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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우 님의 서재입니다.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모루우
작품등록일 :
2012.01.15 00:13
최근연재일 :
2012.01.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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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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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70
추천수 :
571
글자수 :
194,702

작성
12.01.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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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3. 입당 (4) - 1부 마지막

DUMMY

사당은 크지 않았다. 작은 집에 기와를 올리고 가운데에 가장 먼저 수확한 볏단을 깨끗한 천으로 묶어놓은 것이 놓여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 주위에는 갖가지 모양의 신상(神像)이 가득했는데, 모양은 제각각이었으나 그들이 의미하는 것은 모두 같다는 것이 촌장 노인의 입버릇이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깨끗한 예복을 갖추어 입은 노인이 방통의 일행을 맞이하였다. 노인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마음껏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눈에 뜨일 정도였다.


- 백락께서는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다.


노인이 잔뜩 무게를 잡은 목소리로 인사를 올리자 사마휘도 길게 읍을 하였다.


- 좋은 자(字)를 고르느라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 많은 축복을 해주시지요.


사마휘는 조상의 넋이 들어있다는 볏단으로 다가가 정한 술 한 잔을 정성껏 올리고 나서, 뒤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들고 왔던 가죽 통에서 목간을 꺼내어 들었다.


- 건안 2년, 단계의 이름 없는 선비, 사마 아무개가 조상님의 영전에서 예를 갖추나이다…….


목간에 새겨놓은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들 손을 모은 채로 사마휘의 말을 듣고 있었다. 방통은 눈을 들어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도 많았지만 당최 어디가 그의 고향인지 알 수가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직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모여서 자신의 관례를 축하해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잘한, 일이었구나. 방통은 생각하였다. 고집스러웠지만, 그래도 잘한 일이었다고, 방통은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 사원(士元), 사원!


주위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방통은 고개를 들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 수경선생님께서 자(字)를 내리시지 않았습니까. 어서 받으셔야지요.


맹건이 목소리를 낮추고 소곤거렸다. 그의 오른손에는 벌써 한 꾸러미의 목간이 올라와 있었다. 목간의 첫머리에는 공위(公威)라고 적혀있었다. 이미 자(字)를 받은 모양이었다. 이제 공위라고 불러야 하나, 방통은 저도 모르게 바싹 마른 입술에 침을 한 번 묻혔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 선비 중에서도 으뜸이 되라는 의미일세. 받아주게.


사마휘가 목간 꾸러미를 내밀었다. 방통은 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목간을 받아들었다.


- 방 아무개가 스승님이 내려주신 자(字)를 받습니다.


방통은 조금 쑥스러워하면서 대답하였다.


- 자, 두 선비가 이제 자(字)를 받았으니 한 판 큰 잔치를 벌려보세!

노인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마을 사람들도 만세를 부르면서 나루터로 달려 나가려는 찰나.



- 사마백락께서는 발걸음을 멈추어 주시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갑옷을 갖추어 입은 사내 하나가 몇몇 사람을 이끌고 사당 쪽으로 다가왔다. 방통은 이내 선두에 선 사람이 마씨 형제의 맏이인 마원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 옆에서 보무당당하게 오고 있는 사람은 그의 넷째 동생 마량이었다. 마량은 방통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활짝 웃어보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명랑한 녀석이다.


- 사당에 갑옷을 입고 발을 들임은 예의가 아니오, 백상.


사마휘가 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황한 마원은 황급히 두 세 걸음 뒤로 물리어 선 다음 고개를 숙였다.


- 이 마 아무개가 큰 실례를 범하였습니다.


노인이 앞으로 나서면서 마원의 몸을 일으켰다.


- 도대체 어인 일로 이리 급히 온 겁니까.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는 게요.


- 실은…….


마원이 말을 이어나가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가 휘적휘적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입고 있는 것은 눈부시게 하얀 학창의(鶴氅衣)였다. 단계에 입당한 사람들만 입을 수 있는 귀한 옷이었다. 그리고 손에 든 것은 백우선이었다. 끝이 약간 일그러져있는 백우선을 보고 방통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백우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 있을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백우선을 든 사람은 마원의 옆에서 쓰러지듯이 엎드렸다.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한층 더해졌다. 틀림없는 예장태수의 조카였다. 진무당주의 수제자로 되어야 할 사람이 여기에 와 있는 것이었다.


- 아, 아니……. 공자가 여길 어떻게…….


사마휘는 말을 더듬었다. 사마휘의 반응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하얗고 깨끗한 얼굴에 눈매가 시원했다. 그러나 눈에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방통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였다.


- 소인, 사마 백락을 마주 뵈옵니다.


- 공, 공자! 여기서 이러면 어떡하오. 진무당주는 어찌하고 이런 것이오…….


- 소인 제갈 아무개,, 사마 백락을 뵈옵니다.


공자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제갈이라는 그의 성도 처음 들었던 터라 맹건도 놀란 표정이었다.


- 방 신객과 맹 신객이 지은 죄는 실은 이 몸과 귀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함이었던 바, 그 죄를 방맹 두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옵니다. 따라서 이 죄인은 방맹 두 사람의 죄를 함께 나누어 지고자하니, 사마 백락께서는 저에게도 자(字)를 내리시고 거두어 주옵소서.


공자의 말에 모인 사람 모두는 크게 놀랐다. 물론 가장 놀란 것은 사마휘였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 그대의 말은 무슨 뜻인지 알겠으나, 그런 큰일을 일개 백락인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진무당주와는 의논을 하고 이리 온 것인가?


