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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 헌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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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최근연재일 :
2020.09.28 16:34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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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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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1,852

작성
20.09.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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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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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3)

DUMMY

“전 이곳에서 벗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들 오빠가 없었던 걸 알고 있는데요.”

“사실 제게 투명화 기술이 있습니다.”

“투명화 기술이요?”


내 말을 들은 채혜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뒤이어 들리는 건 헌터들의 동요였다. 정인규는 그런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모습이었다.


“우리 이청준이가 D급인 이유가 있었네. 그럼 그렇지.”


그러나 정인규의 중얼거림과 반대로 2팀 헌터들은 믿고 싶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잔뜩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이영현의 표정 역시 전에 없이 굳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내 말이 사실이라면 2팀으로선 3팀에 나란 인재가 존재한단 사실만으로도 엄청나게 손해였으니까.


“마법사도 아닌데 투명화는 무슨. 보여줘봐요!”

“저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그런데 쿨타임이 일주일입니다.”


동시에 헌터들은 말을 잃었다.

‘쿨타임이 일주일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일주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내 말이 진짜인지 거실인지 알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2팀과 3팀의 희비가 교차했고, 잠시 후 분을 이기지 못한 2팀의 헌터 하나가 정적을 깼다.


“웃기시네, 그런 쿨타임은 처음 들어보는데 어디서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해? 아주 보자보자 하니까···”

“냅둬. 어차피 오늘 안에 뒤질 건데 뭐하러 감정 낭비를 하나?”

“하긴.”


그런데 한 헌터의 말에 2팀의 분위기는 갑자기 달라져버렸다.


‘오늘 안에 뒤진다고?’


“뒤지다니? 우리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정인규의 말에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지원팀과 이야기를 하다 온 박경수가 물었다.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은 팀 간의 분위기를 그도 느낀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팔짱을 끼는 척 하면서 양손을 허리춤에 꽂은 이도류에 가져다 대는 걸 보았다. 역시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가 이 정도로 긴장하는 건 처음 봤으니 말이다.


폭발할 듯 조용해진 히든 던전에서 다시 입을 여는 건 2팀의 리더 이영현이었다.


“한성수 씨.”

“옙.”

“예의를 차리셔야죠. 안 그러면 구원이고 뭐고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제발 그것만은···”

“다음부턴 타락자들에게도 끝까지 성의를 다하세요.”

“알겠습니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 채혜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뭔 소리들을 하는 거예요?”

“아··· 정말 알려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네요.”


이영현은 분명 평소와 같이 친절한 말투로 답하고 있었지만, 나를 비롯한 3팀의 헌터들은 미묘한 낌새를 눈치챘다.


아쉽다는 듯 살짝 다물어진 입매와 반대로 즐거운 듯 웃고 있는 눈가는 고사하고, 멀리서 쉰 명은 족히 되는 지원팀이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뭐가 문제냐고?


대놓고 우릴 향해 걸어오는 그들의 손엔 저마다 무기가 들려 있었다.


전투 태세에 돌입했단 뜻이다. 그 대상은 모두가 눈치채고 있었고. 뒤를 돌아본 박경수가 빠른 몸놀림으로 자신의 검을 꺼내 들자 3팀 헌터들 모두가 순식간에 자신의 무기를 꼬나 잡았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방금까지도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던 지원팀이다. 박경수의 얼굴은 당혹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칠십 대 이십.

대부분이 D급 헌터로 구성된 이들이기에 승산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내 귓가에 내 이름이 들려왔다. 역시 이영현의 목소리였다.


“아쉽네요. 3팀은 구제 대상이었는데··· 정인규 씨랑 몇 명은 거의 반이나 넘어왔단 말이에요. 이게 다 이청준 때문이죠. 아니, 따지고 보면 이청준을 데려온 박경수 팀장 때문인가? 호호. 뭐가 됐건 알게 뭐야.”

“갑자기 무슨 소리를···”

“뭐, 더 알 건 없고. 지원팀, 처리하세요.”


뒤이어 벌어진 일들은 순식간이었다.

