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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 님의 서재입니다.

나룻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J.H.Kim
작품등록일 :
2014.03.03 03:29
최근연재일 :
2020.06.05 19:00
연재수 :
227 회
조회수 :
46,559
추천수 :
248
글자수 :
1,279,362

작성
14.03.03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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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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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21쪽

1화

DUMMY

1화


---

오늘 아침도 음식물쓰레기 통을 뒤지는 것으로 나의 일과는 시작된다.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신경 쓰이긴 하지만 지금 나에게 신경 쓰이는 일은 음식물쓰레기통에서 나는 고약한 썩은 내였다.


그러던 찰나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적거리면서 찾아낸 생선뼈에 살이 조금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먹다 버린 치킨 조각들도 얼른 꺼내들고 사람들의 눈이 없는 곳으로 음식물을 고이 숨겨 뒷골목으로 이동했다.


뒷골목 한적한 길바닥 그곳이 현재 나의 집이자 내 보금자리가 된지도 다섯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방금 전 음식물쓰레기통에서 얻은 치킨조각과 뼈에 생선살이 조금 붙어있는 것을 발라먹으면서 속에서 꾸역꾸역 올라오는 신물을 참고 있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했기에 구토가 올라오는 것을 애써 참아가며 썩은 생선을 먹고 치킨조각을 씹어 삼켰다.


원래부터 나의 삶이 이렇게 비참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내 삶은 대한민국 부유층 집안의 자녀들 부럽지 않을 정도로 제법 잘살았었고, 아버지가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던 사장이었다.


살던 집은 2층 서양식으로 지어진 집으로 마당에는 넓은 정원까지 딸려있는 집이였다. 재산은 아버지가 젊으실 때부터 모아두었던 재산도 꽤 많았다. 수십억이나 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나에게 근검절약하고 살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아버지였다.


그러나 불행은 너무나도 쉽게 찾아왔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오자 온 집안에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한숨만 푹푹 쉬고 계셨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셨기에 그 큰집에 나와 아버지 단둘만 살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자세한 상황을 들었을 때 나는 주먹을 쥐고 당사자를 찾아가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다. 어찌된 일인가 하니 몇 달 전 아버지의 회사에 꽤 유능한 직원이 한명 입사하여 입사한지 두 달 만에 엄청난 실적을 거두면서 회사는 나날이 발전되어 갔다고 했다.


신입사원에서 중소기업의 부사장 자리까지 정말 말 도안되는 이야기 이었지만 겨우 두 달 만에 이루어낸 그는 회사를 조용히 점령해갔다고 하셨다. 그리고 사건은 터졌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로 쳐들어온 경찰들이 회사 건물 이곳저곳 집에 붙어있는 빨간딱지와 같은 것을 붙이기 시작했다.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것이다. 어음 하나가 잘못되어 회사는 엄청난 빚을 떠안고 망해버렸지만 그 배후에는 대기업이 관여되어있었다. 신입 사원은 대기업에서 보낸 일명 산업스파이 그날 이후부터 내 인생은 180도 달라져 버렸다.


평소 아버지의 입버릇처럼 근검절약 하며 돈을 헤프게 쓰지 않는 나로써도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일상들이였다. 낡은 빌라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채로 살다가 결국 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되었다. 원인은 영양실조 이었다.


돈도 없어 제대로 끼니를 못 때울 때가 빈번했고 학생 신분인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사장 막노동이라고 안 해보았을까.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보았지만 아버지는 평소 앓고 있던 지병과 제대로 못 챙겨먹은 탓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장례식은 치루지 않았다. 아니, 치룰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기도 했지만 지금 현재 상태로는 장례를 치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은 자신이 죽어도 장례를 치르지 말고 친척들에게도 절대 알리지 말라 고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의 친척은 옛날부터 정말 구역질나도록 싫었다. 과거 내 기억속의 친가 사람들은 전부 할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있었다.


많은 땅과 돈 그리고 건물까지 대략 수천억 자식들은 그 돈이 탐이 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그 돈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일어났다. 누군 얼마인데 나는 왜 이것뿐이냐며 서로가 서로에게 따지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산은 정확히 나누어 졌다.


할아버지의 숨겨진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여섯 명이나 되는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유언장에는 자신의 건물, 땅, 증권 주식 등을 자신이 죽으면 모두 처분해서 사회에 환원하라고 적혀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 이였지만 할아버지의 유언장은 공증까지 받은 상태였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전직 비서에게만 100억을 남겨주었다.


