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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곡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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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곡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2.09.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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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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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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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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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8화 주민(1)

DUMMY

38화 주민(1)



“악취미시네요?”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는 아녔다.

예전에 메릴을 영입을 하기 전에 먼저 찾아갔던 힐러.

엘사.


“그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자괴감을 받겠어요?”

“···”

“아니면 일부로 그런 건가?”

“여기 자리 있습니다.”

“네 알아요.”


아니 그 자리 있다는 뜻이 아니잖아.

그렇게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엘사는 맞은편에 앉아 맛대가리 없는 수프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


솔직히 그때 이후로 만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이러니 당황스럽네.


“갑자기 와서 왜 그러시는 겁니까?”

“매번 밥 먹을 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수군거려서 밥을 잘 못 먹었거든요. 막 그년이니, 저년이니 하면서.”

“그런데요?”“그쪽이랑 먹으면 그 소리 좀 안 들을까 싶어서요.”

“···”

“오랜만에 아는 사람 만난 게 반갑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는 엘사는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리고 같이 있으면 저도 욕먹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이제 그딴 건 신경 안 쓰시는 거 아니에요?”


뭐?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제 ‘주민’이 되기로 마음먹었잖아요.”

“그걸 어떻게···”

“눈이 이미 죽어있는걸요. 당신.”

“···피곤한 걸 수도 있잖아요.”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그런 맛있는 빵을 자랑하면서 먹진 않죠.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


날카롭네.

아니면 내가 정말 그래 보이는 걸 수도.


꿀꺽.


“근데 그 빵···정말 맛있어요?”


어느새 침을 꼴깍 삼키며 내 손의 빵만 바라보고 있는 엘사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만 나왔다.


“드셔보실래요?”

“···정말요.”

“네. 배불러서요.”


사실 별로 배부르진 않았다.

그저.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입맛이 사라졌을 뿐.


“그럼 한 입만···”


왜 그럴까?

분명 다른 사람들이 나의 빵을 바라봤을 때는 우월감이 솟아났는데.


“음~”


지금은 이 감정은 대체.


“엘사 씨?”

“네?”

“빵···맛있나요?”

“당연히 맛있죠. 왜요? 제가 너무 많이 먹었나요?”

“아니요 더 드셔도 돼요.”

“아니요. 인제 그만 먹어야 될 거 같아요.”

“왜요?”


“너무 맛있어서. 더 먹으면 제가 ‘주민’이 되고 싶어질 것 같아요.”

“···”

“저는 아직 ‘주민’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그렇구나.

이 감정은.

우월감이 아닌.

부러움.


“엘사 씨는 ‘주민’이 될 생각이 없으신가요?”

“네.”


어째서 저렇게 바로 대답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저렇게 당당히 위를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주민’이 되면 이런 빵들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텐데요.”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런 빵이 이렇게 맛있지는 않겠죠.”

“···왜요?”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 배고프지 않을 테니까요.”


그제야 나는 왜 그녀를 보고 입맛이 없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왜 그녀가 부러웠는지도.


나는 아직 ‘주민’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직 달리고 싶었다.

나는 아직···


그때.


“맛있는 냄새를 따라왔더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페릴.”


페릴은 자신의 파티를 이끌고 나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

“야박하시네. 그래도 같이 싸웠던 동료끼리.”


같이 싸웠다고?

동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아 죄송합니다. 톰슨 씨 일로 마음도 힘드실 텐데.”

“그 입 닥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페릴은 나의 가시가 돋친 말에 잠시 얼굴을 굳어졌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풀고는 말을 이어갔다.


“죄송합니다. 화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죄송하면 그냥 가던 길 가지?”

“네. 사실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온 거니 이것만 전하고 가겠습니다.”


나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톰슨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입 닥치ㅡ”

“그러니 그의 의지를 저버리는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뭐라고?”


톰슨의 의지?

설마 페릴도 지금 앞에 있는 엘사처럼 나에게 ‘주민’이 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그 페릴가?


“저희는 지금 서해 씨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걱정되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페릴은 엘사를 바라보았다.


그렇군.

잠시나마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지금 저들은 두려운 거다.

내가 천하 길드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상황이.

