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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법가 님의 서재입니다.

고스트형사 성기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두끼만
작품등록일 :
2023.04.02 08:50
최근연재일 :
2023.04.11 11:1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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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96

작성
23.04.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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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스트 수사대

DUMMY

“인간이군!”


안개 속에서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단지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성기술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쳤다. 물구나무 선 것처럼 모든 머리카락이 섰다. 아버지는 자신과 달리 아무렇지 않다. 하기야 빳빳이 설 머리카락도 없다. 아버지가 창 끝으로 안개를 가리켰다.


"그러는 넌 여우냐?"

"나는 사람도 여우도 아닌 적미호다"


적미호만 아니길 바랬는데 내 이럴 줄 알았다.

하는 일마다 최악의 불운만 온다. 적미호는 꼬리 아홉 달린 천년 묵은 구미호다. 마음만 먹으면 강물을 되돌릴 수 있고 산을 뒤집을 수 있다. 귀신잡이 삼십 년이 아니라 삼백 년이라도 적미호를 이길 순 없다. 한데 아버지는 무슨 똥 배짱으로 저리 당당하냐?


“아따 나가 자는디 깨웠고만. 자는 거 깨워서 미안하당께. 우리 갈 테니께 다시 자더라고"


뭐해 임마, 아버지가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자 성기술이 아버지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갔다.

문지방만 넘어서면 꽁지 빠지게 도망치겠다.

아 근데 왜 이렇게 이빨이 다다다 부딪치냐.


“멈춰!”


문지방이 한발자국 앞인데 적미호가 멈추라고 한다.

그런다고 멈출 우리가 아니다. 아버지가 주문을 외자 바람이 우리를 날렸다. .


“가려거든 간은 놓고 가라!”


발밑으로 두 개의 담장을 휙휙 지나치고 땅에 내려서는데 흙 담장이 퍽퍽 부서지며 적미호가 쫓아왔다.


“아따 우덜 말고도 허벌나게 간 많은디 성질 급허네”


아버지가 삼단창을 휘둘러 목을 감아오는 붉은 머리카락을 쳐냈다.

머리카락과 창날이 부딪치는데 검과 검이 부딪치는 것처럼 쇳소리가 났다.


“제법이군”


안개가 걷히며 적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적미호의 어깨와 봉긋한 가슴을 덮고 있는 붉은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치켜올라간 큰눈이 무심하게 바라보는데 온몸이 얼어붙었다. 적미호의 눈에서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너는 가라, 선수끼리 싸우는데 걸리적거리니께.”


아버지가 창날로 어두운 숲을 가리켰다.

나는 솜털이 곤두서고 두려워서 숨도 제대로 못 쉬겠는데 아버지는 손가락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가.. 같이 가요”

“먼저 가, 곧 따라갈테니께”


지상 최강의 적과 마주하고 있는 데도 아버진는 나만 생각한다.

난 오들오들 떨며 도망갈 생각만 가득한데..


"글고 사무실 금고에 통장 있으니께 그걸로 수술해라. 알겄지?"

"예?"

"내 말 못 알아들었냐? 너 얼굴 수술하라고 모아둔 돈이니께 그걸로 혀."


어서 가, 아버지가 등을 밀었다.


“지겹군, 지겨워 그놈의 사랑인지 뭔지.”


적미호가 허리에 감긴 채찍을 풀어 아버지를 향해 휘둘렀다.

워낙 기세가 흉흉해서 아버지가 막지 못하고 피하자 채찍이 땅을 두드렸다. 채찍에 맞은 땅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길이가 사오 미터에 깊이가 일 미터가 넘는 구덩이가 생긴 것이다. 아버지가 맞았으면 살은 찢겨지고 뼈가 박살 났을 것이다.


“가라니께!”


아버지가 채찍을 피하면서 나를 보며 소리쳤다.

아버지 미안해요, 내가 있어봤자 걸리작거리니까 도망칠게요.


[숲을 떠도는 바람이여, 나를 날려다오]


주문을 외자 바람이 나를 띄우고 산비탈을 향해 화살처럼 날렸다.

도망칠 때는 주문을 실패한 적이 없다. 그나마 잘 하는 게 도망치기다. 흐르는 눈물이 바람에 씻겼다. 아버진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도 잘 헤쳐나왔다. 하지만 오늘 밤은 힘들 것이다.


“아비를 버리다니 너부터 죽여주지.”



허공을 가로질러 내 앞에 내려선 적미호가 채찍을 휘둘렀다. 수평으로 날아오는 채찍이 칼날처럼 허공을 갈랐다.


“연환창”


아버지의 창이 공중에서 내리꽂혔다.

적미호의 채찍이 방향을 바꿔 창을 쳐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창은 한 개가 아니라 수십 개였다. 수십 개의 창이 화살처럼 내리 꽂혔다.

채찍이 쉭쉭쉭 무서운 파공음을 내며 적미호의 몸을 감쌌다. 삼단창이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이 틈에 도망가야는데 주문을 외야할 입은 달라붙어있고 뛰어야할 다리는 얼어붙어 있다.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는 소나무 뒤에 숨었다. 한데 적미호의 채찍이 소나무를 사선으로 갈랐다.