결국 자식도 믿을게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뒤 명절이 되어도 친척들은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나는 익명으로 아버지의 시신을 병원에 연락해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하였다.


병원에서는 화장을 하는 것도 돈을 달라 요구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돈이 없었기에 아버지를 편히 화장 시켜 드릴수도 없었다. 이것은 언제까지 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불효자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살던 집을 도망치듯 나와 지금의 골목에 골판지를 깔고 생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매우 고생을 해야 했다. 겨울의 끝자락쯤 집을 나와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추위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며칠이 지나 입춘이 온 것. 날씨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밤에는 여전히 추웠다. 그럴 때면 신문지를 활용했다. 의외로 신문지의 방한효과는 뛰어 났었다.


당장은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없었고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도 안 되었기에 나는 음식물쓰레기통을 전전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음식물쓰레기통을 시작으로 폐품을 모아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것도 하여 지금은 제법 소지금이 있었지만 여전히 식사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 수 없었고 미성년자의 나이로는 일할 곳은 없었다.


길거리 생활을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밤에는 술 취한 취객이나 깡패들을 만나는 것은 다반사 어쩔 땐 경찰들도 나타난다. 경찰들은 나를 취조하기 위해 가끔 경찰서로 데려가곤 했다. 물론 내가 사건을 일으킨 적은 없다.


그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폭행을 일삼는 일은 가끔 있었지만 내가 반격을 하지 않았다. 취객들에게 일부러 맞아주고 합의금을 받아 낼 수 있는 날이면 그날은 횡재한 날이 되었다.


남에게 맞아가면서 돈을 버는 게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돈벌이 수단은 이런 것들뿐이었다. 물론 일부로 시비를 걸지 않는다. 상대가 시비를 걸어오면 그냥 일부로 몇 대 맞아주고 돈을 받아내곤 했다.


다음날 상대가 술에게 깨어나면 나에게 굽실굽실 하는 모습이 정말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다. 물론 맞은 자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이정도 쯤은 며칠 지나면 씻은 듯이 나았다. 그런 식으로 돈을 번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사람도 없고 그때 받은 돈도 몇 달 식비로 쓰고 나니 똑떨어져 버려 지금과 같이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내 보금자리는 한적한 골목 의 골판지 위지만 가끔 동냥을 하러 다닐 때가 있다. 큰 시내에서 깡통보단 바구니를 들이 밀면 사람들은 백 원 이백 원씩 던져주는 사람도 있다. 가끔 천원을 넣어주면 고맙다며 넙죽 넙죽 인사를 했다. 오늘도 바구니 하나를 들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러다녔다.


역시 사람들은 거지에게 별로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스무 살 젊은 나이에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별로 곱게 보지 않는 것이다.


“이봐! 거지. 거기서!”


오늘도 역시 경찰들이 나를 잡으러 쫓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주변 상가 사람들이 상가 이미지를 떨어트린다며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가끔 구걸을 하다보면 이런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쉽게 잡혀 줄 수는 없는 노릇.


잡히면 그동안 구걸로 얻은 돈을 경찰들이 압수 해 가버리기 때문에 절대로 잡힐 수 없었다. 경찰들과 마찰이 생겼을 때 도주할 수 있는 루트가 있었다.


우선 복잡한 시내를 마구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다음 건물들 사이에 난 작은 골목길을 달린 뒤 큰 도로로 빠져나와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이용 한 뒤, 도로 반대편으로 건너가 길을 따라 걸어가면 시청이 나온다. 그 시청의 뒤쪽은 매우한산한 편이기에 그곳에서 빈 가게하나로 들어간다.


언젠가 경찰에게 쫓기면서 우연히 발견한, 망해버린 콜라텍의 내부는 생각 외로 매우 넓었다. 내가 몇 번이나 다녀간 이후에도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망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몇 번 찾아오면서 골목길에서 이쪽으로 거처를 옮길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가끔씩 누군가 여기를 찾아오는 것 같았다. 버려진 건물 치고는 청소도 깔끔히 되어있고 테이블이나 의자가 잘 정돈 되어있는 것으로 볼 때 누군가가 관리하는 것이 확실했다.


콜라텍의 아무자리에나 앉아서 방금 전 거둔 수익금을 테이블 위에 쏟아놓고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경찰들이 가려면 적어도 삼십분은 지나야 했다.


