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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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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43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07.21 18:27
조회
7,020
추천
112
글자
9쪽

너는 입 다무는 것이 좋겠다

DUMMY

숲에서 전진하는 방향을 무조건 북쪽으로 잡았다.


“엘프의 숲이 괜히 엘프의 숲이 아니겠지. 하지만 이 넓은 숲을 다 뒤질수는 없으니 일단 북쪽으로 가자. 가서 바다도 보고 가면서 나오는 놈들하고 싸우면서 수련도 하고, 그러면서 생존 훈련도 하고 얼마나 좋아. 안 그래?”


헤리오스의 결정에 감히 반대를 할 수 없는 키사와 제이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고, 바다를 보러 간다는 말에 그저 기뻐하는 클라라는 헤리오스의 옆에서 애교 섞인 재롱인지 재롱 섞인 애교인지를 부리고 있다.


“그럼 가자.”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숲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1일차>

- 미친! 고블린이 셀 수도 없이 많아!

- 설마 고블린에게 죽는 건가?

- 오빠! 애들 밥이 너무 많아.

- 생각없이 칼질하면 다 없어질 것들이야.


<2일차>

- 목이 너무 말라.

- 여기는 물이 없어.

- 오빠 요리는 최고야!

- 물이 필요할 때는 이런 나무를 찾아서... 정 급할 때는 동물의 피를...


<3일차>

- 저건 뭐야?

- 거대한 고양이가...

- 귀여워!

- 저게 바로 호랑이라는 거다. 음... 그런데 좀 크기는 하네.


<4일차>

- 더 이상은...

- 잠이라도 푹 자봤으면...

- 쿨...

- 아직 멀었군.


<5일차>

- 저...저건 뭐지?

- 나무가 움직이고 있어.

- 신기해!

- 우리 클라라도 저기에 이걸 던져 맞춰보렴. 어차피 뿌리는 움직이지 못하니까.


<6일차>

- 새떼가 공격을... 우악!

- 이런 일이...!

- 오늘 저녁은...?

- 초식 연습하기 좋은 기회네.


...


<58일차>

- 우리가 이 숲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 그걸 계산할 시간에 검이나 한 번 더 휘둘러.

- 하늘에서 이상한 것들이 내려오고 있어.

- 그럴 때는 이 암기를 사용해서...


<59일차>

- 정말 트롤이 나타났어!

- 그래도 해볼만 해.

- 우와! 못생긴 것들이 8마리나 있어.

- 잘 하면 죽지는 않겠네.


<60일차>

- 시발! 트롤하고 오우거하고 이웃사촌지간이었어?

- 이웃사촌인지 이웃사돈인지 알게 뭐야?

- 더 못생겼어!

- 초식에 신경 써.


...


<98일차>

- 이 버섯은 먹을 수 있다고 했었지?

- 잠깐! 그 뒤에 숨겨둔 벌집은 뭐지?

- 나도 꿀 좋아해요!

- 생각보다 적응이 빠른데?


<99일차>

- 늑대들은 가만히 있어도 돼! 이번에는 나 혼자 처리한다.

- 어차피 네 차례였어.

- 고블린? 너무 많은데...

- 제이크의 실력이 성장한 만큼 저 주둥이의 혀도 성장하는 건가?


그리고 100일째 되는 날 바다에 도착했다.


“공자님. 드디어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바다를 보는 헤리오스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래... 왔으니... 가자.”

“네?”

“지금 바다에 도착했는데요?”


제이크와 키사의 혼란스러움은 헤리오스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왜? 바다에서 헤엄도 치고 모닥불도 피우고 같이 엄마 생각하며 질질짜고 그럴까?”

“아뇨... 그런 것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했으니 잠시 쉬는 것이 어떤 지 어쭙는 겁니다.”


키사가 당당하게 쉬기를 주장했다.


“그렇게 약해빠진 주제에...”


그 말에 둘은 발끈했다.


