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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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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55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07.12 18:00
조회
7,885
추천
128
글자
11쪽

이게 수준 이상이라고 하는거야

DUMMY

그래도 얼마 전에 돈이 좀 들어왔다고 헤리오스는 이번에 제대로 된 마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6명이나 탈 수 있는 넓은 마차에 짐칸까지. 말도 무려 네 마리나 끌고 마차에는 깃발까지 꽂혀 있다.


“그래도 병사들까지는 좀 아니었다고. 기사 두 명 대동하면 되는 거 아냐?”


헤리오스의 투덜거림을 들은 키사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영지의 체면과 기세를 보이고 싶어하시는 공작님의 뜻이었습니다.”


그걸 모를 헤리오스가 아니지만 병사들은 현재는 짐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짐을 더 싣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지... 짐은 줄이고 필요한 것만 가져가는 것이 효율적이기는 하지...”


그리고 헤리오스는 클라라 곁에 얌전히 앉아있는 늑대 1, 2, 3을 보고 있었다.


“늑대가 이렇게 마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거 좀 어색하지 않냐?”


헤리오스의 말에 늑대 세 마리가 모두 창 밖을 바라본다.


“고개 돌리지마! 꼭 내 말을 알아듣는 거 같잖아.”


헤리오스의 고함에 늑대들이 헤리오스를 슥 보더니 꼬리를 몇 번 살랑살랑 흔들다가 다시 클라라의 얼굴을 핥아주고는 창 밖을 쳐다본다.


“그래... 그런데 클라라는 정말 괜찮아?”

“물론이야...요. 저쪽 먼 곳에 가야 된다고 그랬어...요.”


요즘 공작부인에게 존대말과 예절을 배운 클라라는 헤리오스에게 존대말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누가?”

“얘들이...”


대답을 하면서 클라라는 복슬복슬하게 털이 자란 늑대 세 마리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비빈다. 성 안에 있으면서 수시로 목욕까지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푹 쉬다 나온 늑대들의 털은 윤기가 흐르고 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부드러워질 정도로 아름답게 나있었다.


마부석에서 마차를 모는 제이크와 키사는 마차를 최대한 덜컹거리지 않게 몰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뻔한데 결코 둘은 사람들 앞에서 서로의 관계와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서로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빠른 찌르기와 힘있는 베기 중 어떤 것이 적에게 더 치명적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찌르기가 더 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키사였고, 베기가 더 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제이크였다.


마차가 멈추고 자리를 잡은 일행은 야영을 하기로 했다. 이유는 마을에서 헤리오스가 나타나면 촌장부터 일제히 마을 주민들이 긴장하고 대접할 것을 가져다 바쳐야 하니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제이크와 키사의 수련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집중적으로 보고 알려줄 것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모닥불을 피우고, 가볍게 스튜를 만들어 먹으며, 쉬는 동안 늑대 세 마리는 언제나 그렇듯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차 옆에 배를 깔고 누워 꼬리를 살랑 거릴 것이다.


헤리오스가 먼저 가르침을 내려주기로 한 사람은 제이크였다. 제이크는 헤리오스 앞에서 오호단문도를 펼치며 기세를 마음 껏 발산했다.


“많이 좋아졌네. 이제는 보법을 좀 더 신경써봐. 그럼 움직임이 더 빨라질거야.”


그러면서 헤리오스는 제이크 앞에서 보법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이렇게...”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고 휘두르며 움직이는 헤리오스의 움직임은 눈으로 보기에도 어지러울 정도로 빨랐고, 또한 강맹했다.


“그 호랑이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알았지?”

“예!”


다음 배우는 사람은 키사.

키사 역시 난피풍검법을 보였고, 헤리오스는 몇 가지 지적을 한 후 보법을 알려주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클라라는 눈을 반짝이며 헤리오스에게 말했다.


“우와! 오빠 정말 대단해! 제일 약해보이는데 오빠가 다 가르치고 있어.”

“그거 칭찬인거 맞냐?”

“음... 맞을걸...?...요.”


여전히 존대말을 하는 것이 어색한 클라라. 하지만 공작부인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나름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워 헤리오스는 클라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주었다.


“예절하고 말 배우는 것 어렵지?”

“응... 그래도 나 열심히 하고 있다...요.”

“그럼! 오빠도 그건 인정하지. 그럼 우리 클라라에게 상을 줄까?”

“상? 상이요?”


무언가를 받는 다는 것에 이리 기뻐하다니 씁쓸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여 클라라의 머리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그래. 이 오빠가 줄 수 있는 건 뭐든지 하나 줄게.”

“뭐든지면... 음...”


한 동안 고민을 하던 클라라가 말했다.


“그럼 저도 키사 언니같은거 배울래요!”

“응? 키사경이 배우는 거?”


클라라는 초롱초롱하게 눈을 뜨고 헤리오스를 쳐다보았다.


“어... 왜?”


왜 검을 배우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진 헤리오스.


“음... 언니처럼 세지면 다시는 나쁜 어른한테 잡히지 않고...”


띄엄띄엄 말을 하는 클라라. 어떤 감정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담담히 말을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이제 10살이 넘은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지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클라라는 키사와 공작부인, 라이비아, 카밀레아... 함께 있는 사람은 헤리오스를 빼고는 모두 여자였다. 아직까지도 제이크 근처에는 가지 않고 늑대와 함께 있을 때에만 제이크가 곁에 와도 가만히 있는다.

