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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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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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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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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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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7,668

작성
24.01.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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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등급 마정을 얻다

DUMMY

‘레벨이 높았다면 좋았을 것을···’


레벨 10이 되지 못한 내가 흡수할 수 있는 마물의 정수는 단 한 개뿐.

나머지 물건들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훔치면 안 된다’.

뭐, 이런 도덕적인 생각으로 이러는 게 아니다.


황금에 미친 저 고블린 놈은 자기가 가진 모든 보물을 ‘소유’하고 있다.

공략집에선 보물이 이 방을 빠져나가는 순간 놈이 무조건 눈치챌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아직 반지의 은신 효과도 그리 강력하진 않을 거고.’


유일급 반지에 속한 기술이지만.

아직 내 수준이 너무 낮기에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리스크를 피하려면 최대한 변수를 피해야 했다.


그렇기에 무엇 하나라도 실수로 가져가면 끝이었다.

오직 절대적 은신을 담은 이 반자 하나만 제외하고는.


“응? 이거 좋아 보이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본능적으로 장비를 집어 들고 있었다.


[말리비의 독침]

[관통력+170. 절삭력+120.]

[파괴불과. 말리비의 맹독.]


성능보다도 색감과 형태가 마음에 든다.

단검의 형태이지만 날이 유려한 곡선을 품고 있고, 투명한 날과 검은 검집엔 은은한 에메랄드 빛이 담겨 있었다.


가지고 나갈 순 없겠지만, 기분이라도 낼 겸 허리에 차고는 다시 마물의 정수를 뒤적였다.


“이야! 이거면··· 이거면 다 될 거야!”


환희에 빠진 박철중이 소리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미 눈이 반쯤 돌아있었다. 희번덕거리는 눈빛을 보니 섣불리 말을 걸기 어려웠다.


‘어떻게 할까.’


잠깐의 고민 후 나는 몸의 마력회로와 동화된 은신반지를 잠시 빼두고 박철중에게 다가갔다.


“박철중씨.”


“응? 아, 태오씨. 여기 있었구나. 얼른 들고 갈 수 있을만큼 챙기라구. 우린 이제 부자야!”


생각보다는 좋은 사람이었나.

어떻게든 다 들고 가겠다고 욕심 낼 줄 알았는데. 예상외다.


더 고민이 된다.

이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당신은 곧 죽을 겁니다. 살아날 방법 따윈 없어요. 혹시 남길 말이 있으신가요?’ 따위의 말을 해야 하려나.


“···응? 하하. 표정이 너무 안 좋네. 왜 그래. 혹시 내가 챙긴 것 중에 가져갈라고 했던 게 있었어?”


박철중은 가방을 앞으로 내밀고 주섬주섬 보물들을 꺼냈다.


“어떤 거야? 말만해. 나는 아무거나 괜찮아. 이거만 가져가도 충분해. 이거면 사업도 다시 궤도에 올릴 수 있을 거야. 하하하. 어떤 거야?”


“··· 아니에요. 잘 챙겨두세요.”


나는 그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 그냥 내 일이나 하자.’


시한부 판정을 내리는 의사의 심정이 이럴까.

다가올 죽음을 그에게 알릴 용기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를 대신해 죽을 생각 따윈 없었으니···

나는 다시 반지를 끼며 마물의 정수들을 향해 갔다.


‘너무 많은데···’


나는 일부러 박철중을 향하는 시선을 돌리며 마물의 정수에 집중했다.

쌓여있는 커다란 구슬은 수백 개에 달했고, 내 머릿속 공략집과 하나하나 대조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조건 2등급으로. 어떤 계열로 갈지부터 정해야 한다.’


이곳에서 얻는 마물의 정수가 앞으로 내 성장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이다.


[게이트 인벤토리]에 공략을 올리던 시절.

머릿속으로 끝없이 시뮬레이션 돌려본 결과와 실제로 수많은 랭커들이 몸으로 증명해 준 사실이 하나 있다.


‘여러 가지를 다 챙기려 하면 하나도 잘하지 못하는 쓰레기가 된다.’


욕심을 버리고, 최선의 조합을 찾으려 노력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탱커, 딜러, 마법사, 힐러, 보조계열. 그 안에 세부적인 방향까지 다 따져봐야 해. 이론상 무적에 가까운 조합이 있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지.’


나중에 정말 잘 풀린다면, 얻은 마물의 정수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 동안 내 중심이 되어줄 마정이 있어야 한다.


‘일단 공격용 중에서 밸런스가 잘 잡힌걸···’


위잉.


“끼아아아아악!”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가 열리고, 끔찍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주변에 널린 황금들보다 더 반짝이는 황금색 몸.

집 주인이 돌아온 모양이다. 슬슬 도망쳐야 할 시간이다.


황금 고블린의 몸에 걸쳐진 수많은 장신구들이 찰랑이는 소리가 끔찍한 비명처럼 날카롭게 공간을 울렸다.


따닥. 따다닥.


