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드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메이지 명가의 사냥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소드팩토리
작품등록일 :
2021.01.12 13:18
최근연재일 :
2021.01.31 00:53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231
추천수 :
377
글자수 :
125,901

작성
21.01.26 21:39
조회
185
추천
7
글자
7쪽

그곳에서

DUMMY

길잃은 들고양이처럼 아카데미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본다. 화단과 정원들 사이를 누비기도 하고 건물뒤에 새겨진 그림자와 함께 천천히 흘러내리기도 하며 눈에 풍경을 담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마법 연습 교정장에 도착했다. 학생들 여럿이 넓게 자리잡고선 스스로의 마법을 발현하면 그옆으로 선생들이 지도해주는 모습이었다. 어떤이들은 귀여운 마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정령같이 생긴 것들을 만들어내거나 작은 불덩이와 물로 만들어진 화살 같은.


하지만 이런이들은 재능이 별로 없거나 이제 막 마법에 입문한 서민 들 혹은 변방의 시골 귀족. 저들은 애써 노력하고 얼굴에 힘줘가며 노력하지만 그 옆에서 편한 얼굴로 수준이 다른 마법을 구사하는 아이들에 가려진다.


교정장 옆에 있는 다른 장소에선 몇 아이들이 검과 창 방패들을 들고있다. 병장기를 수련하는 기사 지망생들. 마법쪽에 몰린 아이들에 비하면 거의 삼분의 일 수준. 기사보다는 메이지가 더 우수하며 강력하다는 오랜 환상과 속설에 만들어진 광경이다.


물론 틀린말은 아닐거다. 기사들은 전쟁터에서 선두에 서서 달려가다 죽었고 메이지들은 자연스럽게 살아 남았으니까.


자신들이 선택한 길이 어떠하든 간에 올라가겠다는 듯 땀을 흘려가며 병장기를 휘두르는 아이들의 검은 제법 무거워 보인다. 내 허릿춤에 달린 검집을 살짝 쓰다듬었다.

벌써 휘두르지 않은지 며칠이나 지났기에 손의 굳은살이 없어지는건 아닐까 걱정됀다.


아카데미 안에는 호위기사들이 수련할 수 있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긴하지만 그곳에서 검을 휘두르고 싶지도, 마법을 쓰고 싶지도 않다. 기사와 메이지 그 사이에 껴있는 나니까.


교정장에서 병사들을 뽑아내며 혼자 지휘중인 아가씨의 모습을 잠깐 확인하고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매일같이 가만히 있는건 내 체질이 아닌데다가 전에 아가씨가 얘기해준 지하시장 건이 다시 생각났다.


아카데미의 관리와 청소에 열중인 시종들을 지나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신분증까지 보여주고 나서야 이 평화로운 곳에서 드디어 나올 수 있었다.


여전히 활기찬 모습의 거리에 나도 모르게 조금은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도로를 지나는 마차들과 말에 탄 기사들도 잠깐 구경해주고 신선한 과일들을 팔고 있는 노점상에서 사과를 하나 훔쳐 입에 베어 문다.


껍질의 씁쓸함이 혀를 멤돌때 거리 한쪽을 거니는 눈에 익숙한 여자가 보였다.

곱게 묶어올린 붉은 머리의 여자는 전처럼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선 남자들의 추파를 받고 있었다.


직감이 저 여자를 따라고 보라고 말한다.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길거라고 계속 외치는 직감에 결국 발끝을 돌려 뒤를 밟았다. 지리에 익숙한지 주변에는 시선을 주지도 않고 계속 올곧게 직진만 하던 여자가 처음으로 방향을 틀었다.


점점 깊숙한 건물 사이로 들어가더니 붉은 전등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마법인듯 따뜻함은 느껴지지 않는 붉은 등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골목사이에 달콤한 향이 조금씩 올라왔다. 코를 간지럽히는 잔향에 살짝 숨을 참았다. 꽃향기 같으면서도 어딘가 짙은 화장품 냄새가 골목 전체에 쌓였을때 눈에 보인건 다름아닌 사창가 였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집들 위로는 붉은 등이 햇빛을 대신했고 거리에는 대낮인데도 여자들은 구경하는 사람들이 몇 보였다. 그리고 여자들도 그들을 위해 반쯤 벗겨진 옷들을 입고 콧소리 섞인 목소리를 보내고 있었다.


전에 메리의 명령으로 갔었던 말폰 백작의 도시가 생각나는 분위기다. 다만 그곳과 다른점이라면 여자들의 상태도 뛰어났지만 이곳에는 그 이종족이 있었다. 수북한 털로 몸을 간신히 가리며 떨고 있는 수인과 몸의 곳곳에 비늘이 새겨진 어인종까지.


중간에 보이는 커다란 집들에 적힌 간판에는 '엘프'라고 적혀있는 곳도 있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엘프가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다. 엘프들과는 오래전에 조약을 맺어 서로 공격하는 행위나 납치 같은 이런 것들을 모든 나라가 금지했기에 어찌보면 간 큰 포주라 볼 수있다.


