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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게 주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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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작품등록일 :
2019.12.26 22:06
최근연재일 :
2019.12.30 22:03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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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60

작성
19.12.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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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적응

DUMMY

인간은 유순한 동물, 다시 말해서 모든것에 적응하게 되는 그러한 존재다.

_도스토예프스키




나는 저 태양에 영향을 받지않는 좀비들이 생겨나는 것에 기겁을 했다.

긴장을 잔뜩 집어먹었다. 돌연변이 이런건가. 소설에 재미를 부가하기 위한 장치랄까. 하나의 괴물밖에 나오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진부해 질 수 밖에 없는 아포칼립스 물이기에 이렇게 다양한 특징을 지닌 돌연변이들이 생겨서 돌아다닌다는 설정은 많은 아포칼립스 물에서 많이 볼 수 있고, 사랑받고 있다.


다만 이건 소설속이나 영화속이나 게임속이나 좆같은 가상현실 같은 게 아니다.


내 인생이고 현실이고 저들의 변화는 직방으로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내가 뭐냐? (나는 나다)인간은 적응의 동물.

나는 저들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절대다수에 소수가 맞춰가는 건 당연스럽다.


인간은 예로부터 적응을 잘 해왔고, 멸종한 종들은 적응하지 못한 것들이였다.


이젠 인류가 멸종할 위기에 치닫는 순간이다 한 순간. 정말 한 순간이다.

그래도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란 걸 알고있다. 찾아보면 한 사람이라도 있을테지.

감히 추측하건대. 저놈들이 침투하지 못한 국가도 있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내가 비행기를 타고. 또는 배를타고 어떤 교통수단이로든 내가 상상한 유토피아 같은 곳을 찾아 갈 수 있을지가 의문. 그 나라가 어딘지도 어느곳인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1차원적인 목표만이 있을 따름이다.


나는 창문아래 낮임에도 불구하고 싸돌아다니는 좀비를 지켜보았다.


적응해야 돼.

처음 일이 발발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목표였다.

불에 잘 죽지않는 십새들.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는 좀비들이 아직은 그리 많지않다.


그건 불행중 다행인 셈. 당연히 돌연변이가 처음 생긴 원조격인 녀석들보다 많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이 징조를 보아 시간이 지나면 낮과 밤 구분없이 울부짖을 괴성이 상상이 갔다.


"아마도 나중엔 그렇게 되겠지"


음식을 일주일 치 밖에 가져가지 못했다. 단 하나의 타죽지 않는 좀비 때문에.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 오늘. 준비를 다 마쳤다. 오늘은 필요한 1년치 음식들을 다 가져가야 하고, 못했던 생일축하를 마저 치뤄야 하니까.


두려움을 떨쳐내려 지극히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말로 내 몸을 착각시킨다.

"빅파이를 먹고 싶네 초코파이는 이제 물린다."


그래도 떨리는 건 다름이 없다.

잘 정돈된 원룸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면서 밖을 나섰다.


조심스레 대문을 닫고 나오니 대충 거리에 4~5명은 기본으로 깔려있는 돌연변이들. 생각않고 가까히 가면 안된다.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혹여나 실수가 없도록 머릿속에 계속 되뇌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 돌연변이는 완벽하지 못했다.


내성만 탑재되어 있는 것일 뿐. 다른 녀석들과 같이 몸에 불이 붙는다.(좀 많이... 늦게 붙는다.) 태양을 조금 더 버티는 능력밖에 없는 놈들이란 말이야.

뭘 침같은 걸 뱉어서 감염시킨다거나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거나 이동속도가 순간이동 급으로 발달한 녀석들같은 병맛 새끼들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그리고 꽤나 좋지않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만약 나중에 병맛 좀비들이 생기게 된다면 나는 아주 쥐 죽은 듯이 살아야 한다고.


하여간 조심히 행동한다. 저들은 청각에 예민하니까 내가 어떤 소리를 내든 좆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경계하면서.


좀비가 있는 거리는 악취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어쩌면 좀비가 없어도...

구역질이 나올 수 있는데 구역질이 난다면 내 주변에 있는 괴물들이 내 위치를 알아차리게 될 테고.

