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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주 님의 서재입니다.

풍혼무적 - 흑룡이 봉인된 검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대체역사

한온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48
최근연재일 :
2019.07.17 18:0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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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29
추천수 :
57
글자수 :
29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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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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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화 - 월명회와의 혈투 (1)

DUMMY

월명회의 비밀무기인 빙륜이 은나운의 몸을 조각내기 직전에 괴명성이 움직였다.


“광풍탄월(狂風呑月).”


쿠아앙.

느닷없이 불어 닥친 미친바람이 달을 삼켜버렸다. 괴명성이 세차게 휘두른 광풍패는 살기등등한 세 개의 빙륜을 사방으로 튕겨냈다. 월명회의 살수들은 자신들의 무기에 목이 잘리는 걸 피하려 다급하게 몸을 틀었다.


“웬 놈이냐?”


월묘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녀의 왼쪽 뺨에는 가느다란 혈선이 그어져 있었다. 괴명성이 일부러 가장 강하게 후려친 륜에 스친 탓이었다.


“풍혼문의 제자 괴명성.”


무뚝뚝하게 대답한 괴명성이 광풍패를 한 바퀴 돌려 손에 착 잡았다. 그는 언제라도 다시 출수할 수 있게 오른팔을 사선으로 살짝 들어 상체를 가렸다.


“풍혼문?”


월묘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싸늘한 비웃음을 던졌다.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피가 짙은 비린내를 풍겼다.


“아~ 북방 촌구석에 있다는 그 시골 문파말이구나. 풍문으로 들었지. 낭림산 골짜기에 송가문라는 볼품없는 문파가 하나 있다고. 듣자하니 거란 놈들에게 건물은 깡그리 불타고 살아남은 자 하나 없다던데 용케 살아남았나 보구나. 쥐새끼처럼 어디 숨어있었나 보지?”


월묘의 독설에 곁에 있던 여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괴명성은 분노에 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광풍패를 움켜쥔 손에 힘을 꾸욱 주었다.


그 사이 남은 세 개의 빙륜을 쳐낸 진광이 곁으로 다가왔다. 놀랍게도 그는 맨손으로 면도날보다 예리한 빙륜을 치고도 멀쩡했다. 진광의 양손에는 우윳빛 광채가 어려 있었다. 진광은 붉으락푸르락하는 괴명성의 얼굴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롤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여시주들은 이쯤에서 싸움을 멈추시지요.”


승려답게 진광이 싸움을 중재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욕설뿐이었다.


“재수 없게 웬 땡중이 참견질이야? 지나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허허허. 내 아무리 땡중이기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몸이 어찌 이런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사람 좋은 웃음으로 설교를 하는 진광을 보고 월묘가 톡 쏘아붙였다.


“염병하네. 가라면 갈 것이지 무슨 말이 많아? 염불은 하고 싶으면 절에 가서 하라고.”


허허 웃던 진광의 얼굴이 월묘의 표독스러운 한 마디에 목석처럼 굳었다.


“입으로 업보를 쌓는 여시주군요.”

“너는 입으로 공덕을 쌓는 모양이지?”


월묘는 만만치 않은 입담을 보이며 진광을 자극했다.


“어디 부처 뒷구멍 핥는 재주라도 부려보련? 깔깔깔.”


음란한 말로 진광을 희롱한 그녀가 간드러지게 웃어재꼈다.


그러나 월묘의 내심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월명회의 비장의 무기인 옥륜을 꺼내었으니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을 모두 죽이기로 결심했다.


살수집단인 월명회가 정체를 숨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은밀하고 확실한 살행을 할 때만 륜을 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빙월옥륜이 월명회의 무기라는 사실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월명회는 태연히 밝은 대낮에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 자리에 있는 셋 중 하나라도 살아 돌아간다면 월명회가 숨겨왔던 비밀이 훤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결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괴명성이 자신의 얼굴에 상처까지 냈으니 부모가 와도 못 알아볼 정도로 갈가리 찢어놓을 작정이었다.


“지나가던 땡중도 한 수 재간은 있는 법이지요.”


여인의 희롱을 들은 진광의 눈이 지옥의 불길로 이글거렸다. 감히 부처님까지 음탕한 말로 희롱했으니 절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진광이 천천히 허리띠에 매달린 법패를 풀었다.


“안되겠군. 괴시주, 저 여시주들을 해탈시켜 드려야겠네. 아미타불.”


진광은 끈도 늘어뜨리지 않고 법패 끝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가 진심으로 화가 난 걸 알아챈 괴명성이 큭 웃었다.


“이봐요. 저 쪽으로 비켜 있어요.”

“뭐라구요?”


갑작스런 난입자들 때문에 싸움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한숨 돌리고 있던 은나운은 괴명성의 말에 발끈했다.


“저기요, 나 누군지 몰라요?”


은나운은 괴명성이 자신을 몰라보는 것 같자 화가 났다. 그러나 괴명성은 그녀의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월명회의 살수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아줌마들. 아까 그거, 빙월옥륜이라고 했나? 그거 다시 한 번 던져봐.”


