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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법가 님의 서재입니다.

고스트형사 성기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두끼만
작품등록일 :
2023.04.02 08:50
최근연재일 :
2023.04.11 11:1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42
추천수 :
0
글자수 :
46,496

작성
23.04.09 09:35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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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 사라진 보주를 찾아

DUMMY

“딱 보면 알아, 네 놈은 기자가 아냐”


루팡 강치상이 선고하듯이 막걸리 잔을 탁자에 탁 내려놓자 성기술은 뜨끔했다.

기자라고 속였는데 단번에 알아본다. 몸에선 쉰내가 풍기고 눈동자는 풀어져서 루팡은 어딜 봐도 알코올 중독자인데 눈치가 백단이다. 혹시 내가 고스트형사란 걸 눈치챈 걸까? 그럴 리 없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친 적 없는데.


“제가 기자가 아니면 뭘까요?”

“도둑놈이겠지. 보혈교의 성물을 훔치려는 도둑! 네 놈은 목적 있어서 나에게 접근한 거야. 보혈교 성물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어볼 때 알아봤어”

“제 목적이라면 취재죠”

“취재라면 이 여자처럼 적겠지


백장미를 보니까 수첩에 열심히 적고 있다. 얘 때문에 들켰다. 꼭 수첩에 적어 기자 티를 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요즘 세상에 수첩에 적는 기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다 녹음하지.


샐쭉 웃으며 백장미가 수첩에 적었다.

-들킬줄 알았다. 성기술이 꼬치꼬치 캐묻는데 열 살 아이라도 뭘 하려는지 알겠다-


“네 놈이 도둑질을 하든, 취재를 하든 상관없어. 생판 모르는 남이 죽든 말든 신경쓰고 싶지 않아”

“성물를 훔치러 같이 가신 분들은 어떻게 됐나요?”

“죽었어, 다 죽었어. 셋이 보혈교에 들어갔는데 나만 살았어”


강치상이 시커먼 소매로 눈을 닦았다. 철판 위에 삼겹살과 곱창이 노릇노릇 익어가는데 강치상은 막걸리만 마신다.

-성기술 말로는 최고의 고스트헌터라는데 그냥 평범한 술꾼이다. 이런 술꾼에게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너무 하네요. 그깟 성물때문에 사람이 죽다니..”

“그깟 성물라니! 너 이 새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가 그냥 반지냐?”

“성물이 사람을 뿅 사라지게 만드는 절대 구슬이라도 되나 보죠?”

“그 이상이지. 사람을 살릴 수 있으니까 말야”

“진짜라면 절대 구슬 맞네요”


-성기술이 재빨리 태도를 바꾸자 술꾼이 만족스러운 듯 푸하하하 막걸리를 쭈욱 들이켰다. 피노키오로 변한 ‘고요’를 보니까 절대 구슬이 존재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귀신 잡는 고스트헌터도 있는데 절대 구슬이 없으리란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보혈교 교주가 풍으로 쓰러진 사람을 낫게하고, 암을 치료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겠지.”

“아뇨, 선생님한테 처음 듣는데요”

“그것도 몰라? 하긴 젊고 건강하니까 관심없겠지. 하지만 죽을 병에 걸리면 달라질 걸. 돈만 있으면 수십 억, 수백 억을 쓰더라도 더 살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야.”

“혹시 성물을 가져오라고 누군한테 의뢰받았나요?”


백장미가 수첩을 닫고 물어보자 성기술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청부 도둑질은 생각 못 했다. 루팡이 처음으로 머뭇거린다. 누군가 시켰구나!


“그때 그 외뢰만 안 받았어도 종배와 동길이가 살았을 텐데 다 내 잘못이야”

“의뢰한 분이 누군가요?”

