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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감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3
최근연재일 :
2021.06.02 19:2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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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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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험과 사냥(1)

DUMMY

한수의 고등학교 진학은 한수가 바랐던 대로 ‘서울 헌터 아카데미’로 정해졌다. 전교 석차 1등이라는 뛰어난 내신과 총합 능력치 35의 F급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거기에 다른 사립 아카데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서울에 있는 유일한 국립 아카데미였다.

“각성을!”

“끄윽!”

네모난 링엔 글러브를 낀 여자의 고함과 묵직한 타격음, 상체에 보호대를 끼곤 열심히 옆구리를 가드하는 남자의 신음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했으면!”

더 큰 비명을 질렀다간 엄살 부린다며 더 맞을 걸 알기에 한수는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는다. 그럼에도 차마 치아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는 감추지 못했다.

“시험 공부를!”

한수의 가드가 풀어지자 한솔은 주먹을 멈춘다. 그리곤 조용히 글러브를 낀 손을 위쪽으로 까딱거린다.

울상을 짓다가도 한수는 재차 날아오는 주먹에 재빨리 가드를 올린다.

“해야지!”

한계치에서 두 번을 더 버티다 결국 마지막 타격을 끝으로 한수는 옆으로 쓰러진다. 한솔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 링 옆에서 떨고 있는 병철을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병철의 얼굴이 검게 죽는다.

“넌 내 친동생이었으면 이미 진작에 링 위가 아니라 저승 갔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피시방에서 담배를 펴?”

“···누나··· 나는··· 안 폈어···”

쓰러진 한수가 부들거리는 손을 올리며 대꾸한다. 올라가던 손은 힘을 잃고 링 바닥으로 떨어진다.

“닥쳐! 교재 사 놨으니까 가서 시험 공부나 해.”

한솔은 손에 낀 글러브를 벗는다. 한수는 고개를 들 힘도 없어 그녀의 발을 바라보며 대꾸한다.

“그거 이미 끝냈···”

“지랄. 1개라도 틀리면 1개당 링 위에서 1분 할래?”

머리 쓰는 일에는 내심 자신은 있었지만 실수로라도 틀리면 죽지 않을 만큼만 살 것 같았기에 그는 조용히 입과 눈을 닫는다.

자신의 바지 주머니를 확인한 한솔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감싼다.

“담배 두고 왔네, 씨벌··· 야!”

부름을 받은 병철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한수를 바라보다 몸을 흠칫거리며 그녀를 바라본다.

“담배 뭐 피냐?”

그는 바지 주머니로 손을 넣어 하얀색의 얇고 네모난 담배갑을 꺼낸다.

“에쎄요···”

“얼굴은 말레 줄담배로 필 거 같이 생겨 가지고는. 따라와.”

그녀는 링을 내려와 자연스럽게 병철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우악!!!”

팔에 서서히 힘이 가해지며 병철의 입에서 비명이 나온다.

“어쭈? 너도 각성했냐?”

“옛..예옛!!”

비명인지 대답인지 모를 답을 한 병철은 그녀에게 붙잡힌 채로 끌려간다. 쓰러져 있던 한수는 로프로 손을 뻗어 겨우 상체를 일으킨다. 찍찍이를 풀어 보호대에서 해방된 한수는 자신의 옆구리와 팔을 매만진다.

눌렀을 때 통증은 있지만 아쉽게도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것 같지는 않다.

“아오··· 차라리 부러지면 병원이라도 가지···”

그는 보호대를 베개 삼아 다시 링 위에 눕는다. 체육관 문 쪽에서 경쾌한 타격음이 들린다. 10년 동안 한솔한테 맞아온 한수는 그게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가격하는 소리라는 걸 깨닫는다.

곧 문이 열리며 한솔과 병철이 나란히 들어온다.

“나와. 집 가자. 너는 어디 갈래?”

그에 병철이 잠시 고민을 한다. 한솔은 친히 번뇌로 가득한 그에게 선택지를 줄여준다.

“링 위로 가고 싶다고?”

“아뇨, 집 가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링에서 꿈틀거리며 빠져나오는 한수를 바라본다.

“보호대 챙겨라.”

“어.”

한수는 그녀의 말에 곧바로 뒤를 돌아 보호대를 챙기고 나온다.

한솔이 먼저 출발하고 병철은 한수를 기다렸다 같이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한수를 돌아본다.

“아, 너 그리고 내일부터 길드로 가자. 실기도 훈련 해야지.”

“응···”

병철은 한수의 축 처진 어깨를 다독인다.