이영현의 손짓 하나로 우리에게 덤벼든 지원팀과 2팀 헌터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예상을 벗어난 정인규였다. 셋이나 되는 헌터들이 그에게 달려들더니 그 중 양 팔을 벌린 한 명의 주문과 함께 정인규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아가야, 이리 온.”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 주문이다.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충격적이게도 채예진의 얼굴이 보였다. 검은 망토를 걸친 차예진은 정인규가 정신을 잃은 걸 확인하더니 나를 향해 작게 미소지었다.


“안녕하세요.”

“청준아, 오랜만이다. 잘 있었냐.”

“···안형주!”


그 옆에서 나를 부른 헌터 역시 익숙한 얼굴이었다.


김원춘의 오른팔이었던 안형주. 그가 히죽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야, 그래도 동갑이라고 말도 놓고 그랬던 사인데 안 반갑냐? 며칠 같이 안 지내서 그런가? 하긴 원춘 형을 그렇게 해놓고 빤스런했는데 지낼 수 가 없었지.”

“찬희는 어디 있어! 김찬희 말이야!”


갑자기 떠오른 찬희의 생각에 안형주를 추궁했지만 그는 대답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렇게 된 세상에서 죽고 사는 게 그렇게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 안 그래?”


내가 무어라 대꾸를 하기도 전에 안형주는 자신의 뒤를 노린 3팀 헌터의 얼굴을 재빨리 낫으로 베어버렸다. 놀라우리만치 깔끔한 동작에 헌터는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얼굴을 감싸쥐고 나가떨어졌다.


“아까 듣자하니, 이청준 씨 능력이 꽤 괜찮으시다던데... 변변찮은 직업은커녕 특성도 하나 없다면서 꽤 발버둥을 치셨나 봐?”

“여전히 그 작은 입으로 쫑알거리는 게 진짜 비열하게 생겼네.”


내 말에 컴플렉스를 찔린 듯 안형주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 놈과 계속해서 수다를 떨 여유 따위는 없었다.


쪽수에 밀린 3팀 헌터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고···


채예진이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난 그때보다 더 빨라졌으니까.


순식간에 천제검을 꼬나쥔 나는 재빨리 채예진의 팔목을 베어버렸다. 한창 토벌한답시고 푸르게 벼려둔 검날에 그녀의 팔은 뼈까지 깨끗이 잘려나갔다. 숨이 끊어지지 않아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계속됐다.


“이 새끼가..!”


그러나 그녀를 죽이기는 싫었다. 어쩔 줄 몰라하며 달려드는 안형주의 표정이 꽤 볼 만했기 때문이다. 나는 일부러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 뛰어들었다. 아군과 적군읭 무기가 끊임없이 휘둘러지는 곳이 내게는 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다.


안타깝게도 3팀의 수는 절반 가까이 줄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나와 함께 서 있던 사람들이 차가운 사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자 머리가 차가워졌다. 말이 전투지, 답이 정해진 몰살에 가까워보였다.


묵묵히 헌터들을 쓰러뜨리고 있는 박경수의 옆에 서자마자 심재민이 휘두른 거대한 해머가 날아왔다. 여전히 이유는 모르지만, 적이 된 이상 봐줄 생각은 없다. 나는 간단히 허리를 숙여 그걸 피하고 난 뒤 놈의 명치를 발로 차 중심을 잃게 했다. 그러나 해머의 무게 덕에 기어코 넘어지지 않은 심재민은 이번엔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해머를 내게로 내리찍었다.


쾅!


적의에 찬 해머가 땅을 찍어누르자마자 나는 놈의 한 쪽 눈을 검풍으로 찔러버렸다.


“크아악···”


놀라운 점은 동시에 놈의 눈이 ‘뚫려버렸다’는 점이었다. 건너편이 보일 정도로 머리를 관통 당한 심재민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 건 당연했다. 놀랄 새도 없이 내게 덤벼드는 안형주를 막아내기에 바빴지만, 청룡비기인지 뭔지 하는 걸 얻고 난 후 힘 자체가 달라진 건 확실했다.


본능적으로 안형주의 허리를 길게 베어버렸다. 아마 놈은 내가 움직이는 검이 잘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심한 상처를 입은 안형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틀 엑스를 휘둘렀지만, 이미 나와 비교할 수도 없이 느린 속도일 뿐이었다.


“형주야, 그만 해!”