좆되는 건 찰나.


내 발밑을 바라보고 동시에 앞에 동선을 짜고 돌발상황을 계속해서 생각해낸다.

불과 100미터 남짓의 거리임에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겐 좀비 하나도 버겁다.


'나는 전설이다'와 같이 태양에 타죽는 유형이 아니였다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죽은지 오래일 것이다.

아사를 했거나 자살을 했거나 물어 뜯겨 그들의 한끼가 됐거나.

'내가 좀비가 됐거나' 라는 상상은 하기도 싫다.


70m


오늘 하루만 아침에 깨어있어야 하는 게 아니였다.

몸이 일주일동안 아침에 졸지 않기위해 좀비들이 발광을 떠는 밤에 잠을 자야 하니까 자도 잠을 잔 것 같지가 않아 짜증났다.


60m


긴장의 끈을 놓으면 뒤진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주었다. 너무 떨려서 뇌가 흔들릴 지경까지.


50m


태양을 너무 오랜만에 쬐서 그런지 머리가 어질하다가 정신을 찾아보니 좀비들이 가까워 져 있었다. 언제 이렇게 좀비들이 다가왔지? 아, 내가 그쪽으로 가고 있었구나.


내 앞에 셋. 유인을 할까. 아님 돌파? 조심스레 돌아간다.....?


누군가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었는데

선택지는 많다. 지금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만 그리 추천하진 않는다. 언젠간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


찰나에 수많은 고뇌 끝에'그대로 돌파한다.'로 결정했다. 원래는 큰 길이였는데 아무대나 들이받은 차들과 장애물들. 그리고 돌연변이까지 합세해서 아주 위험천만한 좁은 골목길이 되어버렸다.

차들이 양쪽에 하나씩 가로막고 있고, 그 가운데 좁게 길이 나있는데 거기에 좀비새끼가 멍때리고 있다.


좀비의 울음소리. 기본적으로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르르르르르ㅡ르"


완전 코 앞까지 닥돌했다. 아직 눈치 못챘어. 이제 허릴 굽혀서 빠져나가면 된다.


"사삭....."

실수로 풀들을 강하게 밟아버렸다. 아차 싶은.


들켰다.

역겨운 머리들이 내쪽으로 쏠린다. 순간의 정적.

"그오아아아아아아아가가가각!!!!"

젠장, 달려.


뒤에서 굉장한 소리들이 들려오더니만 나머지 넷도 똑같이 달려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보진 못했는데 발소리가 절대 하나가 아니였다.


미친놈이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


40m


다시금 들려오는 발소리.


30m

20m


새로이 하나가 앞에서 튀어나온다.

"우어어어어어으!에에에..."


10m


안돼 앞에서 오는 녀석도 있어. 곧바로 식량창고로 피신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어떡하지? 내가 알고 있는 건 지금 고민할 틈에 도망가야 돼. 뒤에도 쫒아오고 있어. 빨리 선택.....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있던 칼을 꺼냈다. 얼마 길지않은 길이의 과도. 평범한 과도라기엔 수도 없이 날을 갈았다. 언젠간 쓸 줄 알았다.


내 몸은 어느정도 무장을 했기에 물릴 걱정은 크게 없다. 그럼 어쩌냐.

뭘 어쩌긴 어째. 저새끼를 칼로 그림을 그려줘야지. 무조건 머릴 노려야 한다.

낮은 자세로 달려온다. 난 이미 칼을 꺼내들었고


순간적으로 역수로 쥐어서 다가오는 역겨운 머리에게 칼빵을 선물해 주었다.


'딱!'소리가 나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미친, 안뚫렸어.

영화처럼 뇌수가 푹! 하니 나오고, 으러러럴ㄹ 하면서 죽을 것 같던 좀비새끼가 죽지 않았다고!

그나마 다행인 게 정수릴 맞으면서 넘어지긴 했다. 그럼 뭐다?


수없는 칼빵을 선물해주자.

내 발치에 넘어진 녀석을 난도질해주자.


잘 갈린 칼이 내 손에 있으니까. 다시 정상적으로 잡고....이런 짓은 제정신으로 하기 힘들어. 소리라도 질러야지.


