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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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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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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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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
글자수 :
280,874

작성
20.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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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5화 - 용병은 침대에 눕고, 다른 두 사람은 의자에 앉는다

DUMMY

로쿤 대륙의 동쪽은 아스데우스 황제가 즉위한 직후 평정됐다. 2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황제의 손에 수많은 왕국이 역사의 뒤로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의 피가 흘렀다.


혹자들은 이 정복전쟁이야말로 아스데우스 황제의 가장 큰 업적이며, 마왕 토벌의 초석이었다고 평가한다. 하나의 제국. 그것이 마왕 토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전쟁에서 배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큰 장점이니까.


그러나 혹자들은 이 전쟁이야말로 300년 전, 용사에 의해 토벌된 뒤 사라졌다는 마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마왕 탄생'의 이유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 모를 마왕 탄생 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만에 하나 그 주장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평화로운 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한적한 시골의 술집에서조차 '위대한 황제 폐하를 위해!'라는 건배사가 쓰이던 시절이니 만약 마왕 탄생이니 뭐니 하는 말을 지껄이는 사람이 있었다면 '분위기 파악하게!'라고 핀잔을 들었을 것이다.


[카쉬르, 동대륙 탐험기- 하리알 왕국 편 中]


---------------------------------------------------------------


테이트의 방으로 올라간 세 사람은 각자가 조사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용사 일행이 가짜였을 것이라는 하쉬의 추측을 들은 테이트는 꽤 놀랐지만, 그리니언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하쉬 역시 헤이나르의 성에 인간 여자가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묘한 표정이 됐지만,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그렇게 다소 침착한 분위기에서 정보교환이 오간 뒤, 세 사람은 각자의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주인장이 신경 쓰인다고 했던 클린트라는 사람은 일단 방치해도 되겠군."


테이블 옆 의자에 앉은 두 명과는 달리 침대에 누운 그리니언은 침묵을 깨며 말했다. 단정적으로 말하는 그리니언을 보며 하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죠? 꽤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하쉬의 질문에 자신의 침대를 점령한 그리니언을 보며 한숨을 내쉬던 테이트가 말했다.


"아마 사건과 관련이 있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니까요. 용사 일행이 살해당한 지 2주가 지났는데, 그 이전엔 클린트라는 사람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모양이니 사후조치에 고용됐다고 봐야겠죠. 사건의 증거를 2주가 지난 지금 처리할 리도 없고, 남은 사후조치라고 해봐야 대수롭지 않은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테이트의 말을 들은 그리니언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마도 미끼 역할이겠지. 오히려 사건에 깊게 관여됐다면 마검사의 편지를 받은 주인장을 감시하는데 쓰였을 거야. 이전에도 이 여관에 종종 왔던 모양이니까."


"확실히. 카키 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제가 생각해도 이상하긴 했습니다. 물론 루브린에 계속 있었던 카키 씨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겠지만, 꽤 오랜 시간 서신을 주고받았으니 용의자 파악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고보니 테이트 씨는 어쩌다 이곳에...?"


"용사 일행 사건을 처음부터 조사할 생각으로 서튼 마을에 직접 가서 들은 이야기 때문입니다. 용사 일행에게 소꿉친구가 하나 있는데 루브린에서 여관을 하고 있다고. 보통이라면 피므루시 경찰서에 협력을 요청해야 했지만, 독단적으로 수사하고 있었으니 갈 수가 없었거든요."


"어쩌면 제국 쪽에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카키 씨의 존재를 놓친 것일 수도 있겠군요."


"글쎄. 그렇게만 보기엔 이상한 점이 많아."


묵묵히 두 사람의 말을 듣던 그리니언은 뭔가 마음에 걸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상한 점인가요?"


"이 녀석이 찾고 있는 경찰 아가씨.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수사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고, 공학 연구소를 찾아와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그럼 당신들인가?'라고 말했어. 주인장에게 물어봤는데 파란 머리 여자 경찰을 만난 적은 없다더군.


그렇다면 그 아가씨 혼자서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어디선가 찾아냈다는 게 되겠지.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형사도 발견한 것을 제국 놈들이 놓쳤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아마 주인장과 그 편지에 대해선 방치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 편지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필체는 마검사 브론드 본인의 것이라고 했으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주인장이 편지의 내용을 해석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모호한 문장이니까요."


"테이트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문장은 용사 일행의 죽음에 대한 단서가 아니라 뭔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군요. 용사 일행 사건은 방치하는 제국이 신경을 쓸 정도의 무언가 말입니다."


하쉬의 말을 끝으로 방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세 사람 모두 용사 일행의 죽음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제국이 신경 쓸 정도의 무언가에 대해선 짐작 가는 것이 없었다. 한참 지속된 침묵을 깬 것은 그리니언이었다.


"주인장의 일도 일이지만, 강경파 마족들의 움직임도 신경이 쓰이는군. 너. 놈들이 관심 가질 만한 물건에 대해 짐작 가는 것 있냐?"


