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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아픈 게 싫은 플레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강황
작품등록일 :
2019.06.25 16:17
최근연재일 :
2019.07.27 22:0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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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13

작성
19.07.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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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9. 플레이어의 다음 한 방. (02)

DUMMY

스킬 『에빌 포그(R)』

등급 자체는 레어급이었으나, 메타모르포세스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특히 악마의 형상으로 변신하는 서기관은 에빌 포그 안에서 힘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에빌 포그를 멀리 퍼트리는 것과 고농도의 유지가 중요했다.


‘아. 답답해!’


무언가의 시안을 고민할 때, 경험은 언제나 도움이 됐다.

본인이 가졌던 비슷한 사건의 경험. 혹은 나이만큼이나 지혜로운 이의 경험 등.

경험은 가장 뛰어난 이정표였다.


류서현이 훈수의 기억들을 살폈다.


‘처음은 나쁘지 않았어.’


레온 조모시에게 ‘압축 도약’의 진가를 알려주고 장비들을 뜯어냈다.

빚까지 지게 했으며, 손수 튜토리얼 존으로 데려다주기까지 했다.

레온 조모시는 성공적이었다.

앞으로도 뜯어먹을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으윽.’


홍세진 때를 떠올리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물론 얻은 건 많았으나, 그놈의 신문.

헤드라인에 뜬 홍세진의 기사는 류서현에게 지나친 오지랖의 해로움을 몸소 느끼게 해줬다.


공교롭게도 홍세진은 집행관.

그리고 앞 좌석에서 운전대를 잡은 이는 집행관들의 대빵인 서기관이었다.

만약 이대로 서기관에게 훈수를 둔다면?


[서기관이 달라진 이유는?]

[국가에 힘을! 그들에게 힘을 준 숨은 조력자의 정체는 바로 애국자!]

[‘서기관 VS 집행관’ 한 명의 은인을 두고 진흙탕 발발?!]


“······우웩.”


하마터면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뻔했다.

답답한 마음을 참는 건 괴로웠으나, 좀 더 미래를 봐야 했다.


“끄으······.”


류서현이 앓는 소리를 냈다.

어서 목적지에 도착하길 바랄 뿐이었다.


“후후.”


운전 중인 서기관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백미러로 보이는 류서현의 고민하는 모습. 홍세진이 꼭꼭 숨기려는 이유를 알법한 얼굴이었다.

그런 수려한 페이스가 고뇌에 빠져 끙끙거리는 걸 보고 있자니,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가학적 성향이 깨어날 지경이었다.


‘더욱 고민하도록 하세요.’


가장 중요한 건 류서현의 영입이었다.


집행부의 권력! 집행서기관으로서의 강함!

코앞에서 박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후후.”


서기관이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류서현의 속내는 조금도 모른 채로······.


- * - * -


5분의 시간이 흘렀다.


“······.”

“······.”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톨 게이트 요금. ‘천-삼백-오십-원-’입니다.]


하이패스 요금이 정적을 끊었다.


‘거, 새끼 고민 참 오래도 하네.’


서기관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백미러로 보이는 류서현은 여전히 창밖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저만큼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분명 생각이 있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홍세진과 인연이 있다면 갈등은 더욱 클 것.


“······훗.”


서기관이 웃었다.

쉬운 건 쉬운 대로 재미가 없는 법이었으니까.


- * - * -


이번에는 10분이 지났다.


“······시부럴.”

“네?”

“아니! 흰색 그랜저 이 새끼 운전 개같이 하네. 깜빡이를 키라고요, 깜빡이를요!”


서기관이 버럭 소리를 치며 전자담배를 꺼내 물었다.

류서현은 여전히 뒷좌석에서 안절부절 중이었다.

한번은 앞을 보며 입을 열려고도 했으나, 이내 다시 시트에 몸을 묻을 뿐이었다.


될 듯 말 듯, 말할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함 탓에 서기관의 속만 타들어갔다.


“후우-”


서기관이 차창 밖으로 연기를 뿜어냈다.


“······저기요?”

“응? 어? 네. 그래, 네. 왜요.”


류서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드디어!’


서기관이 눈을 번쩍 뜨며 화답했다.


“운전 중 담배 피면 안 되죠.”

“······.”


서기관의 입꼬리가 실시간으로 추락했다.


“아니! 되거든요? 저희 집행부는 국가의 개라서, 개처럼 일하니까, 이런 개 같은 짓 몇 개 정도는 눈감아주거든요. 어때 대단하지 않나요?”

“와··· 그것참 대단하네요.”

“아. 네.”


성질을 팍 질러봤지만, 류서현의 감상은 담백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 서기관이 전자담배의 화력을 힘껏 끌어올려 숨의 끝까지 쭈욱 빨아들였다.


“푸하아아- 니미럴~”

“네?”

“아니, 운전을 개같이 하잖아요!”


서기관이 애꿎은 크락션만 빵빵 울렸다.


- * - * -


시간이 제법 흘렀다.

그런데도 진전은 조금도 없었다.


“저기요.”

“네! 말씀하세요! 빨리!”

“제대로 가는 거 맞나요? 진작 도착해야 했는데.”

“잘 가고 있어요. 난폭 운전이 원체 많아서 오래 걸릴 뿐이···”


[경로를 이탈 중입니다. 목적기까지 새로운 경로를 설정합니다.]


“······.”

“아, 네비가 고장 났나 봐요. 하여간 말썽이라니까.”