"으어어어어어어아아아!!!!!"

"푹푹푹ㅍ궆구푸구푸구푹푹푹푹"


나는 지체하지 않고 한녀석의 머리를 노리고 눈이건 입이건 상관없이 칼을 찔러 넣었다. 다행히 얼굴은 칼이 잘 들어갔다.


녀석을 죽일 수 있다는 쾌감보단 역겨움.

얼굴이 찌푸려지는 좆같음.


10번 쯤 갈겼을까 내가 난도질 하던 녀석의 움직임이 사라졌다.

오우 쒯. 시간을 너무 끌었어.


"흐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성을 듣고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봤더니 뒤에서 다섯명이 달려온다. 다들 꼭 타야하는 버스를 바라보는 눈으로 미쳐서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는 약 8m


등에 메고있는 목검을 꺼냈다. 이걸로 거리조절이 되면 좋으련만.

목검은 생각보다 길다.


저녀석이 영화처럼 날았다. 덮치려는 속셈.

그대로 날라오는 모가지를 목검으로 쳐버리자.


팔목에 힘을 꽉 주고, 정확한 타이밍을 맞춰 강하게 내리친다.

'탁!'

'철푸득'


"흐에...."

영화처럼 한 번에 죽이고 싶었지만 나에겐 그런 무지막지한 괴력이 없었다. 영화는 영화였다. 지금 겪는 좀비는 쉽게 안죽는다.


오케이 그래도 다행.


하나는 죽였고, 또 하나는 내 손으로 혼수상태로 만들었다.

이제 식량창고로 뒤지게 달려.


10m


내가 슈퍼 셔터에 걸어놨던 자물쇠가 따져 있었다. 어? 내가 한 건 아닌데?


기괴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거고 일단은 살고 봐!


"끼기긱.... 쾅!"

빠르게 셔터를 열었다가 닫았다. 안에도 잠그는 장치가 있어서 빠르게 잠가버렸다.


"콰앙!" 문에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다. 딱 봐도 돌연변이들.


"으아아아아아" 울부짖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다행이다. 나는 죽을 뻔 했다만 죽진 않았다.

갑작스레 어두워진 주변을 살피는데 눈이 아직 적응을 못했다. 아무 벽이나 기대서 긴장을 풀었다.


"후욱......후으..흐....."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잡생각들을 많이 했지만 도움되는 건 하나였다.

경험이 중요하다. 적응해야 한다.


저들은 죽음을 원한다. 나의 죽음을.

그렇다면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줄게.


나는 좀비도 죽였어.


어느정도 숨을 몰아쉬곤 일어나서 껌껌한 슈퍼 안에 플래쉬를 킨다. 많은 음식들이 진열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부분 오래가는 식료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으으 속쓰려"


배고프니까 일어나서 먹을 음식을 골랐다.

허겁지겁 차가운 캔스프를 다 먹고나서....내 생일을 장식할 과자를 찾았다.


"어디보자아...빅파이가....빅파이가아....여깄다"


빅파이를 찾고, 내가 준비한 생일초. 이 생일초는 1년 전 친구와.... 그 사건이 있었던 내 생일초였다.


난 바닥에 쪼그려 앉아 손수 케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두운 배경. 바닥에 빅파이 상자. 그리고 그 위 피라미드 처럼 올린 빅파이들.

제일 꼭대기 빅파이에 긴 초 두 개. 작은 초 하나 꽃는다. 나머지 하나는 부족했다. 라이터를 켜서 촛불에 이어 불을 붙혔다.

촛불이 차갑고 어두운 주변을 밝혔다. 그때 했던 생일축하 송을 지금 마무리 짓자.


혼자 박수도 치면서.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ㅎ.... 나....."

나 혼자서 생일을 축하 하는 게 그림이 썩 좋진 않았다.


생일마다 연락해주고 축하해줬던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혼자 남은 내가 혼자서 부르는 생일축하송(무반주는 아니였다. 아직도 셔터를 치는 좀비들이 있었다.)

적지 않은 감정들이 짧은 시간속에 교차했다.


눈물날 것 같아.


"생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마저 불렀다.

"하아.....씨발. 생일 축하합니다."




.


작가의말

들어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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