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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아픈 게 싫은 플레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강황
작품등록일 :
2019.06.25 16:17
최근연재일 :
2019.07.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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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13

작성
19.07.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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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1. 제정신이 아닌 2인조 플레이어. (03)

DUMMY

“뭐야 이거. 뭐냐고 이거. 이건 또 뭐야. 대체 뭔데?”


영혼을 달래주는 쥐고기 스튜를 먹었음에도 민지민의 영혼은 들쭉날쭉하게 날뛰고 있었다.

원래라면 요리사가 됐을 때 시작해야 할 일들이 지금에서야 태동한 탓이었다.

민지민이 바쁜 손길로 자신에게 생긴 새로운 스킬들을 살폈다.


첫 번째는 특성인 『요리의 길(U) Lv.M』일테며. 검사의 기초 검술과도 같은 『요리 마스터리(M)Lv.1』 이어서 『조리도구 전문가(M) Lv.1』도 배웠을 것이다.


민지민이 서둘러 그릇을 내려놓고 식칼을 들었다.

이어서 냄비를 팔에 착용하고, 도마를 등에 메고, 뒤집개를 허리춤에 꽂았다.


“어? 어어? 어어어!”


무기를 하나씩 들 때마다 민지민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들 수 있는 무기의 개수는 양손의 두 개였다.


놀랍게도 민지민은 식칼에 냄비. 도마. 심지어 뒤집개까지 한 번에 착용할 수 있었다.

‘조리도구 전문가’는 조리도구로 취급되는 무기를 여러 개 장착하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사냥에 대한 성능이 떨어지는 조리도구를 여러 개 착용하여 다중 옵션을 한 번에 적응 받아 일반적인 무기와의 격차를 줄이는 용도였다.


특수한 능력을 갖춘 희귀한 도구가 많을수록 유리했으며, 그 응용방법은 무궁무진했다.

당장 민지민의 등에 메고 있는 거대한 도마만 해도 후방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든든한 방패인 셈이었다.


“어때. 할만하지?”


쥐고기 스프를 한 그릇 뚝딱 해치운 류서현이 흐뭇하게 민지민을 바라봤다. 시선을 눈치챈 민지민이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음. 뭐······. 그래. 좋네!”


민지민이 활짝 웃었다.

달걀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힘껏 대답했다.

부끄러움을 숨긴 대답에는 앞으로의 여정이 담겨 있었다.


민지민의 재능치는 훌륭했다. 한때는 클랜의 기대주로 지원을 받았으나, 검의 요리사 이후로는 나락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제 가능성을 깨달았으며 나아갈 방향이 정해졌다.


민지민은 열정적인 인물이었다.

노력할 줄 알며, 도전할 할 줄 알았으나, 방향을 잃은 채 제자리에 고립되어 있었다.

어두컴컴한 암막을 걷어낸 건 말랑거리는 손길.


‘놓치면 안 돼. 이건 인생의 막차야.’


기회의 신은 앞머리밖에 없어서 지나간 뒤에는 잡아챌 방도가 없었다. 민지민은 류서현을 붙잡기로 다짐했다.


“다음은? 다음은 뭘 해야 할까?”

“식칼부터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해. 웍도 그렇고 밀대부터 뒤집개까지 전부.”


민지민은 세상을 손에 넣은 기분이었겠지만, 류서현의 입장에서는 이제 한 걸음을 내디딘 병아리일 뿐이었다.

웨펀 월드의 깊이 파고들수록 새로운 게임이었고, 하나의 컨셉을 잡아도 성장의 가능성이 끝이 없었다.

류서현이 웨펀 월드를 237번이나 클리어한 과정에서 똑같은 성장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실에서는 쓸모없는 직업이라 손가락질받는 ‘요리사’라지만,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사냥에서 활약할 수 있었으며 생산직으로도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조리도구인데.”

“대충 만들 거면 조리도구가 왜 필요해? 그럴 거면 다 삽으로 하고 말지.”

“······.”


식칼을 쥔 민지민의 팔뚝에 핏줄이 꿈틀거렸다. 의욕만큼이나 공격력도 상승 중이었다.


“그 전에 이거부터 하자.”


류서현은 민지민을 선택하기로 했다.

