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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작품등록일 :
2019.12.26 22:06
최근연재일 :
2019.12.30 22:0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07
추천수 :
2
글자수 :
28,460

작성
19.12.26 22:22
조회
20
추천
1
글자
8쪽

1주년

DUMMY

1.1주년



죽어버렸다. 다 죽어버리거나 변해버렸다.

특별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이 있어줄 사람이 없었다.


1년이 지났다. 내가 왜 이 날짜를 알고 있냐면.


다들 자신의 생일은 기억하고 있으니.


내 생일날 좀비새끼가 들어닥쳐왔기 때문에. 내 몇 없는 친구새끼들이 피를 철철흘리다가 좀비새끼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트라우마ㅡㅡ가 있다.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인지를 못한 것 뿐이다.


나도ㅡㅡ가 있는데

집을 가고있는 밤중에 술취한 아저씨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실루엣이 너무나 무서워서 빙 돌아가거나 저 멀리 숨었다가 집에 들어오곤 했다.


몇번 보기도 했고, 조금 키가 컸을 땐 꺼림직 했을 뿐 아무렇지 않았다.


근데 그게 갑자기 내 생일날 기억이 났다. 또 그날 술취한 것 같은 움직임으로 나를 죽이려드는 친구새끼가 보였고, 그때 친구의 눈을 포크로 찍었다.


아직도 감각이 잊혀지지 않는다.


'푹' 마치 씨있는 물컹한 포도를 먹으려고 찌르는 느낌. 하지만 그보다 더 질겼던 건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집에 거의 틀어박혔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용케 살아남았다.


"하여간 머리가 아프면 집에 쳐박혀 있을 것이지. 내가 뭐라고 그렇게 축하하려고...."


서프라이즈인줄 알았잖아.

내가 그녀석의 눈을 찌르기 전까지.

그 감각이 새로운 트라우마가 되었다.


딱 1년이 되는 오늘.


나는 음식들을 집으로 운반해야 한다.

아참. 집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나는 집을 옮기지 않았다. 망해버린 세상에 분명 멀쩡하고 예쁜 집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작은 원룸이 나에게 알맞다고 해야할까 내 주제라고 해야할까 둘 다일지도 모르겠지만 호사스러운 건 내 주제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사치부리다 죽기도 싫었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려면 그만큼 책임이 따르니까.

여긴 원룸이라 좀비가 숨어있을 공간도 없을 뿐더러 시야가 탁 트여있기에 사각지대가 없다.


각설하고 나는 이제 준비를 해야한다. 음식들을 옮기려면 많은 힘이 필요한데 1년이란 시간동안 대부분 방구석에서 자기만 했지 별로 한 것은 없었기에 체력은 당연히 버러지가 되어버렸다.


"운동 좀 해둘 걸"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음식을 갖고오는 것도 중요하고 초코파이라도 어떻게든 해가지고 내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다. 래퍼 도끼가 자기 셀프 생일선물 주는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물론 그런 사치스러운 건 찾아볼 수도 없고, 무모한 짓거릴 해야 갖게 되겠지만. 그것도 죽거나 이젠 사람이 아닌 좀비의 것이거나 죽은 사람의 유물이 틀림 없기에 그걸 지니고 있다 치더라도 나로썬 찜찜할 따름이겠지.


무장을 하고, 밖을 나왔다.

낮.

빛이 제일 환하게 발하는 12시에 밖을 나섰다. 주위를 조용히 살펴보고, 대문을 열고 조심스레 나간다.

좀비들은 그늘에 숨어있겠지. 그늘도 그들에겐 버거울 것이다.

지하나 어두운 곳. 빛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숨어있겠지.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영화에서 보는 그런 광경이 내 눈앞에 있었다. 1년만 방치해 둬도 잡초같은 녀석들은 도보블럭을 뚫고 파릇한 풀을 내보인다. 나중가면 이제 풀들이 내 허벅지까지 올라오겠지.


완전히 밖으로 나왔다. 내가 할 일은 근처 슈퍼에서 음식들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단 1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움직였고, 손쉽게 슈퍼에 도착했다.


거기엔 내가 1년동안 주변 모든 식료품점을 싹쓸이 해서 모아둔 곳이기도 했다. 1년동안 내가 정말 아무짓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가까운 슈퍼는 식량창고의 개념이였기에.... 하지만 나만의 것은 아니였다. 나는 전단지까지 붙여가면서 식량창고를 홍보했다. 그렇게 된다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몰려들 것이고, 먹을 거리가 있으니 이 부근에 정착해서 살 것이고, 그러면 나의 이웃이 생기는 것이고, '나는 더이상 외롭지 않게된다' 가 결론이였으나. 바깥에서부터 안까지 꽉꽉 들어차있는 식품들을 보면서 단 한명도 찾지....