괴명성은 처음 보는 륜이라는 무기에 호기심을 느꼈는지 거친 언사로 월명회를 도발했다.


“위험하네. 저들은 쉬운 상대가 아니야.”

“저 계집들이 돌아가신 사부님과 사형들까지 모욕했어요. 그러니 제 손으로 직접, 저 혼자 박살을 내버리겠어요.”


진광의 만류에도 괴명성은 듣지 않았다. 이미 풍혼공을 끌어올렸는지 그의 주위에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괴명성의 도발에 월명회 살수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성질이 괄괄한 월묘가 참지 못하고 옥륜을 꺼내들었다. 옥륜에서 흘러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이 냉기마저 담고 있었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너랑 저 땡중을 토막토막 내서 한 토막씩 부처 앞에 놓아주면 아주 재밌겠어.”


그녀의 지독한 말에 은나운마저 몸서리를 쳤다.


“얘들아. 오랜 만에 피맛 좀 보자꾸나.”


월묘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조한 여인들이 매서운 표정으로 륜을 날렸다. 빙륜은 괴명성에게 곧장 가지 않고 그의 주위를 어지러이 맴돌았다.


“월광혈염(月光血染).”


핏. 쉬쉬쉬쉭.


열 개의 빙륜이 공간을 휘저었다. 륜들은 열 마리의 뱀처럼 영활하게 움직였다. 크게 호를 그리는가 싶더니 짧은 곡선을 연이어 만들었다. 어떤 것은 직선으로 가다가 갑작스레 예각으로 꺾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륜을 조종함에도 호흡이 절묘하게 맞았다.


“조심하게, 괴시주!”

복잡하게 움직이는 륜을 보며 진광이 경고했다. 그러나 괴명성은 오히려 진광을 향해 외쳤다. 열 개의 륜은 그들이 서 있는 공간을 안팎으로 넘나들며 셋 모두를 위협하고 있었다.


“전 괜찮으니 스님은 저 여자를 데리고 물러나 있어요.”


종잡을 수 없는 륜의 궤적 속에서도 괴명성은 침착했다. 그의 눈은 조금의 떨림도 없이 륜들이 그리는 선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괴명성의 굳은 결의를 읽은 진광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은나운을 바라보았다.


“소승, 진광이라 합니다.”

“오홍문의 제자, 은나운이라고 합니다.”


진광의 합장에 은나운이 마주 손바닥을 붙여 인사를 했다.


“상황이 급하니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어서 움직여야겠습니다. 저를 따르시지요, 은시주.”


진광은 은나운의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뺐다.


“흥. 다들 정말 제멋대로들이군.”


은나운은 투덜거렸지만 결국 진광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월명회의 싸움에 끼어든 괴명명에게 화가 났지만 지금 자신이 끼어들면 도리어 위험해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앞서 나간 진광은 륜의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 법패를 거침없이 움직였다.


“터헙! 불광성만(佛光成卍).”


파팡. 법패가 만(卍)자를 그렸다. 동서남북 사방에 네 개의 만자가 떠올랐다. 법패가 만든 만자의 흐름이 월명회가 날린 십륜의 경로를 뒤틀었다.

부처님의 백호광명에서 뿜어지는 것 같은 장엄한 불광이 네 갈래로 나뉘어져 사방을 굳건히 차단했다. 십방으로 짓쳐들던 륜들이 불법의 힘에 막혀 주춤거렸다.


“나 먼저 가겠네~.”


호탕하게 외치며 빛살처럼 륜 사이를 빠져나가는 진광을 보며 월묘가 이를 뿌득 갈았다.


“망할 중놈이!”


그러나 월명회의 살수들은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멀찍이 물러서는 진광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은나운 또한 무지개다리를 타고 소리도 소문도 없이 밖으로 나간 뒤였다.


“진을 바로 잡아!”


월묘의 목소리가 뽀족하게 울렸다. 진광의 공격에 월광혈염진이 크게 흐트러진 것이다.

월명회의 살수들은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난 륜을 바로 잡느라 진광을 잡을 여력이 없었다. 그들은 월정공의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진광의 한 수에 진이 크게 흔들려 륜을 조종하던 여인들의 내부까지 울렁거렸다. 보름달의 힘을 채운 월정공의 공능으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륜을 가까스로 통제할 수 있었다.


우우웅.


다시 한 번 륜들이 파르르 떨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창백한 은백색 빛이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 그야말로 빙월이고 빙륜이었다.


괴명성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진광의 법패보다 세 배나 긴 끈을 이용해 공격의 범위를 넓혔다. 어깨와 팔, 팔꿈치와 손목, 심지어 손가락까지 이용해 광풍패를 돌렸다. 풍혼공의 기운이 광풍패와 함께 움직였다.


휘르릉. 콰류류류류.


괴명성은 한 손으로 광풍패를 길게 돌리다 남은 손이 끈의 중간을 잡아 급격한 가속과 방향전환을 이루며 거대한 회전을 이끌어냈다. 그의 몸 주위로 광풍이 불었다.