총천연색 보석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날카로운 소리로 공간을 찌르며. 한 걸음, 한 걸음씩.

샛노란 눈동자로 오직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는 황금 고블린의 발걸음이 무겁게 다가왔다.


쿵. 쿵.


“어···어어? 아니··· 잠깐만. 나는 아니야. 나는···”


떨리는 양심과 차오르는 미안함.

나는 일부러 더 고개를 깊게 숙이며 마물의 정수로 시선을 돌렸다.


“살려줘! 나는··· 내가 죽으면··· 난 살아야 돼!!”


황금을 밟고, 보석을 가르며 박철중은 달렸다.

다가오는 죽음을 뿌리치며 삶을 향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죽음은 손 쓸 수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곁에 다가왔다.


쿵!


“커억···응···? 뭐야···”


황금 고블린은 잔인하다. 자신이 아끼는 반짝이는 것들 앞에서는 특히나 더.

밖에서 마주친 장난감들과는 다르게 짓밟지 않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한 번에 죽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것을 노렸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끔찍한 고통과 지옥 같은 시간으로 갚아야만 한다.


쿵. 쿵. 다가오는 황금 고블린을 멍하니 바라보던 박철중은 손 끝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눈을 돌렸다.

그곳엔 스스로 빛을 내는 보석이 있었다.

아름다운 색감의 흔들거리는 불꽃을 품은 커다란 보석.


“이것만··· 있으면···”


박철중은 자신을 덥쳐오는 거대한 발바닥을 바라보며 보석을 끌어당겨 꼭 껴안았다.

반짝이는 것. 그렇기에 보석을 닮은 아름다운 빛깔의 둥근 결정체.


게이트 내부에서 발견되는 마도과학의 잔재들. 그중에서도 첫손에 꼽는 가장 파멸적인 위력을 가진 폭탄.

아름다운 빛깔속에 끔찍한 어둠을 감춘 폭탄이 자신을 짓누르는 황금 고블린의 발바닥을 밀쳐내며 품고 있던 거대한 악을 드러냈다.


콰아아아앙!!


불꽃이 인다. 검게 물든 악마의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며 공간을 찢었다.

한정된 공간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강대한 위력의 2등급 마법.

‘멀퀸의 지옥구체’가 황금 고블린의 발을 휘감았다.


쿠구궁!


“끼아아아!!”


분노에 찬 음성과는 다른 폐부를 긁으며 뱉어내는 고통스러운 비명.

폭발의 힘으로 공기가 강하게 뒤로 밀려나갔다.

나에게까지 와닿은 폭발력에 속절없이 날아간 나는 마물의 정수에 둘러싸인 채 정신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윽··· 이런··· 시발.”


하체가 움직이질 않는다. 황금에 파묻힌 다리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힘이 부족한 건 아니다. 그래도 레벨이 오르며 늘어난 힘이라면 이 정도는 쉽게 들어낼 수 있었다.


“시발 진짜. 움직여 이 새끼야!”


꿈쩍 않는 발을 보며 소리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받아들여야 한다. 척추나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게 분명하다.


“이 시발!”


신경이 끊어진 저 다리엔 더 이상 내 의지가 닿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몸에 묻은 황금색 피.

내 몸을 덮은 그 황금색 피는 불길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크르륵.”


양 발이 사라진 황금 고블린은 주변에 자신의 피를 통해 상황을 인지했다.

황금으로 만든 금색 피에 담긴 힘으로. 이 공간에 다른 누군가가 또 있음을 깨달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황금 고블린이 다가온다.


‘··· 나한테 오는 것 같은데.’


양 팔로 바닥을 밀며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기어 오는 황금고블린. 그 샛노란 눈빛은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망했네.”


은신은 깨어졌다. 공략집에도 나오지 않는 변수가 발생한 모양이다.


“이게 무슨 절대적 은신이야.”


‘절대적 은신’. 회귀 전 랭킹 10위의 소서러. 이민아가 사용했을 땐 이름 그대로 절대 찾을 수 없는 은신능력을 주었다고 하는데.


아직 내 수준이 미약해서일까. 아니면 2등급 군주급 마물이 그만큼 강해서일까.


“아직 아니야. 아직은···”


나는 주변을 훑었다. 아직 죽을 생각 따윈 없다.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앞으로 하체를 쓰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할지라도.

나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칠 거다.


황금 고블린의 숨소리가 귓가에 불어올 만큼 가까워졌을때.

나는 운명적으로 굴러들어 온 마물의 정수 하나를 손에 꼭 쥐었다.


[카악투라의 정수]

[내구력+1890. 저항+95. 힘+50.]

[파손불가. 무한체력. 흔들리지 않는 신체. 형상유지.]


쿵! 쿵! 콰직!

황금고블린은 벌레를 잡듯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황금 고블린은 마찰열로 황금이 짓눌려 깨지다 결국 녹아내릴 때쯤에서 야 움직임을 멈췄다.


‘아프다.’


