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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 님의 서재입니다.

나룻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J.H.Kim
작품등록일 :
2014.03.03 03:29
최근연재일 :
2020.06.05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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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48
글자수 :
1,279,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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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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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0화

DUMMY

「어디가?」


「이렇게 된 거, 당분간 여기서 생활 해야죠.」


「음, 그래?」


카미야님의 방을 나와 다시 계단을 올랐다. 이제는 보다 수월하게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점점 네리아의 몸에 적응해 가고 있다.


벽난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작에 불씨가 남아 있어 불을 피웠다. 불쏘시개를 들고 이리저리 쑤시자 금방 불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정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왔다. 네리아는 잠든 것 같은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깨우지 않아도 나와 위치만 바꾸면 된다.


안간힘을 써도 네리아는 꼼짝하지 않았다. 마치 무거운 바위처럼 제자리에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현재 네리아가 있는 자리가 내가 빠져나가는 출구라고 봐야한다. 저 자리를 빼앗지 않으면 나는 나갈 수 없다.


정신을 차리자 벽난로의 온기가 느껴진다. 실패다. 손에 쥐고 있던 장작을 힘껏 벽난로에 던져 넣었다. 벽난로의 불길이 잠시 일렁였다.


「불앞에 있으면 위험해.」


「나니까 괜찮아.」


「오빠 아직 갔어?」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야.」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된다고 생각하자,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원래 이곳과 작전 구역의 연락책은 나로 연결 되어 있다. 근데 현재 저쪽의 나는 부재 상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베르트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 알베르트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한참 동안 두드리자 귀찮은 표정의 알베르트가 얼굴을 비추었다.


「네리아···. 장난 치지마라.」


「왜 맨날 문을 두드려도 한참 뒤에 열리는 거야?」


「뭐고. 니가? 내야 늘 바쁘지. 용건만 말해라.」


나는 알베르트에게 지금 상황을 달타로스에 있는 팀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알베르트는 이야기를 듣더니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걸 왜 호들갑 떠느냐고 했다.


쿠라베나 하나는 연락 할 방법이 있다. 문제는 나와 함께 지금 호텔 방에서 지내고 있는 팀원들이다. 리카는 물론이고 콜은 연락 수단이 없다. 에울은 애당초 아직 이쪽에 소개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연락불가다.


내가 여기 있으니, 내 몸은 몇 날 며칠이고 침대에 누워 있으리라. 하루 이틀은 몰라도 그 이상 누워있게 되면 나머지들도 이상하게 여길게 분명하다.


「니가 직접 이야기해라, 연결 시켜 주구마.」


알베르트는 문을 열어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혼자 있었는지 초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어디 갔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알베르트는 파란 구체를 나에게 내밀었다.


「연결 되면 말하면 된다.」


「받을까?」


구체에서는 익숙한 신호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보다 누가 받을지 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가능하면 콜이 받는 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훨씬 수월하다.


달깍.


수화기를 집어 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소리가 없어서 끊어지기 전에 내가 먼저 이야기를 했다. 반대편에서 나와 비슷한 목소리가 넘어왔다.


「너 누구야?」


「어, 난데.」


현재 나는 네리아의 몸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단 한 번도 네리아가 말을 한 적이 없어서 몰랐다. 리카와 네리아는 목소리까지 비슷하다.


「십삼이라고. 아무튼 ‘나’ 지금 침대에 누워있지?」


「내 목소리 가지고 장난치지 마.」


「어! 끊지 말고 콜 바꿔!」


끊어지는 신호음은 들리지 않았다. 아직 연결되어 있는 모양.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자고 있었는지 조금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예. 말씀 하시죠.」


「나 십삼인데. 지금 사정이 있어서, 내 몸에서 빠져나와서 못 돌아가거든? 리카한테 내 방 수비 철저히 하라고 전해 줘. 그리고 너도 가끔씩 들려서 문제없는지 확인 해.」


「네, 그렇게 하죠.」


제대로 전달 됐는지 모르겠다. 우선 이야기는 해놨으니, 한 시름 덜었다. 통화가 끊어진 걸 모르는지 알베르트는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해?」


「연구 중인 게 있다. 니도 조만간 필요할 테고.」


알베르트가 보고 있는 문서들은 그림 하나 없이 문자들로 빼곡 했다. 무슨 연구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일단 방해되지 않게 방에서 나와 주었다.