왼손에 찬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보면서 대략 시간을 계산했다. 거지에게 무슨 손목시계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 손목시계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이리저리 부딪혀서 시계에 유리가 다 깨져 버렸지만 시계는 확실히 돌아가고 있었다. 거기다 시간도 매우 정확하게 맞추는 것을 보면 폐물은 아닌 모양이었다. 유일하게 남긴 아버지의 유품을 아버지는 살아생전 매우 소중히 여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고 내게 남은 것은 이 손목시계 밖에 없다.


“오천 삼백 원!”


오늘 거둔 수익금 이였다. 천 원짜리 세장에 나머지는 백 원짜리로 스물세개로 제법 많은 양이였다. 낡은 콜라텍을 빠져나와 내가 향하는 곳은 제2구역 유흥가로 불리는 대학가였다. 그곳은 대학생들이 있어서 가끔 오만원 이상의 수입을 거두는 때가 많았다.


술에 취한 학생들이 쌍욕을 하면서 만 원짜리를 던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럴 때는 그냥 욕을 들어주고 돈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대학생은 자신의 지갑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깊이 후회할 것이다.


거지의 생활도 이정도면 제법 할 만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좋지 않았다. 대학가에도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물론 찔리기는 했어도 나는 경찰들의 옆을 당당히 걸었다. 그리고 뛰기 위해서 다리에 힘을 주고 뛰려는 순간 뒤에서 내 손을 강하게 붙잡는 느낌이 있었다.


“이봐 젊은 거지 씨 우리 랑같이 가줘야겠어?”


내 얼굴은 이미 다른 구역 경찰들에게도 제법 알려졌나 보다. 뭐 잘난 얼굴이라고 잡으려는 것인지 나를 체포하려는 경찰들을 보면 내가 시내 다음 대학가로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건 안 되겠는데요?”


나는 힘껏 경찰의 어깨를 부딪친 뒤 양손이 수갑에 묶인 채로 달아났다. 시내였다면 낡은 콜라텍이지만 대학가에서 빠져나가서 몸을 숨길 데는 단 한군데뿐이었다.


경찰들은 엄청난 속도로 나를 따라오고 있었지만 양손이 묶인 사람이 아무리 빨리 뛰어봐야 전속력으로 따라오는 경찰보다 빠를 수는 없을 터.


골목을 뛰다 대도로 가로 빠져 나와 때마침 바뀐 신호등을 보고 무조건 건넜다. 경찰들도 뛰어오기 시작했지만 일단은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다.


점점 숨이 차오르자 나는 적당히 몸을 숨겨야 해서 골목으로 들어가 한적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 외로 매우 넓은 성당은 백이십 명은 족히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성당의 맨 앞에 보이는 큰 교탁 밑에 몸을 숨기기로 하고 그 안으로 숨어들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들린 성당 문이 열리는 소리.


끼익.


마치 저승사자가 들어오는 듯한 소리 그리고 닫히는 문.

덜컥.


뚜벅 거리며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내 심장은 미칠 듯이 뛰었다. 그러나 발소리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멈추었다. 분명 나를 쫓아오던 경찰은 두 명, 그런데 발소리는 하나였다. 발소리만 들릴 뿐 성당 안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쾅!


성당 문이 다시 한 번 거칠게 열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이봐 거지! 거기 있는 거 알고 있으니 나와!”


“역시 안 나오는군. 그래 네놈이 숨을 곳은 여기서 거기뿐이겠지?”


경찰들의 발소리가 성당내부에 울리고 있었다. 나는 두 귀를 막고 눈까지 감고 평소 믿지도 않던 신에게 살려 달라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경찰들의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나는 다시 한 번 도망치기로 결심하고 교탁 밑에서 빠져나와 모습을 드러내자 경찰들이 갑자기 뛰어 오기 시작했다.


“그레비티.”


작은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오고 경찰들은 바닥에 딱 달라붙은 듯 엎드려있었다. 그리고 내가 옆으로 돌아보자 긴 금발머리를 한 외국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요? 와 쫓기고있노?”


“하아?”


척보기 에도 서양 사람의 외모가 풍겨져오는 사람이 갑자기 사투리를 사용하자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내손 목에 채워진 수갑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니 범죄자였나? 이런···. 빨리 가서 경찰 아자씨들한테 잘못했다 빌어라.”


어느새 경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딪친 곳을 손으로 문지르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봐 거지 순순히 따라와.”


“저기요 경찰 아자씨들? 이사람 뭘 잘못했습니까?"