- 진무당주는 저의 죄를 덮어주려고만 하니, 그것은 선비된 자세가 아니라 여겨지옵니다. 또한 사제의 연이란 한번 맺어지면 쉽게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니, 백락께서 마음만 잡수시면 진무당주는 부정한 일을 아니하게 될 것이오, 소인 역시 죄를 씻을 길이 열리는 것이니 백락께서는 세 번 생각하여 주십시오.


- 사원은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사마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방통을 불렀다. 방통 역시도 조금 당황하였으나 이내 이렇게 답하였다.


- 공자의 뜻은 갸륵하나, 그 죄는 이미 이 몸과 공위가 지기로 정해진 바가 있으니, 엄연히 이 방과 맹의 몫이외다. 그러니 받아들이시면 안 될 줄로 압니다.


그러자 공자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 사원은 말을 삼가게. 그렇다면 귀도에 고립된 나와 예장의 사람들이 대우(大雨)를 맞아야 했던 것 역시 나와 예장 사람들의 몫이었네. 자네는 그 몫을 함부로 나누어 가지고서는 이제 와서 자네의 몫은 자네 혼자만의 것이라고 발뺌할 셈인가. 맹 신객도 다르지는 않네.


그 말에 방통은 한 방 먹은 표정이 되었다. 공자는 한걸음 그에게 다가서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리고 말이야. 팔진고를 함께 연구하기로 했던 것은 사마 백락과 그의 제자들이 아니었나. 팔진고에 대한 것은 사마 백락도 익히 알고 있네.


방통이 고개를 들어보니, 목간이 들어있던 가죽 통이 여전히 묵직해보였다. 방통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다 짜고 두는 바둑이었던 건가, 방통은 겨우 웃음을 억누른 다음에 몸을 돌려 사마휘를 바라보았다.


- 스승님께 바라옵건대,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대인의 자세인 바, 이 부족한 방과 맹의 고난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제갈 형제의 뜻이 높고도 깊으니, 스승님께서는 그를 받아들이시어 그 아름다운 뜻을 꺾지 마셨으면 합니다.


사마휘는 그 말에 냉큼 나머지 목간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 건안 2년 가을에 단계의 선비 사마 아무개가 조상님의 영전에서 이르노니, 이곳에 선 제갈 아무개는 오래전 이름 높은 선비 제갈풍의 후예로서, 지금에 이르는 동안 마땅한 길이 어디인가를 찾아서 헤매어 다녔으나, 나이 열여섯에 이르도록 그 길을 찾지 못하던 것을, 이 어리석은 선비에게 다가와 허리를 낮추고 물으매, 아무리 게으르고 무지한 필부라고는 하나, 그 높은 뜻을 내칠 수가 없어, 내 그에게 친히 자를 내리고, 함께 길을 찾고자 하니, 조상께서는 굽어 살피소서.


사마휘는 목간을 잘 말아서 그에게 내밀었다.


- 자는 공명(孔明)이라 하였네. 그대의 이름과 함께, 세상을 더욱 밝히라는 의미일세. 부디 거두어주게.


공자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손을 내밀어서 목간 꾸러미를 받았다.




- 불초제자 제갈량, 스승님으로부터 자(字)를 받습니다.


작가의말

길고 지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기분입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질책과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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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3. 입당 (3) +1 12.01.14 476 10 6쪽
40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3. 입당 (2) +1 12.01.14 495 17 9쪽
39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3. 입당 (1) +1 12.01.14 511 9 8쪽
38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2. 연환진(連環陣) (2) +1 12.01.14 418 6 3쪽
37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2. 연환진(連環陣) +1 12.01.14 446 10 9쪽
36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1. 파진(破陣) (3) +1 12.01.14 453 9 13쪽
35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1. 파진(破陣) (2) +1 12.01.14 432 8 9쪽
34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1. 파진(破陣) +1 12.01.14 451 15 10쪽
33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0. 숲 속의 진영 (5) +2 12.01.14 472 7 8쪽
32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0. 숲 속의 진영 (4) +1 12.01.14 538 3 9쪽
31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0. 숲 속의 진영 (3) +1 12.01.14 534 7 12쪽
30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0. 숲 속의 진영 (2) +1 12.01.14 583 8 9쪽
29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10. 숲 속의 진영 (1) +1 12.01.14 534 16 9쪽
28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9. 진담누설 (2) +1 12.01.14 623 10 15쪽
27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9. 진담누설 (1) +1 12.01.14 413 17 8쪽
26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8. 설(蔎) (6) +1 12.01.14 499 18 8쪽
25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8. 설(蔎) (5) +1 12.01.14 571 10 10쪽
24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8. 설(蔎) (4) +1 12.01.14 556 11 10쪽
23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8. 설(蔎) (3) +2 12.01.14 579 17 11쪽
22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8. 설(蔎) (2) +1 12.01.14 723 20 11쪽
21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8. 설(蔎) +2 12.01.14 591 7 11쪽
20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7. 동요(動搖) (2) +1 12.01.14 468 11 7쪽
19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6. 장우(長右) (6) + 07. 동요(動搖) (1) +3 12.01.13 471 6 18쪽
18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6. 장우(長右) (5) +2 12.01.12 709 11 9쪽
17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6. 장우(長右) (4) 12.01.12 751 15 9쪽
16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6. 장우(長右) (3) +4 12.01.11 770 14 11쪽
15 일엽편주는 나는듯이 남으로 간다 - 06. 장우(長右) (2) 12.01.11 669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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