고개를 살짝 돌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솔은 피식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본다.

“병철아. 우리 길드에도 대장장이 있거든? 같이 가자?”

“···예···”

병철이 힘없이 대답한다. 한수는 자신보다 더욱 처진 그의 어깨를 주물러준다.


유래 없는 대폭설이 오는 날에도 한수는 병철과 같이 한솔의 차에 타 길드로 향한다.

“내일 시험이네?”

신호를 기다리며 멈춘 차 안에서 운전대를 잡은 한솔이 말하자 한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병철이도 검정고시 얼마 안 남았네? 준비 잘 하고 있지?”

뒤에서 핸드폰을 하던 병철은 그녀의 말에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인다.

“ㅇ···예!”

한솔은 룸미러로 병철을 슬쩍 쳐다본다.

“그래. 4월에 좋은 소식 기대한다.”

“옙!”

한수는 슬쩍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톡을 확인한다. 코 꿰인 소의 사진과 함께 ‘ㅠ’를 연타한 병철의 톡이었다. 한수는 사진첩에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개 사진을 찾아 답장으로 보낸다.

조용한 울음이 그들의 핸드폰 사이에서 오고 간다.

적막과 함께 길드에 도착한 일행은 차에서 내려 서로 흩어진다.

한수가 들어간 건물은 1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창문도 없는 회백색의 건물에는 달랑 철제 문 하나만 붙어있다.

파란색 페인트칠이 벗겨져 녹슨 안쪽 면이 다 보이는 문임에도 한수가 당기자 조용하고 부드럽게 열린다.

“안녕하세요.”

한수는 들어가자마자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다. 입구 바로 옆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보던 남자가 한수를 보며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든다.

“동생 왔어? 내일 시험이라며!”

“아, 예.”

그를 지나쳐 캐비닛이 나열된 곳으로 간 한수는 번호를 확인하고 문을 연다. 안에는 시계처럼 생긴 물체와 보라색 작은 보석이 놓여있다. 시계의 화면엔 시침이나 분침 없이 민무늬의 하얀 바탕에 얇은 침 하나만 12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연결고리도 없는 시계를 자연스럽게 풀어 자신의 오른손에 찬다.

“몇 단계?”

남자는 볼펜을 딸깍거리며 한수에게 묻는다. 한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계의 오른편에 보라색 보석을 가져다 댄다. 그러자 보석은 천천히 시계에 스며든다.

시계의 화면도 그에 맞춰 오른쪽에서부터 진한 보라색으로 물든다. 보랏빛이 하얀 바탕을 완전히 뒤덮었을 때 얇은 침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제야 한수는 시계에서 눈을 떼고 남자를 바라본다.

“어제가 11단계였죠?”

남자는 손으로 딸깍거리던 볼펜을 자신의 머리로 가져다 대어 두어 번 툭툭 친다.

“그렇지?”

“그럼 12단계로 가죠.”

한수는 바닥에 그려진 붉은색 원 안으로 들어간다.

“오올, 내일 시험인데 무리해도 되겠어?”

머리를 치던 볼펜을 입에 문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흐릿한 발음으로 물었다. 그 모습에 한수는 방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시험도 12단계 수준으로 나온다면서요.”

한수의 말과 함께 그와 남자 사이에 검은 벽이 바닥에서부터 빠르게 올라온다. 그 덕에 한수는 남자가 고개를 갸웃 거리는 걸 보지 못했다.

이윽고 벽이 완전히 천장과 닿았을 때 입에 물었던 볼펜으로 턱을 긁던 남자의 입이 열린다.

“누가 그랬지? F급 실기 시험은 기껏해야 6단계일텐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자는 뭔가를 이해 했는지 아, 라는 탄성을 내뱉는다. 그는 볼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모니터 속 한수의 모습을 바라본다.

온통 검은색이 가득한 공간에서 한수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푼다. 그 사이 천장에서부터 푸른빛의 무수히 많은 실선이 서로 교차하며 격자무늬를 만든다.

분명히 정육면체였던 방은 어느새 벽에 이끼가 잔뜩 낀 동굴이 된다.

스트레칭을 위해 발을 뗐다 다시 딛을 때마다 축축한 찰박 소리가 들림에도 한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푼다.

오른팔과 왼팔을 번갈아가며 쭉 땡긴 그는 상체를 쭉 내려 바닥에 손바닥을 딛고 다시 올라온다.

[시작해주세요.]

허리를 살짝 뒤로 젖혔다 바로 세우며 한수가 말했다.

