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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님의 서재입니다.

재능빨 헌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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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최근연재일 :
2020.09.28 16:34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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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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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1,852

작성
20.09.1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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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1)

DUMMY

‘정상적인 가정’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애초에 타인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분명한 건 내가 그리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진 않았단 거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갓 제대한 아들이 늦잠 좀 잔다고 이렇게까지 구박하지는 않을 테니까.

귓가에 들려오는 잔소리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나는 젓가락으로 밥풀을 하나둘 떼어먹기 시작했다.


“청준이 이 놈, 반항이냐!”

“반항 아니거든요?”

“그럼 도전인 게냐?”


스승님은 숟가락을 쾅, 하고 내려놓더니 금방이라도 일어설 태세를 취했다. 정말이지 기운이 엄청난 노인이다.

종종 마당에서 기른 상추나 고추 따위를 근처 한약방에서 무언가와 바꿔 먹더니, 그 효능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아니 그럼 이노무자슥아, 왜 밥맛 떨어지게 깨작거리고 난리냐?”

“왜 이제 밥 먹는 것까지 뭐라고 하십니까!”


‘하십니까! 하십니까!’


내 외침이 산속에서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오늘은 전역한 지 5일째.

새벽에 눈이 떠져도 다시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최고로 행복한 시기다. 그런데 그걸 방해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스승님은 내가 전역한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정확히 일곱 시 기상을 외쳤던 것이다. 설마했던 일이 곧 현실이었다.


뭐가 됐건 더 이상은 못 참는다.

난 속사포처럼 그간 참아왔던 말을 쏟아냈다.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군대 다녀오면 간섭 안 한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진짜 너무하십니다!”

“···”


나는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는 도사님에게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했다.


“수련이 돈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 잠 좀 자게 해주십쇼! 제발!”

“이노무자슥이··· 밥상까지 차려놓고 먹으라니까는···”

“아침 안 먹어도 된다니까요?”


딱!


그렇게 정말 오랜만에 눈앞이 새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스승님이 들고 있던 숟가락으로 내 이마를 내려쳤던 것이다.


“악!”

“내가 네 그 더러운 성질머리 고쳐놓느라 깨나 힘 좀 썼지. 속세에 그대로 있었으면 누굴 어떻게 괴롭혔을꼬? 설거지하고 뒷마당으로 와라. 대련이나 하자.”


유유히 몸을 일으키는 노인의 안광.

그걸 본 나는 그제야 사태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가 말한 ‘대련’이란 나의 체력과 검술을 증진시킨다는 목적 아래 이루어지는 성스러운 행위이자, 나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행위를 뜻했으니까. 병장 때의 여유 따윈 스승님 앞에선 금물이었다.


온통 나무로 만들어진 이 집이나 자신의 복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스마트폰을 두들기며 뒷간으로 향하는 대머리 도사를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입이 방정이지. 젠장.”


*****


잡풀이 무성한 넓은 공터.

뒷마당에 선 스승님은 특유의 괴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대련은 정말 오랜만이다. 휴가 때면 ‘친구 집 놀러 간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곤 했던 스승님이었다. 2년만의 대련이란 소리다.


“꿀꺽.”


스승님은 몇 올 남지 않은 머리를 긁으며 다른 한 손으로 나를 향해 목검을 겨누고 있었다. 소름이 돋는다.

군 입대 전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체력 단련을 시켰던 지독한 영감이다. 여전히 영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자세가 많이 흐트러졌구먼. 쓰잘데기 없는 근육만 잔뜩 늘었어. 기는 전혀 나아진 게 없구나.”

“동기들이랑 쇠질, 아니 헬스를 좀 했으니까요. 기는··· 아무리 느끼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걸 어떡합니까?”

“쯧. 팔다리가 잔뜩 굳어서 엉망진창이로구나. 유연성은 느그 부대 옆 짬타이거한테 주고 온 게냐?”


군대 짬밥을 먹고 사는 고양이, ‘짬타이거’.

6.25도 전에 군대를 다녀왔다는 스승님이 그 말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순간 웃음이 나왔다.


“허, 그런 말은 또 언제 배우신 겁니까?”

“넌 알 것 없다, 이놈아. 목석 같이 딱딱한 몸으로 뭘 묻는 게냐?”


끊임없는 디스에 정신이 혼미하다. 무형의 긴장 속에서 나는 손에 쥔 진검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잔소리가 이어질 거란 내 예상과 달리 도사님은 그런 날 지켜보기만 했다.


“뭐하는 게냐? 어서 들어오너라.”


다부진 체격의 노인은 여전히 형용할 수 없이 강한 기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대련을 함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첫 움직임이다. 어느 발을 내밀어 얼마나 균형을 싣는지에 따라 다음 동작으로 부드럽게 이어질 수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 몸은 그걸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휙.


다음 동작까지 떠올리며 휘두른 검이었지만 스승님은 그것보다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다음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치켜 올라간 스승님의 왼쪽 어깨를 내리치면, 그는 바람처럼 옆으로 비켜서 그 공격을 피했다. 균형이 뒤로 옮겨지는 순간 빠르게 다가가 허리를 베어내려 했지만 그의 동작은 역시 그것보다 더 빨랐다.


휙. 휙. 휙.

나는 스승님의 심장을 찌르려 했지만 그새 그는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든 쳐내려 달려가도 그가 방향을 트는 순간을 뒤늦게 간파했다.

