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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별 님의 서재입니다.

황제를 죽이는 천재 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챠콜
작품등록일 :
2020.10.08 19:25
최근연재일 :
2020.10.27 2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00
추천수 :
7
글자수 :
109,268

작성
20.10.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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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EP.03 멸문 - 3

DUMMY

"숲에 데려가야겠어요."

멜리쟈의 말에 클루버가 눈을 치켜 떴다.

"안됩니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고 해도 단 둘이서 숲에 들어가다니요!"

클루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멜리쟈는 허공에 초점을 맞춘 채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저주받은 숲. 이그리시우스 가문 성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장소였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하물며 성인이 지난 마법사조차 들어가게 되면 목숨을 장담치 못하는 숲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었다.


일단 빽빽한 나무가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뚜렷한 길조차 나있지 않은 곳이다. 게다가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마의 안개라 불리는 물질때문에 환영같은 것을 보기 십상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숲 여기저기에 진을 치고 있는 괴수들은 더할 나위없이 흉측한 이빨을 내보이고 있으며, 대게 괴수들 중에서는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존재들도 허다했다. 하긴, 본래 그런 것들을 통틀어 괴수라 칭하는 것이지만.

"자살 행위입니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나을 거예요."


"다른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요? 이 전쟁이 끝나 우리 모두 천국에서 보는 것이 당신의 방법인가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 멜리쟈가 당황한 얼굴을 보였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

"아닙니다."

멜리쟈의 정신이 어떻게 된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마 멜리쟈는 누구에게서라도 메르시스의 죽음에 대해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녀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정답을 쉽게 내놓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남편을 잃은 직후 하나뿐인 아들인 이즈웰까지 저들 손에 죽임을 당한다면 어떻겠는가. 정상적인 사고회로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은 클루버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고민끝에 그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순간 멜리쟈가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입장이라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갑작스러운 대답에 멜리쟈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돼요, 당신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요."

"저는 이즈웰 도련님의 개인 교관입니다, 가문의 생사도 중요하지만 메르시스님의 핏줄이 끊기는 것보다 더 최악이 있을까요?"

"하지만••••••."


멜리쟈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결의에 찬 눈빛이었다. 솔직히 그녀로서도 저주받은 숲에 들어가 살아돌아올 수 있을지는 만무했다. 그저 신의 뜻을 따르자는 의미에서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이었다.


적어도 마법이 난사되는 이런 곳보다는 저주받은 숲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보다 더 괜찮은 방법을 고뇌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괜찮습니다, 혹시라도 도련님이 위험에 처한다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그, 그런••••••."

멜리쟈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고마워요."

"어머니, 울지 마세요."

이즈웰은 영문도 모른 채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멜리쟈는 눈물을 집어삼키고 이즈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 역시 결의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즈웰, 잘 들어. 지금부터 엄마랑 같이 숲에 들어갈거야."

순간 이즈웰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어릴 적부터 자주 들었던 경고 중 하나가 바로 숲에는 절대 발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담당 집사인 크렉은 숲에 위험한 존재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 숲에는 발을 들이지 말라고 크렉 집사님이•••."


멜리쟈는 검지를 들어 이즈웰의 입에 가져다 댔다.

"쉿, 괜찮아. 엄마의 말을 들어다오."

이즈웰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클루버 교관님도 우리와 같이 갈거야, 저 분이 얼마나 강한지 너도 알고 있지? 일단 숲에 들어가게 되면 절대로 엄마 옆에서 떨어지면 안 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멜리쟈는 이즈웰을 끌어안았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없어야만 해."

그녀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


"페주넥••••••."

로드리에가 공중에 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백 미터 쯤 상공에서 붉은 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이그리시우스 가문의 성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를 중심으로 두 명의 마법사가 더 있었는데 한 눈에 봐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거, 이거. 안 되겠는데? 기껏 2군단 전력의 절반을 데리고 왔는데 재미조차 못 보겠군."


2군단장인 페주넥이 말했다. 그는 등 뒤에 자신의 부대를 로드리에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고통없이 저세상으로 보내줄 마음은 있다만••••••."

