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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로라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지쟁이
작품등록일 :
2020.05.11 17:56
최근연재일 :
2020.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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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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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상대

DUMMY

8강부터는 무기의 사용이 허락된다.

박태수는 그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다.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경기장에 들어서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먼저 도착한 선수들의 앞에 하나같이 무기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

당황해하는 박태수를 보더니 직원이 말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무기를 가져오시겠습니까?”

“음··· 혹시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건가?”

“보통은 따로 준비하시지만 저희가 관리하는 걸 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박태수는 잠깐 고민했다.

다들 무기를 사용하는데 홀로 맨손이라면 아무래도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도 바보짓 같았다. 왜 영화 같은 걸 봐도, 총을 처음 만져보는 사람이 안전장치가 걸린 것도 모르고 방아쇠를 당겼다가 오히려 적의 비웃음을 사곤 하지 않던가.

“생각해보니 무기는 필요 없을 것 같군.”

박태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말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운을 빈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박태수가 빈손으로 대기석에 앉자, 다른 선수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특히 자이언트 강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 우릴 맨손으로 상대하겠다고? 거만한 것도 정도가 있지.”

박태수는 뭐라고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다른 선수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고는 참았다. 자신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이유가 그들을 만만하게 봐서 그렇다고 여기는 듯 했다.

뭐 굳이 정정해 줄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 박태수는 자이언트 강이 가져온 무기를 살폈다. 두께가 꽤 되어 보이는 삼단봉이다. 펼쳤을 때는 제법 길 것 같았다.

박태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생각을 해보니 자이언트 강은 2미터가 넘는 신장을 가졌다. 무기를 들지 않았을 때도 리치가 상당히 긴 편이었다.

그런데 저 삼단봉까지 쓴다면?

놈에게 접근하기가 영 까다로워질 것이다.

‘결승전 전까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사회자가 링 위로 올라왔다. 드디어 8강전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윤형철은 애써 침착하려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짐작은 했었지만 이건 뭐······.’

상상초월이었다.

밖에서 가면을 쓴 채로 컨테이너 사이를 오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긴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숫자가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 한 곳에 모여 있으니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자괴감도 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이 벌건 대낮에 모여서 불법 격투 경기를 관람하고 도박을 하는데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이 불법 도박장의 배후에는 광견파가 있다. 기본적으로 경찰들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의 일거수일투족에 귀를 쫑긋 세운다. 물론 불법적인 일인 만큼 숨기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이 정도나 되면 숨기려 한다고 해서 숨겨지는 정도를 넘어섰다.

분명 천안의 경찰들 중에서는 이곳에 대해 아는 놈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용한 것을 보면 필시 뒷돈을 받아 챙기고 입을 닫은 것이리라.

‘더러운 새끼들! 광견파보다도 네놈들이 더 나빠.’

윤형철은 오늘 이곳을 싹 뒤집어엎어서 놈들의 뒤를 봐주는 경찰들까지도 반드시 잡아내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그 일은 김진수를 비롯한 광역수사대가 하게 될 것이다.

윤형철은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줄 뿐이었다.

그가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오한수.

놈을 잡아서 잃어버린 시체의 행방을 묻고, 최수현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내야만 했다. 또한 그 전에 오한수가 이곳에 온 이유가 단순히 도박에 참여하기 위해서인지, 다른 목적이 있어서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중에 누가 오한수인지 부터 찾아내야 한다는 건데······.’

그놈의 가면이 문제였다.

덕분에 쉽게 잠입에 성공한 반면, 놈을 찾는 것에는 방해가 되고 있었다.

윤형철이 그렇게 오한수를 찾아낼 방법을 고심하고 있을 때, 사회자가 링 위로 올라왔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8강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혹시라도 아직 배팅을 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지금부터 딱 30초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8강전에 오를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수라면 누가 우승을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감을 믿고 배팅하십시오.]

그리고는 정확히 30초 뒤에 휴대폰이 진동했다.

8강전의 배팅이 마감되었다는 알림이었다.

‘흠··· 꽤나 체계적인데?’

윤형철은 이것만 봐도, 도박장이 운영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앱을 개발하고 송금과 환전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렇게 실시간으로 알림을 띄우는 일련의 과정이 보통 일은 아니었을 거니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잠시 오한수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곧 시작될 시합에 빠져들고 있었다.