어째서 헤리오스에게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 그것도 성인 남자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 당연히 이 오빠가 알려줘야지. 우리 클라라가 세져서 나쁜 놈들 다 쳐부수게...”


속이 울컥하는 헤리오스였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지금 클라라를 불쌍하게 여기면 안된다. 어린 아이지만 나름 강해지려고 몸부림치고 있으니 그저 옆에서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클라라는 검술에 재능이 없는 몸이라 키사경같은 검술은 배워도 별 쓸모가 없을 거야.”

“네? 그럼 전 강해질 수 없어요?”

“그럴 리가... 이 오빠도 사실 검술에는 재능이 없어.”

“정말요?”


헤리오스의 말을 듣고 있던 키사의 눈이 반짝였다.

사실 헤리오스는 분명 검을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했고, 재능도 없었다. 그러던 이가 어느 날 숨쉬는 법을 알려주더니 검술을 앞에서 펼쳐보였다.

그 전까지 휘두르는 것도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 비록 힘이 부치는 것은 느껴졌지만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검이 움직였다. 마치 검이 혼자서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눈을 깜박이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궤적으로 검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말 이상했지만 헤리오스가 말을 해주지 않으니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뭐랄까...? 그냥 기억이 났어. 검을 휘두르는 법이. 그런데 오빠는 정말 지금도 검에는 재능이 없어. 대신 클라라는 이 오빠가 제일 잘하는 것을 알려주께.”

“잘하는 거요?”


하지만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헤리오스.


“공자님. 확실히 공자님의 검술은 수준 이상인데 재능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아... 수준이상...이라고 한다면...”


헤리오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무를 향해 던졌다.


-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나무에 꽂히는 얇은 철편들. 그리고 그 철편은 나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규칙적으로 박혔다.


“이게 내 전공이야.”

“우와! 대단해!”


헤리오스는 담담히 말했고, 클라라는 대단하다고 그저 환호했지만 키사와 저 멀리서 지켜보던 제이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완벽할 정도로 동그란 원을 나무 줄기에 박아 넣었다. 어렵지만 실력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나무에 박힌 것은 검도 아니고 얇은 그러니까 포크 손잡이 보다 얇은 쇠꼬챙이였다. 뭐 이것도 실력이 아주 출중하다면 그럴 수 있다고 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앞에 눈에 보이는 나무는 어른의 걸음으로 50보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게... 가능하네요?”


키사가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게 보통 수준이고, 수준이상은 이런 거야.”


다시 품에 손을 넣었다 뺀 헤리오스. 그리고 들리는 소리는


- 퍽!


커다란 무언가가 나무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 얼른 시선을 나무로 향하게 했더니 나무에는 아까 헤리오스가 만들어 놓은 원 안에 사람의 웃는 얼굴 모양이로 눈과 입 모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모양대로 만들며 꽂힌 쇠꼬챙이의 수는 대략 15개 정도.


“아... 이건...”

“공자님...”

“우와! 오빠! 나 이거 배우고 싶어요!”


놀라는 세 사람에게 가볍게 말해준다.


“이게 수준 이상이라고 하는거야.”


확실히 헤리오스가 펼치는 검술보다 지금 던진 쇠조각이 더 위력적이고 무섭기는 했다. 자신들과 비교를 한다면? 아니 비교도 되지 않았다.


“공자님. 어떻게 이런 기술을...?”

“저...저는 이런 기술을 배울 수 없을 까요?”


아직도 놀라 말을 제대로 못하는 키사와 방금 본 암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욕심을 내는 제이크.


“응. 안돼. 너희들은 재능이 없어.”


단호한 헤리오스의 말.


“윽!”

“설마...!”


게다가 재능이 없다는 헤리오스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오빠! 나는요?”

“우리 클라라는 재능이 있어보이네.”

“정말? 진짜?”

“그럼.”

“그런데 재능이 뭐야?”

“...”


다시 모닥불에 앉은 네 사람과 어디서 뭘하고 왔는지 모를 이 거대늑대 세 마리가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보십시오!”


키사가 바닥의 돌을 들어 나무에 던지자 아까 헤리오스가 표적으로 삼은 나무에 날아가 맞았다.


“저도 이렇게 던질 수 있습니다.”

“하아... 그게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야.”


결국 헤리오스는 암기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검술과 암기술의 차이와 내력의 운용법과 손과 시선, 그리고 표적에 대한 계산과 심리파악등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설명하자 제이크와 키사가 물러났다. 그리고 재능있는 클라라는 폭신한 늑대의 털 속에 파묻혀 코~ 자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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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너는 입 다무는 것이 좋겠다 +3 21.07.21 7,021 1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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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그 고민을 해결해줄게 +4 21.07.15 7,413 118 10쪽
64 교보재가 될 것 같은데 +5 21.07.15 7,587 120 9쪽
» 이게 수준 이상이라고 하는거야 +4 21.07.12 7,886 128 11쪽
62 이 정도면 나도 안심하고 일을 벌일 수 있겠어 +6 21.07.11 8,151 119 11쪽
61 저 방금 전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어요 +6 21.07.10 8,174 128 11쪽
60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할텐데 +4 21.07.09 8,133 1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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