내 몸은 늪에 빠진 듯 땅속 깊이 스며들어 단단히 파묻혔다. 그 주위는 녹아내린 황금들이 빈틈없이 채워졌다.

황금으로 가득 찬 관속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움직여야 한다.’


놀랍게도 마물의 정수를 흡수한 내 몸은 황금 고블린의 손바닥에 짓눌리는 와중에도 천천히 회복 중이었다.

부서지는 것보다 재생되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었다.


[파손불가]

[절대 부서지지 않습니다.]


[형상유지]

[어떤 상황에서도 원래 형태로 돌아옵니다.]


앞으로 5년 뒤에 있을 황금 고블린 토벌전.

토벌전 성공 이후 이곳에서 나온 보물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를 만들었다.

하지만 1등급 군주급 마물. 카락투라의 정수는 그 당시 공개되지 않았었다.

공략집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란 뜻이다.


‘왜 2등급 마물한테 1등급 마물의 정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Lv : 5]

[신체능력 : 754]

[정신능력 : 325.5]

[특수능력 : 흡수정신(Absorbent mind)]

[체화특성 : 위기 모면, 약물제조, 고통감내.]

[기술 : 파손불가. 무한체력. 흔들리지 않는 신체. 형상유지.]

[마정 : 카악투라의 정수.]

*현재 [저주: 거북이걸음]이 적용중.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 대폭 증가.


말도 안 되게 뻥튀기된 능력들을 보니 어쨌든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일단 살았으니 말이다. 체화특성도 하나 더 생겼지만 고민해 볼 시간이 없었다.


‘조금 더 회복되면 도망치자.’


황금 고블린이 방심한 틈을 노려야 한다. 나를 날아다니는 날파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때가 기회다.


‘최대한 전투는 피해보자.’


아직 패시브 기술인 [파괴불가]가 정말 모든 걸 막아주진 않을 것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직감이 들었다.


팔로 몸을 질질 끌고 자리를 이동한 황금 고블린은 곧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파묻힌 상태로 멀어지는 황금 고블린을 느끼고 있었다.


“후욱···윽···”


나는 땅에서 몸을 뽑아내려 안감힘을 썼다.

주변 바닥과 거의 반죽이 된 듯 뭉쳐져 하나가 된 몸을 억지로 땅에서 뜯어낸 다음 황금 고블린의 동태를 살폈다.


날아간 양 발이 조금씩 재생 중인 게 보였다. 다행히 재생되는 속도는 굉장히 느려 보였다.

그나저나 저 정도 부상이라면 내게 씌워진 각인도 약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동하자.’


간신히 몸을 뽑아낸 나는 내 신체 모양이 그대로 새겨진 바닥을 잠시 바라보다 출구로 발길을 옮겼다.


“끼익···끼이익···”


구슬픈 소리를 내며 바닥을 쓰는 황금고블린의 뒷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흩뿌려진 보석들을 피해 가며 까치발로 한 걸음씩 입구를 향했다.


‘조심히··· 밟으면 죽는 거다. 잘 피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입구에 도달한 나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입구를 활성화시켰다.


‘제발···’


위잉.


“끽? 끄아아아악!”


거대한 황금덩어리가 움직인다.

나를 향한 황금 고블린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양 팔로 바닥을 휘저으며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안되는군.’


역시나 몰래 나가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다.

나는 재빨리 배낭에 주변에 보이는 황금들을 쓸어 담고는 문을 나섰다.


털썩. 문을 나서자 항아리 밖으로 툭하고 뱉어진 나는 바닥을 몇 차례 굴러야 했다. 바닥에서 일어난 나는 지난 일주일간 걸어온 길을 다시 거슬러 올랐다.

양 발을 미친 듯이 놀리며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위잉. 쿵!


황금 고블린이 따라온 모양이다.

이제부턴 인내심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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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일상(4) 24.02.16 135 4 14쪽
19 일상(3) 24.02.15 140 4 14쪽
18 일상(2) 24.02.14 143 4 15쪽
17 일상(1) 24.02.13 154 3 13쪽
16 빙하 리치 24.02.12 155 3 14쪽
15 서브탱커 24.02.09 165 4 12쪽
14 의심 24.02.08 167 4 13쪽
13 5등급 게이트 탐험 24.02.07 175 4 14쪽
12 탐험의 이유 24.02.06 177 3 13쪽
11 화랑 탐험대 24.02.05 181 3 15쪽
10 납치? 24.02.02 188 3 13쪽
9 살아남다 24.02.01 202 3 14쪽
» 1등급 마정을 얻다 24.01.31 203 3 13쪽
7 황금 고블린의 보물창고 24.01.30 203 4 13쪽
6 고블린의 숲 24.01.29 197 4 14쪽
5 물약 제조 24.01.26 209 4 14쪽
4 F등급 인생 24.01.25 223 4 14쪽
3 기초수료반 24.01.24 240 4 16쪽
2 첫 침식 +2 24.01.23 285 3 15쪽
1 돌아가다 +2 24.01.22 379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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