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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별 님의 서재입니다.

황제를 죽이는 천재 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챠콜
작품등록일 :
2020.10.08 19:25
최근연재일 :
2020.10.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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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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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9,268

작성
20.10.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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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부정현실세계 - 4

DUMMY

한동안의 침묵이 지속됐다. 고작 일 이 여분의 시간이었지만 체감상으로는 거의 한 두 시간이 넘은 것 같았다. 레이나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뭐야, 입이 뚫려있다면 말이라도 해보라고. 무슨 대단한 사실을 가지고 있길래 나와 동맹을 맺으려고 하는 거냐고?"

라돈은 포기한 듯 어깨가 축 늘어졌다. 분명 생각지도 않고 내뱉은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너무 성급했어.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내질렀어야 했는데. 이제 어떡해야 하지?'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레이나였다.

"하, 좋아. 일단 너에게 질문을 할게."

그녀는 검지를 들어 라돈을 가리켰다.

"저 말씀이신가요?"

"그래 너 말이야. 이 곳에 대한 전문지식은 빠삭한 것 같은데. 이 녀석 말대로 한 번 그 실력을 봐야겠어."


"사실 전문지식이라는 거창한 말을 하실 필요도 없어요. 그저 기본적인 지식뿐이죠. 보시면 아시다시피 제가 그렇게 머리 좋아 보이게 생기지는 않았잖아요."

덤덤한 말투였다. 왠지 겸손을 떠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팔짱을 다시 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판단해. 그냥 너는 나의 질문에 명백한 대답만 내면 되는 거야."

라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정말 자신이 있는 것인지 긴장한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레이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결정했다는 듯 검지를 들었다.


"정소의 뜻과 실제로 사용했을 경우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라돈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정소는 기의 운용 외에 인간의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본래 자연적으로 체내에서 생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의적으로 생성가능한 물질이기도 하죠. 정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고대인인 코하루가 만들어냈으며 그 존재 자체가 창조의 힘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몸에 강제적인 주입을 함으로서 전투에서 효과가 나타나지만 한번에 대량으로 받아들일 경우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레이나는 괜찮은 답변이었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 후에도 그녀는 대 여섯번의 질문을 내던졌다. 대게 그중에서 고난이도의 문제도 있었는지 레이나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음, 대단한데? 아무리 여러 문서를 공부했다고는 해도 이 정도라면 입문 스테이지에서 거의 최고의 지식인이라 칭할 수 있겠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대단한 수준이야."

"칭찬을 받은 적은 처음이네요. 제가 워낙 신비주의라 다른 사람과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한 적은 처음이에요."


"원래 그래, 너처럼 학문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소심한 면이 있거든."

라돈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를 싫어하고 남을 잘 해치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 세계에서 보조 역할을 하곤 하지. 너는 그런 포지션을 선호하는구나?"

"뭐, 절반 쯤은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너는 그렇다 치고••••••."

레이나는 시선을 이즈웰에게로 옮겼다.


"이번에는 이 꼬마를 한 번 테스트 해 봐야겠네?"

이즈웰은 검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유지하는 그를 보며 레이나가 머리를 긁적였다.

"하, 그런데••••••,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떤 테스트를 내줘야 하는 거야? 딱보니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나이에다가••••••."

레이나는 이즈웰의 볼에 손을 얹었다.

"딱히 대단한 기의 소유자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시험이라면 하나 있지 않습니까?"


라돈의 말에 레이나가 응, 이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무슨 시험?"

"뭐 예를 들면 구를 생성해 보라든가 그런 것들이요. 원래 열 셋이라는 나이라면 구의 생성은 기본적으로 배우게 되어 있잖아요."

레이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혀 기본적이지 않아. 구의 생성을 배우는 건 이론적으로 체내에 있는 기를 어느정도 제어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아이에게는 그런 것조차 느껴지지 않는다고. 게다가 열 셋의 나이 때에 배우는 것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수련이야. 구의 생성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란 말이지."


'하아, 그랬구나.'

이즈웰은 클루버 교관의 평정심 수련을 떠올렸다. 클루버는 기의 운용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평화를 우선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 봐주세요, 아마 깜짝 놀랄 테니까요."

"흐음, 무슨 속셈이라도 있나?"

레이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즈웰은 이미 준비를 마친 듯했다. 약간의 긴장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좋아, 어디 한 번 해봐."

