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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아픈 게 싫은 플레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강황
작품등록일 :
2019.06.25 16:17
최근연재일 :
2019.07.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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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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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얄미운 플레이어에게도 한 방. (02)

DUMMY

땡강!


애처롭게 눈을 까뒤집은 김홍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부들거리는 손에서 톱날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류서현의 일격이 어찌나 강했는지 김홍의 의식이 꿈의 동산 저편으로 떠나버렸다.


“······.”

“······와.”


그 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백날 허수아비만 치던 정신병자와 국내 2위 클랜 ‘빛의 정원’의 서브 마스터의 막내아들의 싸움.

후자의 경우는 템빨과 함께 재능을 모두 가진 상태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단 한 방.

오직 일격에 승부가 났다.


“심지어 막았잖아. 이럴 거면 방어는 왜 존재하는 건데.”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도 있잖아······. 반대인가?”


이곳에 모인 초보 플레이어들 전부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 사이에 섞여 있던 두 사람의 실력가.


“음.”

“······호오.”


집행관 홍세진과 집사 알베르트만이 눈을 가늘게 뜨고 류서현을 낱낱이 살폈다.

류서현의 동작은 초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선이 가는 얇은 몸을 가졌으면서 누구보다 자신의 몸을 능숙히 쓸 줄 알았다.


‘완벽한 근력의 응용. 더 지켜보고 싶다.’

‘이건, 가주님께 보고를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것도 클랜 차원에서.’


두 사람의 반응은 달랐으나, 류서현이라는 슈퍼 루키의 인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 이런.”


오로지 감탄과 경탄만이 가득한 와중, 당사자인 류서현이 입을 열었다.

자연스럽게 류서현의 고운 입술로 시선이 쏠렸다.


류서현은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은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 씨. 너무 세게 때렸나?”

“······.”


류서현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다시 한번 시간이 멈추었다.


사람을 한 방에 때려눕혀 놓고서는 전력이 아니었다?


“그냥 정신병자가 아니었다고?”

“정신병자라서 더 강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거의 맛이 간 일격이었잖아.”

“하는 거라곤 밥 먹고 허수아비 치는 일밖에 없었으면···서······? 어라?”

“잠깐만······.”


플레이어 꿈나무들의 시선이 조용히 움직였다.

그들의 뇌리에 스친 건 도서관 앞에 널린 허수아비들이었다.


“허수아비! 허수아비를 보자!”

“여긴 내 자리야, 저리 가!”

“같이 좀 치자. 등짝은 내가 맡을게!”


이들은 강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의지를 가진 만큼 행동 또한 빨랐다.

플레이어들이 허수아비가 달라붙어 연신 무기를 휘둘렀다.


“저번에 보니까 욕도 하던데. 우리도 해야 하나?”

“당연하지! 야이,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는 붕우유신아!”


단체로 허수아비에 달라붙어 욕과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물론 두 번은 보기 싫은 광경이었다.


“저런 정신병자들.”


광기는 전염되는 법.

류서현이 허수아비에 달라붙은 이들을 보며 혀를 찼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든가 해야지.”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한 장면들이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욕설에 벌써 머리가 쿡쿡 쑤셔왔다.


류서현이 널브러진 김홍에게 다가갔다. 약속한 검과 반지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김홍의 집사. 알베르트가 류서현의 앞을 막아섰다.

결국 류서현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무슨 일이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세진 또한 움직였다.

내기는 공정한 일이었기에 타인의 개입은 타당하지 못했다.


“그런 불경한 행동이 아닙니다.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베르트가 우아하게 몸을 숙였다.

다시 허리를 편 그의 손에는 검 한 자루와 반지 두 개가 들려있었다.

김홍이 가진 것과 똑같은 톱날 검과 반지였다.


“중고보다는 신품을 드리는 일이 더 공정하지 않을까 싶어서.”


과연 2위 클랜의 서브 마스터 집안은 달라도 달랐다.

류서현이 내기의 보상을 받아들었다. 토끼를 한 방에 보내기에 더욱 효과적인 물건들이었다.


“저렇게 얻어터졌는데 괜찮겠어? 보통 여기서는 더럽게 구는 게 정석인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결투는 신성했습니다. 그저 도련님께서 수행이 부족했다. 그뿐입니다. 그리고, 잠시 귀 좀.”


알베르트가 정신을 잃은 김홍을 살짝 흘겨보더니 류서현의 귓가로 고개를 숙였다.


“저희 도련님 하는 짓이 퍽 귀엽지 않습니까? 제가 이 맛에 삽니다, 후후.”

“엥.”

“아무래도 이 인연은 쉽게 끊기지 않을 듯합니다. 아직은 약하다고 해도 호승심이 강하신 분이니까요. 금세 또 달려들지도 모릅니다.”


알베르트가 개운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마치 사우나에서 개운하게 땀을 빼낸 아저씨 같은 미소였다.


