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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bi 님의 서재입니다.

겨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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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bi
작품등록일 :
2012.11.08 19:48
최근연재일 :
2016.11.29 13:17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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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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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글자수 :
460,436

작성
15.01.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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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겨울 이야기 제 1장 - EP1.낙화유수[落花流水] : (42)웃음의 의미(01)

DUMMY

“ ~~아, 너 진짜 사격에는 소질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 ”


새 소리와 함께 평안한 밝은 빛 속에서, 줄리아는 익숙한 투덜거리는 소리에 스르륵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인 것은 낯 선 하얀 색의 높은 천장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잔 탓인지 줄리아는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더군다나 의지가 제대로 발동 되지도 않잖아!! 너, 지금 연습 할 생각 하나도 없지!? ”


또 다시 조용함을 깨고 들려오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에 줄리아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테라스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오고 있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고요함과 평안한 기분을 계속 간직하고 싶었다.

게다가 느껴지는 공기로는 이른 아침 같았다. 웬일로 다들 일찍 일어난 걸까?


“ 알레크시아! 도와줘! ”

“ 도와주지 마, 알레크시아! 넌 가서 줄리아나 깨우도록 해. ”


시온이 알레크시아의 뒤로 숨었는지 루위니스가 단호한 목소리로 알레크시아를 저지하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테라스로 알레크시아가 가뿐하게 뛰어 올라왔다. 줄리아와 눈이 마주치자 알레크시아가 꼬리를 엄청 흔들며 침대로 올라왔다.


“ 조금만 더 자자, 알레크시아. ”


줄리아가 옅은 미소를 띄우며 두 팔로 알레크시아를 끌어당기자 알레크시아도 좋은 듯 꼬리를 흔들며 드러누웠다. 그렇게 줄리아도, 알레크시아도 푹신한 침대 위에서 누운 채 잠에 살짝 다시 들려는 찰나 탁 소리와 함께 착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 그럼 그렇지. ”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한 말투에 알레크시아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밑으로 뛰어 내려갔다. 줄리아도 결국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 메튜. ”

“ 알레크시아가 바로 내려오지 않는 게 이상해서 올라왔더니 역시나군. ”

“ 굳이 저까지 내려갈 필요가 있나요. 이른 아침에. ”


그렇게 말하며 줄리아는 상체를 일으켰다. 얇은 하늘하늘한 원피스 잠옷을 입은 줄리아는 곧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을 따라오는 알레크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메튜에게로 다가갔다.


“ 어라? ”

“ 왜 그러지? ”


다가오던 줄리아가 의아함을 느끼며 알레크시아를 바라보자 메튜가 줄리아를 바라보았다. 알레크시아를 빤히 바라보던 줄리아가 살짝 눈을 크게 뜨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 어제는 돌아오자마자 잠에 빠지느라 몰랐는데. 고작 5일 만에 보는 건데, 그 사이에 많이 컸네요. 알레크시아가. ”


그렇게 말하며 줄리아는 쭈그려 앉더니 알레크시아의 등과 목을 어루만져 주었다.


“ 든든한가? ”

“ 그럼요. 저 말고도 시온님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늘어난 거잖아요. ”


그때였다. 테라스를 통해 얇은 넝쿨들이 들어오더니 메튜와 줄리아의 허리를 감쌌다.


“ 어라? ”


분명 루위니스의 짓이라는 걸 알았기에 메튜와 줄리아는 그다지 저항은 하지 않았고 그대로 끌려 내려왔다. 줄리아가 넝쿨에 의해 내려오자 루위니스가 손을 내밀어 줄리아의 손을 잡아주었다.


“ 메튜! 알레크시아! 줄리아 데리러 가라 했더니, 왜 빨리 빨리 안 오는 거야? ”

“ 죄송합니다. ”

“ 굳이 제가 필요합니까? 시온님 사격 훈련에? ”


줄리아는 못 마땅한 듯, 뒤이어 뛰어 내려온 알레크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 물론. ”


씨익 웃으며 대답하더니 루위니스는 공중에 손을 뻗었다.


“ 썬페인. ”


그러자 빛들이 검의 형상으로 모이더니 곧 아름다운 노란빛의 손잡이에 푸른 보석이 박힌 모습으로 변하였다. 검 날은 굉장히 얇으면서도 길고 날카로워 보였다.

루위니스가 검을 들자 메튜도 곧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허리춤에 달린 검을 빼내었다. 앞뒤로 두 사람이 검을 들자 줄리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루프와 작은 늑대들 사이에 서 있던 시온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야! 잠깐만! 난 총인데 너희 둘 다 지금 검으로 상대 하겠다는 거야? ”

“ 네가 이래야 정신 차릴 거 같거든. 지금부터는 실제 상황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네 의지를 발동 시켜야 할 거야. 안 그럼 정말로 위험할 테니까. ”


그리고는 루위니스가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시온이 아닌 줄리아에게 검을 휘둘렀다. 당황한 줄리아가 반사 신경으로 피했으나 뒤에서는 바로 메튜가 공격했다.


“ 잠시만요! 왜 저를!! 저는 지금 검도 안 챙겼다고요! ”


줄리아가 울컥해서 미간을 좁히며 외치자 루위니스는 검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빙긋 웃었다.


“ 내가 말했지? 실제 상황이라고. ”

“ 실제 상황인데 제가 검을 안 들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

“ 충분히 그런 날도 올걸? 시온이 최선을 다해서 의지를 발동시키지 않는 한, 나와 메튜도 점점 전심을 다해 너를 공격 할 테니까. 힘내. ”


루위니스의 말에 줄리아는 기가 찬지 아무런 반박도 못했다.


