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그몹 님의 서재입니다.

재능빨 헌터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최근연재일 :
2020.09.28 16:34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437
추천수 :
43
글자수 :
91,852

작성
20.09.18 07:30
조회
58
추천
3
글자
12쪽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DUMMY

“···아무튼 헌터연합에서 떠도는 정보에 따르면 그렇다고. 비공식이지만 A급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딱 한 명. 멕시코 출신 인디언 혈통 남자. 지금은 미국에 있다고 하고.”

“멕시코 출신 인디언?”

“어. 특성도 특이하던데? 주술사 비슷한 거였나 그럴 거야 아마.”

“A급이면 혼자서 초대형 던전 가도 살아 남을 정도라며. 대단한 사람이네.”


의외였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멕시코는 올림픽이나 비슷한 경기에서 순위권에 든 적도 없는 나라였으니까. 그런 멕시코에서 전 세계에 한 명밖에 없는 A급이 나왔다는 게 특이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거 보면 혈통에 따라서 스탯이나 특성도 달라지나 싶기도 하고.”

“아깐 다섯 명인가, B급들이 다 운동 선수 출신이라며.”

“후천적 영향도 있겠지. 너랑 나처럼.”

“아, 그렇지.”


각자의 스승님으로부터 내내 수련을 받아온 대성이형과 나. 형 말대로 후천적 영향이 있는 건지, 우린 둘 다 각성자였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스탯도 가지지 못한 세상에서 우린 싸울 능력을 갖췄던 것이다. 바람을 어느 정도 부릴 수 있는 것도 형과 나의 공통점이었다.


“봐, 아직 열 시도 안 됐는데 길게 줄 선 거. 역시 강남이야.”


강남은 천정부지의 땅값에서 헌터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으로 의미가 바뀐 지 오래였다.


대성이형 말대로 보건소 앞엔 줄이 길었고, 인파 틈으로 이미 검사를 마친 사람들이 간간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F라니.”

“야, 여기 인간들 다 F 아니면 각성자인 줄 착각하는 일반인이야. F도 감지덕진데 뭘.”


별 생각 없이 따라온 곳이었지만, 기대 가득한 눈빛이나 실망한 사람들을 보니 은근히 긴장이 됐다.


“난 뭐 나오려나.”

“우리 둘 다 E 정도 나오겠지. F 가 다섯 쯤 모여야 고블린 정도 겨우 죽일 수 있는 정도고 E는 혼자서 해치울 수 있는 정도니까.”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접수를 한 건 그로부터 삼십 분은 더 지난 후였다.


접수처엔 중년의 한 사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표정하며 노련한 응대가 전형적인 살아남은 공무원의 모습이었다.


“이리로 오세요. 성함이랑 주소, 주민번호 쓰시고요. 특성이랑 기타 항목 작성해주세요.”


형과 나는 작성한 서류를 차례로 제출했다. 그래서 검사장에 들어가는 순서는 형이 먼저였다.


이번엔 중년 사내가 아닌 내 또래의 여자 공무원이 각성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사회 경험이 얼마 없어서 그런지 말과 행동에 열정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이쪽으로 들어가셔서 움직이지 말고 누워계시면 됩니다! 누운 후에 따로 안내를 드릴 건데,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바로 손 들어주세요! 자, 이쪽입니다!”


MRI 기계 같이 생긴 스캐너에 들어간 대성이형의 등급이 정해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삑-


“검사 끝났습니다! 천천히 나와주세요!”


스캐너와 연결된 모니터를 바라본 여자 공무원의 눈이 커다래졌다.


“오, E급!”

“형 E급이에요?”

“네! 요즘 E급이 많이 나와서 참 좋네요. 얼마 전까진 F급만 많았거든요.”


여자 공무원은 검사장 밖으로 걸어나오는 대성이형을 보며 손을 맞잡았다.


“김대성 님, E급이세요!”

“아, 진짜요?”

“네! 축하드리고, 앞으로 좀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잘 좀 부탁드려요! 자격증은 아마 금방 나올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야, 저 사람 E급이래.”

“나도 E급일 걸?”

“뻥 치시네. 아직 그정돈 아냐 넌.”

“뭐래, 이따 봐라!”


주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검사장을 빠져나오는 대성이형.


“형, 그래도 선방했네.”

“어, 뭐.”


그런데 왠일인지 형은 그리 얼굴이 밝지 않았다.


“이청준 씨 들어오세요!’


검사장에 들어서니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 커다란 느낌이 들었다.


