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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님의 서재입니다.

살아가는게 주제임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판타지

장시간
작품등록일 :
2019.12.26 22:06
최근연재일 :
2019.12.30 22:0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08
추천수 :
2
글자수 :
28,460

작성
19.12.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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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새로운 등장인물

DUMMY

하나의 괴성이 크게 메아리쳐서 들려왔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흠칫 얼어붙었다. 자존심 강한 사람이라면 쑥스럽게 여길 정도로 순간적으로 쫄았다. 두 번 말하지만 '순간적'으로 쫀 것 뿐이다.


괴성은 울리고 울려서 들려온다. 메아리에 메아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온다.

"플래그 떴다." 나는 광범위한 괴성이 들려오는 쪽을 멍하니 쳐다봤다.


"저건 보통.....보통이 아니야...." 내가 얼타서 정확한 의사전달을 하지 못했지만(누구한테 전달하려는 거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심상치 않은 목울림이 내가 보고 들어왔던 여타 좀비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점. 특히나 방금 느낀 성량의 차이를 그 무언가에 뒷받침 할 근거가 있다.


좀비의 괴성은 건물과 건물사이 메아리가 친다 쳐도 4초에서 그친다.

하지만 이건. 늑대들의 하울링 마냥 울리고 울리는 걸 반복하고 있다.


듣고있는 귀가 묘하게 좆같다.


호랑이의 울음소리ㅡㅡ가 3km까지 울린다고 하는데 ㅡㅡ를 직접 들어 본 적은 없지만 거의 그정도 격이 아닐까.


"뭐,뭐지?"


좀비물엔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했다.

물론 그건 보는 사람. 즉 청자나 시청자, 독자가 있어서 필요한 거고. 게다가 소설과 영화, 만화 등등에 나오는 뻔한 시나리오 같은 부분이 아닌가. 조금 루즈해 질라 하니까 뭔가가 등장하는. 보거나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동하게 할.


여태까지와는 다른 것이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현실인데..."

난 전혀 흥미롭지 않은데? 아니......조금은 있는 것 같기도.


여기서 성립되는 식이 있다.

흥미=나의 죽음


전부터 말했었고, 계속 생각했던 것.


좀비부터 생겨나온 것 부터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라고. 여기서 변종이 나와서 조금 놀랄 뿐이지 뭐가 불가능 할까?


내가 당장해야 하는 행동을 해라.


일단은 당연히 도망쳐야지. 안전한 곳까지.


날씨는 아직도 밝다. 하나의 괴성으로 인해 내가 느끼는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할 뿐이다.

그렇게 느끼는 분위기의 파급효과로 인해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어지질 않아서 잠시간 멍 때리고 있었던 나. 다급하게 당장 할 행동을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두 번째 괴성이 다시 울린다.


그냥 무지막지하게 큰 소리. 소리가 아니다. 비행기 가깝게 지나가는 소리?같은 느낌???

"그와아아아아아아ㅏ아아ㅏ아ㅏ그아아아!!!!"


비행기가 내 머리 위로 훑고 지나가는.....그런 느낌이랄까?


호랑이의 울음소리엔 초저주파란 게 있어 근육에 진동을 일으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든다는데 내 모양이 딱 그꼴인가. 또 흠칫했다.


전보다 더 크다.


더욱 크게 들려온다=나와 가까워졌다ㅡㅡ


ㅡㅡ는 생각이 들면서 제정신인 뇌 한 켠엔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자란 의견이 나왔다.


아무 건물이나 무작정 들어가면 생기는 변수를 감당하고 숨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집으로 부터 멀리까지 온 이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가야 할 것인가. 망설이는 순간마저 불안했다.


알 수 없는 뭔가가 숨통이 조이는 기분이 들었다.


저 소리와 멀리 떨어져야 한다. 저 소리와 절대로 가깝게 있으면 안된다 뇌는 이미 초반부터 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인지시키고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굉음으로 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내가 지금 집까지 가는 건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겪은 상황 중 처음 있는 상황이고, 그에따라 나머지 좀비들이 나와 마주쳤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 집으로 도망치는 건 무리. 그리고 저 굉음이 어떤 식으로 나를 위협할 지는 모른다. 더 멀리 떨어져야 한다.


소리와 먼 쪽인 건물. 그리고 안전이 확보된 건물이어야 한다. 그쪽으로 피신한다.

이게 결론.


살짝은 침착해 진 것 같다. 몸은 생존 본능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아직까지도 작게 울리는 괴성은 정신을 계속해서 활성화 시켰다.

