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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

아픈 게 싫은 플레이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강황
작품등록일 :
2019.06.25 16:17
최근연재일 :
2019.07.27 22: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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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13

작성
19.06.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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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3. 알파 테스트 플레이어 특전. (02)

DUMMY

“알파 테스터!”


절로 탄성이 튀어나왔다.

웨펀 월드도 게임인 만큼 시스템 안에 다양한 보상이 존재했다.


퀘스트나 임무의 클리어. 업적이나 위업의 달성. 직업적으로 높은 성취에 도달하는 등.

성장의 즐거움을 주는 각종 보상이 도처에 깔려있었다.


그리고 류서현의 손에 들린 상자!


류서현이 캡슐에 누워있던 7년. 현실이 웨펀 월드가 합쳐지며 무수한 선두주자들을 낳았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웨펀 월드가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웨펀 월드를 미리 겪어본 최초이자 마지막인 단 1명이 수석 테스터.

오로지 류서현에게만 붙을 수 있는 칭호였다.


“아싸 개꿀!”


정작 류서현 본인에게는 거창한 사명감 같은 건 없었다. 그저 현실을 피해 도망친 웨펀 월드였기에 생각지도 못한 떡고물에 얼굴 가득 행복을 담을 뿐.


전설 등급(Legendy)의 상자를 뜯는 모습이 머리맡에 놓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확인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알파 테스터 성장 패키지(L)를 획득했습니다.]


상자에서 나온 건 또 다른 상자였다.


“패키지라면 더 많은 내용물이 존재하겠지?”


류서현이 곧장 패키지를 뜯었다.


[스킬 : 『달성도(L) Lv.9』를 습득했습니다.]

[알파 테스터 성장 패키지2(L)를 획득했습니다.]


패키지에서 나온 건 ‘달성도’라는 이름의 스킬 하나와 또 다른 패키지였다.

상자 안의 상자. 또 그 안의 상자였다.


“이게 무슨 게임도 아니고, 뭔 박스 안에 박스를 계속 넣어두··· 아 이거 게임이었지.”


웃기지도 않는 마트료시카에 납득한 류서현이 패키지2를 열려고 했으나 상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레벨이 부족합니다.]


자연스럽게 류서현의 미간이 찌푸려졌으나, 그 의미를 알아차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성장 패키지.”


성장 패키지.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보상을 주는 방식이었다.


“재밌네. 의욕도 조금 생기고.”


실망하기에는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보상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상자에서 나온 상자에서 또 상자가 나왔으니, 성장 패키지가 몇 번이나 더 이어질지는 상자를 까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말하자면 슈뢰딩거의 패키지였다.


최초의 보상은 바로 스킬 달성도.

심지어 얻을 때부터 마스터 레벨의 직전인 9였다.


『달성도(L) Lv.9』

『플레이어의 웨펀 월드 달성도에 따른 추가 재능치를 획득한다.』

『현재 달성도 : 96.345%』

『추가 재능치 +9』


“······대박.”


익숙한 튜토리얼의 꿈동산에 진입한 순간부터 묘하게 몸이 가볍다 싶었더니, 단순한 추억 보정이 아닌 다회차 유저를 위한 스탯 보정이 그 정체였다.


[류서현]

[학도(學徒) Lv.1]

[재능]

[근력 15(+9) 마력 10(+9) 민첩 10(+9)]

[체력 10(+9) 저항 10(+9) 행운 10(+9)]

[스킬]

[『달성도(L) Lv.9』]


재능치 1은 최악의 재능이었으며, 재능치 10은 타고난 재능이었다.

그렇다면 재능치 15는?


“신이 내린 재능이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프로토 타입 캡슐은 웨펀 월드의 제작자들이 직접 만든 물건이었으니, 창조자들이 직접 내린 보상이었다.

『달성도』란 스킬은 웨펀 월드에서 한번도 본적 없던 스킬이었다.

성능은 말 그대로 달성도에 따른 보상.


“96.345퍼라니.”


237번의 플레이의 종합 달성도가 96.345%였다.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웨펀 월드의 전부를 알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까짓거 다시 돌아가면 그만이지.”


중요한 건 재능치 +9였다.

이걸로 류서현은 뭘 해도 타인보다 나은 인간이 됐다.


체력과 민첩까지 높아졌으니, 재능1의 저질몸일때보다 걸음이 가벼웠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류서현이 총총걸음으로 언덕을 넘어갔다.


“헬로우 월드.”


콧노래를 흥얼거리자 완전한 튜토리얼 존에 도달했다.

튜토리얼 존의 구조는 단순했다.


우선 튜토리얼답게 간단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도서관이 있었으며, 그 앞 공터에는 튜토리얼 분위기에 어울리는 허수아비들이 꽂혀있었다.

또한 상처와 피로가 회복되는 회복 존. 그리고 개인마다 공간이 갈리는 숙소가 존재했다.


풀밭에는 큼직한 토끼들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죽엇!”

“뀨잇!”