"글쎄요. 원체 단순 무식한 놈들이니 매끈매끈한 돌 같은 거라도 찾는 거 아닐까요?"


"돌.. 말입니까?"


테이트는 하쉬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이 됐다. 그리니언은 그런 테이트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농담이니까 진지한 표정 짓지 마. 너도 진지하게 대답해."


"아뇨. 저는 진지합니다만..."


그리니언의 말을 들은 하쉬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심각한 표정의 테이트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혈석...이라고 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군."


테이트의 중얼거림을 들은 그리니언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지만, 하쉬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감탄했다.


"오, 이것 참. 인간 중에 그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혹시 테이트 경감님도 특수경찰이십니까?"


하쉬의 말을 들은 테이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아뇨. 일반 경찰입니다. 파트너가 원체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언제나처럼 그 녀석의 망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혈석? 그게 뭔데?"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빛이 초롱초롱해진 그리니언의 시선을 받은 테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하아. 유디 그 녀석의 말로는 마왕을 죽였을 때 나오는 마석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설화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했으니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마왕의 즉위식에 꼭 필요한 것이라더군요.


인간이 그걸 먹으면 불로불사의 육체를 얻게 된다는 소문도 있는 모양이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전 대의 용사들이 모두 살아있었을 테니 헛소문이겠죠."


"흐응. 불로불사인가. 별로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는 아니군."


"불사는 몰라도 불로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시겠죠. 뭐, 아무튼 강경파 마족들이 뭔가를 찾는다면 아마 그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제국을 치기 위해선 마왕이라는 구심점과 명분이 있어야 할 테니까요. 다만 지금 강경파 녀석들이 수색하고 있는 곳이 서쪽 평원이라는 것은 조금 이상하군요."


"마왕이 죽은 곳은 마왕성이었고, 설사 다른 곳에서 죽었다고 해도 죽은 용사 일행이 가져갔을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지. 어쩌면 용사 일행 사건의 범인도 그걸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군."


"만약 그걸 노린 것이라고 하면 어째서 마왕 토벌 후 4년이나 지난 지금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그 기간 동안 혈석이 안전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죠."


작가의말

2부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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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47 Brav
    작성일
    20.02.10 11:47
    No. 1

    아직 떡밥이 다 안 나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RO4dh
    작성일
    20.02.10 12:41
    No. 2

    꾸준히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2부에서는1부에서 흘러가듯 나왔던 이야기들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나갈 예정이고,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하나 둘 써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흙색불사조
    작성일
    20.02.22 13:49
    No. 3

    62% 가질만한>>가질 만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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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 피곤한 공학자는 여관으로 향한다 +1 20.03.02 88 4 8쪽
58 58화 - 용병은 환영받지 못한다 +3 20.02.28 72 5 7쪽
57 57화 - 경찰은 심문을 시작한다 20.02.27 72 4 8쪽
56 56화 - 반마는 마공작의 서재에 가본 적이 없다 +1 20.02.26 72 5 8쪽
55 55화 - 마족은 명예를 건다 +1 20.02.25 96 5 9쪽
54 54화 - 용사는 범죄자의 안부를 물었다 +4 20.02.22 102 5 8쪽
53 53화 - 자유 용병은 철마에 올라탄다 +4 20.02.21 99 6 8쪽
52 52화 - 엘리트는 함정에 넘어가지 않는다 +2 20.02.20 96 5 8쪽
51 51화 - 경찰은 상식을 그리워한다 +2 20.02.18 103 5 7쪽
50 50화 - 여관 주인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다 +2 20.02.17 111 8 8쪽
49 49화 - 경찰들은 수사방향을 설정한다 +1 20.02.15 124 4 7쪽
48 48화 - 그들은 용사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3 20.02.14 118 6 7쪽
47 47화 - 수사 개시 +1 20.02.12 117 5 7쪽
46 46화 - 공학자는 옛 일을 떠올린다 +3 20.02.11 122 5 8쪽
» 45화 - 용병은 침대에 눕고, 다른 두 사람은 의자에 앉는다 +3 20.02.10 135 7 8쪽
44 44화 - 네 사람은 모이고, 한 사람은 떠난다 +3 20.02.07 157 10 7쪽
43 43화 - 자유 용병은 의뢰를 마친다 20.02.06 146 8 8쪽
42 42화 - 여관주인은 생각에 잠긴다 +2 20.02.05 156 8 8쪽
41 41화 - 용사를 동경하던 소녀는 밤새 고민한다 +1 20.02.04 165 7 7쪽
40 40화 - 마공작은 친절하게 그녀의 믿음을 부순다 +4 20.02.03 172 14 7쪽
39 39화 - 공학자는 경찰의 눈을 피한다 +5 20.01.31 196 11 7쪽
38 38화 - 반마의 저주는 사라지지 않는다 +2 20.01.30 202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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