1순위는 생존이다. 살아남는 거라고.....


죽기 직전까지 필사적으로 뛰면서 도망 칠 수 있는 건물을 찾아다녔고, 이윽고 죽음을 마주친 것 같다.


"구워으우으....." 앞을 볼 수 없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날 쳐다본다. 분명 숨을 죽였는데..... 너무 늦었나.

아주 좆같다.


그렇지만 내가 바로 죽기엔 거리가 조금 있다. 나는 도망 칠 수 있는 거리다.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아무건물이나 찾아서 들어갔다. 문이 뚫려있는 쪽밖에 갈 수 밖에. 그럴수록 위험도는 높아가지만 나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방금 짧은 진동이였지만 주변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였다.


분명 지진같은 건 아니다. 예상이 갈 수 있는 건.... 좀비떼? 상상도 하기 싫다.


어느 건물 안에 들어가 비상계단을 올라갔다. 층수가 늘수록 역한 냄새가 심해졌다. 구역질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니까.


"그우어으아에에이이이?" 아까 봤던 바보처럼 생긴 좀비새끼가 날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난 저것만 보고 존나게 계단을 올랐다.


"구우어아잉에에에에" 날 알아챘는지 괴성의 빈도가 짧아졌고, 소리도 커졌다. 내 심장도 다급한지 계속 두근댔다.


여긴 옥상문이 열려 있을까? 그리고 이 옥상엔 뭔가 없길 빌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비상문을 열어야 하는데 너무 무섭잖아. 어두운 곳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고. 나는 방향성 없이 위로만 올라가고 있다.


진로를 방황하는 피도 안마른 애송이랄까? 비유가 뭣같지만.

개 뭣같은 게 지금 상황이니.


나중가서 일기토를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면서 등 뒤에 메고있던 목검을 꺼냈다.


저 괴물을 똑바로 바라본다. 내가 계단을 더 올라서 높은 고점을 이용해가지고 대가리를 작살내버리면 될 게 아닌가.


목검을 쥔 두 손에 힘을 꽉주고. 목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바로 정수리를 노리려는 셈이다.

온 몸을 긴장시키고, 내리친!


"흡!"


그 뒤론 기억이 없다.



***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자고 인나니까 좀비가 나를 깨워줬다. 으음...? 뭐야. 하니까 좀비 아가리가 내 눈 앞에 있었다고.


지금 생각하니까 용 연합이 날 버린 것 같았다.

다시말해 팀원이 날 내팽개 치고 도망쳤다.


화 낼 틈새도 없었다. 내 눈앞에는 좀비들이 몰려들고 있으니까.

허리춤에 걸쳐있는 도끼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오오으아아아아아" 날 향해 아가리를 치켜든 좀비 한 마리.


사실 한마리가 무서운 게 아니라 좀비물 하나만 봐도 알다시피.

이새끼들은 양으로 승부한다.


치사한 놈들.

"으아압!"


기합과 동시에 손도끼를 저 구역질 나오는 아가리를 향해 내질렀다.

거리가 가까우니 당연히 명중. 도끼를 놓았을 때 부터 확신이 들었다.


순식간에 도끼가 얼마 안되는 거리를 두바퀴 돌며 입 벌리고 있던 좀비의 입구멍에 아주 부드럽게 들어갔다.

내가 게임처럼 힘이 오질라게 셌더라면 도끼가 머리를 관통하고, 그 관통한 도끼가 뒤에있는 좀비의 머가리들을 관통시키니까 저 멀리 날아가 딜레이가 생겨버려서 거의 일회용으로 사용 할 수 밖에 없겠지만 나는 그정도의 파워는 없으니 내가 던진다면 고목같은 대가리에 도끼가 박히게 되고, 난 뚜벅뚜벅 걸어가 그걸 회수한다.

그렇다. 도끼는 회수가 가능하다. 도끼는 일회용이 아니어서 정말 좋다.


도끼는 좋다. 특히 이런 좁은 골목길에서 말이지. 다른 무기들은 리치가 존나게 길어가지고 이런 좁디 좁은 공간에선 잘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도끼는 말이지. 손잡이를 어디에 잡냐에 따라서 리치가 결정되고, 던질 수 도 있으며 결정적으로


존나 강하다.


"그엃엃어으...." 피를 뿜으며 하나가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나는 순식간에 물렁한 뇌까지 파고든 도끼를 뽑아냈다.

쭈욱. 뽑아낸 도끼엔 희여멀건 한 뇌수가 후두둑 떨어져 나간다.


