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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불라꾼 님의 서재입니다.

What the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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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불라꾼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19.04.30 18: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625
추천수 :
4
글자수 :
169,108

작성
19.04.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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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메이드사마

DUMMY

일하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세영은 오랜만에 빌딩숲을 벗어나 풀들이 흥건한 자연을 만끽하자 온갖 고민과 스트레스로 더렵혀진 뇌가 맑아지는 것 같아 매우 상쾌하다.


“너도 봐서 알겠지만 텃밭이라고 해 봐야 얼마 안돼. 금방 딸거다.”

“예, 간만에 드라이브도 하고 재밌겠네요.”


세영은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들떠 있었다. 보통 텃밭이라하면 채 10평도 안되기에 금방 끝내고 삼림욕도 하고 피크닉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동차로 좀 오래 달리자 기분이 쪼금 이상했다. 처음엔 단순히.


‘텃밭이 조금 멀리 있네. 하긴 기왕 할 것 매연이 없는 청정한 곳에 해야 완벽한 유기농이니깐.’


점점 심여사가 운전하는 차가 1차선 비포장 길을 느린 속도로 가는 것이다.


‘왜 좋은 길 나두고 이런 길로 가지...?’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자 곧이어 넓은 딸기, 양파, 대파, 고추 등 다양한 채소들이 심어져 있는 밭들이 보인다. 헌데 여긴 마치 전문 농사꾼들의 밭처럼 엄청 넓다. 수백평은 넘어 보인다.


“우아! 엄청 넓다. 서울 근처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


곧이어 심여사는 차를 세운다.


“다 왔다. 내리거라?”

“음~ 이 맑은 공기.”


세영이 자연을 만끼하는 동안 심여사는 트렁크를 열고 바구니, 밀짚모자, 장갑 등 일할 때 쓸 도구들을 필요한 것만 능숙하게 꺼낸다. 그리곤 신속히 자기꺼와 세영이 것을 분배하고는 건넨다.


“얼굴 타니깐. 모자쓰고 장갑 끼거라?”

“예, 근데 사모님 텃밭은 어디에요?”


세영이 얼핏 보기엔 넓은 밭들 옆에 작은 규모의 밭들이 눈에 띄었기에 거기가 긴줄알고 짐작하고 있었다. 헌데.


“여기 전부.”

“예?”


심여사는 한바퀴 돌아 손으로 모든 밭들을 가리킨다.


“여기 전~부 다 내 텃밭이다.”


그것도 아주 자랑스럽게.


“예??? 여..여기가 다요?”

“응, 왜 너무 적냐?”

“헐!!!”


세영은 너무 기가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햇빛이 강했다.

짜증날 정도로 뜨거운 햇님 아래서 세영은 열나게 바구니에 딸기를 따고 있다. 따다가 허리 아픈지 일어서는데 앞으로 따야 할 딸기들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녕 이 많은 딸기를 다 따야 한단 말인가...”


세영은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허리를 두드린다.


“죽겠네...”

“세영아?! 빨리 안 따고 뭐하냐!”

“예. 따고 있어요.”


돌아보면 저 앞에서 심여사가 놀라운 속도로 딸기를 따고 있다.


“1년에 수억씩 임대료가 들어오는데 편히 좀 사시지. 딸기 판매까지.... 휴...”


심여사의 불호령에 세영은 다시 수확모드로 들어간다.


“내가 이 집 노비인지 가사도우미지 모르겠네... ”


세영은 그렇게 3시간을 넘게 딸기를 따고 잡초를 뽑는 등 생전 처음 해본 농삿일까지 하고는 귀가를 하게 된다.


“다 왔다. 일어나!”


세영보다 두배나 더 일을 많이 한 심여사는 운전까지 하는 괴력을 발휘하고도 멀쩡하다.


“예...”


세영은 눈을 겨우 뜨고 창밖을 보는데 집이다.


“왔네.”