청계도사는 여전히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도사들 사이에서 바람 같이 민첩한 몸놀림으로 유명한 스승님.


내 팔과 다리가 길어지고, 굵어지고, 키와 몸이 자라도.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도 그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상대였다.

그와 지낸 모든 순간에 절로 새겨진 사실이었다.


“떼잉, 발전이 없구나.”


스승님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툭, 목검으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전이었다면 그 말에 힘이 부쳐 멈춰섰겠지만, 그렇게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스승님의 목검을 피하느라 경황이 없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뒷걸음질 치려는 척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검에 바람을 휘감았다.

목표는 이제 막 내게 달려오는 스승님의 손목이었다.


‘거리에 상관없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지. 특히 바람을 보는 네놈에겐 말이다.’


귀가 헐도록 들어온 말이다.


휘익.


내 검으로부터 쏘아진 작은 바람의 칼날이 그대로 스승님을 향했다. 그대로 멈춰선 스승님이 손을 들어올려 무언가를 확인했다. 난 보고야 말았다. 그의 회색빛 소매가 삐뚤빼뚤하게 잘려있는 모습을.

분명 내가 날린 검풍이 해낸 일이었다.


곧이어 스승님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췄다.


“···”


묘한 눈빛.

알겠다.

그는 나의 성장에 감복한 것이다.


머릿속으로 오만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고생했던 지난날과 반쯤 포기한 검술 실력. 스승님의 구박과 편히 자본 적 없는 날들까지.


얼마나 감동스러운 순간인가?


“스승님!”


처음으로 먹힌 공격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었다.

그러나 가슴 벅찬 나와 반대로 스승님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청준, 네 이 놈!”


쏟아지는 목검 세례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놈자슥이 이젠 내 옷까지 잘라놓네! 아이고, 이거 어쩔거냐! 오늘 중요한 자리가 있어 골라 입은 걸 요따구로 만들어놓다니!”

“잘못했어요, 스승님! 살려주십쇼! 으아아! 대한민국··· 최고 미남··· 스승님!”


그가 좋아하는 호칭을 아무리 불러봐도 소용없었다.

그러나 스승님과 사는 내내 전속력 달리기는 우사인 볼트급으로 연습했던 나다.


청계산을 두 바퀴나, 산자락 아래 아파트촌을 세 바퀴나 돌고 나서야 스승님은 날 쫓기를 포기했고, 나는 날이 어두워질 쯤에야 집에 돌아갈 엄두를 낼 수 있었다.


“뭐하는 짓이냐, 이게.”


노을이 구름에 걸린 저녁. 대문을 연 나는 혹시라도 도사님이 잠복하고 있을까 수를 썼다.

가만히 눈을 감고 공기의 흐름을 느껴보려 애를 썼던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스승님이 오랜 기간엔 걸쳐 알려준 방법이었다.


“뭐야, 안 계시네.”


설마 영화에서처럼 기운을 숨기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거나 하시진 않겠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본 나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집으로 들어가 모든 방문을 열어보아도 스승님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아무 말씀도 안 하고 가실 리는 없는데···’


그제야 도사님이 ‘중요한 자리가 있다’고 한 게 기억났다. 약속이 있는데도 날 잡겠다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셨던 것이다.


“스승님도 참, 대체 얼마나 중요한 자리라고 옷 하나 가지고···”


평소처럼 잠에 들기 전 가부좌를 튼 나는 조용히 주변에 떠도는 기운을 느꼈다.

청명하다가도 혼탁하기 그지없고, 따스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것. 스승님이 ‘기’라고 부르는, 무협지 속에나 있을 만한 존재였다.


‘그래, 청준아. 느껴지느냐? 앞으로 그것이 네 손이요, 발이요, 고 살아야 한다. 존중하되 네 힘으로 부릴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대체 얼마나 익숙해져야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건지.


*****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나 흘렀다.


간절하던 늦잠은 그새 일상이 되어버렸고 동기들과 만나 노는 것도 슬슬 질릴 판이다.

아직 여덟 시도 되기 전인 지금 내가 목검을 들고 내려치기 자세만 주구장창 연습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근데 또 무작정 도사님을 찾아 나서기도 뭐하다. 얼마 전 휴가 때도 도사님이 일주일간 자리를 비웠던 일이 있었으니까.


“설마 나 때문에 충격 받으신 건 아니겠지?”


문득 대련 때 보았던 도사님의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헛헛해지는 마음에 휴대폰을 어딘가로 던져버렸다. 마루에 걸터 앉은 나는 명상을 할 준비를 했다.


“아이씨, 집중도 안 되네. 확 여행이나 갈까?”


그때였다.


쾅!


아주 멀리서 그러나 너무나도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퍼진 것은.


“윽.”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 나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단 걸 깨달았다.


작가의말

첫작 잘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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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2) 20.09.24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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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딜 가나 파벌 싸움 (2) 20.09.22 47 1 11쪽
10 어딜 가나 파벌 싸움 (1) +2 20.09.21 46 2 13쪽
9 헌터로 살아가는 법 (5) +2 20.09.20 53 3 14쪽
8 헌터로 살아가는 법 (4) +4 20.09.19 56 3 12쪽
7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2 20.09.18 63 3 12쪽
6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3 4 11쪽
5 헌터로 살아가는 법 (1) +4 20.09.16 115 4 13쪽
4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4) +1 20.09.15 126 3 12쪽
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2 2 13쪽
2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2 20.09.12 175 4 13쪽
»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1) +4 20.09.11 2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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