내가 그들의 모든 걸 털어놓을까 봐.

단지 그들의 계획이 흐트러질까 봐.


“개소리네요.”

“···뭐라고요?”

“못 들었어요? 개소리라고요.”


엘사?


“두려우신가 봐요? 서해 씨가 저랑 이야기하는 게?”

“···저는 단지 서해 씨가 당신이랑 같이 있는 게 좋지 않을 거 같아 말씀드리는 겁니다.”

“왜요? 제가 천하 길드라서요? 아니면 제가 팀원을 3번이나 죽인 마녀라서요?”

“···”

“동료가 죽어본 적도, 동료의 의지를 이어본 적도 없으면서 그 더러운 입으로 동료니, 의지니 같은 단어를 함부로 내뱉지 마.”


그렇게 말하는 엘사의 표정은.

우는 거 같기도.

웃는 거 같기도.

화난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외침은 나의 무언가를 건들였다.


“크, 크흠! 아무튼, 서해 씨”

“꺼져.”

“네?”

“못 들었어? 꺼지라고.”

“이게 지금ㅡ”

“거기서 한마디만 더해봐.”

“···”

“그땐 내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될 거 같거든.”


페릴은 분한 듯 주먹을 떨다가.


“가자!”


그렇게 페릴이 떠나고.


“후련하시죠?”


후련했다.

정말로···

그때도 이렇게 했다면···


“네. 후련하네요.”

“잃은 자들의 특권이죠.”


잃은 자들의 특권?


“더이상 잃을게 없는 자들은 두려울 게 없잖아요.”


두려울 게 없다라.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있지는 마세요.”

“···어째서요?”

“너무 오래 머물러있으면 다시 나아가는 법을 까먹으니까요.”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는 엘사의 눈빛은 아직 빛나고 있었다.

이 눈빛.

예전 처음 나에게 파티를 제안하던.

그때 이하늘의 눈빛과 닮았어.


“엘사 씨는 어떻게 그렇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빛나던 이하늘도.

그렇게 다짐했던 나도.

이 지옥 같은 세상에 결국 그 눈빛을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나아가는 이유라···”


그리고는 무언가 떠올리고는 슬프게 웃으며.


“저도 누군가의 ‘의지’를 이어받았기 때문일까요.”

“···”


그녀는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3번의 파티가 전멸하는 동안.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서해 씨.”

“···네.”


“‘주민’이 되지 마세요.”

“그게 ‘떠나간 동료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니까요.”


“하지만 더이상 나아갈 힘이 없다면요?”

“애초에 그런 힘 따위는 없어요. 그런 힘이 처음부터 있었으면 동료를 잃는 일 따위 벌어지지 않았겠죠.”

“···”


“힘이 없으니까 우리는 ‘희생’하고 ‘의지’를 이어 받는 거예요. 더 강해지기 위해서.”

“그러니 인제 그만 일어나서 다시 달려가세요.”

“적어도 우리가 이곳에 떨어진 이유가 이런 빵이나 먹기 위함은 아니니까요.”


엘사의 말에 바라본 빵은 더이상 좋은 냄새를 풍기지도.

맛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이런 빵 같은 거 먹지 말고 우리 술이나 먹으러 가죠.”

“술이요?”

“네. 우리들의 슬픔을 풀어주는 건 술이면 충분하니까요.”


그렇게 일어서는 엘사의 모습에서 예전의 하늘과 톰슨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일까?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 그렇다고 빵 버리지 말고 챙겨와요! 안주로 먹게.”

“···네”


안 궁금해졌을지도.


***


“짠~”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빨리 취하지!”


이미 조금 취한 거 같은데.

그리고 어느새 다시 말을 놓기 시작한 엘사였다.


“다시 반말하니까 예전에 엘사 씨가 맞는 거 같네요.”


사실 아까까지 존댓말을 할 때 조금 어색하긴 했다.


“그래? 사실 나도 반말하는 게 더 편하긴 해.”

“왜요?”


그러고 보니 톰슨도 완전 초면이 아닌 이상 거의 반말을 사용하던데.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너도 이곳에 오래 있으면 반말이 편해질 거야.”

“왜요?”