혹여나 날이 무뎌지면 안되니까 손잡이의 방향을 빠르게 돌려 그것들을 털어냈다.


남아있는 좀비들이 바퀴벌레들 처럼 바글바글하다.


광기에 휩싸인 전사처럼.

피의 전율을 느끼며

"자, 다음"


현재 내가 좀비들과 싸우고 있는 장소는 막다른 골목길. 뭔가 여기서 중,고등학생들이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담배피울 법 한 그런 후비진 장소다.


그런 양아치들도 좀비가 되었겠지만

"그 부모님들도 좀비가 됐겠지"


도끼 뽑는소리.

"추확."


도끼 맞는소리

"푸억"


지금은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빨간 물감같은 게 실시간으로 이리저리 튀기고 있는 장소가 되었다.(맞힐 때 튀고, 뽑을 때 튀고)이상하게 도끼질을 하니 벽에다 예술을 그리는 그래비티의 감성을 조금 알 것 같았다.


"푸확"


기합 한 번 지르고.

"씨발...와라아아아아악!"


손도끼를 다시 한 번 던졌다.

"트앙!"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나면서 좀비한테 맞지 못하고, 벽에 튕겼다. 회수하기 어려운 거리에 도끼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와, 좆됐다.' 이런 심정은 절대 아니다.

나는 도끼 하나만 들고 다니지 않는다. 기본으로 양손 묵직하게 외날 손도끼. 등 뒤에 두손으로 드는 거대한 양날도끼. 그리고 허리춤에 보조도끼와 망치.(올드보이 망치씬을 실현시키고 싶은 로망이 어느정도 있다)



지금 나의 모습은 마치 league of legend 의......

천둥이 내려치고, 체력이 닳면 달수록 광기에 휩싸여 더 강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도끼 던지고 줍기에 좀비들은. 자신들이 전생에 즐겨했던 게임 중 하나의 캐릭터가 떠올랐을 것이다.


올라프.

나는 게임을 좋아했고, 그중에 단연 LOL을 가장 좋아했다.

LOL엔 수많은 챔피언이 있지만 나는 그중 도끼를 쓰는 올라프를 즐겨했다.


갑자기 게임 이야기를 하자면.....(갑자기 분위기 게임이야기) 난 게임을 잘 하지 못했다. 손쓰는 챔프는 거르고 봤다. 그래서 쉽지만 강한 캐릭터를 원했고, 나는 수많은 탱커들과 근거리 딜러들을 경험했지만 맞는 챔피언이 없어서 쩔쩔 맸던 기억이.... 이것도 추억이네.



"크와으어어어...!"

"브를ㄹ를르라아아아악!"

"끄으하아아아아아"


좀비 세마리가 이번엔 내차롄가? 하며 대사를 치는 것 마냥 괴성을 지르고,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나랑 맞는 챔피언이 없었다.

그때까진 올라프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우연히 올라프란 챔피언의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물론 난 이성애자다.

올라프를 살 수 있는 게임머니를 만들자 마자 바로 사버렸다.

존나 강력할 것 같은 팔뚝. 마치 허벅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그 거대한 두께와 그것 뿐만이 아닌 우락부락 근육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허벅지는 어떠한가? 남자의 근엄함을 보여주는 부분은 찢어지다 못해 터질 지경에 이르른 허벅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렌지 색의 수염. 남자는 수염이 종나 어울려야 정말 상남자라고 할 수 있는거다.


"그루우우으ㅡㅡㅡㅡ"


"푸억..."

"푸극.."



여튼. 이녀석은 쌍도끼를 사용한다. q스킬. 거의 기본스킬이라 보는 도끼 던지긴데 상대방을 맞혔을 때 쾌감은.... 크하.... 정말 말 할 수 없이 좋았는데. 세계가 좆되기 일보직전인 지금.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추왁"


지금은 가상의 게임이 아닌. 실제로 도끼를 던지고 있었다. 게임을 못하니까 현실로 갖고와버리는 건 미쳐버린 게 아니냔 말을 할 수 있다. 왜냐면 난 미친게 맞으니까 미친놈한테 미친놈이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여튼, 도끼를 맞췄을 때 실제 쾌감을 표현하자면


부드럽게 잡은 도끼 손잡이를 마치 회초리 치듯이 던지면. 정확하게 맞는 머리.

"푸확"

도끼 날이 깔끔하게 이마를 파고들면 피가 튀기면서 머리가 뒤로 쏠리고, 뒤쪽으로 자빠진다.