박태수 또한 곧 시작될 8강전에 온 신경이 가 있었다.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자, 그럼 8강전 첫 번째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맞붙을 선수는 강원도의 최강자!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산적 두목이 되었을 상남자 중의 상남자! 곰 같은 힘의 소유자! 털보입니다!]

사회자의 다소 장황한 소개가 끝나자, 털보가 대기석에서 일어나 링 위로 올랐다. 잔뜩 긴장한 모양인지 예선 때처럼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거나 하는 행위는 없었다. 그저 미리 준비한 무기인 도끼의 자루를 있는 힘껏 거머쥐고 있었다.

다시 남은 한 선수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었다.

[털보를 상대할 선수는··· 와우! 일초 만에 예선전을 끝내버린! 대단하다는 말 밖에,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바로 신의 한숨입니다!]

역시나 신의 한숨은 털보와 달리 여유가 넘쳤다.

그 또한 손을 흔들어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환호하는 관중들을 쳐다보며 간혹 고개를 끄덕여주는 여유를 보였다.

신의 한숨도 무기를 소지했는데, 그가 준비한 것은 털보의 도끼와는 비교될 정도로 작은 단도 두 자루였다.

박태수는 둘의 무기를 번갈아 살펴보다가 팔짱을 꼈다.

‘흐음. 무기의 상성이 좋진 않아 보이네.’

물론, 신의 한숨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렇게 조그마한 단도로는 도끼의 힘을 받아내기 힘들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신의 한숨이 이길 거라는, 그가 예측한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무기의 상성으로 시합의 결과가 뒤바뀌기에는 둘의 실력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싸움이 시작되자 털보는 시종일관 뒤로 밀렸다. 그는 육중한 도끼를 들고서도 방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깡! 깡! 깡! 까앙!

신의 한숨은 놀랍도록 민첩했다.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가뿐한 발놀림으로 털보와의 거리를 좁힌 이후로는 계속해서 단도를 휘둘렀다.

오로지 공격일변도.

게다가 그가 단도를 휘둘러대는 속도는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모르긴 해도, 지금 털보는 저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간담이 서늘할 것이다. 반격의 기회를 엿보는 듯 했으나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끝났군.’

박태수가 보기에는 그랬다.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는 털보가 조금이라도 더 선전해서 신의 한숨이, 숨기고 있던 비장의 한수를 꺼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으면 했다. 4강에서 자의 상대가 될 테니까.

하지만 이대로 끝날 것 같았다. 그 사이 방어만 하던 털보의 반응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지친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때 가서 몸으로 부딪쳐보는 수밖에.’

박태수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거의 패색이 짙었던 털보가 돌연 고함을 질렀다.

“밑동치기!”

동시에 그가 휘두른 도끼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렸다.

“!”

“!”

박태수도 놀랐고, 내심 끝났다고 생각했던 신의 한숨은 더 놀랐다. 아니, 장내의 모두가 깜짝 놀라서 동시에 탄성을 쏟아냈다.

그만큼 털보의 공격은 매서웠다. 신의 한숨이 찔러오던 단도를 무시한 채, 털보는 단도에 찔릴 각오를 하면서도 도끼로 그의 발목을 노렸던 것.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공격은 실패했다.

신의 한숨이 찰나 간 공격을 포기하고 재빨리 뻗어나가던 단도의 방향을 아래로 꺾어버렸던 것이다.

까아아앙!

단도가 가까스로 도끼의 거력을 받아 흘렸다.

그 바람에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발목을 스쳐지나가고 말았다.

핏!

신의 한숨의 발목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나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그는 도끼를 피하는 것과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그의 신형이 마치 팽이처럼 팽그르르 돌며 옆으로 이미터 가량 도약했다.

“우와아아아!”

그 민첩하고도 가벼운 몸놀림에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냈다.

반면, 회심의 일격에 실패한 털보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하지만 아직 포기한 눈빛은 아니었다. 적어도 박태수가 보기에는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털보가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도끼자루를 왼손으로 옮기며 입을 열었다.

“쉽지 않지? 너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져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

신의 한숨은 대답 대신에 단도의 날을 살폈다.

방금 도끼의 방향을 바꿔놓기 위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바람에 날의 중앙이 움푹 패여 있었다. 이대로는 얼마 가지 못해 부러질 것 같았다.

박태수는 속으로 털보를 응원했다.