남자는 마이크의 버튼을 누르고 한수에게 답한다.

[긴장해. 어제와는 차원이 다를 테니까.]

어딘가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남자의 말은 정말로 동굴인 것처럼 벽을 타고 울린다. 소리의 울림이 끝날 무렵 한수의 앞에 한수의 가슴팍까지 오는 높이의 녹색 괴수가 나타난다.

근 2달 동안 한수와 지겹게 싸운 고블린이었다. 전투력 측정기로도 쓰지 못하는 옛날 판타지 소설과는 다르게 악명 높은 괴수들 중 하나였다.

작고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 근육으로 다져진 그들의 몸은 폭발적인 힘을 담고 있다. 뛰어난 두뇌로 학습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한 번에 죽이지 못할 시에 굉장히 까다로운 적이 된다.

그래서 한때 그들의 이름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작은 악마로 불렸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과거 처음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을 때 가장 많은 각성자와 민간인이 고블린에게 희생되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1호기.”

한수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고블린은 그저 씨익 웃으며 손에 든 단검을 역수로 쥔다.

너나 할 것 없이 둘은 서로에게 달려든다.

“잘 되가요?”

모니터로 한수와 고블린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의자를 살짝 옆으로 끌며 몸을 돌린다.

“왔어?”

남자의 말에도 한솔은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에 집중한다.

한수는 밑에서 올라오는 고블린의 발을 두 손으로 막는다. 고블린은 찼던 발을 그대로 앞으로 딛으며 역수로 쥔 단검을 바꿔 잡으며 한수의 명치 쪽으로 찌른다.

상체를 틀어 피한 한수는 그대로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 하지만 고블린은 쉽게 뒤로 빠진다. 뻗었던 팔도 어느새 회수한 뒤였다.

“어째 남매가 싸우는 게 똑같아. 기억나? 너 처음 싸울 때랑 완전 판박이라니까.”

남자의 말에 한솔의 입꼬리가 은은하게 위로 휘어진다.

“제가 가르쳤으니까요.”

“그래, 너 잘났다.”

남자는 의자를 끌며 한솔의 옆에 붙어 그녀와 같이 모니터를 바라본다.

고블린의 팔꿈치가 한수의 얼굴을 가격한다. 동시에 한수의 주먹이 짧은 직선을 뻗으며 녀석의 턱 쪽을 가격한다.

둘의 몸이 뒤로 기우뚱 하다 다시 자세를 잡고 서로에게 달려든다.

“누가 사람이고 누가 괴수인지.”

남자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저게 낫죠. 두려워서 덜덜 떠는 것보다야.”

“그건 놀랍더라. 아무리 홀로그램이어도 아픈 건 똑같이 적용이 되는데, 몇 번을 죽어도 애가 두려움이 없어. 그건 너보다 낫더라고.”

그에 한솔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어깨를 으쓱인다.

“너 오크한테 처음 죽었을 때 울고 불고 난리였잖냐. 그때 너 진정시킨다고 길마가 들어갔다가 뺨 맞고···”

“부장님.”

한솔의 입에서 나오는 저음의 목소리에 남자는 열린 입을 닫지도 않고 말을 멈춘다.

“부장님?”

남자의 눈동자가 살짝 그녀에게로 향한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 뒤로 검은색의 날개가 보인다. 남자의 눈동자는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계속 방황한다.

“어··· 응? 죽었다.”

남자는 모니터를 가리킨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한솔의 시선이 옮겨간다.

모니터 속 한수는 두 손가락을 고블린의 눈알에 꽂은 채로 목에 단검이 박혀 바닥에 쓰러진다.

한솔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두 눈을 부여잡은 고블린이 몸부림을 치다 회색 가루 입자가 되어 사라진다. 동시에 한수의 목에 박힌 단검도 허공으로 흩어진다.

눈 뜬 채로 누워 있던 한수는 잠시 그대로 있다 세 번 정도 눈을 빠르게 깜빡인다. 곧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작해주세요.]

“그래.”

남자는 모니터 앞에 놓인 무수히 많은 키들을 조작한다. 곧 한수의 앞에 다시 고블린이 나타난다.

“근데 쟤는 능력이 뭐야? 지금까지 한 번도 능력 안 쓰던데.”

“···예?”

그 말에 한솔은 당황한 표정으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체로 그녀를 빤히 쳐다본다.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는 눈가를 찌푸린다.

“설마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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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1+1(1) 21.05.12 110 3 12쪽
1 Prologue 21.05.12 163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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