다.

‘나도 너 살려줬는데··· 씨발,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키우지 말랬는데···’

“너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닥치고 있으렴.”

그 궁시렁에 가볍게 대꾸하며 한수는 찔러 들어오는 검을 자신의 검으로 눌러 리자드맨에게 다가간다. 한수가 서 있던 빈 공간으로 창이 찔러진다. 리자드맨의 손을 꺾어 검을 빼앗은 한수는 리자드맨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 그어버린다.

푸른 피가 허공에 나부끼며 리자드맨의 머리가 잘려진다.

“될까?”

‘뒤지기 딱 좋네. 기껏 살려줬더니 자살한다면야 말리지는 않을게.’

양 손에 검 하나씩 쥔 한수가 말하자 악마는 곧바로 대꾸한다. 악마의 말에 한수는 두 검을 비교하다 왼손에 쥔 검을 버린다.

“나중에 쌍검술도 배우면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는 염력으로 검을 띄우고 공격할 수 있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하던 한수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검을 양손으로 쥔다. 더욱이 능력이 검과 관련되어 있지도 않은데 검을 고수할 필요는 없었다.

‘웬일로 능지가 상승했냐. 항상 뭐라 하면 말 드럽게 안 처먹던 녀석이.’

“너는 조언이 아니라 내가 좆 되라고 하는 소리잖아. 너 때문에 피시방 갔다가 그날 링에서 처맞은 건 생각 안 나냐?”

휘둘러지는 창대의 나무부분을 정확히 베어내 두 동강 낸 한수가 악마의 말에 대꾸한다. 창이 잘린 리자드맨은 창날이 붙은 부분을 찌르며 다른 손으로는 창대를 휘두른다.

창대를 팔로 막고 창날은 겨드랑이에 낀 한수는 손가락을 쭉 펴 리자드맨의 한쪽 눈을 찌른다.

불쾌한 감촉에 손가락을 뺀 한수는 손가락에 묻은 푸른 액체를 털어낸다. 찐득하게 묻은 액체는 쉽게 털리지 않는다.

한수는 결국 허리춤에 손을 닦는다. 다만 허리춤에는 자신의 피가 묻어 있어 파란색 위로 붉은색이 입혀진다.

검신에도 묻은 푸른 액체는 잘 털어지지 않는다.

잠시 소강상태가 이뤄진다. 태극기처럼 붉은 피와 파란 피에 물들어 묘한 미소를 짓는 한수를 보며 리자드맨들도 쉽사리 공격을 시도하지 못한다.

“뭐야? 안에 사람이 있었어? 이 빌어먹을 협회 새끼들! 일 처리 거지 같이 하네, 진짜.”

아카데미 건물 위에서 누군가가 떨어진다.

뒤를 돌아보려던 한수는 옆에서 사선으로 베어지는 검을 흘리며 밀어버린다. 흘려진 검은 옆에서 창을 들고 있던 리자드맨의 손가락을 자르고 지나간다.

“나와!”

등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 한수는 급하게 뒤로 빠진다.

한수를 빠르게 지나친 불덩어리는 뭉쳐 있던 리자드맨 무리로 가 터진다.

“꾸엑!”

후폭풍 범위에서 미쳐 벗어나지 못한 한수는 폭발에 휩쓸려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그런 한수에게로 하얀색 정장을 정장을 입은 남자가 다가가 손을 내민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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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 시험과 사냥(4) 21.05.16 35 1 12쪽
» 2. 시험과 사냥(3) 21.05.15 40 1 13쪽
6 2. 시험과 사냥(2) 21.05.14 45 1 12쪽
5 2. 시험과 사냥(1) 21.05.13 51 1 13쪽
4 1. 1+1(3) 21.05.13 59 1 12쪽
3 1. 1+1(2) 21.05.12 81 4 13쪽
2 1. 1+1(1) 21.05.12 110 3 12쪽
1 Prologue 21.05.12 163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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