“기계에 앉아서 안쪽을 돌아보시면 움푹 들어간 곳이 있을 거예요. 거기 머리 대고 누우시면 됩니다!”

“네.”

“스캐너가 몸을 몇 번 훑을 건데, 눈 감으시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계세요. 끝나면 알려드릴거예요.”


여자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기를 삼십 초 정도 지났을까?


“와··· 청준님! 끝났습니다. 나오시면 돼요!”


아까보다 더 높아진 듯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분명 ‘와’라고 했다.

설마하며 검사장을 나선 나는 내 예상이 적중한 걸 깨달았다.


“D급이세요! 아직 E에 가까운 측정값이지만···. 대박이네요! E급과 D급이 연달아 나오다니.”

“제가 D급이라구요?”

“네. D급이 세 명 정도 모이면 와이번도 대적할 만하니, 왠만한 곳엔 혼자 다니셔도 될 것 같은데요?”


내가 또 와이번이라면 할 얘기가 많지.


“야, 축하한다.”


대성이형이 진심으로 부러운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솔직히 D급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대단하네. 노력이 부족했나, 내가.”

“아냐, E급에 가까운 D급이라잖아. 형도 거의 D급이나 마찬가지일 걸?”

“됐어, 임마.”

“형이랑 나랑 능력치합은 비슷한데···”

“괜찮다니까. 대기실이나 가자.”


자격증을 받기 위한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사람들의 시선은 내게서 거두어지지 않았다.

그새 D급 헌터가 탄생했단 소식이 퍼진 모양이었다.

하기야 아까 그 여자 공무원의 목소리가 크기도 컸지만.


이 사람들이 내가 겨우 특성 한 개짜리 D급 헌터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할까.

문득 씁쓸해지는 현실이었다.


그때였다.


창밖에서 엠뷸런스 소리와 함께 주위가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실종자입니다! 비켜주세요!”


보건소 옆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본 대성이형이 입을 열었다.


“너 조만간 크게 계획 없다고 했지.”

“응.”

“그 친구 부탁도 사냥만 많이 하면 되는 거고. 고기 모으는 용으로.”

“어. 왜?”

“그럼 나랑 틈틈이 도사님들 좀 찾자. 같이 하든 따로 하든.”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는데.”


지난 해 청계산 집을 나선 순간부터 줄곧 해온 생각이었다. 처음 일주일이야 그러려니 싶었지만 세상이 이렇게 된 걸 깨닫고 난 후, 도사님이 허무하게 돌아가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정부는 이산가족이 된 친지들을 이어주기 위해 ‘가족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스승님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난 그게 스승님의 죽음을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청계산은 반 년 전에 영구적 게이트가 열려가지고···”


형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고블린이나 오크는 물론, 아울베어까지 등장한다는 소문이 도는 산간지역. 청계산은 그 중에서도 중대형 영구적 게이트가 열려 그야말로 지옥이 된 지 오래였던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인터넷은 엄청 잘 쓰던 분들이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심각해진 내 얼굴이 걱정스러웠는지, 대성이형은 나를 위로했다.


“그래도 살아게시겠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희망은 있었던 것이다.

방금처럼 실종자들이 던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당연하지. 난 형만 괜찮으면 내일이라도 같이 던전 가고 싶어.”

“아냐, 아냐. 일단 동료 더 구하고, 너 연합 가입해야지.”


그놈의 연합이 뭔지, 집착이 심한 형이었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바로 할게.”

“아, 배고프다. 일단 근처에서 밥이라도 먹자. 가서 너 가입하고 던전 돌 사람들 좀 찾자.”

“며칠 정도 걸리려나? 한 이틀 걸리나?”

“헌터연합 사이트에 등록하면 한 시간도 안 걸릴 걸? 여기 강남역 근처잖아.”

“미친, 지금까지 왜 가입 안 했지?”


사실 연합에 가입하지 않았던 건 굳이 많은 사람과 얽히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김원춘 일당을 만난 후 섣불리 사람을 믿지 않게 됐으니까.


그렇지만 헌터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부터 구할 수 있는 정보의 양까지.

형의 이야기를 듣고도 가입하지 않는 건 멍청한 짓 같았다.


“던전 발견했단 글이 꽤 되네··· 근데 왜 팀원 다 구했단 표시가 많이 안 달렸지?”

“게이트나 경계 지역에서 임무만 받아도 먹고 살만 하니까. 생각보다 D급 이상 헌터가 없는 것도 있고.”

“배가 불렀네.”

“난 배가 고프다. 저기 국수집 어때?”

