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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佳樺 '이용' 입니다.

환생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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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화佳樺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6
최근연재일 :
2022.06.01 17: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41,075
추천수 :
1,297
글자수 :
152,376

작성
22.05.11 10:53
조회
23,509
추천
113
글자
17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DUMMY

나는 전생에 권왕이었다.

그 전전생은 명의였다.

그런데 이번 생은 바보란다.


“에이~ 씨발~!”


눈을 뜨고 나서 내뱉은 첫마디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난 무림의 지존이었다. 힘들게 힘들게 기어 올라가 좀 누리나 싶었더니.


‘이건 또 뭐야?’


거울 속에는 웬 꼬맹이 하나가 서 있다. 물론 솜털 보송보송한 완전한 꼬맹이는 아니지만 피장파장이다. 그런데 내 머리 위로 글자가 보인다.


[이름 : 류제 파웰]

[능력 : 포스 강화술]


“···?”


두 번의 전생을 살아본 나조차 처음 보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 밑에 한 줄이 더 써진다.


[동아메리 대륙력 칼란 대공 25년 11월 30일 11시 – 수술 중 사망 예정]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두 눈을 부릅뜨고 글씨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누가? 내가?”


***


스스로에게 물었을 뿐인데 기다렸다는 듯 한 줄이 더 써진다.


[사망자 : 류제 파웰]


“염병!”


이 몸뚱이의 주인 이름이 류제란 이름의 꼬맹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럴 거면 왜 살려 놓는 거냐고?”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지존의 자리에서 누릴 것도 못 누리고 자다가 뒈진 것도 억울한데 기껏 어린 몸으로 살려놓고 죽는단다. 거기다 눈을 뜬 이후로 계속 신경을 건드는 것이 있었다.

뒤를 휙 돌아봤다.

눈이 딱 마주쳤다.


“헉!”


웬 소년이 깜짝 놀라서 헛바람을 집어삼킨다.

그 소년을 보자마자 몸이 반응했다.


“바, 밥 줘······ 이런 미친··· 뭐라고 하는 거야?”


류제는 본인 입으로 ‘밥 줘!’라고 말해놓고 스스로 놀랐다. 그런데 몸은 계속 뭔가를 갈구했다.

꼬르르륵.

눈치만 보고 있던 소년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여기 있습니다. 공자님.”


눈앞에 놓인 것은 따끈해 보이는 빵이다. 정성이 갸륵했다. 류제의 손은 거절하지 않고 정성에 바로 반응했다.


“정말 미쳤구나!”

“네? 혹시 빵이 마음에 안 드세요? 다른 걸 드릴까요?”

“너···.”


내뻗은 손으로 소년을 가리키자 이름이 생각났다.

소년의 이름은 롭. 이 류제라는 놈의 시종이었다.

롭은 류제의 손짓에 두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약간 떠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서 과거 이 류제라는 놈의 행동 특성까지 파악이 되고 있었다.


‘완전 개차반이었군. 거기다 덜 떨어진 먹보였고.’


거울 속의 류제 모습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나이에 이 정도의 비대함이라면 그냥 돼지였다. 거기다 판단 능력을 상실한 돼지였으니···.

통제 불가였다.

류제의 어릴 적 기억 하나가 스며들 듯이 떠올랐다.

한 다섯 살이나 되었을 때다.

화근은 가문끼리의 모임이었다.

먹을 것이 지천에 깔렸음에도 류제의 먹성은 충족되지 않았다. 류제의 필이 꽂힌 먹을 것에 현 나이트시티의 대공인 칼란의 막내딸 로이안이 관심을 표했다.

다섯 살배기 류제의 우렁찬 목소리가 대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야~~ 이 돼지 같은 년아!”


대전에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류제의 손은 늦둥이 로이안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있었다. 거기서 멈췄어야만 했다.

바람일 뿐이다.

류제는 주저하지 않고 로이안의 얼굴을 음식에 처박아버리는 열정을 보였다.

그 일 이후로 나이트시티를 대표하는 네 가문 중 동쪽과 서쪽를 담당하고 있던 로저바흐 대공 가문과 파웰 공작 가문은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류제는 거울을 바라보고 섰다.

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답답하네!’


류제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 대충 감이 왔고 기억도 대부분 떠올랐다.


‘수술 중 죽는 것이 의사의 실수가 아니라······ 그냥 제거 아니야?’


이런 추측이 들 만큼 쓸모없는 놈이 바로 이 류제란 생각이 들었다. 손위 형제들과는 배다른 놈인데다가 덜떨어진 바보에 문제만 일으켰었다.

가주의 입장이라면 없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었다. 특히나 대공의 자리인 ‘듀크’를 두고 네 가문이 서로 경쟁하는 이 체제 내에서는 말이다.

