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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신 님의 서재입니다.

주먹의노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박동신
작품등록일 :
2012.10.05 17:20
최근연재일 :
2013.12.06 00:29
연재수 :
5 회
조회수 :
654,256
추천수 :
3,194
글자수 :
18,398

작성
13.12.06 00:29
조회
2,251
추천
39
글자
7쪽

짝 궁뎅이

DUMMY

산 너머 산이 보이고 그 산 너머 또 산이 보이며 그 뒤쪽으로도 산들이 쭉 늘어져 결국은 산의 색깔과 하늘의 색깔이 비슷해지고 경계마저 모호해져 산봉우리의 수를 세기도 힘들어지는 지리산의 이름 모를 협곡.

저 멀리 애기 오줌 싸는 소리 같은 물소리가 들리는 협곡의 가파른 경사지 중간쯤에 완만한 평지가 뱀 허리처럼 꾸불꾸불하게 쭉 이어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 이십대로 보이는 여자 한명이 뭔가를 찾는지 연신 주변 수풀을 헤치고 있었다.

‘분명 이 근방이었는데...’

윤선아는 수풀을 헤치다 말고 허리를 펴 주변을 살핀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어제 동료들과 반달곰의 유전자원을 채취하러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산삼 군락지였다.

산삼이 발견되면 한 뿌리만 있지 않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산삼 군락지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생긴 것은 욕심이었다. 행여 다른 직원들이 눈치챌까봐 표를 내지 않은체 산삼 군락지의 위치와 주변을 눈여겨 봐 놓은 후 아무 말도 않고 못 본 척 지나쳤다.

월동을 준비하는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야생반달곰을 찾아 마취를 시킨 후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유전자원을 채취한 후 산을 내려왔지만 머릿속은 산삼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원래의 일정대로라면 십여년 전부터 인식표를 달아 방사한 반달곰이 아닌 지리산에서 옛날부터 살던 야생반달곰의 유전자원을 채취한 것이기에 곧장 서울에 있는 연구소로 가지고 돌아가야 하지만 적당한 핑계를 대고 며칠간의 휴가를 얻은 후 다시 산을 올랐다. 물론 며칠간의 휴가기간 동안 산삼을 캐 몰래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꼬르르륵......,

한참 산삼을 찾아 헤매고 있는데 뱃속에서 허기진 장의 밥 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하아~. 그러고 보니 오늘 먹은 것이라곤 토스트에 커피 한잔이 전부네. 이럴 줄 알았으면 김밥이라도 몇 줄 사올 것을.”

허리를 펴고 손으로 배를 문질러 장을 위로해봤지만 별 효과는 없는지 배고픔만 더해졌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이 시간쯤이면 이미 산삼을 캐서 산을 내려갔을 시간이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산삼을 찾지 못할 줄 예상하지 못했기에 먹을 것이라곤 생수 한 병이 전부였다. 물론 그 생수도 이미 산을 오르는 동안 거의 다 마셔버려 몇 모금만 남은 상태였다.

산의 밤은 빨리 찾아오는 편이라 지금 같은 늦가을엔 해가 지기 전에 하산하거나 주변 산장(대피소)을 찾아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하지만 윤선아는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질 못했다.

산삼을 찾으면 캐서 돌아가는 것은 금방이기에 자꾸 머뭇거리며 주변을 좀 더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한두 포기도 아니고 그 많은 산삼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지?’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미 많이 늦어버려 하산을 하다 실족할 위험마저 높아졌다.

“아무래도 내일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와봐야겠다.”

윤선아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쿠르르륵......,

몇 걸음 걷다보니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 아랫배에서 신호가 왔다.

‘단순히 배만 고픈 것이 아니었던가? 아무래도 작은 게 아니라 큰 것 같은데... 뭐 어차피 이곳은 등산객의 출입이 통제된 곳이니 볼 사람은 없겠군.’

