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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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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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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3,477

작성
20.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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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의 달인 (2)

DUMMY

박태수는 왠지 모르게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는 소파 뒤쪽의 강민호를 쳐다보았다.

둘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제가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아시겠어요?]

[그걸 알면 내가 평소에도 무식하단 소릴 듣지는 않았겠지.]

[······.]


어쩐지 그런 대화가 오고 간 느낌.

아무튼, 역시나였다. 이래서 똑똑한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때, 마치 그런 박태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주방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던 윤형철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다소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거짓말! 저 말은 틀림없이 거짓말일 겁니다.”


오한수는 윤형철을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랐다.

“저, 저 사람은 그때 그 경찰······?”

손 여사를 인질로 잡고 한바탕 난리를 피웠으니 인상에 남았던 모양.

박태수는 일단 놈의 말을 무시한 채 윤형철에게 물었다.

“거짓말일 거라뇨? 그게 무슨 뜻입니까?”

윤형철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초능력이라는 것은 아마도 당신이 총알을 막아내던 그런 정도의 능력일 겁니다. 사람에 따라 그보다 조금 더 강력하거나 모자라거나 하겠죠. 맞습니까?”

이건 강민호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태수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박태수가 대답했다.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소형화기를 막아내는 정도의 수준 밖에는 안 됩니다. 뭐 그 정도로도 놀랍긴 합니다만, 그래도 전쟁 억제력을 운운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초능력으로 무장한 일만의 병력을 양성한다고 해도 그렇지요. 고작 미사일 한 방이면 정리될 뿐입니다.”

“그, 그런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저 놈의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아니, 십중팔구 거짓말일 겁니다.”

“······.”

박태수가 오한수를 노려보았다.

“시작부터 거짓말을 한다 이거지?”

오한수의 얼굴에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생 운동만 해온 강민호가 뭘 알겠나 싶어서 대충 떠들어댔던 건데, 하필이면 다른 놈이 이 자리에 있었을 줄이야.

그래도 일단은 우겨야 했다.

아니면 손이 망가질 테니까.

그는 윤형철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깟 놈이 뭘 안다고! 초능력은 훈련에 따라 능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네놈 말처럼 아직은 힘들겠지만, 실험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안겨 줄 거라고.”

하지만 윤형철은 고개를 저었다.

“누굴 바보로 아나? 잠깐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정돈데?”

“도대체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냐!”

“궁금하다니 하나만 지적하지. 자, 백번 양보해서 네놈 말처럼 그렇게 강대한 능력을 군인들에게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치자고. 근데 그 군인들은 어떻게 통제할 건데? 당장 지금 네가 처한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 군인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그런 힘을 가지고도 고분고분 너희들의 말을 듣고만 있을까?”

“그, 그건······.”

“봐, 이미 그런 고민을 했을 줄 알고 있었지. 그리고 아마도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찾지 못했을 걸?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초능력을 지닌 일만의 병력이니 뭐니 하는 건 다 개소리지.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권력을 쥔 놈들은 조금의 위협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거든.”

“······.”

오한수는 한 방 먹은 얼굴이었다.

설마하니, 자신들이 했던 고민을 이렇게 정확히 맞출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윤형철이 박태수를 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취조는 제가 하죠. 일단은 놈들의 진정한 목적부터 알아내보겠습니다. 뭐 대충은 짐작이 가지만요.”

대충 짐작이 간다고?

고작 지금까지의 상황만 지켜봐놓고?

역시 그를 끌어들인 건 탁월한 선택이지 싶었다.

박태수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럼 윤 형사님만 믿겠습니다!”


박태수는 윤형철이 오한수를 취조하는 내내 속으로 몇 번이나 감탄을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와! 대단하다. 진짜.’

이런 걸 달인이라고 하나 싶었다.

이를 테면 취조의 달인인 것이다.

사실, 오한수의 머리도 비상한 편이었다. 그 비상한 머리로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아마 박태수였다면 깜박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윤형철은 달랐다.

처음에는 놈이 거짓말을 했을 때,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소리를 지르더니, 이제는 그저 조용히 놈의 눈을 노려보며 고개만 저었다.

그러면 오한수는 삐질, 삐질 땀을 흘리며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무슨 말만 하면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고, 거의 정확히 들어맞는 예측을 내놓으니까 도저히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윤형철이 말했다.

“끈질기군.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들을 거냐. 네놈 머리 굴리는 소리가 천둥보다 더 크게 들린다고. 그러니까 허튼 수작 말고 불어. 사실 일만의 병력 어쩌고저쩌고 한 건 다 구라지? 말했다시피 그 많은 숫자는 통제가 불가능하고, 단 몇 명만 문제를 일으켜도 수습이 곤란해지니까. 큰 힘을 가졌을 테니까 위험하긴 또 얼마나 위험하겠냐고.”

“무, 무슨··· 아, 아니다.”

오한수는 누가 봐도 말문이 막힌 상태였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부정하는 걸로 보였다.

윤형철은 놈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으므로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방법을 바꿨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한 번 맞춰 볼까?”

“?”

“자, 지금부터 내 생각을 말해 볼 테니까 틀린 부분이 있나 잘 생각해 보라고.”