그 순간이였다.


어두운 창고에서 하나가 그르렁 댔다. 목을 일부러 울려서 경고를 알리는 소리.


"그르르르르"


씨발


심장이 순간 작동을 하지 않았잖아.

개 같은거.


배고픈지 내게 금방 달려들 것 처럼 보인다.


정말 달려왔고, 나는 필사적으로 밖으로 나갔다. 내 생일을 축하할 과자를 고르고 있었는데 그 구석에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극,가아아아아아아악!!!"


저놈의 속도가 이상하게 빠르다.


그만큼 내 심장의 고동소리도 점차 빨라진다


밖으로. 제발..밖으로,


타타타타다닥!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안도감을 느꼈다. 저 좀비새끼는 주저하다가 갑자기,


'불쑥' 하고 태양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닌가? 살에 타 죽을텐데?


"어라?" 하고 병 쪄있는 사이 내 목덜미를 조져버릴 거리까지. 그 차가운 숨결이 느껴질 정도까지 거리가 좁혀졌다.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허릴 굽혔다.


휘익. 내 머리 위로 팔이 하나 스친다. 바람소리. 정녕 나에게 손부채를 해주려는 것인가. 저놈이 팔을 휘두르는 동안 멈취있는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잽싸게 달렸다.


그럴 리....가

"태양을..... 태양을 직방으로 쬐고 있는데?"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 내가 달려가니 뒤이어 뛰는소리가 들려왔다. 따라온다.


.

.

.


어느새 동네 한바퀴를 다 돌았다. 시발. 내 지옥같은 저질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한다.


뭐 이런거 있지 않는가. 이젠 죽는건가. 조져버렸다 이런 거. 그런 최후의 순간을 지금 느끼고 있다.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좆되는 순간.


너무 안일했다. 내가 만든 식량창고라지만 너무 방심했다. 생존자들을. 이웃을 받아드리려고 잠금장치를 걸어두지 않았고, 이젠 그 위선이 내 목을 조르고 있다.


"크아아아아아가가각" 정말 좆같은 소릴 내지르고 있는 좀비새끼. 몇달간 적응단계에서는 저렇게 뛰지도 못했는데....


개같은 새끼의 역겨운 숨결이 느껴진다.

바로 뒤다. 바로 뒤.


갑자기 엎드리면 저놈이 내 몸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을 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행했다.


난 무장했으니까.


엎드렸다.

긴 옷소매가 살이 까지는 걸 대신해줬다.


"철퍽"


"크으오아악!"


저것이 붕 뜨더니 그대로 아스팔트 땅에 박아버렸다. 그것도 머리부터.


"크리티컬" 한마디로 모든 걸 설명했고, 무거워진 심장이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저녀석이 생명력이 미쳐버린 것인지. 머리가 깨지면서 굳어버린 피가 부스러기 처럼 튀겼어도 조금 움찔 하더니만


'움직이나?'

여기서 죽었나? 라는 소리나 연발했다면 마법같은 주문으로 인해서 살아날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런 주문따윈 외우기 싫었다.


너무나 아픈지 죽어버렸다.(고통은 느끼지 않았을 테지만 아파보였다) 굳이 확인사살을 하고 싶진 않다. 그러는 상황에도 내 위험수치는 올라가니까.


와 미쳐버렸네.


"허억....허억....흐...허어...."

온 몸이 땀 범벅이 되었다. 움직이는 것 조차 기진맥진이였지만 이런 녀석이 또 나타날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빠른 행동을 취했다.


다행히 길을 잃거나 하는 상황은 생겨나지 않았고, 슈퍼 셔터를 내려 잠금장치를 걸어두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 후 내 몸의 수준이 1년치를 오늘 다 갖고오긴 무리가 있는지 다리가 계속 풀렸다. 일주일치만 집으로 안전하게 운반했다.


방금 전엔 정말 위험했다.


애새끼들이 살에 타지 않는 종이 생겨난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타지 않는지. 또 근본적으로 왜 타가지고 죽어버리는 지는 이유는 모른다. 좀비 자체가 그냥 비현실적인 걸 알고 있었기에. 신이 크게 노해서 이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죽이고 싶은 열망이. 아니 먹고싶은 열망이 너무나 큰 나머지 돌연변이 같은 게 생겨나다니. 정말 소설 속 한 장면 같잖아?


내 생일을 축하할 겨를이 없다. 누워서 힘들다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힘든 일들만 생각난다.

땀만 뻘뻘 흘리며 겨우 침대에 눕는게 최선이였다.

"흐아......"

내 생일이 지나갔다.




허무하게도.




.


작가의말

이 소설에게 무쌍을 재촉하지 마세요. 언젠간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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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살아가는 ㄱㅔ 주제임) +2 19.12.26 40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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