“그 이상은 알려고 하지마. 나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자네들은 오래 살아야지 않겠어"


백장미가 처음으로 루팡에게 술을 따랐다.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는데 손이 떨려서 반절은 흘렸다. 오래 살아야 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청부 도둑질을 시킨 사람을 우리가 알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린다.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아. 그날 그랬지! 성물을 손에 넣었고 빠져나오기만 하면 되는데 어쩔 수 없었어”

“귀신이 나왔나요?”

“마치 본 것처럼 말하는구나”

“어쩔 수 없다고 말하셨잖아요. 한국의 루팡에게 어쩔 수 없는 게 귀신 빼고 뭐가 있겠어요”

“흐흐흐, 너는 몰라. 내가 이미 죽었다는 걸”


백장미가 철판에 삼겹살과 곱창을 노릇노릇 맛있게 구웠는데 루팡은 손도 안 댄다. 빈속에 깡소주만 마실 뿐이다. 죽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으려는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빨리..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흐흐, 여기까지 왔으니 말해주지. 성물을 훔쳐달라는 의뢰를 받고 천종배와 오동길과 같이 준비를 했지”

“같은 팀인가요?”

“그렇지, 우린 형제보다 더 끈끈한 사이였어. 셋이 함께 하면 겁날 게 없었어. 노리는 건 반드시 훔쳤고 경찰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왔지. 내가 괴도 루팡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종배와 동길이 덕분이야”


자신의 이야기에 신이 나는지 루팡이 처음으로 삼겹살 한점을 입에 넣었다. 처음 음식을 씹는 것처럼 한참을 오물오물 씹었다. 이러다 그만하겠다며 집에 갈까 두렵다.


“사전 조사를 해서 보혈교 대비원에 성물이 있다는 걸 알아냈어. 종교쟁이들도 돈에 약하거든. 돈만 주면 교주가 그날 아침에 뭐 먹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어. 한데 말야, 이상하더라고. 대비원 주변에 시시티브이가 없어. 사람을 살릴 정도로 값어치 나가는 보물이라면 시시티브이로 떡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단 한 개도 없는 거야. 동길이 그러더군. 뭔가 싸하다고, 포기하자고··· 동길이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돈 욕심에 내가 강하게 밀어붙였어”


작은 잔으로 성이 안 차는지 루팡이 스텐 물잔에 소주를 따라 단번에 들이켰다. 눈이 촉촉한 것이 물기가 맺혀있다. 루팡이 술을 따르는데 병이 잔에 부딪치며 소리가 났다. 전보다 더 심하게 떤다. 병에 부딪친 잔이 쨍끄랑 깨졌다. 주인 아줌마를 불러 성기술이 깨진 잔을 치우고 새 잔에 술을 따랐다. ‘병신 같은 새끼’라고 읊조리며 루팡이 술을 마셨다.


“시시티브이나 경비원이 있어도 우릴 못 막는데 그런 게 없으니 얼마나 쉬웠겠어. 대비원 문따는 건 일도 아니었다니까. 혹시 몰라 캡스가 있나 조심했는데 그것도 없더라고. 그냥 일사천리로 대비원 지하로 내려갔지. 보혈교 성물이 지하에 있다는 걸 미리 사람을 매수해서 알아냈으니까 말야. 모든 게 너무 쉬웠어. 수백억 가치의 성물이 있는데 아무도 안 지키다니 이게 말이 돼?”

“그래서요?”

“그래서는 또 뭐 그래서야. 이미 욕심에 눈이 뒤집혔는데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어딨어. 정말로 지하에 성물이 있더라고. 백 평도 넘는 커다란 방 중앙에 유리관 안에 성물이 있는 거야. 딱 보자마자 알아봤어. 성물이라서 그런지 당구공만한 게 반짝반짝 빛나더라고. 방안이 어두웠는데 그것만 반짝반짝 빛났어. 다이아몬드보다 더 반짝이는 게 보물이 아니면 뭐가 보물이겠어?”