자식들 또한 세력을 키워 가주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상황에 밥만 축내는 좀벌레 돼지는 없는 것이 나았다. 어느 정도 현 상황과 이 류제라는 놈의 캐릭터 파악이 끝났을 즈음. 또 다른 문구 하나가 눈앞에 떠오른다.


[구제불능]


“구제불능? 이 새끼가! 너 누구야?”


아까부터 자꾸 글귀를 띄우는 놈이 거슬렸다.

어디에 숨어 있나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엉뚱한데서 반응이 나온다.


“로, 롭입니다.”


멍청한 주인을 모시는 시종 롭은 그새 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묻는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류제는 어이가 없어 롭을 돌아봤다.

하지만 엄지를 들어 칭찬을 해준다.


“아주 자연스러웠어.”

“네?”


롭은 의아한 눈빛으로 주인인 류제를 바라봤다. 암만 봐도 뭔가 이상했다. 예전의 류제였다면 무작정 때렸을 것이고 먹는 것 또한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칭찬이라니···.


‘설마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돌아 버리셨나?’


롭은 의문이 들었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류제를 살폈다.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칭찬 한마디 던지더니 또 다시 고뇌에 빠져든다.

턱까지 괴고 어울리지 않는 짓을 펼친다.

그러다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치더니 말한다.


“온달 장군 한 번 돼봐?”


두 눈 초롱초롱 뜨고 바보 온달 장군 이야기를 꺼내는데 롭이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어찌되었든 류제가 그렇게 마음을 먹자 또 다른 문구가 떠오른다.


[내비게이션 온!]


“여기서 내비게이션이 왜 나와?”

“고, 공자님··· 왜 자꾸 혼잣말을···.”


롭은 정말로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제야 류제도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확실하게 감이 왔다. 우선 진정을 좀 해야 했다.


‘내비게이션? 도대체 이놈의 세상은···?’


류제의 기억 대부분이 돌아왔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왜냐하면 류제가 2퍼센트 부족한 바보였기 때문에 본인이 사는 세상에 대해서도 명확히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놈, 완전히 돌이었나?’


스스로 자문하며 육체를 살폈다.


‘너무 처먹어서 생기가 탁하고 기운이 머리로 가지를 않았던 것 같은데··· 어? 이건 뭐지?’


진심 놀랐다.


‘자연에 깃든 기(氣)가 없다고?’


더럽게 꼬였다.

다시 살게 된 인생인데 가장 강점인 전생 권왕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하긴 이 몸으로 전생의 능력을 회복하자면···.


‘답답을 넘어 막막했는데 이젠 희망도 없네. 그냥 수술 중에 죽어버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

하지만 그냥 죽어주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놈을 꼭 잡아서 족치고 싶었다.


‘너 이 새끼,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꼭 잡고 만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우선은 수술 중 죽는 것부터 모면해야 했다.


‘그래. 내 목표가 천수를 누리고 죽는 거다.’


류제가 각오를 다지자 또 다른 문구가 시각정보에 표시된다.


[목표 설정 : 천수 누리기]

[현재 상태 → 포스권능 : 1]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눈앞에 나열되고 있었다. 이건 류제의 기억에도 없었다. 멍청했던 원래의 류제에게 욕을 했다.


“멍청한 새끼!”

“저, 저요?”

“너 말고. 나!”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래서 수술도 받으시는 거잖아요.”

“···!”


롭이 맞았던 이유를 알겠다. 예전의 류제였다면 저 주둥이 놀림 때문에 또 때렸을 것이 분명했다. 인상이 절로 구겨졌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멍청해서 뇌수술을 시킨다는 말이야? 그런다고 멍청한 것이 고쳐져?’


주변을 돌아봤다.


‘이런 환경에서 뇌를 건드린다고?’


주변은 모두 돌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주거 수준은 중세 또는 조금 더 나은 수준이다. 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물건들은 그 이상의 수준도 보였다.


‘희한한 곳이네.’


두 번의 전생을 살아봤지만 또 다른 신기함이 있는 곳이었다.


‘그나저나 포스권능은 또 뭐야?’


의문을 품자마자 눈앞에 또 글귀가 새겨진다.


[포스권능 : 신체 내에 존재하는 효소로 만물에 깃든 포스를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오~~! 기(氣) 같은 것이 있긴 있네. 그런데 이 놈 몸에는···?’


포스권능이 ‘1’이다.

사실 없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 1이라도 있는 것은 이 세계에서 천운이었다.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니까. 하지만 1로 뭘 할 수 있을까? 작은 돌멩이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고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어이가 없어서···.”


답답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정말로 살아남는 것인데···.’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십니까?”