레이나는 못 이기는 척 팔짱을 낀 상태로 이즈웰을 주시했다.


"후우, 시작하겠습니다."

이즈웰은 라돈에게 선보인 구의 생성을 그녀에게 똑같이 보여주었다. 시전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그래도 처음 시도했을 때와는 달리 어느정도 단축된 것이 느껴졌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붉은 구가 생성되었다.

"헤에?"

레이나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이즈웰이 내민 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라가 감싸고 있는 그 구는 어설프지만 어린 나이에 생성시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듬어져 있었다.


"특기 계열이 화계네."

레이나가 중얼거렸다. 이즈웰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특기 계열이라고요?"

이즈웰이 묻자 레이나는 구를 받아들어 바닥에 내동댕이 쳐 버렸다. 작게 터져버린 구에 불꽃이 일어나 점점 퍼져가기 시작했다. 레이나는 불꽃을 발로 꺼버렸다.

"보통 마법사들은 처음 시도에 생성된 구의 색으로 자신의 특기 계열을 가늠해. 계열은 총 네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너는 화계 타입을 생성했어."


"불의 마법 말씀이신거죠?"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입시수련실에서 만들어낸 것 또한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맞아, 다른 계열과 달리 특기 마법을 시전할 경우에는 더욱 강한 위력을 내게 되어 있어. 게다가 화계라면 네 포지션은 정해져 있다고 봐야겠지."

"화계 마법을 시전하는 마법사라면 대부분이 광역기를 사용하잖아요. 그렇다면 원거리 광역형인 폴리플렛?"


"아직 정확하게는 말할 수 없겠지만 거의 그렇다고 보면 된다는 거야. 신체가 어느정도 단련된 인간이라면 검술을 배워 원타깃형 포지션을 습득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라면 어쩔 수 없지."

이즈웰은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인지 혼자 다른 세계에 붕 떠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나저나••••••, 너 기의 운용을 배운지는 얼마나 됐어?"


레이나가 질문했다. 그녀는 라돈과 똑같은 것을 묻고 있었다.

"저기, 아까 라돈 씨도 똑같은 질문을 했어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어서 물어보시는 거죠?"

레이나가 라돈을 쳐다보며 한 쪽 눈썹을 치켜 떴다. 그리고는 다시 이즈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이상해서. 원래 너처럼 구를 생성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숙련된 마법사에게서 수련을 받았다는 뜻이거든. 그 말은 즉슨 체내에 잠재력을 지닌 마력이 조금 쌓여있다는 거야. 그런데 네 몸에서는 기본적인 마력 외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치 평범한 인간 같이."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나요?"

"아니, 딱히 그런건 아닌데••••••, 마음에 걸려서 말이지. 네가 생성시킨 특기 계열도 화계라는 게 조금••••••."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같지만 레이나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게 무엇인지 이즈웰도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막상 질문한다 해도 대답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아까 질문 했던 건에 대해서 아직 답을 듣지 못했는데."

레이나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풀었다.


"아, 그렇죠. 사실 저는 이곳으로 오기 전 개인 교관님에게 한 시간 정도 교육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혼자 개인 연습을 몇 번 반복하다보니 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단 하루만에 성공한거야?"

레이나는 농담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루라고 봐도 무방하죠. 하지만 처음에는 기를 운반하는 과정조차 힘들었어요. 평정심 상태에서 체내의 마력을 옮기는 건 무의식의 상태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시간을 줄여서 1, 2분의 시간이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요."


레이나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분이 나빴다기 보다는 터무니없는 말에 대한 어이없음의 뜻이었을 것이다.

"이봐,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지?"

그녀는 이즈웰의 양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 제가 뭣 때문에 거짓말을 하겠어요?"

레이나의 머리에 벼락이 치는 듯했다. 여태 이런 녀석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한 경지.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채 부정현실세계에 건너온 소년이 구의 생성까지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단 하루만에 체내의 기를 운반하는 과정을 이해했다니.


레이나는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가라앉혔다.

"후우, 다시 정정할 기회를 줄게. 도대체 어디서, 얼마나, 누구에게 배웠는지 차근차근 말해봐."

하지만 이즈웰은 당황한 표정으로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정말 조금의 거짓말도 없어요. 아까 말했던 것이 전부라니까요."