현재 링크 가능한 플레이어의 숫자는 고작 둘이지만, 민지민은 재능과 동기까지 훌륭했다.

물론 이미 민지민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이들도 있었다.

홍세진도, 서기관도, 레온 조모시도 그러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압도적인 강함이 필요하다면 민지민을 더욱 강하게 키우는 그만이었다.

링크의 한계는 티어를 높여서 늘리면 그만이었다.


류서현이 민지민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머리 위에 뜬 자물쇠도 류서현의 손에 들린 열쇠도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류서현이 양팔을 들자 민지민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양옆을 살피다가 곤란하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어, 어음······.”


민지민이 눈을 가늘게 뜬 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마찬가지로 두 팔을 쭉 벌렸다.

그리고는 보드랍게 류서현을 안았다.


“뭐, 뭐야! 뭐 하는 거야?”

“엥! 아, 아니야?”

“아니지! 난 신파가 제일 싫어!”


류서현이 기겁하며 몸을 떨었다.

민지민의 품이 거대한 곰인형에 안긴 것처럼 포근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점점 붉어지는 얼굴은 감출 수 없었다.


“······호오.”

“하지 마. 야, 하지 말라고······!”


잔소리꾼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민지민의 눈초리가 더 가늘어졌다. 그녀의 입가가 가학적인 충동으로 꿈틀거렸다.


“······놀고들 있네.”

“저 미친 것들. 대체 뭐 하는 짓일까.”

“제정신이 아니라 쥐고기를 먹은 걸까, 아니면 쥐고기를 먹어서 제정신이 아닌 걸까.”

“아무래도 둘 다겠지.”


몬스터를 잡아 요리하며 특훈을 하더니, 그걸 먹고 신나서 포옹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절대로 제정신이라 하기 힘들었다.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시선은 류서현에게로 고정됐다.

무언가 부럽다는 생각 탓이었다.


“이거. 이거라고!”


류서현이 서둘러 열쇠를 꽂고 힘껏 돌렸다.


찰칵.

소리는 민지민에게로 명확히 들렸다.

자물쇠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사슬이 흘러내렸다.


[플레이어 : 민지민과의 링크가 이어졌습니다.]

[링크 : 『요리의 길(U) Lv.M』이 연결됐습니다.]


“뭐야!”


링크가 연결됐으니 민지민에게로 사슬이 보였다.


촤라라락.

사슬이 흘러내리며 민지민과 류서현의 몸을 감았다.

숨구멍 하나 없이 온몸을 완전히 감싼 후에야 사슬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어? 어?”


민지민이 화들짝 놀라며 류서현에게 떨어진 것과는 달리, 류서현은 여유롭게 상태창을 살폈다.


요리사의 특성 ‘요리의 길’.

현재는 링크의 레벨이 낮아 절반의 효과밖에 빌리지 못했으나,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대단했다.


『요리의 길(U) Lv.M』

『요리에 대한 모든 기록이 요리사를 성장시킨다.』

『쥐과[1] : ‘쥐과’에 대한 공격력 5% 상승.』

『육식[1/5] : 효과 없음.』


경비쥐를 먹었기에 요리의 길에 쥐과에 대한 어드밴티지와 육식에 대한 스택이 1 상승했다.

이렇듯 요리의 길은 다양한 몬스터를 먹을수록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평범한 요리로는 발동되지 않았다.

적어도 ‘미미(美味)’급은 돼야 스킬에 기록이 됐다.


‘요리의 길’은 당장 마우스 킹덤을 공략하기에도 좋았으며 장기적으로 볼때는 더더욱 좋았다.

해당 몬스터의 장르(?)뿐만 아니라 ‘육식’과 같은 특수한 카테고리도 많았다.


“뭐야, 이거?”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내뱉는 말이었으나 불가항력이었다. 오늘이라는 날에 처음겪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마찬가지로 민지민에게도 링크 스킬이 생겼다.


『링크(U) : 류서현』

『류서현에 의한 성장도 + 100%』


참견쟁이는 ‘스승’ 계열의 클래스.

본래라면 고작 1티어에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닌 만큼 특성의 성능 자체가 대단했다.

심지어 성장도 버프는 링크의 기본 효과였다.

가는 게 있다면 오는 것도 있는 법. ‘요리의 길’이라는 특성을 빌려온 만큼 류서현이 주는 것도 있어야 했다.