사실 그녀는 변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심한 편이었다. 어떤 때는 일주일에 한번 변을 볼 때도 있을 정도였는데 그마저도 신호가 왔을 때 곧장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날로 미뤄지기 일수였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철칙중 하나가 신호가 왔을 때는 무조건 만사 제쳐놓고 화장실로 달려가 볼일을 보는 거였다.

다행히 휴지는 호미를 담아온 작은 가방 안에 있기에 나뭇잎을 사용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뒤처리를 하지는 않아도 되긴 했다.

윤선아는 주변에 사람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두리번거려 살핀 후 나뭇잎이 무성하고 수풀이 우거진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 발로 대충 풀들을 밀어 공간을 확보한 후 바지를 내리고 쭈그려 앉았다.

“흡~.”

아랫배에 힘을 주자 무려 일주일간 뱃속에서 묵히고 삭혀진 그것들이 서서히 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윤선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관자놀이 근처에 핏줄이 부풀어 올랐다.

일주일 만에 보는 변이기에 얼핏 생각하기에 시원할 것 같지만 항문 자체가 워낙 오랫동안 닫혀있다 열리는 것이기에 마치 생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먼저 오고 나중에야 배출의 쾌감이 찾아온다.

“크윽~. 시원하긴 한데, 아무리 내 몸 안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냄새한번 지독하군.”

윤선아는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냄새에 코를 막으며 앉은 자세에서 오리걸음으로 두 걸음정도 앞으로 이동했다.

산에서의 밤은 빨리 찾아오는지 아주 조금씩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체 한 시간도 지나기 전에 사방이 어두워질 것이다.

“뭐 그래도 플래시는 가지고 있으니 내려가다가 실족하진 않겠... 헙! 차, 찾았다.”

이차전을 위해 다시 한 번 아랫배에 힘을 주며 쭈그려 앉아있던 윤선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앞이 일순간 환해졌다.

크고 넓은 다섯 장의 잎과 그 잎을 지탱해주는 가는 가지, 거기다가 붉은 앵두를 닮은 작은 열매들까지.

산삼이었다.

그렇게 거의 하루 종일 찾아 헤매도 보이지 않던 산삼이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보는데 보이고 있었다.

불과 십 미터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

마음 같아서는 볼일 보는 것을 뒤로 미루고 산삼부터 캐고 싶었지만 이미 지난 일주일간 쌓이고 쌓였던 배설물 중 두 번째 덩어리가 대장을 지나 항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산삼이 아무리 욕심이 나지만 어차피 발이 달려 도망갈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순항을 하고 있다면 볼일 보는데 걸리는 시간이야 앞으로 기껏 십분 남짓 남아있을 뿐이었다.

윤선아는 볼일을 보면서도 행여 산삼이 또 다시 보이지 않게 될까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시선을 집중했다.

“호, 혹시 천종인가? 만약 저게 천종산삼이라면 완전 로또 맞은 건데...”

꿀꺽.

윤선아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눈앞에 보이는 저것이 산삼이라는 것은 알지만 전문가는 아니기에 천종인지 지종이나 장뇌인지는 구분하지 못한다. 다만 저것을 캐다 팔면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일억이 넘게 벌 수 있다는 것이다.

‘회, 횡재했다!’

보통 산삼을 보면 ‘심봤다’라고 외치지만 윤선아는 행여 들킬세라 기뻐 벌어지려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스르르르륵......,

윤선아가 배출의 쾌감과 함께 산삼을 보고 기뻐하고 있는 동안 머리가 마름모꼴 모양을 한 희고 가는 뱀 한 마리가 그녀의 엉덩이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혹시 선삭을 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이걸 보고 새로운 신작 ‘그림의 떡’을 봐 주시라고 잔머릴 굴린 겁니다. ^^

오늘부터 연재 시작합니다. 부디 주먹의 노래보다 더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

ㅠㅠ 예전에는 전체쪽지기능이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졌네요. 전체쪽지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ㅠㅠ

‘그림의 떡’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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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낮도깨비 +16 12.07.23 27,497 7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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