롭이 빠르게 뛰어갔다. 하지만 문 앞에 도착도 하기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예의범절 따윈 뒷간에 똥덩이와 같이 떨군 놈이라고 씹고 있는데 들어선 자의 모습이 보통이 아니다.

내비가 등장한 자의 정보를 바로 표시한다.


[이름 : 하딘]

[소속 : 동부 파웰 공작가]

[직업 : 집사 및 호위무사]

[전직 : 암사련 련주]


‘오우~ 야~! 분명 내 호위무사인데··· 암사련 련주였어?’


류제의 원래 기억에는 없는 정보였다.

먹보 천치인 막내의 호위가 이 정도면.

손위의 형들과 누나들의 호위는 어느 정도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집안 양파야? 까면 깔수록 새롭네.’


새로운 정보에 눈빛이 초롱초롱해져 있으니 하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제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더 중요한 용건이 있었다.


“공자님! 준비하시지요.”

“뭘?”

“그새 잊어버리셨습니까? 오늘이 바로 새로 태어나시는 날입니다.”

“오늘?”


류제의 시선이 시종인 롭을 향했다.


“네. 오늘이 뇌수술하시는 날입니다.”

“염병!”


새로 태어난 날이 죽는 날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고 있는데 하딘이 잔뜩 기대어린 말을 한다.


“환골탈태하셔서 가문을 이어받으셔야지요.”

“미쳤군.”

“풋!”


류제의 반응에 롭이 침까지 튀기며 웃는다.

롭이 생각하기에도 하딘의 꿈이 너무 컸다.

류제가 롭을 바라봤다.


“너, 너무 대놓고 웃는다.”

“죄송합니다.”


롭이 사과를 했지만 그건 안중에도 없었다.

수술 중 죽는다는데 걱정이 안 되면 사람이 아니다.


‘이 고비를 넘길 방법이 없나?’


눈알을 빠르게 굴렸다.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주변을 돌아보는데 눈에 딱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래. 저거라면?’


류제는 창을 향해 걸어가더니 창문을 벌컥 열었다. 창문 옆으로 길게 늘어진 넝쿨의 잎을 한 움큼 땄다.

투두둑.

다들 류제가 뭘 하는 건지 궁금해서 쳐다만 본다.


“배가 고파서.”

“···?!”


우적우적.

이파리를 입에 물고 대차게 씹었다.

집사 하딘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쳤군. 정말 답이 없나?’


시종 롭은 풀떼기를 먹는 주인의 상태가 걱정되어서 묻는다.


“제가 준비한 빵이 그렇게 싫으셨어요?”


싫어서 그랬을까? 쓰디쓴 이파리를 씹어 삼키느라 입을 열 수 없어서 그렇지 꼭 이렇게 말을 해주고 싶었다.


‘죽기 싫어서 그런다.’


진심이었다.

입에 넣은 채 씹고 있는 넝쿨의 이파리는 ‘잉글리시 아이비’ 또는 ‘포이즌 아이비’로 불린다. 전생의 경험들이 있으니 약초와 독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었다.

판타지스럽게 독초에 해당하는 아이비가 딱 있어준다.

이걸 먹게 되면?


“우웩~!”


일차로 구토가 나오고 전신에 알레르기 반응이 확 일어난다.

그 다음.


“끄으으윽!”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급성 알레르기 반응에 호흡곤란이 일어났다.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유도된다. 죽기 싫어서 스스로 자해공갈단이 된 셈이다.

그런데 그 자해가 좀 심했다.


‘젠장! 이 자식, 꼴에 또 민감 체질이네.’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쓰러지고 있었다.

흐릿해지는 시야에 ‘내비’라는 놈이 또 글귀를 띄운다.


[아디오스!]


‘개새끼!’


가물가물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내비에게 욕은 확실히 해줬다.

집사 하딘은 의사를 부르기 위해 문을 부수듯 밀치며 뛰쳐나갔다.

쾅!

롭은 의식을 잃은 채 넘어가는 류제를 덥석 끌어안았다. 힘은 겁나 좋았다.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목구멍에 남아있던 이파리가 기도를 틀어막았다.


“억! 커헉~~ 컥!”


뇌수술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기도 이물로 뒈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류제가 롭에게 마지막 말을 던진다.


“살인자···.”

“···?!”


집사며 호위인 전직 암사련 련주 하딘보다 시종 롭이 더 무서운 암살자일 수도 있었다.


***


눈을 떴다.

얼마나 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수술실에는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다.


‘후~ 아슬아슬했네.’


한숨 돌린 후 집중하자 곁에서 미약한 숨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롭이 침대 곁에서 자고 있었다.


‘자식~!’


기특해서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깨어나셨군요.”