자신의 살내음을 내뿜으며 빛바랜 손가락을 내뻗으며 잡아오는 여자들을 제치고 따라잡은 붉은 머리의 여자는 4층짜리의 건물 입구에 들어섰다. 붉은색의 거대한 나무문과 실제 금으로 만들었느지 황금색으로 빛나는 창문들이 그 안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다.


중간중간 열린 창문에서는 여인들의 웃음소리와 남자들의 욕망이 섞인 웃음이 뒤섞여 나왔다.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여기까지 온김에 들어가지 않기엔 아쉬운데다가 아카데미 규정에도 사창가에 가면 안된다는 말도 없었으니.


"더 궁금해지는데."


분명 골목길에서 여자를 잔인하게 패던 그 여자가 이 건물의 주인일지 아니면 평범한 창녀일지.


드르륵-

두터운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자 인상이 꾸겨졌다. 코 깊숙히 찔러들어오는 술냄새와 인간들의 뒤섞인 향이 꽤나 고통스럽다. 정 중앙에는 원형 계단이 있었고 그 주위로 얇은 벽과 그 사이마다 테이블과 술들이 올려져 있었다.


큰 접시위로 음식을 나르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가슴과 둔부가 보일락 말락한 짧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남자들은 음식을 내려놓는 그녀들의 다리를 만지면서 희롱하고 있었으나 그녀들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찾는 여인이 있나요?"


해맑게 웃는 얼굴에 이제 막 열 세살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여자애가 고개를 숙여온다.

그녀에게 처음이라 말하자 내 손을 이끌고 마음에 들거라며 2층으로 끌고 올라가기에 따라갔다. 원형 계단을 타고 올라간 2층은 1층보다 더욱 화려하게 장식된 벽들과 한쪽에선 헐거벗고선 춤을 추고 있는 여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고 있는 여자는 1층과 2층에서 보이지 않았다.


'3층 아니면 4층인가.'


2층에 도착해 자리로 안내하려는 꼬마애를 붙잡는다.


"3층은 못가나?"


내 말에 잠깐 나를 살핀다. 정확히는 내 겉모습을 보며 돈이 얼마나 있을지 계산하는 듯한 모습이다.


"3층은 한 시간에 금화 한 닢인데 괜찮으세요?"


꼬마의 말에 조금 고민한다. 한 시간에 금화 한 닢이라면 열 시간이면 수많은 서민들을 배불리 먹일정도의 돈이 된다. 얼마나 향락의 끝을 보여주기에 그런 금액을 받는가 싶지만 못 낼정도의 돈은 아니다.


"3층으로 가지."


내말에 조금은 놀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손을 잡아 3층으로 올라간다. 개방된 1, 2 층과 달리 계단끝에 있는 작은 입구를 열고 들어서자 술냄새가 아닌 향긋한 풀잎향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이지 명가의 사냥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1.02.03 84 0 -
40 수사관(3) 21.01.31 94 6 6쪽
39 수사관(2) 21.01.31 100 6 12쪽
38 수사관 21.01.30 84 5 7쪽
37 복수 그리고. +3 21.01.28 143 8 14쪽
36 복수. 21.01.28 121 8 7쪽
35 복수. +2 21.01.27 124 6 7쪽
34 복수. 21.01.27 130 8 7쪽
33 그곳에서(4) +1 21.01.26 185 7 7쪽
32 그곳에서(3) 21.01.26 161 6 7쪽
31 그곳에서(2) +2 21.01.26 198 7 7쪽
» 그곳에서 21.01.26 186 7 7쪽
29 무언가를 찾는다면(3) +1 21.01.25 178 7 7쪽
28 무언가를 찾는다면(2) 21.01.24 193 8 7쪽
27 무언가를 찾는다면 +1 21.01.24 218 8 7쪽
26 스팅엄 아카데미(3) 21.01.23 221 7 7쪽
25 스팅엄 아카데미(2) +1 21.01.23 224 6 7쪽
24 스팅엄 아카데미 21.01.22 226 6 7쪽
23 귀족답게(5) +1 21.01.22 255 11 8쪽
22 귀족답게(4) +1 21.01.21 271 7 7쪽
21 귀족답게(3) +3 21.01.20 263 10 7쪽
20 귀족답게(2) 21.01.19 255 7 8쪽
19 귀족답게 21.01.19 282 8 7쪽
18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4) 21.01.19 294 9 7쪽
17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3) 21.01.18 273 10 7쪽
16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2) +3 21.01.18 278 10 7쪽
15 라엘라이 샤 카트리나 21.01.17 301 14 7쪽
14 알 케리아(3) 21.01.16 305 11 7쪽
13 알 케리아(2) +2 21.01.15 321 14 7쪽
12 알 케리아 21.01.15 332 1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