콰지직!

서기관이 웃는 낯으로 네비게이션을 잡아 뜯었다.


“이거 보세요. 쉽게 뜯기는 걸 보니까 고장 난 거 맞죠?”

“네······. 어느 한쪽은 확실히 고장 났나 보네요.”


류서현이 슬그머니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집행관에 대한 국가의 대우는 파격적이었다. 푹신푹신한 고급 세단의 뒷좌석의 시트가 그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류서현에게는 앉아만 있어도 배가 살살 아파지는 가시방석이었다.


슬슬 서기관이라는 인물이 두려워졌다.

맨손으로 네비게이션을 뜯어내는 행동만 봐도 그러했다.


웨펀 월드의 힘을 빌리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나, 힘이 있다고 네비게이션을 뜯는 정신병자는 현대사회에 존재해서는 안 됐다.

게다가 길가는 모든 사람을 욕하는 난폭 운전까지.

운전대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건지, 아니면 본성을 끌어내는 건지······.


“저기요.”

“네 말씀하세요!”

“차 좀 멈춰주세요.”

“······.”

“네?”

“안 됩니다.”

“토할 거 같아서 잠깐만요.”

“아뇨. 참을 수 있어요. 참으세요. 위험합······.”


서기관이 대뜸 말을 멈췄다.


툭.

어느 순간부터 손에서 떼지 못했던 전자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라?’


서기관의 눈을 부릅뜨고 백미러를 노려봤다.

지금까지는 류서현이 우유부단한 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기에 속으로 이를 빡빡 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의도한 거라면?


안절부절못하는 태도.

불편해하는 기색.


류서현은 서기관이 답답해할 때마다 한 번씩 입을 열고는 귀신같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젠장. 그래, 홍세진의 마음을 돌린 놈이야. 저 얼굴로 보통 새끼일 리가 없었는데.’


서기관이 이를 빠득 갈았다.

완벽하게 당했다.

지금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내가 졌어요.”

“······네?”

“끝까지 모른 척. 대단한 사람이네요. 류서현씨.”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진정으로 현명한 자였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이긴 자는?


류서현은 당장이라도 정신병자의 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뿐이었다.


“네?”

“좋아요. 이쪽에서 먼저 패를 보여드리도록 하죠. 하. 이제야 개운하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저희 집행부로 오시죠, 류서현씨.”

“갑자기요?”

“류서현씨는 이제 막 튜토리얼 과정을 끝냈죠? 거대 클랜에 가면 빵빵한 지원을 받겠죠. 그러나 저희 집행부는 시스템 그 자체에서 권한을 받은 공식 기관입니다. 그러니 저희만의 어드밴티지를 제공할 수 있어요.”

“······그게 뭔데요?”


갑자기 바뀐 서기관의 태도가 당황스러웠지만,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월드 이벤트.”

“······!”


류서현이 처음으로 백미러로 시선을 돌렸다.


월드 이벤트.

류서현도 알고 있는, 웨펀 월드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월드 이벤트의 종류는 다양했다.

토벌전. 공성전. 협동전 등등. 심지어 ‘전이(轉移)’같은 이벤트를 넘은 돌발적 재앙까지 존재했다.


하지만 그만큼 보상도 컸다.

웨펀 월드에서 가장 큰 성장 곡선이 월드 이벤트였다.

당연히 월드 이벤트는 규모가 컸으며, 엄격한 관리가 필요했다.


만약 집행부가 월드 이벤트를 관리직을 맡는다면?

당연히 월드 이벤트의 내용을 미리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류서현은 월드 이벤트의 공략법을 모두 알았다.

다만 월드 이벤트가 언제 일어나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완벽한 공략을 위해서는 준비물이 필요했다. ‘한 방’을 위해서는 특히나 그러했다.


‘집행부. 그리고 월드 이벤트.’


류서현이 짧은 생각에 잠겼다.

서기관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문제점이라면, 그 상대가 류서현이라는 점이었다.


‘그걸 관리해? 미쳤지. 때려 죽어도 안 해.’


사람이 다섯 명만 모여도 한 명은 하자가 있었다.

플레이어라는 힘을 가진 이들이 잔뜩 모이는 공간을 관리한다? 절대 사절이었다.


‘미리 알면 진짜 개꿀인데.’


류서현은 고민했다.

미리 월드 이벤트를 알고는 싶었지만, 집행부에 들어가기는 싫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서기관님?”

“네~ 류서현씨.”

“잠시 전화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천천히 하세요.”


이제야 거래다운 거래가 시작됐다는 생각에 서기관이 평온을 되찾았다.

서기관이 친절하게 핸드폰의 잠금까지 풀어 류서현에게 건넸다.


“······.”


틱, 틱틱, 틱틱틱.

류서현이 문자 하나를 작성했다.

보내야 할 대상의 전화번호는 ‘당연’히 서기관의 주소록에 존재했다.


띠리리링. 띠리링.

무미건조한 기본 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홍세진이다!]


핸드폰 너머로 홍세진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퇴근한 아버지가 사 온 치킨을 본 어린아이처럼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문자 봤죠?”

[응. 물론이다. 월드 이벤트에 관해 물어봤지? 네게 필요하다면 기쁜 마음으로 알려주겠다.]


집행부에 들지 않고도 집행부의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

그것은 바로 빨대 꽂기였다.


작가의말

한편을 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집니다 아마 책임의 무게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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