그는 로드리에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자존심 강한 네가 그럴 것 같지도 않군."

페주넥의 말을 듣고 로드리에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군단을 향해 거칠게 휘둘렀다.


푸른 빛을 띈 참격이 곧장 페주넥에게 달려들었다.

"흐음."

격돌하려는 찰나, 페주넥이 한 손을 들어 방어벽을 만들어냈다. 간단히 튕겨진 로드리에의 참격은 허공에서 소멸했다.


"뭐냐, 이 공격은••••••. 설마 이런걸로 상처라도 입힐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로드리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 잘난 입을 좀 다물게 해주려고 날렸는데?"

"치잇,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군."


페주넥은 목청을 높여 말했다.

"오늘은 이그리시우스 가문이 심판을 맞이하는 날이다, 모두 충분히 즐기도록!"

그의 말에 정예 부대가 환호성을 지르며 곧장 다가왔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로드리에는 검에 기를 응축시켰다. 그녀는 마법 실력 뿐 아니라 검술마저 최상급에 속하는 하이브리드 여제였다. 가지고 있는 데미안이라는 명칭의 검은 세계에 서른 자루만이 존재하는 명검 중 하나였다.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로드리에의 외침에 일곱 명의 장로가 일제히 마법을 난사했다. 숨막히는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로드리에는 우선 정예 간부들을 상대하려고 했다. 지금 2군단에서 가장 큰 전력은 페주넥과 그의 직속 부하인 두 명의 정예 간부였다. 그들 중 한 명은 두 명의 장로와 맞붙고 있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일반 전투 요원들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로드리에는 먼저 전투 요원과 대치중인 간부에게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기합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려가는 그녀를 페주넥이 막아섰다. 그는 로드리에의 검술을 손으로 맞받아 쳐냈다.

"어딜 그리 급히 가는거냐, 네 상대는 나다."

로드리에는 치잇, 소리를 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


밖에서는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멜리쟈는 이즈웰의 손을 잡은 채로 숲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클루버는 그런 그녀는 선두로 달리게 하고 뒤를 보좌했다. 혹시 적에게 들킬까를 노심초사하며 그들은 성을 크게 돌아 오른쪽으로 빠져나왔다. 숲까지는 1킬로미터를 달려야 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유난히 멀어 보였다. 마치 다가가고 있지만 가까워지지 않는 기분.


"빨리요, 적들에게 들키면 골치 아파집니다!"

클루버가 스무 보 이상 떨어져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거친 폭음과 인간의 비명소리가 일행의 귀에 꽂혔다. 하지만 이즈웰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멜리쟈가 그의 귀에 소음 차단 마법을 걸어놨기 때문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인 이즈웰에게 그런 끔찍한 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었다. 그들은 어쩌다 이런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일까.


숲에 가까워지자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알아차린 이들은 없는 것 같았다. 멜리쟈는 온 몸이 땀 범벅이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체력이었지만 전신에 힘을 다했다.

"거의 다 왔어요."

그 때 이즈웰이 바닥에 엎어졌다. 힘이 빠져 바닥에 쓰러져버린 그를 멜리쟈가 일으켜주었다.

"이즈웰, 괜찮아?"


"네, 전 괜찮아요."

무표정한 얼굴의 이즈웰을 보며 그녀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자 엄마 손 다시 잡아."

이즈웰은 응, 이라는 목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어서 들어가요, 빨리."

클루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는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다섯 명의 마법사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젠장, 서둘러요!"

클루버는 저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 멜리쟈 역시 다가오는 자들을 보게 되었다. 부녀는 재빨리 숲으로 들어갔다. 클루버도 잇달아 저주받은 숲에 발을 들였다.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몸이 떨렸다. 저 멀리서 멜리쟈의 외침이 들려왔다.

"클루버 씨, 이쪽이에요!"


"목소리 내지 말아요!"

그녀는 급하게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주변에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더욱 조심성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클루버는 부녀에게 다가가 몸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 문제가 있거나 아픈데는 없나요?"