얼씨구.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김서희가 안형주의 허리를 붙잡고 뒤로 끌어냈다. 비교적 악연은 덜 한 편이지만 저들은 한 패다. 그 생각을 하며 안형주와 김서희 모두를 관통할 검풍을 날리려던 차였다.

내 눈에, 멀리 심재민과 친했던 헌터가 박경수의 뒤를 노리는 게 보였다.


‘한번 더 해 볼 차례다.’


재빨리 팔을 뻗어 놈에게 검풍을 날렸다. 역시 뻗어가는 기운의 속도와 양 자체가 달랐다. 심장을 관통 당한 놈에게서 피가 쏟아졌고, 비명도 없이 한 명의 숨이 끊어졌다.


“예쓰!”


그새 김서희와 안형주는 모습을 감췄다. 뒤도 안 보고 도망 친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지금 기분이 좋았다. 죽이고자 하는 자는 전부 죽일 수 있단 자신감이 차올랐다.


미소와 함께 다음 헌터에게로 손을 뻗는 나를 본 박경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요.”


그제야 내 표정이 기괴하기 그지없단 걸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박경수, 채혜진, 류세훈을 포함해 얼마 남지 않은 3팀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박경수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인규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마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인규가 잘못 되었단 걸 말이다. 그러나 일부러 그는 내게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와 나 사이의 헌터 셋을 끝장 낸 나는 외쳤다.


“잡혀갔습니다!”


계속해서 헌터들을 상대했지만 보고야 말았다. 정인규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없이 헌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엔 그가 지쳐버린 게 보였다. 점점 동작이 느려지고 있었다. 아마 내게서 정인규의 소식을 들은 영향도 클 것이다.


“끄아악!”


순간 오른편에서 앳된 류세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다시 머릿속이 차가워지는 기분과 함께 고개를 돌리자···


장신의 남자에게 가슴팍을 찔린 류세훈이 땅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흐으윽···”


끊어질 듯 숨을 몰아쉬는 것으로 보아 찔려선 안 될 곳을 찔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류세훈을 공격한 남자를 곧바로 베어버린 나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멈췄다.


목에서 피가 솟구치는데도 신음조차 내지 않는 남자의 동공은 어딘지 모르게 풀려 있었는데, 그의 얼굴 역시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찬희야?”


감정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 찬희는 그대로 땅으로 쓰러졌고, 나로 인해 잘려버린 동맥에선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듯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죽었다.


“찬희야··· 찬희야!!!”


그 애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다가갔지만 내게 달려드는 헌터들은 끝이 없었다. 어차피 뒤질 거 성가신 정도가 꼭 하루살이 같았다. 왜 가을이 되면 공중에 몰려다니는 하루살이 떼 있지 않나?


그러고보니 좀 웃긴다.

앞엔 찬희가. 뒤엔 세훈이가.


쓰러져 있는 이 애들에게 유난히 신경을 쓰는 내 모습에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하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미친 놈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어떡하나?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쿨럭··· 이청준 씨!”


뒤를 돌아보진 않았지만 박경수가 피를 토하고 있는 것 같다.


“하···”


나는 눈을 꼭 감고 검을 휘둘렀다. 어림 잡아 서른 정도. 끝장내야 할 헌터가 서른이다. 어쩐지 그리 많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검에 베어지는 헌터가 셋. 누구도 내 움직임을 피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경수와 채혜진 근처의 헌터를 포함해 순식간에 열 명을 처리한 내 눈에 뒷걸음질 치는 이영현과 달아나는 지원팀 몇이 보였다.


“어디 가? 여길 이 꼴로 만들어놓고.”


내가 검을 꼬나쥐며 다가가자 이영현은 알 수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미소지었다.

···이 새끼가?


“웃어?”

“좋구만. 그렇게 발악하는 게 말이야. 아주 마음에 쏙 들어.”


윙크를 하던 이영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남자의 것으로 바뀌었다.


“김원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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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1) +2 20.09.23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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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헌터로 살아가는 법 (4) +4 20.09.19 56 3 12쪽
7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2 20.09.18 63 3 12쪽
6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3 4 11쪽
5 헌터로 살아가는 법 (1) +4 20.09.16 11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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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2 2 13쪽
2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2 20.09.12 175 4 13쪽
1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1) +4 20.09.11 2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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