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별 님의 서재입니다.

황제를 죽이는 천재 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챠콜
작품등록일 :
2020.10.08 19:25
최근연재일 :
2020.10.27 2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02
추천수 :
7
글자수 :
109,268

작성
20.10.24 20:09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두 번째 스테이지 - 4

DUMMY

"그럼••••••."

레이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이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내주지."

메구레는 레이나를 말리고 싶었지만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마지못해 소리만이라도 낼 수 있다면. 처음부터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게 잘못이었다.


저들은 레이나의 데이터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가문의 희망을 철저히 짓밟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한낱 장난 아니, 놀잇감 이었던 것이다.


레이나는 메구레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양 손에 풍계를 생성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그녀는 풍계를 뒤틀어 거대한 날개 형상을 만들어 냈다.

"푸하하하하! 전력으로 덤비겠다는 거냐? 그렇다면 응해주지."

라도 기를 대량으로 발산했다. 장검의 푸른 오라는 이제 붉은 색으로 변질되었다. 그리고 레이나를 향해 치솟았다.


레이나는 그가 뛰어오름과 동시에 외쳤다.

"풍뢰, 흑익!"

그녀는 라를 향해 떨어졌다. 거대한 날개는 뾰족해진 채로 라를 목표물로 삼았다. 이에 대응하듯 그는 검을 두 손으로 쥔 채 떨어지는 레이나 쪽으로 뻗으며 말했다.

"절개, 사자참!"


라의 외침이 검 주변에 소용돌이가 치는 듯한 마력이 일궈냈다. 커다랗게 함성을 지르던 둘은 공중에서 충돌했다. 라는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채 모습을 보였지만 레이나는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추락했다.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녀가 떨어진 후 지그문트는 메구레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메구레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레이나에게 달려갔다. 레이나의 온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 였다. 메구레는 라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그는 장검을 집어넣고 두 손을 앞으로 뻗은 채 말했다.


"워워, 상처는 크지만 잘 치료한다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라고. 잠깐 정신을 잃은 것 뿐이니까."

"이 자식들이!"

메구레가 벌떡 일어나려는데 지그문트가 그의 앞길을 막았다.

"끝까지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가주님."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메구레를 내려다보았다. 잠깐의 눈싸움 후 시선을 레이나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기대 이하이군요. 재능이 특출나다고 해서 기대했건만••••••, 역시 몰락하고 있는 포트리스 가문의 딸이라 그런건가요?"


지그문트의 말에 메구레는 가슴에서 작은 파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분노에 휩싸여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그의 현실이었다. 메구레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뒤로 하고 지그문트는 등을 돌렸다.

"데이터는 잘 확보했습니다, 그럼 이만."

그들이 변형된 공간을 빠져나간 후 메구레는 레이나를 붙잡고 절규했다.


메구레는 그 사건 이후로 밖을 돌아다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가주 초청 모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의 가주가 모여 연회를 펼치는 모임. 메구레가 어느 곳에도 발 들이지 않는 이유는 포트리스 가의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치욕이었다. 파멸의 길을 걷게 된 이후부터 언제나 다른 가문의 인물들을 만나면 놀림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지그문트는 당시 있었던 사건으로 다른 가주들에게 모욕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그들은 실력도 없고 사악하기만한 집단이라거나 포악하고 흉포한 세상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면 안되는 놈들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포트리스 가문은 그들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들이 분노를 꾹 눌러참는 이유는 권력 때문이었다.


어딜 가더라도 포트리스 가는 인정받지 못한다. 위상이 바닥을 치고 있으니 누군가가 먼저 손 내밀어 주지도 않는 것이다. 전대 가주의 잔인한 만행이 전 세계에 퍼지게 되고 이제 그들은 절대적인 세계 13대 가문에서 이름을 지워야만 했다. 그 후로 3년이 지나고 메구레는 병과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암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수술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 해 메구레의 나이는 663세.


방주들은 그의 임종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헬레그루이트는 메구레가 눈을 감은 후 얼굴을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방주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18대 가주를 뽑는 임명식. 포트리스 가문 모든 이들의 찬성으로 헬레그루이트가 다음 가주 직을 맏게 되었다.


가주의 옥좌에서 관을 착용한 그는 드넓은 세계를 위해 다시 한 번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세는 달라지는 게 전혀 없었다. 그 후로 시간이 더욱 흘렀다.