"음..... 내가 광전사가 된 기분?" 별거 없다. 처음엔 사람을 죽이는 것 같아 묘한 배덕감이 들었는데 그것도 잠깐. 내가 올라프가 된 기분이 들었고, 나 역시 하나의 챔피언이 된 기분이었다.


다음 하나.


도끼를 비슷하게 던졌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소리가 나면서 도끼 날이 정수리에 제대로 박혔다.

"푹!"

"그...그으으윽"

호기롭게 달려들었던 셋은 그가 던진 도끼에 대가리가 그대로 찍히고, 뽑혔다. 마지막 하나가 발악하며 입을 벌려보지만 좀비가 원하는 부드러운 살이 입에 들어오진 않았다.


대신 묵직한 손도끼가 입 안에 마중나왔다.

"촥....추확...!"


양 손에 들린 손도끼의 손잡이를 다시 빠르게 돌려 도끼에 붙은 이물질을 털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바닥에 고인 피와 함께 섞여 나간다.


아아아아... 잡생각 하니까 롤하고 싶잖아.


그는 상념을 집어 치우고, 주위를 한 번 크게 둘러보았다.

근데..... 지금 제대로 봤는데 여길 어떻게 빠져나가지?


숫자가 줄지를 않는다. 대충 10마리 정도는 뚝배기를 갈겼는데....


"이게 다 '드래곤 연합' 때문이야!" (어, 뭐야 드래곤이란 명칭을 입으로 꺼내니까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지네들 자리 뺏길 것 같으니까 날 바로 버려버리는 건 무슨 심보? 아니 이건 버리는 수준이 아니고 그냥 죽이는 수준이다. 눈 감기 전까지 같이 잠자리를 깔고 잘 준비를 하던 팀원들은 없고, 추워서 일어나니까 주변은 횡~하니 그들이 있었던 흔적조차 찾아볼 수 가 없었다. 그리곤 이렇게 바퀴벌레처럼 우글거리는 좀비소굴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밤 중 꿈을 꾸는 것 같다.


속으로 남은 좀비의 숫자를(대략 열 여섯을)세고 있을 때 하나의 괴성이 공기를 찢을 기세로 쩌렁쩌렁 들려왔다.


"으어어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감각이 거의 없다시피한 좀비들이 흠칫 할 정도. 난 이런 수준의 경직을 한다는 것 자체로 신기했다.

물론 난 눈도 깜짝 안했지만


"아직 잠이 안깼는데.....확실히 깼네"

그는 짧은 시간에 스트레칭을 했다.


저 멀리. 안개처럼 보이는 미세먼지가 가려서 잘 보이진 않지만 실루엣은 보였다. 거대했다.

거대했다. 이거 중요해서 두 번 말한다.


사실 이렇게 커보이는 좀비는 3년동안 돌아다니면서 처음봤다.

아니 그냥 있을 수 없는 크긴데? 저런 크기로 살아갈 수 있나? 이새끼는 산소를 만들어 먹나? 백악기 시절도 아니고 이따구로 큰 녀석은... 아니 뭐지?


"좀비가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날 향해 오는 건 확실한 거 같고.....음, 갑작스레 확신이 들었다.


"나 죽을 거 같은데....?"


압도되는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이상하게 난 겁이없다. 지금 잔뜩 집어먹어야 하는 타이밍인데도 왠지 모르게 흥분되는 감정은 숨길 수가 없다.


좋아하면 닮는다.

그래 난 미친놈이지. 전적으로 동의한다. 날 보고는 기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주변엔 좀비새끼들 뿐이다.


올라프의 별명, 광전사(狂戰士)

올라프의 염원, 영광스러운 전사(戰死)


내가 올라프가 되고, 올라프가 내가 되는.

만약 내 생각을 읽는 초능력자가 있다면 내가 무슨 개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지. 난 이해 할 수 있는 녀석도 아니고 한가지로 설명될 캐릭터도 아니다. 나는 순간의 올라프고, 적들을 쓸어버리며 영광스러운 죽음을 향해 전장을 찾아다닌다.


손도끼를 허리춤에 메고, 등 뒤에 걸쳐있는 거대한 양날도끼를 꺼내 들었다.

개걸스러운 소리들과 심장 박동소리. 미세하게 떨리는 양 손.


이 고양감.


뒤에있던 거대한 것이 자기 동족이란 게 확인되자 흠칫했던 좀비들이 각자 다른 괴성을 내뱉으며 다시 그에게로 질주했다.