“죽엇!”


월묘의 고함을 따라 열 개의 륜이 동시에 괴명성에게 쏘아졌다.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날을 세운 륜들이 맹렬히 회전하며 달려들었다.


홍라녀를 공격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와 기세였다. 괴명성은 한껏 충만해진 퐁혼공의 흐름을 광풍패에 담았다. 십방을 몰아치던 광풍이 한 점에 모여들었다.


콰르르르. 세찬 격류가 좁은 바위틈을 지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장 좁은 틈이 가득 찼을 때 괴명성이 일시에 기운을 해방시켰다.


“질풍맹타(疾風猛打)!”


괴명성의 입에서 힘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가 모은 풍혼공의 공력이 세차게 맴돌았다. 풍혼의 실들이 허공의 바람을 괴명성에게 끌어당겼다. 괴명성은 풍혼공으로 몸 안으로 들어온 바람을 광풍패로 보냈다.


웅혼한 기운이 거침없이 흘렀다. 소용돌이가 작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광풍패가 빛나며 한 점에 모여 응축된 기운이 반대편으로 터져 나왔다.


괴명성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광풍패를 휘둘렀다. 그가 집어넣은 모든 힘이 막강한 회오리가 되어 뿜어졌다. 사선으로 내리그은 광풍패를 따라 풍혼의 회오리가 채찍처럼 구불거리며 륜들을 집어삼켰다. 빙륜들은 속절없이 회오리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으아앗.”


광풍패의 엄청난 위력에 월명회의 살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들의 떨리는 음성은 바람에 묻혀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러나 월명회의 절기도 만만치 않아 회오리 속에서도 완전히 기운을 잃지는 않았다. 몇 개의 륜이 튕기듯 바람통을 찢고 나왔다.


쐐액-.


튀어나온 륜 하나가 광풍패에 틀어박혔다. 쩌적 소리와 함께 광풍패에 길게 금이 갔다. 자칫했으면 그의 목에 틀어박혔을 각도로 날아온 륜이었다.


괴명성은 다급하게 줄을 풀어 광풍패를 발로 찼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온 또 다른 륜이 광풍패에 맞고 캉 소리를 냈다. 그 바람에 광풍패에 박혔던 륜도 빠져나갔다. 맞부딪친 두 개의 륜이 튕겨나갔다.


그 사이에 륜을 집어삼킨 맹렬한 회오리도 회전을 멈추고 소멸되었다. 끝내 회오리를 뚫고 나오지 못한 일곱 개의 옥륜이 쪼개졌다.


‘하나는 어디 있지?’


괴명성이 눈을 크게 떴다. 열 개의 륜 중 아홉 개만 보였다. 괴명성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몸을 움직였다. 섬뜩한 느낌이 그의 본능을 찔러왔다.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히자 가슴에 짜릿한 냉기가 느껴졌다. 뒤이어 팍 소리와 함께 쩍 벌어진 피부에서 피가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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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 재도전 19.07.04 142 0 12쪽
52 52화 - 설죽화의 깨달음 19.07.03 127 0 12쪽
51 51화 - 인연 19.07.02 104 1 11쪽
50 50화 - 살수2 19.06.27 120 0 11쪽
49 49화 - 살수 1 19.06.26 123 0 12쪽
48 48화 - 설죽화2 19.06.25 144 0 11쪽
47 47화 - 설죽화 19.06.20 132 1 11쪽
46 46화 - 강민첨 19.06.19 135 1 12쪽
45 45화 - 뇌천대 19.06.18 164 2 12쪽
44 44화 - 노인의 정체, 그리고... 19.06.13 159 3 13쪽
43 43화 - 탈영병 괴명성 19.06.12 150 2 13쪽
42 42화 - 개경에서 19.06.11 158 1 12쪽
41 41화 - 이별 (2) 19.06.06 181 0 12쪽
40 40화 - 이별 (1) 19.06.05 166 0 12쪽
39 39화 - 심의원 19.06.04 166 0 13쪽
38 38화 - 월명회와의 혈투 (2) 19.05.30 179 1 11쪽
» 37화 - 월명회와의 혈투 (1) 19.05.29 177 0 12쪽
36 36화 - 다시 만난 은나운 +1 19.05.28 185 0 12쪽
35 35화 - 전쟁이 끝난 후 19.05.23 203 0 12쪽
34 34화 - 은랑의 최후 19.05.22 200 1 11쪽
33 33화 - 구리가라검의 비밀 19.05.21 183 0 11쪽
32 32화 - 멸문 19.05.16 182 0 12쪽
31 31화 - 낭림산의 무병들 19.05.15 177 0 11쪽
30 30화 - 진광과의 첫 만남 19.05.10 178 2 12쪽
29 29화 - 애전전투, 고려군의 의혼 (2) 19.05.09 177 0 12쪽
28 28화 - 애전전투, 고려군의 의혼 (1) 19.05.08 194 0 12쪽
27 27화 - 양규장군 19.05.07 177 1 14쪽
26 26화 - 곽주성 탈환 19.05.06 20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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