-----


"그렇게 된 일이 있었지."

레이나는 거기까지 빠르게 말한 후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사실 그 사건 이후로 그 남자를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 이제 머릿속에서 기억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는데••••••, 하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즈웰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는 입을 열었다.

"레이나 씨가 그렇게 굉장한 가문의 사람이었을 줄은 미처 몰랐어요."


"딱히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그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고나 할까?"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레이나는 오른팔을 옮겨 왼쪽 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마 통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라 포르쉐인 이라는 남자는••••••, 저희를 다시 찾아오겠군요."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겠지, 그 녀석은 목표로 정한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거든."


이즈웰은 가슴의 울림을 느꼈다. 그 말은 즉슨, 언제라도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레이나 마저 이런 상태인데 다시 만난다면 결코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정부국 소속의 남자였던 건가요?"

"맞아, 정예 전투 요원 중 7급 요원이였어. 아마 성격이 너무 악랄하다는 이유로 소속에서 제외된 것 같아. 그 이후에는 부정현실세계 곳곳을 떠돌고 있었어."


"정부국이 뭐하는 곳이에요?"

이즈웰이 물었다. 라돈은 곁눈질을 하더니 볼을 손가락으로 긁적였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부정현실세계를 관리하는 대규모의 기관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관리한다고요?"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슬레이어들 중 꽤나 위험한 녀석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런 이들이 있다면 위험도를 측정하기도 해."


"그리고 세계에 위협이 되는 슬레이어들을 잡아들이는 역할을 맡고 있어."

레이나가 바통을 이어 받아 대답했다. 이즈웰은 눈알을 위아래로 굴리며 이해했다는 듯 표정을 변화시켰다.

"아무튼!"

레이나는 더 이상의 질문은 없다는 듯 말을 끊었다.

"지금 내가 이런 상태에서는 내 계획을 실행할 수가 없어. 우린 한 팀이니까 이즈웰 너도 모의 전투 훈련을 해봐야 하잖아?"


"네••••••, 그렇죠."

이즈웰이 납득했다. 그는 독학이든 다른 누군가에게 배우든 어떠한 식으로 전투에 관해 익숙해져야 했다. 레이나는 차근차근 자신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었다.

"너는 분명 좋은 원석이야, 이즈웰.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분명 뛰어난 슬레이어가 될 게 분명해."

"하지만 저 혼자 독학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잖아요."

레이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독학하라는 게 아니야. 내가 가르쳐 줄게."


"레이나 씨가 직접 말이에요?"

라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내가 직접 가르쳐줄게. 내일이면 이 뭣같은 상처도 다 없어질 것 같으니까. 쓸만한 배틀존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오늘 하루는 여기서 안정을 취하고 내일 아침 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좋아."

이즈웰은 멍한 얼굴을 그대로 유지했다.


-----


하루가 지나고 레이나의 상처는 말끔하게 회복됐다. 그녀는 다리의 붕대를 풀었다. 흉터가 조금 남아있었지만 이도 곧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하, 레이나 씨는 회복력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이즈웰이 감탄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보름 이상은 치료받아야 할 심각한 상처였다. 붕대를 푸는 손을 쉬지 않은 채 레이나가 말했다.

"아, 원래 귀족들은 그래. 우린 회복력, 신체능력, 지구력, 다방면에서 뛰어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위로 뻗어 스트레칭 했다. 라돈은 병상 의자에 다리를 꼰 채로 앉아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레이나와 이즈웰의 오고 가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라돈 씨."

이즈웰의 목소리에 라돈이 눈을 떴다.

"이제 일어나셔야 해요, 레이나 씨도 준비 다 하셨어요."

라돈이 알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일어났다. 셋은 병실을 나와 병원 밖으로 향했다.


화창한 날씨이지만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은 극히 적었다. 곳곳에 보이는 작은 상점가들 사이에 사람들과 수인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긴 정말 이 세계의 스테이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네요."

이즈웰이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부정현실세계의 두 번째 스테이지인 레지던스. 보기에는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지? 하지만 실세는 그렇지 않아."

"네?"


레이나의 대답에 이즈웰이 물었다.

"여기는 레지던스의 중심지인 소규모 도시, 하이드.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산 보이지?"