‘그래! 잘 하고 있어! 너도 숨겨진 한 수가 있었구나!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아자, 털보 파이팅!’

그는 어느새 둘의 경기에 푹 빠져 있었다. 쉽게 질 것 같았던 털보가 비장의 한 수를 이용해 신의 한숨을 위기로 몰아붙였다. 그런 반전의 순간이 너무 짜릿했다.

게다가 박태수가 바라던 대로, 어쩌면 털보는 신의 한숨이 숨기던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지도 몰랐다.

그리고 둘이 다시 맞붙었을 때,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털보의 숨겨진 한 수가 예상외로 강력했던 것.

그가 다시 한 번 고함을 질렀다.

“몸통 치기!”

까아앙!

공격이 막히자, 또다시 소리쳤다.

“가지치기!”

까앙! 까앙! 까앙!

공격이 거듭될수록 도끼의 궤적은 더욱 현란해졌다.

“밑동치기!”

부우웅!

신의 한숨이 풀쩍 뛰어 도끼를 피했다.

그는 경기가 시작된 이래로 처음 숨을 헐떡였다. 이마를 타고 땀방울이 흘렀다. 쉽게 이길 것 같았던 경기에서 의외의 고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성이 좋지 않아!’

단도가 부러질 것 같아서 쉽게 털보의 공격을 쳐낼 수가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도끼를 막을 방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젠장! 8강에서부터 이걸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까웠다. 비장의 한 수는, 일단 공개되고 나면 다음에 사용할 때는 그 위력이 크게 줄어들 테니까.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결승전까지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유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지금 경기에서 패하는 것보다는 낫다.

결국, 신의 한숨은 아끼고 아껴두었던 비장의 한 수를 사용하고 말았다.

그는 때마침 날아오는 도끼를 단도로 후려쳤다.

까앙!

그리고는 그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훌쩍 물러났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털보가 재차 달려들기 전에 서둘러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흐으으으읍!”

양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입 안 한가득 공기를 머금은 그가, 그 상태로 털보를 노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검지를 뻗어 까딱거렸다.

“······.”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털보는 망설였다. 아니, 놈이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이 없었다. 딱 봐도 뭔가 이상한 짓을 하려는데 굳이 놈의 장단에 따라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자, 신의 한숨의 눈썹이 더욱 커다란 굴곡으로 휘어지며 호선을 그렸다.

박태수는 그런 신의 한숨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그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이 뻔쩍 뜨였다.

‘그거였구나!’




모든 독자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작가의말

공모전 동안에 비축분을 모두 소진하였습니다.

주 5회 연재를 기본으로 하겠지만, 다시 적당한 비축분이 쌓일 때까지 당분간은 쉬엄쉬엄 가겠습니다.

공모전은 실패했고, 다른 글도 쓰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만 전념할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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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다시 박태수로 (2) 20.08.06 55 0 12쪽
51 다시 박태수로 (1) 20.08.05 62 0 12쪽
50 작전을 펼치다 +2 20.08.04 72 1 13쪽
49 취조의 달인 (2) 20.08.03 64 1 12쪽
48 취조의 달인 (1) 20.07.24 77 0 12쪽
47 똑똑한 조력자 20.07.22 84 0 13쪽
46 보상 20.07.21 95 0 12쪽
45 상황 종료 +1 20.07.20 95 2 12쪽
44 살기(殺氣)와 마주하다 +2 20.07.16 106 2 12쪽
43 천안 물류창고 사태 (3) 20.07.15 91 1 12쪽
42 천안 물류창고 사태 (2) 20.07.13 84 1 13쪽
41 천안 물류창고 사태 (1) 20.07.10 93 1 12쪽
40 깨달음 20.07.09 109 2 12쪽
39 승부를 내자! 20.07.08 90 1 12쪽
38 일촉즉발 20.07.07 94 1 12쪽
37 침입자를 색출하라 (3) 20.07.06 106 1 13쪽
36 침입자를 색출하라 (2) 20.07.02 104 1 12쪽
35 침입자를 색출하라 (1) 20.07.01 108 1 12쪽
34 힘과 힘의 대결 20.06.29 120 1 13쪽
33 아! 박태수! 20.06.25 117 2 12쪽
» 쉽지 않은 상대 20.06.24 127 1 12쪽
31 그녀의 부탁 20.06.22 131 1 12쪽
30 손 여사의 촉 20.06.19 1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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