“왕국의 어떤 기사도 일대일로 오우거와 싸울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하! 왕국의 어떤 기사도 오우거랑 어쩌고 어째? 아주 자~알 났네?”


헤리오스가 키사의 말에 빈정거리다가 화를 낸다.


“오우거 한 마리도 겨우 처리하는 주제에 벌써 게을러지려고 하다니! 이제부터 그 정신을 고치기 위한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헤리오스의 발언은 둘에게는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한 훈련이 지옥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간 먹는 것도 야생에서 구해 먹어야 한다며 버섯이나 나무 열매, 나무 껍질, 동물을 사냥해서 익혀 먹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애벌레나 각종 곤충들을 씹어 먹으며 끼니를 해결했고, 입고 있는 갑옷은 각종 동물들의 피로 얼룩져 제대로 닦아내지도 못해 곧 녹이 생길 것 같았다. 또한 자는 것은 어떤가? 한 밤중에 강행군을 하기도 하고, 사흘 동안 사투를 벌이기도 하면서 겨우 쪽잠을 자는 것으로 만족하며 훈련을 해왔다.

그런데 이게 지옥훈련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지옥훈련인가?


“너희들에게 극한 상황을 경험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일주일 간 지옥훈련에 들어간다. 전투 상대는 너희 둘을 제외한 모두로 설정하고, 훈련 시작은 특별히 오늘 밤 부터로 한다. 앞으로 일주일간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 말을 마치고 헤리오스가 왔던 길을 되돌아 사라지고, 클라라와 늑대들도 사라졌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이 설계된 것 같은 느낌이야.”


둘은 한숨을 내쉬며 바다를 바라보니 해가 뉘엿뉘엿 수평선 아래로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밤 부터라고?”

“그럼 조금 있다가 훈련이 시작되는 거로군.”

“...”

“...”


그러다가 둘은 깨닫고 말았다. 현재 둘이 가지고 있는 짐은 오직 허리에 차고 있는 검.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수통이 다라는 것. 또한 서로를 제외한 모든 것이 적이라면 헤리오스 역시 적이라는 소리.


“...망했네.”

“...그래.”


둘은 주저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숲으로 들어온 헤리오스는 나무 사이로 가만히 해변에 앉아 있는 둘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이왕하는 거 제대로 하자.”


검을 수련하는 키사와 제이크는 오직 싸움에만 열중했지만 헤리오스는 숲에서 자라는 많은 양의 나무열매와 식물의 성장력에 관심을 가졌다. 거기다 가끔씩 채취한 약초들과 독초들은 중원의 기억을 되집어 봐도 그 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했다.


“저 둘이 중심이 된다면 레인저 부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럼 이 곳에 전진기지를 세우고 치안만 잡아주면 마을을 꾸리게 해서 열매를 수확하고, 버섯이나 약초도 채취하면 돈이 되려나?”

“오빠 돈이 돼?”

“우리 클라라 이쁜 옷이랑 맛있는거 많이 살 수 있는 돈이 많이 생길 수 있어.”

“좋은 거네?”

“그러엄! 그러니까 저 두 사람에게 지금부터 열심히 강해질 수 있는 수련을 시켜줘야 해.”


그리고 헤리오스는 클라라의 말을 잘 듣는 늑대들을 이용해 주위에 있는 맹수들을 해안쪽 숲으로 몰아왔다. 물론 헤리오스는 그 보다 더한 것들을 몰아왔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해변에 앉아 있던 제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니 숲에서 튀어나와 제이크와 키사를 향해 달려드는 늑대들.

일행과 함께 다니던 늑대들보다는 훨씬 그 몸집이 작지만 그 수는 무려 50이 넘어보였다.


“망할...! 아직 해가 다 지지도 않았는데...!”

“우선 눈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하고 생각하자.”


두 사람이 검을 뽑아들고, 늑대들은 이를 드러내며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다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사람은 검을 늑대를 이빨을 무기로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졌고, 승자는 사람이었다.