타이밍 한 번 좋게, 스이가 마침 나와 있었다. 스이라면 지난 번 풍화의 주문에 관해서 알지 않을까 싶었다. 슬쩍 다가가자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 안녕?」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도착 했을 때 스이는 식사 자리에 없었다. 지금 내가 네리아인지 알고 있을 터. 우선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꾹!


이야기를 하려던 차 스이가 갑작스럽게 나를 끌어안았다. 정확히는 네리아를 끌어안은 것.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멍했다.


「오늘은 도망 안 가네?」


「······.」


아무래도 평소 네리아는 스이를 피해 다닌 모양이다. 피해 다니던 대상이 오늘 옆에 바짝 다가오니 스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것이다.


조금 놀래 켜주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나는 가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네리아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얼굴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쪽인데, 이게 늘 싱글싱글 웃으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정신 차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 줄래?」


「너. 다른 거야? 근데, 걔는 지금 임무 따라 나갔는데?」


「글쎄? 누구일까.」


순식간에 사고가 정지된 스이는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해 머리를 싸매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계속 고민에 빠져 있으면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기에 잠깐 지켜보다가 정답을 알려주기로 했다.


긴 설명 끝에 스이는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자신도 비슷한 경험 중이기에 그러리라. 대충 상황이 정리 되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거? 리아모스가 준거야. 1회용이고.」


「1회용이라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정령이 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잘 없데. 쉽게 말해서 그거 무지무지 희귀한 물건이었다는 거지.」


한 번 썼으니 이제 계약서는 평범한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벤크가 보여준 기술들도 상당한 수준의 고급 기술이다. 인간이 제한 된 속도를 넘어 선다는 건 과연 불가능 한 것일까.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묘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아 왔다.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뒤를 돌아보자 손에 뭔가를 쥐고 있는 스이가 보였다.


「아···. 미, 미안.」


스이가 붙잡은 것은 꼬리였다. 내가 용건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벗어나려하자 순간적으로 잡은 것이다. 그나저나 꼬리 좀 잡혔을 뿐인데, 이렇게 무력해지는 건 너무 큰 약점이 아닐까 싶다. 아랫배에 아직 미약하게나마 이상한 감각이 남았다.


방문 앞까지 온 것은 쉬웠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되돌아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괜히 나인 걸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살짝 몰래 들어가서 얼굴만 보고 나오자고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 앞에 섰다. 굳게 닫혀 있는 얼음 문. 내가 생각했지만 꽤 완벽한 문이다. 밖에서 열려면 나름 고생이 필요하다.


평소 문손잡이는 얼어 있다. 이걸 체온으로 녹인 뒤, 잡는다. 그래야 온전히 문을 여는데 힘이 실린다. 사실 이건 문으로서의 기능이 없다. 그저 다른 이들이 못 들어오게 막아 놓았을 뿐이다. 내가 다닐 때는 녹이고 다시 얼음을 만들어 두었었다. 결국 밖에서는 못 연다.


「열려고 하니 힘드네.」


「열어줘?」


「그래, 좀 열어봐. 어?」


식판을 들고 있는 아이리가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아이리는 손도 쓰지 않고 문을 열었다. 방법이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 문은 안에서만 열리게 되어 있으니까. 즉 안에 있던 류아가 문을 연 것이다.


「나 참. 오빠가 만든 문을 왜 본인이 못 열어?」


「원래 밖에서는 못 열거든?」


내가 없었으니, 아마 외출 할 때 방문을 잠글 수가 없었을 것이다. 즉 사람이 없으면 문이 열려 있는 게 우리 방의 특징이다. 방은 별로 달라 진 것이 없었다.