류서현이 능숙하게 상태창을 조작했다.

링크의 상세 창을 열어 민지민에게 부여할 특성을 고민했으나, 아직 류서현이 가진 특성의 숫자가 너무나도 적었다.

학도의 특성은 줘도 의미가 없었으며, 참견쟁이의 특성인 ‘링크’는 부여할 수 없었다.


『링크(U) : 민지민』

『부여 : 없음』

『1. 재능치 부여.』

『2. 특성 부여.』


부여에 관해서는 선택이 가능했다.


“이럴 때는 깡 스탯이 최고지.”


재능치는 링크가 연결된 두 사람의 각각의 수치를 비교하여 스승인 류서현보다 낮은 모든 스탯을 상승시켰다.

수치의 차이가 극심할수록 상승량이 높았다.


[민지민 Tier.2]

[재능]

[근력 11(+2) 마력 5(+2) 민첩 7(+1)]

[체력 10 저항 8(+1) 행운 4(+3)]


덕분에 민지민의 모든 재능치가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가장 낮았던 행운이 효과가 컸다.


“······이게 10이 넘어가긴 하네.”


직접 겪어서 더 신기한지, 민지민이 의욕적으로 식칼 휘둘러보기까지 했다.

몸이 한층 가벼워졌음이 빠르게 체감됐다. 어쩐지 코끝이 찡해지기까지 했다.


“너. 진짜 대단한 놈이었구나.”

“이제 시작일 뿐인걸.”


민지민이 류서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누었다.

링크로 인해 새로운 유대감이 민지민의 각오를 더욱 굳게 다져주었다.


“그래. 지금이라면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마저 들어.”

“그래야 내 링커답지. 힘내. 어쨌든 일단은 내가 빠르게 성장해야 하거든. 너의 요리 실력을 빨리 올리는 게 중요하지만, 내 성장이 제일 중요하니까.”

“······.”


민지민이 빠르게 손을 놓았다.


“그래서 이제 조리도구 숙련도를 올릴까?”

“그것도 하고. 다른 것도 해야지.”

“다른 거?”

“우리 조리도구가 좀 부족하잖아. 더 구해야겠지? 나도 마침 필요한 아이템들이 좀 있거든.”


무슨 까닭인지 류서현이 주변에 몰려있던 플레이어들을 힐끔 바라봤다.


“더 많은 장비?”


민지민이 의아한 기분으로 중얼거렸다.

현재 소지하고 있던 조리도구도 싼 가격은 아니었다. 검까지 팔아치운 만큼 개털이 된 상태인데, 여기서 더 많은 조리도구를 구할 방법이 있던가?


“설마.”

“응. 그 설마야.”


민지민의 불안감을 비웃듯 류서현이 활짝 웃었다.

문득 박살 난 주문대를 향해 집행 패스를 휙 던지고 도망치던 류서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팔자. 요리.”


어딘가 재탕의 기운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이제 속도좀 내볼게요 내일부터 진짜요 힘낼수있게 추천좀 구걸할게요

퓨쿠 님 복 받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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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8. 플레이어는 다 압니다. (02) +9 19.07.12 5,551 15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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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7. 약속된 한 방의 플레이어. (04) +10 19.07.10 5,847 144 9쪽
15 07. 약속된 한 방의 플레이어. (03) +12 19.07.09 5,831 149 10쪽
14 07. 약속된 한 방의 플레이어. (02) +13 19.07.08 5,863 144 9쪽
13 07. 약속된 한 방의 플레이어. (01) +6 19.07.07 6,103 140 11쪽
12 06. 플레이어는 훈수충. (02) +9 19.07.06 6,320 133 11쪽
11 06. 플레이어는 훈수충. (01) +4 19.07.05 6,365 150 10쪽
10 05. 얄미운 플레이어에게도 한 방. (02) +10 19.07.04 6,578 141 9쪽
9 05. 얄미운 플레이어에게도 한 방. (01) +7 19.07.03 6,904 1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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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2. 방문을 연 최강의 플레이어. (02) +1 19.06.28 9,351 166 9쪽
2 02. 방문을 연 최강의 플레이어. (01) +5 19.06.28 10,676 16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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