“그럼 더 구워삶아도 괜찮아?”

“종종 어울려주시길.”


알베르트가 우아하게 몸을 숙였다. 볼링을 칠 때처럼 한쪽 발을 뒤로 슬그머니 빼기까지 하니 집사의 품격이 살아났다.

이내 스르륵 움직여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김홍을 한 손에 번쩍 들어 올렸다.


구경꾼과 방해꾼이 전부 퇴장하고 나서야 류서현이 아랫배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평온의 시간이 가까워졌다.


“······.”


하지만 아직 스토커가 남았다.

거구의 홍세진이 말없이 류서현을 내려봤다.


“티벳여우씨도 부탁 들어주기로 했죠?”

“물론.”


홍세진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엄청 딱딱하기는. 어차피 들어주기로 한 거 인상 좀 펴요.”

“······.”

“으으음.”


류서현이 부드럽게 말했음에도 홍세진의 태도가 모아이 석상처럼 딱딱했다. 류서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홍세진의 눈을 가만히 올려봤다.

결국 홍세진이 먼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이제 보니 말주변이 별로인가 보네.”


류서현은 웨펀 월드를 237번이나 클리어하며 가상에 존재하는 모든 npc과의 대화를 마스터했다.

물론 게임과 현실은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실보다 게임 속의 인물들이 더 지랄맞았다.


신비한 배경과 흥미로운 스토리. 또한 버라이어티한 전개를 추구하다 보니, 웨펀 월드 내에는 개성을 넘어 성격파탄자에 가까운 npc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의 스토리 라인을 완벽공략해낸 류서현이었기에, 오히려 홍세진처럼 과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에 능했다.


홍세진 집행관의 경우 겉보기에는 무서워 보여도 내면은 순수한 타입으로 추정됐다.

혹은 어느정도 친해지면 터울이 없어질 가능성도 높았다.


멀리서 지켜보던 이유도 그 탓임이 분명했다.


“괜찮으니까 할 말 있으면 해요.”


류서현이 홍세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두 사람의 키 차이에 미녀와 야수가 절로 연상됐다.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티벳 여우를 닮았나?”

“아. 티벳여우 말이지. 티벳여우.”


그러나 가상과 현실은 달랐다.

홍세진이 티벳여우를 생각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건 나쁜 짓이었다. 그렇기에 류서현은 ‘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눈치 보며 머뭇거리던 별명은 거침없이 뱉어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상태’에서는 그렇죠.”

“그 상태······!”

“어쨌든 그 상태니까 허수아비 치는 것 좀 도와줘요.”


류서현은 아직도 허수아비를 더 때릴 생각이었다.

그것도 이전과는 달리 아주 효율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수련을 도와달라는 건가?”

“아뇨. 그거 말고. 이거.”


류서현이 허수아비를 툭툭 쳤다.


“이거 좀 뽑아다가 회복 존으로 옮겨줘요.”

“······.”


류서현이 노린 건 무한동력이었다.

지칠 때마다 회복 존에 가서 시간을 때워야 한다는 게 불편하다 못해 짜증 나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허수아비를 회복 존 안으로 옮긴다면?

자동 회복과 함께 쾌적한 스킬 노가다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허수아비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기에 웬만큼 강하다고 하는 힘으로도 뽑아낼 수 없었다.

마침 근육질의 홍세진 집행관이 딱 제격이었다.


“알았다.”


홍세진이 허수아비를 꾹 쥐었다.


쿠우우웅.

잡은 건 허수아비인데 바닥이 크게 울렸다.

거대한 홍세진의 근육이 팽팽하게 땅겨지며 선명한 핏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화아악!

바닥이 완전히 헤집어지며 허수아비가 들렸다.

허수아비의 바닥에는 거대한 크기의 추가 붙어있었다.


“우, 우와.”

“미친······ 역시 수석 집행관은 클래스가 달라.”


허수아비를 때리던 이들이 손을 우뚝 멈춘 채 멍하니 홍세진의 위엄을 목도했다.


거대한 허수아비(+추)를 들고 있는 홍세진의 모습이 개선장군처럼 기세등등했다.


“그, 그거······.”


류서현도 깜짝 놀라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홍세진을 향해 검지를 들어 올렸다.


“후후.”


홍세진은 류서현이 마음에 들었다. 김홍과의 결투 이후로는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런 류서현이 깜짝 놀라 하는 모습을 보여서일까? 앞서 걸어가는 자로서의 위엄을 보였다는 생각에 홍세진의 입에는 푸근한 미소가 지어졌다.


“머슬 기어 스킬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엥?”


쿠우웅!


예상치 못한 훈수질에 홍세진의 작은 눈이 터질 듯 커졌다.

심지어 자신의 스킬 『머슬 기어(U)』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허수아비까지 놓치고 말았다.


작가의말

공포의 훈수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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