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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별 님의 서재입니다.

황제를 죽이는 천재 슬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챠콜
작품등록일 :
2020.10.08 19:25
최근연재일 :
2020.10.27 2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04
추천수 :
7
글자수 :
109,268

작성
20.10.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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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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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00 프롤로그

DUMMY

"허억•••허억•••."

메르시스가 검을 바닥에 꽂은 채로 가쁜 숨을 들이마셨다. 이미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푸른 로브를 두르고 허리쯤 채워진 명검은 세상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메르시스의 정수리를 빤히 응시했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찾아오는 것이냐?"


남자의 양 손에 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이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내겠다는 생각. 그는 이 싸움이 지긋지긋한 듯 이를 갈고 있었다.


"이게 우리의 숙명이니까."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몸에 마력을 응집시켰다. 한순간에 모여든 마나로 인해 대지가 울렁거렸다.


헬븐. 천상계와 동시에 지옥으로 일컬어지는 곳으로 수천만의 고대족과 수십여의 악마 단장이 진을 치고 있는 장소이다. 그중에서도 렉시아 제단은 헬븐에서 가장 어두운 장소이며 선택받은 대적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세계의 황제이자 이계에서 건너온 존재인 마한 덱 리우가 헬븐의 총 관리자였다. 그 옛 전설로만 내려오는 고대의 여섯 신 중 죽음을 상징하는 타나토스를 섬기는 초월자이자 최강의 존재. 그가 바로 이 세계를 위협하는 흑막이였던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네놈이 나를 찾아올 수 없도록 전생의 기억까지 모두 없애 버릴 것이다."

마한은 세계의 황제라는 칭호와 다르게 교활하며 본인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은 가차없이 제거하려 든다.


하긴, 필요없다고 판단될 경우 혈육마저 죽이는 인간이니 인정을 바라는 것이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게다가 메르시스는 지금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암살자였다. 마한이 그런 이를 곱게 살려 보낼 리가 만무했다.

"진짜•••허무하네•••."

"이길 수 없는 적이 있다는 것 또한 새로운 배움이지."

그의 대답에 메르시스가 나지막하게 욕설을 퍼부었다.

"아가리 닥치시지, 이 변태 황제."


메르시스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선보였다. 지금 메르시스 에게는 분노한 마한의 공격을 막을 힘 따윈 없었다. 최후의 일격. 점점 응집된 마력이 대지에서 솟아나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마한의 전신을 감쌌다.

"네가 죽고 나면 이그리시우스 가문도 멸문에 이를 것이다."

"거 참 시끄럽네•••."


메르시스는 붉게 물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 정도의 힘을 체내에 축적하면서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처음부터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제 그만 떠들고 죽여."

마한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 죽어가는 가문의 혈육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건가?"


'가문의 어느 누구든•••언젠가 끝까지 살아남아 너를 죽이고 말 테니까.'

그의 체내에서 검은 마나가 거대한 구의 형태로 뭉쳐지더니 일대에 폭발했다.

"만천(漫天)!"

폭발된 마나가 렉시아 제단 뿐 아니라 헬븐 전역에 퍼졌다.


그야말로 초토화.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초월자라 그런지 그 힘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 미안하다 이즈웰•••멜리쟈.'

메르시스는 주저앉은 채로 마한의 공격을 받아들였다.


-----


세우론력 현기 770년. 이그리시우스 가문의 대저택, 하데스의 팔레트. 고급스러워 보이는 저택의 외관이 햇빛에 비춰 눈을 감기게 했다. 이즈웰은 저택의 정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다른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올해로 열세 살이 된 그는 평소보다 더욱 밝은 표정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어머, 이즈웰.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나."

"하핫, 네 어머니."

그는 멜리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즈웰에게 다가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 첫 수업이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네, 오늘은 이따만한 구를 만들거예요!"

멜리쟈는 양팔을 펼치며 기뻐하는 이즈웰을 안아주었다.


"기특하기도 해라, 아빠가 돌아오시기 전에 많이 배워놔야 해."

이즈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진한 얼굴에 붉은 홍조가 드러나 있었다. 어린 나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더 성숙한 이즈웰이었다. 얌전하고 차분한 것은 그의 아빠를 닮은 것이 분명했다.


"네가 어련히 잘 할거라 믿는다."

"네!"

똘망똘망한 눈. 오늘은 이즈웰이 첫 기(氣)의 운용 수업을 듣는 날이다. 이그리시우스 가문은 빠르면 열두 살, 늦으면 열 다섯 이라는 나이에 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그리시우스 가는 전형적인 마법사 가문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체내에 기를 들이지 않으면 나중 가서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검사들의 빠른 검술을 막아내고 반격하려면 마법 시전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것을 위해 그들이 가장 기초적으로 기의 운용이라는 것을 익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초라 할지라도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뼈대를 쌓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재질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 일지라도 하루 아침에 마법을 운용할 수는 없는 법.


개인 수련교관들의 지도 하에 꾸준히 연습을 진행하고 실전을 겪어봐야 비로소 마법이라는 진정한 힘을 깨달을 수 있다. 도중에 실패하거나 좌절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즈웰도 그런 수련을 피해갈 수는 없을 터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에 멜리쟈가 몸을 틀었다.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꽉 끼는 옷. 근육으로 치장한 몸매가 특히 돋보인다. 마법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할 남자가 등장했다.


"오늘부터 이즈웰 군의 개인 수련교관으로 임명받게 된 클루버 이그리시우스 입니다."

클루버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내였다. 선한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가서 도적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상. 이즈웰은 그런 클루버의 모습을 보고 멜리쟈의 드레스를 눌러잡았다.

"어, 어머니••••••. 이 분이 제 개인 교관님?"