“너도 알다시피 이곳은 ‘주민’이 되지 않은 이상 늙지 않잖아.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이에 대해 무심해지더라고.”

“그, 그렇군요.”

“100살, 200살 먹어봐 1살, 2살은 차이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엘사는 과연 몇 살인 걸까?


“근데 왜 ‘주민’들은 나이를 먹게 되는 걸까요?”

“글쎄···”


엘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술을 들이켜고는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곳의 ‘주민’이었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는 거야 당연한 거고.”

“원래의 ‘주민’이라면···?”

“이 세계에 처음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

“처음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나요?”

“그러면 여기에 ‘주민’들이 어디서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사실 워낙 게임 같은 세상이니까.


“NPC들과 이곳에 떨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주민’이 태어난 거 아닐까 생각 중이었어요.”

“흠···그럴듯한 의견이긴 한데 아쉽지만 그건 아닐 거야.”

“왜요?”

“나도 들은 이야기지만 이곳에서는 ‘주민’과 ‘NPC’는 엄연히 구별된다나 봐.”


‘주민’과 ‘NPC’가 구별된다고?


“그게 무슨 소리죠?”

“소문에는 ‘NPC’는 ‘주민’과 다르게 늙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라나 봐.”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니···”

“그래서 예전에 지금 귀족인 놈들이 지금 왕국을 세울 때 ‘NPC’들을 죽이지 못하고 중앙에 가두어 둔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NPC.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인 걸까?

그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이곳에 대한 비밀을 알 수 있는 걸까?


“아무튼, 결국 애초부터 이곳의 주민이었던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도 이상할 게 없단 말이야.”

“그렇군요.”

“문제는 뒤늦게 ‘주민’이 된 사람들인데···”


뒤늦게 ‘주민’이 된 사람들.

그건 모험에 지쳐 나아가길 포기한 사람들을 말하는 거였다.

내가 될뻔한 거기도 하고.

근데.


“그 사람들이 왜요? 그 사람들은 진짜‘주민’이랑은 다른 거 아닌가요?”

“뭐야? 너 ‘주민’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주민’이 되려고 했던 거야?”

“엥? 다른 의미가 있어요?”

“잘 들어. ‘주민’이 된다는 건 그냥 단순히 더이상 모험을 그만둔다는 말이 아니야.”

“그럼···?”


“‘주민’이 되는 순간.”

“우리도 그들처럼 늙기 시작해.”

“‘주민’이 되어버린다는 건 이 세계 사람이 된다는 거야.”


미친···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이곳의 ‘주민’이 된다는 의미가 그런 뜻이었다니.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왜 그들은 늙기 시작하는 걸까요?”

“몰라. 게임 같은 세상에 부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들이 스스로 그러길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는 말하는 사람도 있지.”

“그렇군요. 엘사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음···아마도 포기해버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포기해버렸기 때문?


“사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주민’이 된 사람들의 한가지 공통점이 있지.”

“공통점이라면···”

“그들은 모두 이 세상을 탈출하기를 포기했다는 거야.”

“그건 그렇죠.”

“생각해봐. 만약 이 게임 같은 세상에 처음에 떨어졌을 때 시스템은 우리에게 퀘스트를 줬어.”


퀘스트.

그래.

분명 우리는 이곳에 처음 떨어졌을 때 퀘스트를 받았다.

이곳을 탈출하라는.


“그런데요?”

“만약 이곳이 정말 게임 속이라면 우리는 일종의 ‘데이터’라는 거잖아.”

“그건 그렇죠?”

“그렇다면 이곳의 신은 과연 탈출을 원하지 않은 ‘데이터’가 필요할까?”

“그건···”

“아마도 필요 없어진 ‘데이터’를 없애버리기 위해 ‘주민’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만든 게 아닐까?”


‘더미 데이터’

필요 없어진 ‘데이터’를 모아두는 저장소.

그걸 우리는 ‘주민’으로 부르고 있다 인가···


“물론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긴 해.”

“하지만 일리 있는 말인 거 같아요.”


엘사는 자신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를 보고 웃더니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지.”

“어떤 거요?”

“한번 ‘주민’이 된 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거.”

“···”

“그러니까 서해.”


“절대로 ‘주민’이 되지 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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