“말만 들었는데도 엄청난 보물 같네요”

“그렇지. 유리관에 전기 장치가 있는지 세심하게 조사했는데 역시 안 돼 있더라고 그래서 꺼냈지. 여기까지 왔는데 이판사판이었지. 성물 꺼낼 때 혹시 몰라서 당구공 하나 올려놨지. 성물 받침대에 무게를 감지하는 장치가 돼 있을지 모르거든. 우리가 막 하는 것 같아도 작업 시작 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한데 말야···”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루팡이 천장을 바라보며 길게 내뿜었다. 하얀 연기가 곰팡이 때문에 얼룩달룩한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 몇 번인가 말하려다 루팡이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뭔가가 그의 입을 막고 있다.


“네가 그랬지 귀신을 봤냐고?”

“예”

“난 그날 귀신이 아니라 괴물을 봤어. 내가 명색이 고스트 헌터인데 그깟 귀신에 무서워하겠어. 넌 모를 거야 그날 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었는지···”

"..."

“성물를 챙겨서 나가려는데 종배와 동길이가 내 뒤를 보며 말도 못하고 손으로 가리키기만 하더라고.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데 내 평생 그렇게 무서운 적은 없었어. 간덩이가 배 밖으로 튀어 나왔다는 소릴 듣던 이 강치상이 오줌을 지렸다니까. 시팔, 안 봤어야 하는데 뭐에 홀린 것처럼 돌아봤다니까. 씨팔, 목없는 괴물이 서 있더라고. 어마어마하게 큰 괴물이었는데 머리가 없었어. 가슴이 갈라지면서 뭔가 툭 튀어나오는데 새빨간 붉은 눈이었어.”

“······”

“붉은 눈이 성물를 갖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괄약근이 풀려서 똥물이 흘러나오더라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너 말야, 네 눈으로 친구 심장을 본 적 있어?”

“아.. 아뇨. ..어.. 없어요”


긴장해서 말을 더듬었다. 이제부터 계속 말을 더듬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안 더듬겠다고 신경쓰면 계속 더듬는다. 귀신에 쫄았는지, 술에 절은 루팡에게 쫄았는지 모르겠다. 어쩜 양쪽 다 일 것이다.


“난 봤어, 종배 심장을··· 귀신이 종배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냈어. 종배 가슴에서 뿜어져나오는 붉은 피와 퍼득퍼득 뛰는 심장을 내 두 눈으로 봤어. 밤마다 종배 꿈을 꿔. 밤마다 종배가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들고 살려달라며 날 쫓아와. ”


백장미의 새하얀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다. 소주를 따라주니까 단숨에 마신다. 두려움을 이기는데덴 술만한 게 없다. 다음날이면 다시 두려움이 찾아오겠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이야기도 있는데 말해줄까?”

“괘.. 괜.. 괜찮아요”

“보물을 훔칠 생각 아니었나? 그렇게 떨면 더 이야길 해주고 싶은데”

“떠.. 떠는 건 아..아니고요. 취..취해서..혀..혀가 꼬..꼬인 거에요”

“내가 너처럼 떨었어. 명색이 고스트 헌터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떨기만 했어. 귀신이 선택권을 주더군. 나와 오동길이 싸워서 이긴 쪽을 살려주겠다는 거야. 내가 아무리 똥물을 흘려도 그짓은 못한다고 했지. 동길이는 생각이 달랐어. 날 죽이려고 목을 조르더군. 귀신에게 죽느니 차라리 친구 손에 죽으려고 가만 있는데 귀신이 생각이 바뀌었는지 동길이를 죽이더군”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루팡이 ‘쾅’ 탁자를 내리쳤다.

술잔과 안주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물잔이 뒤집혀 탁자가 물이 흥건하다.


“때려쳐, 때려치라고!”

“예?”

“내 꼴 되기 싫으면 때려쳐라”


루팡이 비틀거리며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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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고스트 수사대 23.04.02 15 0 12쪽
2 2. 고스트 수사대 23.04.02 12 0 13쪽
1 1. 고스트 수사대 23.04.02 4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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