“···!!!”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어둠속에서 맹수마냥 눈빛을 빛내고 서 있는 자가 있었다. 바로 하딘이다. 암사련 련주였다더니 기척을 죽이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지금의 몸뚱이로 하딘의 기척을 알아차리면 그게 더 이상했다.

하딘이 움직였다.

인상을 구기더니 갑자기 무릎을 움켜잡았다.


“윽!”


어둠속에서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관절염?’


하딘의 나이를 유추해 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저 좀 보시죠.”


류제가 몸을 일으키며 하딘에게 손짓했다.

하딘이 깜짝 놀라며 아픈 몸을 이끌고 가까이 다가왔다.


“무릎은 언제부터 아프신 겁니까?”

“···한 삼 년 정도 되었습니다.”


하딘이 주저하더니 입을 연다.

미간을 좁히며 ‘이건 뭐지?’라는 의미가 담긴 인상도 쓰고 있다. 그 마음 다 안다. ‘바보가 무슨 이런 질문을 던지지?’ 라는 생각,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제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슬쩍 만져보며 촉진을 한다.

강직의 지속 시간도 묻고.

다른 부위의 증상도 묻는다.


“혈액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여기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오로지 증상으로만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전신 열감은 어떻습니까?”

“간혹 열이 올라 하루 이상 지속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제 말대로만 하십시오.”

“···공자님의 명령이시라면.”


하딘이 주저하다가 답을 한다.

우선 공자의 명령이니 답은 해놓고 나중에 안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류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심상치 않았다.


“제가 추측한 진단명은 류마티스 관절염입니다.”

“네? 뭐라고요?”


생전 처음 들어본 진단명에 하딘이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류제는 이미 다른 말을 내뱉고 있었다.


“약초가 필요한데··· 쥐손이풀, 마가목순···.”


약초 이름만 순간적으로 대여섯 가지를 줄줄 읊고 있었다. 하딘은 정말 자신이 모시는 류제라는 이름의 공자가 맞는지 확인하느라 유심히 바라봤다.


“그 약초는 무엇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병을 낫게 해드리려고 그럽니다.”

“네? 제 병을 말입니까?”

“네.”

“···!”


하딘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먹보천치인데 믿음이 갈 리가 없었다.


‘흠··· 확인해 볼 방법은 있지.’


“저택 내에 모든 의료시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만···.”

“아~~ 맞다.”


류제도 하딘의 말에 기억이 명확히 났다.

배탈도 자주 나고 필요 이상으로 뚱뚱하다보니 각종 질병을 달고 살아서 자주 다녔던 재생원과 탕제원이 생각이 났다.

중독의 고비는 넘겼으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딘이 그 모습에 깜짝 놀라서 묻는다.


“움직이셔도 됩니까?”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분명 의사는 당분간 안정을···.”

“괜찮아요. 해도 뜨고 있으니 탕제원 문은 열었겠지요?”

“항상 당직자가 있긴 합니다.”

“하긴···.”


응급 상황을 대비해 24시간 돌아가는 체계다. 결국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

류제가 움직이자 롭 또한 깜짝 놀라 잠에서 깬다.


“어? 고, 공자님 괜찮으세요?”

“괜찮지 않으면?”

“뇌수술 받으셔야지요.”

“···!”


본능적으로 손이 올라갔다. 맞을 말만 골라 했다. 하지만 예전의 류제가 아니다. 하딘을 향해 말한다.


“가시죠. 하딘의 병도 고치고 제 병도 고쳐야지요.”

“네? 공자님 병이요?”

“네. 이게 사람입니까? 돼지지.”

“···?”

“안 가십니까? 안 가니?”


연이어 터지는 질문에 둘 다 멍한 얼굴로 바라봤다.


‘다들 놀라기는··· 그나저나 정말로 한 번에 환골탈태까지 해봐?’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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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네 덕이다. 22.05.28 3,615 44 13쪽
19 #19. 도둑놈에 살인자? 22.05.27 3,692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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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일진 사나운 날 +1 22.05.25 3,857 40 13쪽
16 #16. 범인을 잡아라. 22.05.24 3,972 46 13쪽
15 #15. 사상빙수전(四象氷袖箭) +2 22.05.23 4,039 44 14쪽
14 #14. 여명 시간 22.05.22 3,987 44 13쪽
13 #13. 초유의 사태 22.05.21 4,031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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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어떻게 숨기지? +1 22.05.18 4,526 45 13쪽
9 #9. 가려면 세게 가야지 22.05.17 4,749 45 14쪽
8 #8. 냄새로 귀신 찾기 22.05.16 4,943 49 13쪽
7 #7. 같이 살려면? +1 22.05.15 5,241 52 12쪽
6 #6. 남보다 못한 형제 22.05.14 5,993 5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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