"크르르라아!!!!"

"케르르를ㄹ렐레레렐"

"우아아아아아아....!!"

"이에에엑...."


그는 자세를 고쳐잡고, 좀비들을 슬쩍 보았다.


살의가 차오른다.










***

눈을 떴다.


눈을 떴다는 건 내가 그 전까지 눈을 감고 있어다는 사실과 함께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아닌가?

나는 '뭐지?꿈이였나'와 같은 병신같은 대사를 내뱉을 순간에 빠른 판단력으로 주둥일 다물었고, 귀를 귀울이지 않아도 작게 재잘거리는 소릴 들을 수 있었다.


"그쪽으로 가면....아니 이건 아니지 여긴 위험할 가능성이 높아. 안전하게 가려면 좀 산을 넘더라도... 이제 또 겨울이 되어가니까 요새 어두워 지는 시간이 길어졌어...그래 산까지 가는데는 빨리 움직이고..."


어느곳으로 가려는지 이동 경로를 대충 들어보니 좀비들 때문에 골치인 건 알겠다.

아마도 조잘거리는 건 사람인듯 싶은데. 뭔가 내가 움직이는 게 들키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지?

자연스레 몸을 움직이려니.


"삐걱" 오우 좆됐다.

내가 그제야 침대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침대와 함께 묶여있어 움직일 순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이 아닌가.


"음?" 알아챘다 알아챘다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하길래 이렇게 묶어 놓은거야??!!!


저벅저벅 내게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주변이 조용해서 가깝게 다가오는 소리가 점차 커짐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는 왜 묶였고, 사태가 일어난 후 처음 등장한 사람이거니와 이 사람이 날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그는 남자였다. 처음부터 남자 목소리였지만 남자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시야에 들어왔단 소리.

나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어, 인났냐? 좀비는 안됐구만..." 그의 어조는 뭔가 정다운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날 보며 밝게 웃었다.

나로하여금 내려놓게 만드는? 뭘 내려놓는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편하다?와 가까웠다.

1년만에 처음보는 사람. 그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당연히 나도 빤히 쳐다봤다. 이사람의 얼굴을 살펴 본 감상평은.... 어느정도 오똑한 코, 눈썹과 눈의 거리가 짧고 눈이 크다. 수염이 멋들어지게 난 면상이 조금 잘생겨보인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세글자로 아저씨라고 표현 할 수 있다.



"안녕 친구."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지?"


갑작스러운 이름을 물어봤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이름을 댔다.

"백...진우요...."


"그래 진우야...이제부터 우리 진우는 연구원에 팔려들어가서 네 양팔이 잘리건 다리가 잘리건 폐 한쪽이 사라지건 상관 안하는 철면피들이 백신이라는 허무맹랑한 목표를 지닌 채. 니 몸안에 도전이란 걸 행할 것이고, 사생활은 일절없고, 모든걸 감시하는 강화 플라스틱 안에 평생토록 갇히게 될거야. 실험이 틀어져서 빨리 죽는 걸 기도하는 게 좋을 정도로 말이야."


"네?"


아저씨는 혀를 끌끌 차면서 다시 입을 놀렸다.

"욘석이 아직도 상황파악이 되질 않았네? 니몸. 생.체.실.험으로 팔린다고"


아니 씨발 갑자기 뭐라는 것인가. 내가 좀비가 되지 않아서 밝게 웃는 얼굴이 날 팔아먹으려는 이유때문? 팔려서 얻어가는 건 도대체 뭐길래 팔아버린다는거야. 사람을 처음 마주하게 된 상황 속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와는 굉장한 간극이 벌어져 있다.


"와, 씨발" 최소한 이사람한테는 잘보여야 이 아저씨가 말하는 좆같은 연구소에 팔려가지 않을 확률이 생긴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자연스레 내 감정 그대로 쌍욕이 나왔다. 아니? 이건 쌍욕을 해야만 한다. 이건 정말 시발스러운 정도를 넘어서. 좆스러움. 아니 씨발 개좆스러움. 좆좆좆스러움이다.


하지만 난 살고싶다. '씨발'이 뒷 문구와 합쳐져서 애절한 단어로 녹아내리도록.... 세상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살려주세요...."




.


작가의말

아, 새로운 등장인물이로군요! 얘는 먼치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헤헤 


*작중에 '용 연합'이라고 언급되는 조직이 있는데요. 말 그대로 조직이구요. 도끼 던지는 애가 버려졌어요. 그 뒤론 서술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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