그렇게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초무거운 몸둥아리를 이끌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심여사는 그런 세영을 가만히 나두질 않는다.


“빨리 씻고 저녁 준비해라?”

“예? 예... 허걱... ”


그렇게 고달픈 심크루즈의 하녀 세영의 하루가 지나간다.


“아~ 이 집 너무 싫다. 엄마? 왜 하필 이런 집에서 돈을 빌린 거야. 차라리 은행에서 빌리지... 죽겠네. 이 놈의 노예생활...”


오늘 하루는 그냥 달님에게 맡기고 하루정도는 쉬었으면 하는 햇님께서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을 하셨다. 날이 밝았으니 세영은 당연히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어제의 혹사된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으나 이른 아침에 밥을 먹는 심여사 때문에 세영은 새벽부터 일어나 여러 반찬에 국까지 끓인다.

세영은 마지막 힘을 짜내듯 폭풍같은 속도로 설거지를 한다. 출근 전 단 몇 분이라도 못 다 풀린 피로를 풀기 위해서다. 심여사가 워낙 깔끔히 먹기에 설거지 속도는 빨랐다. 그렇게 설거지를 단 1분도 안되어 후다닥 끌낼때쯤.. 그녀의 뒷덜미를 뻣뻣하게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밥줘?”


이 익숙한 굵은 목소리. 세영이 슬쩍 옆을 보자 근호다.

이제 막 일어났는지 떡진 머리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는 배가 고픈지 배를 만지며 들어오고 있다. 24시간도 모자랄 지경인 워킹맘들의 한량스런 백수 동생같은 저 재수탱이 포즈.


“뭐?”


들었지만 못 들은 척. 거기에 눈빛은 잡아먹을 듯 맹수처럼 째려본다. 혹시나 쎄게 나가면...


“밥 주라고!”


세영의 강렬한 레이저 공격에도 역시나 근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영도 순순히 물러설 기미도 아니다. 심여사의 명을 받드는 것도 버거운데 아들내미 명까지 받들어야 하는 참담함을 막기 위해서다.


‘알아서 기면 저놈 성격상 사소한 것들까지 하나하나 다 시켜 먹을 거야. 여기서 끊어야 한다. 15년하고도 10개월이나 넘게 남았는데 초장에 길을 잘 들여야 해.’


세영은 설거지가 다 끝나자 고무장갑을 휙 벗어 놓고는 전투적인 눈빛으로 근호에게 한마디 한다.


“차려 드시죠?”


역시나 근호의 반응은 어이없음, 황당, 짜증 등등등 이었다.


“니가 자꾸 니 본분을 잊는 것 같은데 넌 우리집 하녀야.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하녀. 두유 언더 스탠?”

“저기요. 전 여기 하녀가 아니라 가사도우미에요.”


세영은 밀리면 끝이라는 벼랑끝 심정으로 강하게 맞선다.

“그게 그거지. 밥줘?”


그리곤 근호는 의자에 턱 앉는다. 마치 안주면 줄때까지 땡깡이라도 부릴 것처럼. 세영은 여기서 고민한다.


‘한번 더 튕겨..? 아니면 귀찮은데 그냥 져 줘..?’


세영 입장에선 쉽지 않는 판단이었다. 이번 한번만 이러면 괜찮은데 근호 이놈이 아침잠이 많은 놈이라 매번 아침을 두 번 차리는 번거로움을 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이었다.

세영 몸 편하기 위해선 반드시 초장에 요런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요놈 성격이 만만치 않아서리... 그렇다고 무대포적으로 나가면..


“엄마가 벌써 나가셨나..? 엄마!”


역시나 근호는 쉽지 않는 상대다. 만만치 않는 무기를 지니고 있다.

근호가 심여사의 방문을 열어 보는데 없다.


“벌써 나가셨네.”


그리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반항하면 꼰지른다는 신호였다.

세영은 근호의 강력한 무기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귀한 아들인데 아침 댓바람부터 밥을 굶고 있다고 하면 심여사 성격상 세영을 가만히 나두지 않을게 뻔했다.