「네리아도 같이 왔네?」


「아, 그거 오빠야.」


숨기려고 했던 걸 순식간에 털어 놓아 버리는 아이리. 이해가 안 됐는지 류아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더 이상 숨긴다는 게 의미가 없으니, 그냥 말하기로 했다.


「어···. 빙의 상태야. 네리아 몸에 들어와 있어.」


「그래? 피곤하지 않아? 침대에서 같이 쉴래?」


「어, 언니? 오빠 지금 네리아 몸에 들어가 있는데?」


「별로 상관없지 않아? 내용물은 환이잖아?」


보통은 겉모습만 같으면 상관없다는 경우가 맞지 않을까.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니 나또한 편했다. 가끔 벌어지는 해프닝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이런 경험은 좀처럼 없다. 늘 내려다 봤었던 류아가 지금은 나보다 높다. 새로운 시선에서 상대를 보면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식사 전 류아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아이리는 약을 꺼내 들었다. 상당히 재빠른 속도로 자리를 벗어나는 류아. 늘 이런 식이면 힘들다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으리라.


「줘.」


「오빠가 있었지. 오늘은 좀 편하겠네.」


아이리에게 약통을 건네받았다. 약을 먹이러 가는 건 하수 같은 행동이다. 우선 침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통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류아를 현혹시키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자?」


조금씩 다가오는 류아. 그와 동시 도망가지 못하게 접근하려는 아이리를 말렸다. 괜히 어설프게 도와준다고 끼어들면 실패할 수도 있다.


「자, 눈 딱 감고. 한 번에 꿀떡 삼켜.」


숟가락 앞에 선 류아는 내 지시대로 눈을 감고 입을 살짝 벌렸다. 조금 더 크게 벌려야 숟가락이 들어간다. 계속 입을 더 크게 벌릴 것을 요구했다.


적당히 입이 벌어졌을 때 약을 푼 숟가락을 집어넣었다. 가루로 된 약은 잘못 먹으면 쉽게 사례에 걸린다. 류아의 입안에서 뭉친 가루들이 삼켜졌다. 미리 물을 떠두라고 아이리에게 이야기해두었다.


「자, 바로 물마시고.」


몇 번 물로 입안을 헹궈내고, 물 한 컵을 그대로 들이켰다. 약을 잘 먹었기에 칭찬을 해주려고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팔이 짧아서 닿지가 않았다.


「자, 이제 밥 먹어.」


「아직 식사 안 했지? 같이 먹자.」


「난 괜찮···.」


꾸르륵.


네리아의 몸은 공복을 참지 못 하는 모양이다. 류아 식사를 빼앗아 먹을 수는 없었다. 나는 따로 하나 더 가져다 달라고 아이리에게 부탁했다.


아이리가 나가자 류아는 방문을 슬쩍 닫았다. 식판을 탁상에 올려놓고 나와 지그시 눈을 맞췄다. 류아는 나를 침대위로 가볍게 밀었다.


자연스럽게 연계 된 동작들은 미리 맞춰놓은 것처럼 움직였다. 류아의 손이 새하얀 털 뭉치를 쥐고 있는 게 보였다. 지금 나는 네리아의 몸에 들어와 있다.


「자, 잠깐 그건···.」


류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에서 뭉클 거리는 감각이 퍼지기 시작했다. 스이가 잡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 전신에 힘이 풀리고 시야가 흐릿하다.


류아는 가볍게 내손을 잡아 주었다. 서로의 코가 마주 닿았다. 가볍게 비벼주고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거부하려 손을 움직이면 의수의 힘으로 제압해 버린다.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로 입술위로 류아의 입술이 겹쳐졌다.


그 후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서로의 따스한 온기만 느꼈다. 다시 자유로워진 몸이 되었지만 전신에 감도는 묘한 느낌에 정신이 몽롱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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