“ 잠깐만! 줄리아한테 왜 그래! ”


시온도 놀라서 말리며 달려 나가서 제지하려는 순간, 루프가 이빨로 시온의 옷깃을 물고 잡아 당겼다.


“ 오~루프! 나이스! ”

“ 루프!! ”


시온이 당황해하며 루프를 바라보자 루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읏! ”


그리고 줄리아의 목소리에 다시 황급히 고개를 돌려 줄리아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잘 피하고는 있지만 확실히 시온이 보기에도 루위니스와 메튜가 점점 진심으로 공격하는 게 보였다.


- 신의 힘으로 만든 총이기에 딱히 총알은 필요가 없습니다. 장전 할 이유도 없지요.

- 그러면 어떻게 사용하는 거죠?

- 당신의 의지입니다. 라피스라줄리가 의지로 힘이 발동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죠?

- 아…저를 일부러 배려 해 주신건가요?

- 부디 의지를 잘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 루프! 안 돼요! 어떻게 이걸 하루 만에 다룰 수 있다는 거예요?! 줄리아가 점점 지치고 있는 게 안 보여요? ”


이내 시온은 루프를 설득하기로 마음 먹었는지, 애절한 표정으로 루프를 바라보았다.


“ 이런 상황도 올 거다. ”

“ 네? ”

“ 위험에 처한 동료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 때에도 의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이렇게 적을 설득할 거냐? ”


루프의 말에 시온의 녹색 동공이 흔들렸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위험이 없었지만, 작고 작은 일들을 지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루위니스의 몫이 컸다. 자신은 항상 지켜지기만 했다. 분명 세리온을 잃었을 때는 무기력했던 자신을 가장 크게 원망했었는데.


왜 이제는 공격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음에도 망설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 ……하지만. ……그, 그럼 내가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거잖아요? 지금 루위니스랑 메튜를 어떻게 공격해요? ”

“ 그렇군. ”

“ 그렇죠? ”

“ 아니. 너 같이 정신이 약해빠진 녀석은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루위니스가 네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거 같아 불쌍하게 보일 정도군. ”


그렇게 말하며 루프는 시온의 옷자락을 놔주었다.


“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굳이 죽여야 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마라. 구하는 것에 초점을 둬. 아무도 너한테 죽이라는 소리는 한 적이 없지 않나? ”


루프의 말에 시온은 멍하니 시선을 들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루프의 말은 곧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그것은 루프가 자신을 배려해서 해 준 말이 분명했다. 구하는 것에 초점을 두라는 소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라피스라줄리는 의지로 발동이 된다. 이 총도 몬드 왕의 의지로 만들어진 총.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발동 되는 거라서 총알도 따로 필요 없는. 의지….

죽이지는 않아도 된다. 구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어라.

확실히 루위니스와 메튜를 정말로 쏘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지…저 두 사람을 멈출 방법을 생각하면 되는 건가? 두 사람을 멈출 수 있는 방법.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가 실현된 걸 보여주기만 한다면 저 두 사람은 멈출 것이다.


“ ……그래!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시온은 침을 한 번 삼키더니 두 손으로 총을 들어 올렸다. 어차피 자세는 상관이 없을 것이다. 의지로 발현 되는 것이기 때문에!

뒤에서 지켜보는 루프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굳어 있던 표정이 풀렸고 작은 늑대들도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었다.


“ 이제 그~만해! ”


시온의 외침과 동시에 총에서 푸른빛이 발사 되었고, 그 푸른빛은 루위니스의 발 바로 앞으로 떨어졌다. 타앙 소리와 함께 주변이 조용해졌고 마침 엎어져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던 줄리아의 볼을 타고 땀 한 방울이 주륵 흘러내렸다.

줄리아의 발길질에 맞아 뒤로 밀렸던 메튜도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일어났다.

줄리아를 향해 검을 높이 들었던 루위니스도 이내 천천히 검을 내리고는 줄리아의 팔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 다행이네. 여기서 내가 멈춰야 하는지 고민 했거든! ”

“ 거짓말 하지 마시죠, 루윈? ”


줄리아가 상당히 열 받았는지 눈썹을 꿈틀 거리며 대꾸했다.


“ 역시 줄리아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


줄리아가 열 받은걸 눈치챘는지 루위니스는 얼른 능글맞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띄워주었다. 줄리아는 하도 어이가 없는지 별 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 성큼성큼 시온이 걸어오더니 루위니스의 멱살을 잡았다.


“ ~~너! ”

“ 어이쿠, 무서워라. ”

“ 너! ”

“ 화내고 싶어도 못 내겠지? 결론적으로는 네게 도움이 됐으니까. 루프가 뭔가 가르쳐 준 것 같다만. ”


그리고는 시온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고는 생긋 웃었다. 지금처럼 얄미운 때가 없었지만 루위니스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시온은 곧 루위니스의 멱살을 놔주었다.

그 때 그들의 위로 새하얀 비둘기가 원을 그리며 계속 돌더니 곧 루위니스가 눈치를 채고 팔을 내밀자 루위니스의 팔에 살포시 앉았다.

비둘기의 다리에 작은 통이 달려 있었는데 루위니스는 익숙한 듯 그 통에서 돌돌 말린 양피지 종이를 빼냈다. 그러자 비둘기가 다시 푸드덕 거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뭐야? ”

“ 너를 위한 것이랄까? ”

“ 상당히 불안하니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


시온이 미간을 좁히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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