여유로이 풀을 뜯는 토끼에게 다가간 한 플레이어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검에 맞아 가볍게 튕겨나간 토끼가 도끼눈을 뜨고 플레이어에게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인간과 동물이 한참을 투닥거린 결과. 몸을 꿰뚫린 토끼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도구를 사용하는 영장류의 위대한 승리였다.


“빨리 튜토리얼 끝내고 싶다. 토끼는 이제 싫어.”

“아저씨. 토끼한테 맞아도 힘든데, 진짜 몬스터는 오죽하겠어요. 죽기 싫으면 토끼라도 빡세게 잡아야죠.”

“이게 피 냄새라도 배는 것인지 딸내미가 기르는 토끼가 나만 보면 짖는다고!”

“하하. 토끼는 뭐라고 짖는대요?”

“이렇게!”

“뀨잇!”


나이가 많은 쪽의 플레이어가 다른 토끼를 힘껏 걷어찼다.

튜토리얼 존에서 친해진 플레이어들이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말을 주고받았다.


“저게 싫어.”


그들을 지켜보는 류서현이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곰팡이가 핀 식빵을 살펴보듯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채였다.


“쓸모없이 강하게 만들어놔서 무조건 치고받고 싸워야 하는 게 극혐이야.”


튜토리얼은 가장 낮은 리스크로 웨펀 월드의 감각을 익히는 공간이었다.

튜토리얼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토끼와의 싸움에 익숙해진 후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맞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토끼의 공격력은 현저히 낮았으나 공격이 빠르고 몸빵이 강했다.

필연적으로 토끼에게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무리 공격력이 약하다고 한들 맞아야 한다.

맞을 수밖에 없다.


“절대 싫어.”


류서현은 죽기보다 아픈 게 싫은 남자였다.

아픔의 크기를 저울질하는 것조차 싫었다. 그래서 아픔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한 방.

모든 수를 동원해 토끼를 일격에 꿈의 동산으로 보내버리면 아픔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류서현이 선택한 직업은 학도(學徒).

멀쩡한 직업인 검사를 택한 플레이어도 토끼와 치고박고 싸우는 와중에 스킬도 없는 학도가 토끼를 한 방에 보내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플레이어의 성장은 주로 두 가지.

레벨을 올려서 본연의 강함을 올리는 방법과 스킬을 이용해 강해지는 방법이었다.

토끼를 사냥하지 않으면 레벨을 올릴 수도 없으며, 학도를 선택한 이상 스킬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류서현의 한 방 전략은 전 세계 플레이어들이 코웃음 칠만한 일이었다.


“시작해볼까.”


류서현이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 안에는 기초적인 무기들이 들어있었다.


[연습용 롱소드(N)]

[한손검의 기초를 체험할 수 있는 연습용 롱소드. 살상력은 극히 적다.]


거의 목검이나 다름없는 롱소드를 착용한 류서현이 인벤토리에서 반지 두 개를 꺼냈다.

둘 다 레온에게 부탁한 물건이었다.


[기초의 반지(M)]

[기초를 다지기 좋은 반지. 그러나 그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기초 스킬 성장도 +10%]

[그 외의 스킬 성장 –20%]


[평화의 반지(R)]

[평화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마음의 평온과 번영 있으라.]

[전투하지 않을 시 성장도 +30%]


하나는 노멀(N)보다 높은 매직(M)등급의 반지. 다른 하나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레어(R)등급이었다.


성장도 가속은 웨펀 월드에 존재하는 수많은 옵션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옵션이었다.

당연히 쉽게 얻을 수 없는 능력치인만큼 매직과 레어등급의 반지는 둘 다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었다.


기초의 반지는 기초 스킬의 성장도를 올려주나, 나머지의 성장도를 늦췄다.

기초 스킬은 첫 전직만 해도 잘 찾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계륵과도 같은 반지였다.


평화의 반지는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였다.

애초에 전투 없이 성장할 수 없는 족속들이 플레이어였다. 옵션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레온 조모시도 더 좋은 물건을 구해주겠다고 했으나, 류서현은 단칼에 거절했다.


“다 몰라서 하는 소리지.”


웨펀 월드의 중추를 꿰고 있는 류서현에게 두 반지는 최고의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류서현이 도서관 앞에 놓인 허수아비 앞에 섰다.

그리고는 연습용 롱소드를 들어 애꿎은 허수아비를 가격했다.


퍽. 퍽. 퍽!

캡슐에서 깨어난 직후 가장 진지한 모습이었다.


“뭐야, 저 사람 왜 저래?”

“열 받는 일이라도 있나 보지.”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이 안 됐네, 쯧쯧.”


류서현은 타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수아비를 연신 두들겼다.


[스킬 : 『기초 검술(N) Lv.1』을 습득했습니다.]


류서현에게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다.

원래라면 ‘검사’의 직업을 택해야만 얻을 수 있는 기초 스킬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란 말씀.”


단순히 배경이라 여겼던‘허수아비’도 쓸모없는 체험용 직업이었던 ‘학도’도.

류서현만이 그 진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 맘때면 한포진이 찾아옵니다

가렵긴 해도 몇년씩이나 찾아오면 익숙해질법도 하지만, 이제 다시는 베이스를 잡을 수 없게 되어버렷...!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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