윤형철이 그렇게 말했다. 오한수는 설마 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곧 윤형철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 처음의 계획은 방금 네놈이 말한 대로였을 거야. 초능력을 전이시키는 약물을 개발하고 대량으로 생산해서 초능력 군단? 뭐 그쯤 되는 군대를 만들고 싶었겠지. 그런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런 꿈도 꾸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니까.”

“······.”

“하지만 내가 계속 지적했던 통제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을 거야. 계속 고민해도 답이 없었을 거거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포기해? 아니지. 그때까지 실험을 진행하면서 쏟아 부은 돈과 시간이 얼만데. 그 사이에 세계정세도 변했을 거야. 냉전시대가 끝나버렸지. 전쟁의 위협이 크게 줄어버렸어. 그러니까··· 아마도 네놈들은 대량생산이라는 목적을 버리지 않았을까?”

“!”

오한수가 크게 동요했다.

제 입으로 직접 윤형철의 추리가 옳다, 그르다 말하지 않았지만, 거세게 흔들리는 동공이 대신해서 그의 추리가 제대로 방향을 잡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윤형철이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소수정예일 테지. 몇 명까지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수십에서 많아야 백 명 정도가 한계일 거야. 그래야 통제가 될 테니까. 그 정도면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허튼 짓을 못하도록 협박하기에도 용이할 테고. 맞지?”

“······.”

“뭐, 인정한 것으로 알지. 계속 해볼까?”

그제야 오한수가 입을 열었다.

“흥! 꽤 상상력이 풍부하군. 하지만 네놈의 말대로라면 고작 백 명밖에 안 되는 숫자의 병력에게 초능력을 부여한다고 해도 그걸로 뭘 할 수 있지?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잖아. 그 정도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과연 그럴까?”

“?”

“처음에는 나도 그 생각을 했지. 초능력하면 생각나는 것이 현대화기를 씹어 먹을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대량의 초능력 병사들이었거든. 한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현대의 전쟁은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더라고. 더 이상은 인해전술 같은 것이 먹히지 않는 시대잖아. 대신 첨단기술과 장비, 잘 훈련된 특수병력으로 적의 수뇌부만 빠르게 제거하는 방법이 통하는 시대이지.”

윤형철이 그렇게 말했을 때, 박태수의 머릿속에도 번뜩이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아, 암살!”

윤형철이 그런 박태수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초능력을 보유한 암살자들을 키우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적은 숫자여도 되고, 제아무리 철통같은 경계를 세운다고 해도 그걸 뚫고 들어갈 능력만 보유한다면 얼마나 공포스럽겠습니까. 이건 전쟁억제력도 가져요. 우릴 건드리면 전쟁에서는 이길 지도 모르지만 상대 나라의 대통령, 즉 수장 또한 목숨을 걸어야 할 테니까요. 더 이상은 강대국이라고 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자연히 굴욕적인 경제조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게 될 테니까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될 테고요.”

“와······.”

“그러니까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그 실험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겁니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 거죠.”

오한수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윤형철이나 박태수, 강민호는 그 침묵의 의미가 긍정임을 알 수 있었다.


오한수는 한 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당신은 꽤 유능한 형사겠지?”

윤형철에게 하는 말이었다.

윤형철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실적을 말하는 거라면 평범하지만,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집요함이나 끈질긴 면에서는 다들 인정하는 편이지.”

“단편적인 사실들로 그 정도의 추리를 해내었으면 머리도 비상한 편이야.”

“그래서? 네놈에게 칭찬을 들어서 좋을 건 없는데.”

오한수가 피식 웃더니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는 다소 허탈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이 나타나는 바람에 망했군. 저 놈은 무식해서 속여 넘길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지.”

오한수의 턱짓은 박태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

박태수가 발끈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오한수가 말을 이었다.

“그래, 인정하지. 당신의 말이 대부분 맞아. 뭐 디테일한 면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큰 줄기는 제대로 짚었어. 우리는 초능력으로 무장한 특수군을 만들 생각이야. 그들의 역할은 주로 요인암살이 될 테고. 숫자는 아직 조율 중이지.”

“!”

“와우!”

설마하니 오한수가 이런 식으로 인정을 해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취조를 했던 윤형철도, 옆에서 듣고 있던 박태수도 그렇게 크게 놀랐다.

오한수가 좀 더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라를 위한 일이네. 비인간적인 실험을 했던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런 식이 아니면 어떻게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겠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을 뿐이야. 나를 포함한 이 프로젝트에 관계된 모두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지. 우리라고 평범한 삶을 포기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

“······.”

어쩐지 술술 털어놓는다 싶더니 곧 놈은 또다시 그렇게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너무나도 비인간적이었다.


그 이후로도 오한수는 계속해서 그들을 설득하려 애썼다.

많은 말을 늘어놓았지만, 요약하자면 놈과 놈이 속한 조직에서 해왔던 일들은 모두 나라를 위한 것이었고, 궁극적으로는 이 나라의 국민 모두를 위한 최선이었다는 것.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만 자신을 풀어달라는 거였다.

취조에 꽤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잠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박태수와 윤형철, 강민호는 오한수를 소파에 내버려 둔 채로 다른 방에 모였다.

윤형철이 박태수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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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천안 물류창고 사태 (2) 20.07.13 8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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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침입자를 색출하라 (2) 20.07.02 104 1 12쪽
35 침입자를 색출하라 (1) 20.07.01 10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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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쉽지 않은 상대 20.06.24 12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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