멜리쟈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괜찮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씩씩한 이즈웰이었다.


클루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앞장서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에라도 적과 마주하게 된다면 시선을 끌테니 저를 버리고 도망치세요."

"하, 하지만••••••."

어쩔 줄 몰라하는 멜리쟈의 말을 가로막으며 클루버가 그녀를 다독였다.

"저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보다는 이즈웰 도련님의 목숨이 더 소중하지요. 멜리쟈 님은 하나뿐인 아들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멜리쟈도 곧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클루버가 먼저 달려나가며 말했다.

"자,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빨리 움직여요."


멜리쟈가 이즈웰의 손을 잡고 뛰려는 순간 이즈웰이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멜리쟈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즈웰, 왜 그래?"

"어머니, 저 때문에 더 힘드시잖아요. 나, 혼자 뛸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어머니 옆에 꼭 붙어 있을 테니까."


단호하게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즈웰이 고집을 꺾을 리 없었다.

"절대로, 절대로 엄마 옆에서 벗어나면 안돼."

"알겠어요."

멜리쟈는 이즈웰의 속도에 맞추며 천천히 뛰었다. 클루버의 뒷모습이 보이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다.


그 때 등 뒤에서 거센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멜리쟈가 고개를 돌리자 성의 중심탑이 파괴되고 있는 광경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돌아가 전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즈웰이었다.

'이즈웰만은••••••, 절대로 안돼••••••.'

멜리쟈는 속으로 그런 말들을 되새겼다.


한 시간 쯤 달리고 휴식을 취하기를 반복했다. 어느새 꽤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이제 돌아가는 길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숲은 그들이 동쪽에서 왔는지 북쪽에서 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을 정도의 구조였다. 멜리쟈는 잠깐 동안 미아의 기분을 느꼈다. 약간이지만 폐쇄 공포증까지 함께. 저주받은 숲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곳이었다.


달리고 있는 동안에도 짐승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으며 몇몇의 괴수들은 일행을 향해 달려들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클루버가 번번히 수고를 덜어 주었다.

"이제 중심부에 거의 도착한 것 같아요, 이쯤이면 아마 녀석들도 쉽게 찾아내지는 못할 겁니다."

클루버는 멜리쟈를 안심시켰다.

"다가오는 괴수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쫓아내 버릴 테니."


"클루버 씨••••••."

멜리쟈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느낌.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뿐만 아니라 이즈웰과 클루버도 알아차린 듯했다.

순간 섬뜩한 생각이 멜리쟈의 뇌리를 스쳤다.

'이•••이건•••?'

"어, 어머니•••!"

이즈웰의 외침이 들려왔다. 멜리쟈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클루버의 목소리도 귀에 울려퍼졌다.


"이•••이즈웰•••!"

"멜리쟈 님!"

이윽고 클루버와 이즈웰의 형체가 사라져버렸다. 눈앞이 흰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의 안개. 드디어 숲이 그들에게 진정한 공포를 느끼게 해 주려는 것 같았다.




신입 작가 연별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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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두 번째 스테이지 - 1 20.10.21 27 0 14쪽
13 첫 번째 시련 - 2 20.10.20 28 0 12쪽
12 첫 번째 시련 - 1 20.10.19 34 0 13쪽
11 부정현실세계 - 4 20.10.18 36 0 13쪽
10 부정형실세계 - 3 20.10.17 43 0 13쪽
9 부정현실세계 - 2 20.10.16 43 0 14쪽
8 부정현실세계 20.10.15 45 0 13쪽
7 멸문 - 6 20.10.14 46 0 13쪽
6 멸문 - 5 20.10.13 50 0 13쪽
5 멸문 - 4 20.10.12 55 1 13쪽
» EP.03 멸문 - 3 20.10.11 65 1 13쪽
3 EP.02 멸문 - 2 20.10.10 60 1 12쪽
2 EP.01 멸문 - 1 +1 20.10.09 72 2 12쪽
1 EP.00 프롤로그 +2 20.10.08 10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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