‘아이고 나 죽네’ 피하는데 지름이 일 미터가 넘어보이는 소나무가 기우뚱 넘어간다.


“성가투창”


아버지가 던진 창이 미사일처럼 적미호를 향해 날아갔다.

적미호가 눈앞에 도달한 창을 파리 쫓듯 채찍으로 쳐냈다.

채찍에 맞고 튕겨진 창이 방향을 바꿔 적미호에게 다시 날아갔다. 정말 대단하다. 아버지 실력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삼단창이 열추적 미사일처럼 적미호를 쫓아 날아간다. 어쩌면 아버지가 이길 지 모른다. 적미호도 대단하지만 아버지도 엄청나다.


"귀찮구나!”


적미호가 언덕배기를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향해 손을 뻗자 바위가 들썩였다.

순간 적미호의 손이 창으로 향하자 바위가 쏜살같이 날아가 투창과 부딪쳤다. 아버지의 전용 무기가, 삼십 년 동안 귀신과 마물을 박살내며 한번도 부러지지 않은 삼단 창이 산산조각 났다.


“돌로 변해라!”


적미호의 손가락이 나를 향했다.

손가락 끝에서 레이저 같은 붉은 빛이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으윽’


내가 낸 소리가 아니다.

내 앞을 가로막아선 아버지가 가슴을 부여잡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몸이 회백색으로 변하며 순식간에 돌이 되었다. 돌로 변한 아버지 모습에 꿈인가 싶어 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에 비릿한 핏물이 고였다.


“이제 싸울 마음이 생겼나 ?”


적미호가 채찍을 손에 감고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아···아···아버지를 워...원래대로 도...돌려놔라!”

"싫은데"

"그.. 그러면.."


왼팔 옷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었다. 팔등에 둥그런 방패와 날카로운 검이 문신 돼 있다.


“나···나···나···”


모순검이 움찔하는 것 같더니 움직이지 않는다.

말을 더듬거려 주문이 걸리지 않는다.

내 치명적인 약점이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났다.


“말 더듬이 퇴마사라니 귀엽군!”

“다.. 닥쳐!”

“널 보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어. 만능 또한 말을 더듬었지. 내 덕분에 고쳤는데 만능이 날 배신했지. 더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다니 널 죽여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군”


적미호가 다가와 목을 움켜잡았다.

목이 빠질 것 같은 고통에 성기술이 적미호의 손목을 잡았다.

적미호의 팔이 죽은 시체처럼 차갑다.


"만능과 무슨 관계지?"

"아.. 알 것 어.. 없다"

"고통이 뭔지 가르쳐 주지"


적미호가 목을 조이자 성기술이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숨이 막힌데다 북극에 떨어진 것처럼 추웠다. 손발이 얼어붙고 눈썹과 머리카락에 성에가 끼었다. 수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목이 잡혀 말할 수도 없다.


"뭐라고?"

"사..살려.."

"강한척 하더니 쓰레기군"


적미호가 성기술을 집어던졌다. 성기술이 밤나무에 부딪치며 주르르 흘러내렸다. 성기술이 밤나무를 붙잡고 힘겹게 일어났다.


"만능과 무슨 관계지?"

"나... 나와..."

"뭐라고?"

“나···나.. 나와라 모순검!”


팔등에 정교하게 문신 돼 있는 모순검이 쑥 빠져나와 오른손에 잡혔다.


“자.. 잠깐 그건 모순검?”

“모순검은 못 자르는 게 없다. 죽어라!”


용수철처럼 뛰쳐나가며 적미호의 이마 한가운데서부터 사타구니까지 일직선으로 갈랐다.

적미호가 검을 막기 위해 휘두른 채찍이 두 쪽으로 잘렸다. 모순검이 적미호의 몸을 정확히 두 쪽으로 갈랐다. 갈라진 적미호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적미호의 몸을 가른 검이 뚝 부러졌다. 아치 싶어 쳐다보니 문신으로 돌아갔다. 겨우 한번 쓰고 부러진 것이다.


“만능, 살아있었구나! 인간 세상에 돌아온 보람이 있구나. 내 반드시 너를 죽여 골수에 맺힌 원한을 풀겠다. 보주를 찾아 돌아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아! 더는 도사 짓 못 하게 너에게 선물을 남기겠다. 곧 돌아오마”


적미호의 목소리가 텅빈 숲에 메아리쳤다.

적미호는 모순검이 부러진 걸 모른다. 알면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다. 적미호가 도망치면서 뭔가 수작을 부린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몸이 계속해서 떨리는데 두려움 때문 만은 아니다.


돌로 변한 아버지를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두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인간아, 꺼지랄 때 꺼졌어야지 이제 와서 질질 짠다고 아버지가 원래대로 돌아오냐?-

“누··· 누구냐?”


벌떡 일어나 말한 인간을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적미호가 사라지고 새로운 귀신이 나타났다. 아버지는 돌로 변했고 모순검은 부러졌고 최악이다. 다행인 점은 귀신의 목소리에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단 점이다.