어쩔 수 없이 세영은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 식탁에 놓는다. 순순히 물러나지만 절대 만만한 여자가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반찬통을 마치 탁자 부서져라 듯이 쾅 하고 놓는다. 밥그릇도 떨어지든 말든 거의 던지듯 놓는다.


“자. 됐지?”

“수저?”


자기가 무슨 왕자라도 된다는 듯 손 하나 까딱 안하는 근호의 태도에 세영은 지금 당장이라도 한판 붙어 버리고 싶지만 앞날을 생각해 꾹꾹 참는다. 통에 수저와 젓가락을 근호 앞에 탁 놓는다. 세게. 그것도 나 화났어 표시내면서.


“됐죠?!”


세영은 미칠 듯이 타오르는 마음속에 참을 인(忍)자를 여러 번 새기며 인내의 아이콘이 되어 가는데 근호는 마치 세영의 인내심을 시험하듯 도발이 끝도 없다.


“국?”

“뭐!!”

“난 국 없으면 안 먹는 거 몰라?!”

“국 없어.”


괜히 주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없었다. 두부가 조금밖에 안 남아서 딱 심여사와 창희, 세영이까지 딱 세 사람 분량밖에 국을 끓이지 않았었다.


“만들어?”


근호의 이 어이없고 막돼먹은 태도에 뚜껑이 열리다 못해 터질 지경이지만 세영은 참는다. 정말 겨우 참았다.


“그냥 드시면 안될까?”


쌍욕이 입술 근처까지 나오는 걸 겨우 막고는 말한다.


“응. 안돼. 어서 끓여 하녀야.”


세영은 갑자기 숨을 크게 내쉰다. 근호의 저 싸가지 없는 말투에 그놈 머리털을 몽땅 다 뽑아 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돼 기에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싫어? 그럼, 엄마한테 말하지 뭐.”


세영은 그런 근호가 미친 듯이 얄미웠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는 근호를 살기를 잔뜩 뿜어내며 내려다 본다. 그리고 주먹도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불끈 쥐면서.


‘저 팥쥐보다 더 지독한 새끼. 언젠간 반드시 되 갚아준다.’


세영은 마지 못해 떨어지지 않는 발을 겨우 다시 냉장고쪽으로 옮긴다.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리곤 마땅한 재료가 없이니 흔하디 흔한 김치로 식용가능한 모든 화학조미료를 잔뜩 첨가해 김치찌개를 끓인다.


‘크크크. 근호, 요놈 내 니 몸을 화학덩어리로.. 참! 요즘 조미료는 합성 안하고 자연에서 추출한다고 했던가.. 젠장...’


조미료 성분 표시를 보니 무슨 무슨 나트륨이란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럼, 나트륨덩어리로 만들면 되겠네. 근호야 많이 먹어라? 많이 먹고 나트륨에 쩔어 살아라.’


김치찌개가 거의 마무리 될쯤 근호 뜬금없이 질문을 한다.


“야?”

“왜?”

“가정부가 영어로 뭐냐?”


세영은 근호를 한심스럽게 본다.


“넌 대학생이란 놈이 그것도 모르냐? 그것도 공부 좀 해야 들어간다는 대민대학생이?”

“내가 다 잘했는데 영어가 좀 약했거든.”

“메이드잖아. maid. 메이드.”

“아! 메이드였지... 메이드 하니깐. 어제 본 니뽄 야동이 생각나네.”


정말 한심스럽다.


“그러니깐. 니가 학점이 그 모양인거야!”


세영이 뭐라 하든 말든 근호는 야동 속 여주인공 생각에 표정이 므훗해진다.


“메이드복장 완전 섹시 했는데...”


그러다 김치찌개를 국그릇에 담고 있는 세영을 문득 본다. 그것도 음흉하게.


“생각해 보니 너도 메이드네.”

“이런 짐승!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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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메이드사마 19.04.20 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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