이즈웰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레이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믿을 수 없었지만 눈빛으로 보아 거짓을 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너는 알고 있었어?"

레이나가 라돈에게 시선을 던졌다.

"네, 알고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불과 몇 십분 전에 알았던 사실이지만요."

레이나는 머리에 손을 얹었다.

"맙소사, 그런데도 그런 태평한 표정이라니."

"저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는데 몸 속의 기를 느끼고 알아봤죠."


라돈은 이즈웰의 시선을 응시한 채로 말을 이었다.

"이즈웰 씨, 아까 이야기할 때 제가 대단한 사람일 것 같다는 말을 했었죠?"

"네, 그랬었죠."

"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불과 하루만에 기의 운용을 습득했다는 당신의 천재적인 재능. 아직 인지하지 못하신 것 같지만 그건 하늘이 내린 선물이나 마찬가지예요."

"이봐, 너 혹시 꽤나 유명한 가문의 자식이거나 그런거야?"

레이나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즈웰은 자신이 이그리시우스 가문 소속의 귀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악의 없는 거짓을 말했어야 했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이름 있는 부잣집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평범함에 훨씬 가까운 쪽이라는 게 맞겠죠."

"정말 이해가 가질 않네. 그럼 대체 뭐란 말이야?"

레이나는 고뇌를 거듭했다. 그 때, 라돈이 이즈웰에게 다가갔다.

"자,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희와 동맹을 맺으시겠어요?"

레이나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다른 동맹을 구한다면 전투에 있어서는 어떠한 녀석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 역시 이 스테이지에서는 최상급 강자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레이나의 고민을 가장 키워둔 사람이 바로 이즈웰 이었다.

'저 아이는 독이 든 성배야. 좋은 원석이 될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나 자신을 죽일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어.'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동맹을 맺게 된다면 전투에 임할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라돈은 기껏해야 잘생긴 외모를 겸비한 지식인이었고, 이즈웰은 천재라고는 하나 고작 열세 살의 어린 아이였다. 스테이지를 올라갈수록 더욱 강한 자들이 나타나는데 이들을 데리고 얼마나 그 시련들을 통과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 고민은 잠깐의 시간동안 완벽히 해결할 수 있었다.

'잠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그녀는 눈을 부릅 뜬 다음 라돈에게 손을 건넸다. 라돈은 잠깐 동안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몇초 후, 레이나가 입을 열었다.

"뭐해? 손 잡지 않고?"

라돈은 벙찐 표정을 뒤로 하고 물음을 던졌다.

"저희와 함께 하실 건가요?"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어서 손을 잡아. 내 마음이 다시 돌아서기 전에."

사실 마음을 돌이킬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더 좋은 수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라돈은 미소를 지으며 레이나의 손을 잡았다.

"지금 이 시간부로 저희는 한 팀입니다. 동료간에 배신은 절대 없다는 것을 명심해 주세요."

"그럼 물론이지."


"아까 제 이름을 들으셨으니 이제 이 분을 소개해 드릴게요. 옆에 계신 이 소년 분의 이름은 이즈웰입니다."

"나는 레이나, 레이나 L. 포트리스야."

레이나가 힘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헤에, 이거 완전체 팀을 만들었네. 재밌어지겠는걸?'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그녀였다.




신입 작가 연별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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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두 번째 스테이지 - 1 20.10.21 27 0 14쪽
13 첫 번째 시련 - 2 20.10.20 28 0 12쪽
12 첫 번째 시련 - 1 20.10.19 34 0 13쪽
» 부정현실세계 - 4 20.10.18 37 0 13쪽
10 부정형실세계 - 3 20.10.17 43 0 13쪽
9 부정현실세계 - 2 20.10.16 43 0 14쪽
8 부정현실세계 20.10.15 45 0 13쪽
7 멸문 - 6 20.10.14 46 0 13쪽
6 멸문 - 5 20.10.13 50 0 13쪽
5 멸문 - 4 20.10.12 55 1 13쪽
4 EP.03 멸문 - 3 20.10.11 65 1 13쪽
3 EP.02 멸문 - 2 20.10.10 60 1 12쪽
2 EP.01 멸문 - 1 +1 20.10.09 72 2 12쪽
1 EP.00 프롤로그 +2 20.10.08 10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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