그녀의 말대로 우뚝 솟은 산들이 동, 서, 남, 북 할 것 없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도시 밖의 무언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 밖에는 뭐가 있나요?"

이즈웰이 가장 높이 뻗은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저 밖 말이지? 별 거 없어. 첫 번째 스테이지와 마찬가지로 광활한 필드가 있지."

레이나가 말한 필드는 첫 번째 스테이지와 동일하게 이루어진 평야나 산맥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도시 밖에 있는 존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이 스테이지를 빠져나가는 방법은 저번과 동일해. 이 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차원문을 찾는거야."

"아,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 문만 찾으면 나갈 수 있는 거죠?"

이즈웰의 활기찬 대답에 레이나가 미심쩍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쉬울리가 있겠어? 당연히 함정이 있지."

"함정이라고요?"

이즈웰의 물음에 레이나는 마음껏 지식의 나래를 펼쳤다.

"차원문을 찾으면 된다는 조건은 동일하지만, 이틀에 한 번씩 문의 위치가 바뀌어."


"네?"

보물 찾기 같은 개념인걸까, 라고 이즈웰은 생각했다. 만약 이틀 안에 문을 찾지 못하면 다른 위치로 바뀐다. 주기가 그렇게 긴 것도 아니었다. 이 넓은 스테이지에서 이틀 안에 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군요."

잠자코 있던 라돈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문이 한 곳에 정착되어 있다면 아무래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쉽겠죠. 먼저 발견한 누군가가 다른 슬레이어에게 알리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그는 잠시 말을 쉬었다.

"문이 어느 곳으로 이동할지 모르는 이 스테이지에서는 누가 먼저 찾는다는 개념은 소용이 없어요, 주기가 넘어가면 문은 다시 다른 위치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래서 초보자들은 웬만해선 이 스테이지를 넘기 힘들어해. 문은 이 도시가 아닌 저 바깥에서만 생성돼. 전 스테이지와 마찬가지로 싸움 깨나 할 줄 아는 놈들이 몇 있어."

그리고 레이나는 걸음을 옮겼다. 이즈웰과 라돈은 반사적으로 그녀가 가는 길을 따랐다.


레이나는 상점가를 지나 높은 건물이 대거 모여있는 지점에 다다랐다. 큰 신전 모양의 건축물과 고층 빌딩들이 잔뜩 있었다. 레이나는 그 중에서도 제일 높은 건물 앞에서 멈췄다.


입구에는 배틀존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자, 다왔어."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라돈이 말했다.

"잠깐만요 레이나 씨, 여기가 설마?"

흐음, 이라는 소리를 내며 그녀는 왼손으로 간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틀존, 쉽게 말해서 수련관이야. 여러 대적자들이 이용하는 곳이지. 이 건물의 10층부터 80층까지 각 층마다 필드가 있어. 이름표만 만든다면 누구라도 이용 가능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만.'

마음이 착잡한 이즈웰이었다.




신입 작가 연별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황제를 죽이는 천재 슬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두 번째 스테이지 - 5 20.10.27 14 0 14쪽
18 두 번째 스테이지 - 6 +1 20.10.27 14 0 12쪽
» 두 번째 스테이지 - 4 20.10.24 19 0 12쪽
16 두 번째 스테이지 - 3 20.10.23 23 0 13쪽
15 두 번째 스테이지 - 2 20.10.22 25 0 12쪽
14 두 번째 스테이지 - 1 20.10.21 27 0 14쪽
13 첫 번째 시련 - 2 20.10.20 28 0 12쪽
12 첫 번째 시련 - 1 20.10.19 34 0 13쪽
11 부정현실세계 - 4 20.10.18 37 0 13쪽
10 부정형실세계 - 3 20.10.17 43 0 13쪽
9 부정현실세계 - 2 20.10.16 43 0 14쪽
8 부정현실세계 20.10.15 45 0 13쪽
7 멸문 - 6 20.10.14 46 0 13쪽
6 멸문 - 5 20.10.13 50 0 13쪽
5 멸문 - 4 20.10.12 55 1 13쪽
4 EP.03 멸문 - 3 20.10.11 65 1 13쪽
3 EP.02 멸문 - 2 20.10.10 60 1 12쪽
2 EP.01 멸문 - 1 +1 20.10.09 72 2 12쪽
1 EP.00 프롤로그 +2 20.10.08 103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