“헉...헉...!”

“이제 이런 늑대쯤이야...”


그런 그들에게 날아오는 파공성.


팅!


검면으로 날아오는 것을 막고 땅을 쳐다보니 작은 침이 떨어져 있었다.


“바로 고블린이네?”

“이거 진짜 설계 당한 것 맞는데...”


쉴 틈도 없이 벌어지는 전투에 제이크와 키사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고, 고블린의 머리도 목 위에서 사라져갔다.


“으아아아! 이제 때려죽여도 못일어나겠다.”


바닥에 그대로 뻗어버린 제이크와 키사는 무려 30마리가 넘는 고블린의 무리를 연이어 처리하고 체력이 방전되어 피가 질퍽이는 땅에 그대로 누워버린 상태였다.


“지옥이라고 하더니 이렇게 몰아 붙여봐야 그 전이랑 뭐가 다르다는 거지?”

“공자님이 솔직히 이상한 것에 꽂혀서 막 질러대지만 거짓말을 안하시는 거 알지?”

“알지. 뭐 고블린 뒤에 트롤이라도 몰아서 보내는 거 아냐?”


- 그워워워워워~


저음의 특이한 음색. 그리고 들리는 나무가 뿌리 채 뽑히는 소리.


뿌드드드득.


“시팔. 진짜 트롤이네.”

“제이크. 넌 정말 그 입이 문제야.”


다시 싸우기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두 사람. 이미 하늘에 달이 올라 어둑어둑한 주변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거 밤새도록 이런 괴물들하고 싸우는 거 아냐?”

“...너는 입 다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둘은 트롤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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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그럼 저의 선물을 받아보실까요 +6 21.08.11 5,085 92 12쪽
83 이제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구나 +7 21.08.07 5,420 108 9쪽
82 인간들을 없애야 한다 +4 21.08.05 5,534 103 10쪽
81 올 줄 알았지 +7 21.08.04 5,401 101 12쪽
80 너희들은 전쟁을 원하는 건가 +6 21.08.04 5,472 103 8쪽
79 하나의 잘못은 모두의 잘못 +4 21.08.02 5,776 110 9쪽
78 오빠 낚시한다 +2 21.08.02 5,831 9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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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그거 먹으면 아주 튼튼해질 것 같아 +5 21.07.30 6,026 114 9쪽
75 떠나기 전 마음을 풀 수 있어 다행이군요 +6 21.07.29 6,095 104 10쪽
74 넌 그 따위로 행동하니까 여자가 안생기는 거야 +6 21.07.28 6,280 106 12쪽
73 넌 정말 떵떵거리고 살 수 있게 만들어 줄게 +3 21.07.27 6,386 122 8쪽
72 돈은 귀신도 부릴 수 있는거야 +3 21.07.26 6,533 107 10쪽
71 죄송하지만 빨리 끝내야 겠습니다 +4 21.07.25 6,759 114 10쪽
70 저거 도발이니까 +4 21.07.24 6,782 110 9쪽
69 너도 토벌대 당첨이다 +3 21.07.23 6,806 112 11쪽
68 이런... 행운이...! +2 21.07.22 6,962 119 10쪽
» 너는 입 다무는 것이 좋겠다 +3 21.07.21 7,021 112 9쪽
66 잘 가르쳐줄게 +4 21.07.16 7,443 117 11쪽
65 그 고민을 해결해줄게 +4 21.07.15 7,413 118 10쪽
64 교보재가 될 것 같은데 +5 21.07.15 7,587 120 9쪽
63 이게 수준 이상이라고 하는거야 +4 21.07.12 7,885 128 11쪽
62 이 정도면 나도 안심하고 일을 벌일 수 있겠어 +6 21.07.11 8,151 119 11쪽
61 저 방금 전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어요 +6 21.07.10 8,174 128 11쪽
60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할텐데 +4 21.07.09 8,133 1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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