이즈웰의 얼굴에 약간 그늘이 져 있었다. 처음보는 낯선 사람. 미소를 짓고 있지만 거칠게 생긴 클루버의 얼굴에 겁을 먹은 것이다. 멜리쟈는 이즈웰의 손을 잡은 뒤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겁먹지 않아도 돼, 저 분은 우리 이즈웰에게 마법을 가르쳐 줄 고마우신 분이야."


울상을 짓고 있는 이즈웰의 얼굴이 점점 펴졌다.

"이 아저씨가 마법을 가르쳐주는 거구나?"

멜리쟈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보였다. 이즈웰은 종종 걸음으로 클루버에게 다가갔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즈웰 브라운 계열 눈동자가 햇빛에 비춰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이즈웰 도련님."

클루버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즈웰은 그 커다란 손을 덥석 잡았다.

"입시수련실로 가시는 건가요?"

멜리쟈가 말했다.

"네, 지하 3층에 있는 H관에서 진행할 겁니다. 그 쪽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H관이라면 확실히 그렇겠네요, 다른 중•고급 수준의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할 테니까요."

"어차피 각자 개인 교관들이 붙어있기 때문에 마찰이나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멜리쟈는 고개를 숙였다. 클루버는 눈인사를 청한 뒤 이즈웰의 손을 잡고 저택 왼쪽으로 돌아갔다.


멜리쟈는 그런 이즈웰의 뒷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열심히 배워서 너희 아버지처럼 강해져야 한다, 이즈웰."

그녀는 허공을 들여다보며 공허한 목소리를 내보냈다.


"아가씨!"

정원을 박차고 달려오는 한 중년 여인이 멜리쟈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듯 급해 보였다.

"엘소!"

멜리쟈가 다가가자 엘소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 아가씨•••그, 급하게•••드릴 말씀이•••."

엘소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로 말했다. 멜리쟈는 진정하라는 듯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엘소,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거칠게 기침하는 엘소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반응이라면 분명 좋지 않은 상황을 전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그, 그게 방금 전언이 왔어요."

"전언이라고?"

엘소가 어리둥절해 하는 멜리쟈의 얼굴을 응시하며 힘겹게 입을 뗐다.

"헬븐에서 온 전언이요, 메•••메르시스님이•••."


"무, 뭐?"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멜리쟈가 손을 떨었다. 이그리시우스 메르시스. 멜리쟈의 남편으로 현 세계의 지배자인 마한 덱 리우를 황제의 자리에서 몰아내기 위해 집을 나선 남자였다. 그가 집을 나선 것은 멜리쟈가 이즈웰을 낳고 반 년이 지난 후였다.


[이건 우리 룬 인원들의 숙명이니까.]

메르시스가 집을 나서며 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세계의 지배자이자 초월자인 마한은 독한 정치와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전국을 뒤흔들었다. 몇백 년 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정권을 독차지하고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는 그의 독재는 일반인 뿐 아니라 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절대적인 세계 13대 가문 중에서도 마한의 이런 권력 독점에 가담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자신이 귀족이며 가진 혈통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국을 어지럽히는 데에 동참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그리시우스 가는 독재 정권을 없애고자 하는 신념을 가진 몇 안되는 선한 가문이었다.


메르시스는 자신의 선봉 아래 마한 정권에 반발하는 조직을 하나 만들었다. 룬(RUN). 열세 개의 귀족 가문 중 다섯 가문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었다. 자칭 평화를 상징하는 이 조직은 미치광이 쿠데타 집단처럼 마한의 소규모 제국을 붕괴해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넉 달 전, 멜리쟈는 메르시스에게 드디어 최후의 결전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전언을 받았다.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남기며. 그렇게 메르시스의 전언은 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엘소, 그게 정말이야? 전언이 왔어?"

엘소는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말을 꺼렸다. 기대에 부푼 밀투. 드디어 메르시스가 돌아온다는 생각에 어쩔 줄을 모르는 그녀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예, 그런데••••••."

엘소는 말끝을 흐렸다.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봐."

약간의 불안이 섞인 멜리쟈의 얼굴을 보며 엘소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메, 메르시스님이•••돌아가셨습니다."

엘소는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로 울먹였다.

"이런 말을 전해드려•••죄송합니다."


멜리쟈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합리화를 했다.

"그, 그럴 리가•••. 엘소 장난치지 말고•••."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도 엘소는 아무런 대답을 전해주지 않았다.

"아아, 아아아•••."


그녀는 이성의 끈이 풀린 듯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말도 안돼, 그•••그런•••."

결혼 후 남편에 대한 기억은 멜리쟈에게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돌아오면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 메르시스는 그녀에게 한 약속을 지켜주지 못했다. 멜리쟈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엘소는 쓰러진 멜리쟈를 부둥켜 안았다.

"아가씨!"




신입 작가 연별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작가의말

제 첫 작품입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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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두 번째 스테이지 - 6 +1 20.10.27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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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두 번째 스테이지 - 1 20.10.21 27 0 14쪽
13 첫 번째 시련 - 2 20.10.20 28 0 12쪽
12 첫 번째 시련 - 1 20.10.19 34 0 13쪽
11 부정현실세계 - 4 20.10.18 37 0 13쪽
10 부정형실세계 - 3 20.10.17 43 0 13쪽
9 부정현실세계 - 2 20.10.16 43 0 14쪽
8 부정현실세계 20.10.15 45 0 13쪽
7 멸문 - 6 20.10.14 46 0 13쪽
6 멸문 - 5 20.10.13 51 0 13쪽
5 멸문 - 4 20.10.12 55 1 13쪽
4 EP.03 멸문 - 3 20.10.11 65 1 13쪽
3 EP.02 멸문 - 2 20.10.10 60 1 12쪽
2 EP.01 멸문 - 1 +1 20.10.09 7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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