“좋지. 형, 가볍게 소형 던전부터 알아볼게.”

“어.”


가게에 들어서며 휴대폰을 바라보던 나는 딱 마음에 드는 제목의 게시글을 발견했다.


‘ASAP 토벌 들어갈 소형 던전 팀원 구합니다. (4/6)’


*****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4호선 숙명여대역 근처의 굴다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푸른색 철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른색 철문은 소형 던전을 의미했다. 언뜻언뜻 붉은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게, 소형과 중형의 경계에 있는 던전 같았다.


“이곳인가요?”

“네. 발견하고 등록한 지 일주일 짼데, 헌터관리국에서 팀원 여섯 명 아니면 안 된다 그래서··· 크기가 좀 애매하다보니까 그런 것 같긴 하지만요.”


정부는 각성자들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각성자관리부를 생성했고, 그 아래엔 헌터관리국과 아까 방문했던 각성자용 보건소 등이 있었다. 헌터관리국은 던전 토벌을 비롯한 헌터 업무의 총체를 담당하고 있었고. 지금과 같이 던전 별 최소 인원을 정해놓는 것도 헌터관리국의 일이었던 것이다.


“근데 어떻게 딱 두 분이 와주셨네요.”


현준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때 맞춰 나타난 우리가 정말 반가운 듯 줄곧 협조적이었다. 리더치고 말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게 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와 대성이형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네 명으로 이뤄진 자신의 팀원들이 모두 E급이라느니, 자신과 궁수 계열 헌터인 남순이 곧 결혼할 예정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떠들어댔으니까.


“그것도 E급과 D급 헌터라니, 이번 토벌··· 정말 기대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들어가면 안 될까요?”


대성이형이 심드렁한 얼굴로 물었다. 이동하는 내내 계속된 현준의 수다에 지친 형과 나였다. 나머지 네 명의 일행들은 완전히 적응한 것처럼 그의 말에 최소한의 반응만을 하고 있었지만.


“저희가 좀 급해서요.”

“그래, 자기야.”


덧붙인 나의 말에 남순 씨도 동의했다. 그런 애인의 말에 아차 했는지, 현준은 서둘러 문으로 다가갔다.


“네, 그럼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두 손으로 움켜쥔 배틀엑스가 조심스레 문을 그었다.


끼익-


예의 녹슨 경첩 소리가 울려퍼지며 던전의 문이 열렸다.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둡고 축축한 공간 속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음?”


그런데 왜일까.

멀쩡하던 푸른색 문이 갑자기 완전한 붉은색으로 보였다. 눈을 깜빡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 색으로 돌아왔지만··· 이거, 예감이 좋지 않다.


“청준아, 안 오고 뭐해?”


앞서 걸어 간 대성이형이 나를 불렀다. 어느 새 일행들은 모두 던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보통 영화 같은 데 보면 이럴 때 ‘아냐, 가자.’ 할 테지만 나는 달랐다.


“방금 문 색깔 변하는 거 못 봤어?”


그러나 불행히도 형의 반응은 여느 영화 속 조연의 대사와 같았다.


“무슨 소리야 그냥 파란색인데. 가자, 빨리. 저 사람들 놓치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능빨 헌터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로 돌아오겠습니다 +1 20.09.30 21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0.09.28 17 0 -
공지 연재 주기 및 작품 관련 사담 20.09.25 23 0 -
공지 수정 공지입니다 (2020.9.23) 20.09.23 22 0 -
17 사이비냐 (1) +1 20.09.28 40 1 11쪽
16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4) +1 20.09.26 44 2 14쪽
15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3) +1 20.09.25 66 3 12쪽
14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2) 20.09.24 35 1 11쪽
13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1) +2 20.09.23 32 1 11쪽
12 어딜 가나 파벌 싸움 (3) +2 20.09.23 39 2 11쪽
11 어딜 가나 파벌 싸움 (2) 20.09.22 46 1 11쪽
10 어딜 가나 파벌 싸움 (1) +2 20.09.21 45 2 13쪽
9 헌터로 살아가는 법 (5) +2 20.09.20 47 3 14쪽
8 헌터로 살아가는 법 (4) +4 20.09.19 52 3 12쪽
»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2 20.09.18 59 3 12쪽
6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0 4 11쪽
5 헌터로 살아가는 법 (1) +4 20.09.16 113 4 13쪽
4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4) +1 20.09.15 125 3 12쪽
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0 2 13쪽
2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2 20.09.12 174 4 13쪽
1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1) +4 20.09.11 290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