-나 여깄는데 어딜 보는 거냐?-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까 쓰러진 소나무 옆에 나무 지팡이가 꽂혀있다. 지팡이는 나뭇가지를 잘라 제대로 다듬지 않고 만든 것처럼 우둘투둘하다. 저런 지팡이는 줘도 안 갖는다.


-그래도 날 찾은 걸 보면 아예 동태 눈은 아니네. 눈만 동태눈이 아니면 뭐해. 적미호를 부활시켜서 사람들을 다 죽이게 생겼는데-

“누구냐 넌?”

-에헴 이제야 내 정체를 물어보는군. 이 몸은 수천 년을 살은 신목...-

“너 말 잘하는데 왜 아까는 말 않고 꺼지라고 했지?”

-그거야··· 적미호가 들으면 안 되잖아. 적미호가 들었으면 날 가루로 만들텐데 어떻게 말해-

“겁쟁이군”

-아버지를 두고 도망치는 겁쟁이 주제에 누구 보고 겁쟁이라는 거지-


지팡이 주제에 정곡을 찌른다. 지팡이하고 말 섞어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다.


“겁쟁이끼리 같이 있어봤자 좋을 게 없으니 꺼져라”

-너, 아버지 살리고 싶지 않아?-

“뭐?”

-흐흐 난 네 아버지를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적미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어떠냐, 내가 엄청 중요하다는 느낌이 안 드냐?-

“젼혀 안 드는데”

-전혀라니! 너 미쳤구나. 아버지 살리고 싶지 않냐?-

“너 같은 말 많은 지팡이 아무도 안 쳐다봐. 닥치고 내 말 잘 들어. 내가 먹여주고 재워 줄 테니까 밥값 해”

-나는 밥 안 먹거든. 물과 햇볕만 있으면 충분해-

“밥이나 물이나 똑같아. 앞으로 내가 주인이니까 말 잘 들어”

-만능이 날 배신한 이후로 난 주인 따위는 만들지 않기로 맹세했다-


재빨리 손을 뻗어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지팡이를 바위에 내리쳤는데 부러지지 않는다.


-뭐 하는 거냐?-

"난 말 많은 지팡이가 싫어. 부러뜨려 버릴 거야"

-후후, 적미호도 못 부러뜨린 이 몸을 네가 부러뜨리겠다고. 아나 해봐라!"


지팡이가 놀리기까지 한다. 지팡이를 정강이에 대고 꺾으려는데 정강이만 뒤지게 아프다. 나무에 세워놓고 날라차고, 바위를 던져도 끄떡도 않는다. 아버지가 팰 때는 뒤지게 아파했는데 내가 하는 건 통하지 않는다. 도력의 차이인가.


"계속해, 계속해"


지팡이가 놀리는데 꼭지가 돈다. 그렇다면 이판사판이다.


"타올라라 지옥불"


주문을 외자 팔등에 있는 문신 지갑에서 튀어나온 빨간 부적이 지팡이를 향해 날아갔다. 빨간 부적은 거대한 불덩이로 변해 쾅 지팡이를 때렸다. 이판사판이니까 더듬거리지 않고 주문이 잘 나온다.

-아이고 나 죽네- 불덩이에 맞은 지팡이가 불길에 휩싸여 데구르르 굴렀다.


가만 놔두면 타 죽을 것 같아서 점퍼를 벗어서 불을 끄기 시작했다. 불이 잘 꺼지지 않아 점퍼로 덮고 발로 팍팍 밟아 겨우 껐다.


"나한테 충성할래, 아니면 불에 탈래?"

-충성, 충성, 목숨바쳐 충성하겠다.-

“너 맹세했다. 맹세 어기면 죽을 줄 알아. 이름이 뭐지?“

-내 이름은 고요야. 내가 엄청 조용하다고 만능도사가 지어 준 이름이야-

“제발 입 좀 다물라고 지어 준 이름이겠지”

-네가 봤냐, 봤어? 서울 구경 안 가본 놈이 말 싸움하면 이긴다더니 그 말이 맞네-

“서울 가본 지팡이씨! 우리 아버진 어떻게 하면 사람으로 돌아올까?”

-적미호의 보주를 찾으면 돼. 보주만 있으면 네 아버지를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어-

“보주가 뭔데?”

-적미호의 천년 내공이 깃든 여의주야. 천년 내공이 깃든 만큼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어-

“보주를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지?”

-적미호가 봉인되기 직전 적미호 꼬리들이 갖고 달아났어-

“꼬리가 혼자 살아 움직여?”

-적미호 꼬리 정도 되면 개별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나 다름없어. 아홉 개의 꼬리 모두 다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이나 다름없어. 걔들 아마 어디 선가 잘 살고 있을 걸-

"그렇다면 적미호 꼬리를 다 찾아야 한다는 말이네"

-그래야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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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사라진 보주를 찾아 23.04.11 11 0 10쪽
8 8. 사라진 보주를 찾아 23.04.09 10 0 10쪽
7 7. 사라진 보주를 찾아 23.04.07 11 0 11쪽
6 6. 사라진 보주를 찾아 23.04.05 1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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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고스트 수사대 23.04.0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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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스트 수사대 23.04.02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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