“아! 그게 주민 신고가 들어와서 말입니다. 거리에서 동냥하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다고 신고를 해서 잠시 훈계만하고 귀가조치니 괜찮습니다.”


경찰들은 외국인에게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경찰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훈계와 여러 이야기를 한 후 서류작성 후 귀가 조치를 한다. 하지만 내가 동냥으로 얻은 돈은 모두 압수가 된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는 것이다.


“저도 따라 가도 됩니까?”


“아는 사람이십니까?”


“예. 조금 말이지 예···.”


그 이후 나는 경찰과 함께 그리고 방금 그 외국인도 같이 경찰서로 향했다. 내 손목의 수갑한쪽이 풀리고 그걸 의자와 연결한 후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름.”


“류 환”


“동냥은 언제부터 시작했어?”


“일곱 달 전부터.”


“이보게 젊은 친구 아직 당신을 젊어······”


지겨운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들어봐야 뻔 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찰들은 그렇게 한 시간 반 동안이나 나를 붙잡고 설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 대리보호자로 방금 전 따라온 외국인이 내 보호자를 자청해주어서 다행이 큰 문제없이 풀려나올 수 있게 되었다.


“잠깐! 그 시계는 자네건가?”


“네. 아버지 유품입니다.”


내가 차고 있는 낡은 시계가 매우 좋아 보여서 설마 훔친 건가 하는 생각에 질문했겠지만 내가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이야기 하자 경찰은 아무 말도 못했다.


경찰서를 빠져나와서는 곧장 골판지가 펼쳐져 있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좁은 길목을 골라 집까지 오는 지름길로 내 보금자리인 골판지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해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봐 왜 자꾸 따라 오는 건데!”


“야야. 헉···.헉···. 니무슨 쥐새끼가 무슨 사람이 와이리 좁은 골목으로 다니노!”


지름길을 어떻게 따라왔는지 숨을 헐떡이면서 사투리로 내게 이야기 하는 외국인을 볼 때마다 신기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근데 니와 집에 안가노오?”


“여가 내 집이다. 와?”


본적은 경상도였고 예전에 제법 오랫동안 살았기에 사투리는 사용할 줄 알았다. 상대가 사투리로 이야기하기에 나도 오랜만에 사투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니 사투리 쓸줄아네? 그보다 여가 니 집이라꼬? 여긴 골목인데?”


“됐다마 뭔 이야기를 더 해야하겠노. 내 그지다 그지 저 골판지 보이제? 저게 내 집이다.”


“니가 류 환 이제?”


그 외국인은 갑자기 내 이름은 이야기 해오자 잠깐 당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맞다.”


그는 살짝 미소를 띠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가 다가 올 때 마다난 뒤로 한 발짝씩 물러났다. 그러다 뒤가 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외국인이 손을 들어올렸다. 나는 놀라 눈을 살짝 감았다. 그리고 내 어깨에 그의 손이 올려졌다.


“찾고 있었데이. 내 따라 가자!”


“응? 어···어딜?”


“따라와 보면 안다. 얼른 따라 온나.”


나는 말없이 그를 따라 나섰다. 골목을 벗어나고 대도로 가를 몇 시간 동안이나 걸어가는 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저기 얼마나 더가야되?”


“아직 멀었다. 잔말 말고 따라온 나.”


그 뒤로 한참 걸어갔지만 도저히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바로 버스정류장 그곳에서서 다시 그가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버스를 탈걸 괜히 걸었다. 미안하데이. 히힛”


“뭐?”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는 별말이 없었다. 나는 그가 왜 나를 데리고 가려는지 왜 나를 찾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기에 그를 따라 나섰다. 어느덧 시간은 제법 어둑어둑해질 시간이 되어서야 어둠속에서 버스가 천천히 정류장에 멈추었다.


우리가 버스에 올랐을 때, 버스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 상태에서는 사람이 있는 편이 더 문제였다.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왔기 때문에 내 몸에서 나는 냄새는 아주 고약하기 그지없었다. 조금 전 경찰서에서도 경찰들도 제법 인상을 구기면서 나와 이야기 했다.


하지만 방금 전 그 외국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를 대하고 있었다. 버스에 탑승하자 버스기사도 약간 인상을 찌푸렸는데 말이다.


내 요금을 외국인이 대신 내주고 나서 버스를 타고 계속 움직였다. 버스를 타고 한참이나 간 후 시내를 빠져나와 국도를 달리던 버스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고 한두 정거장을 더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버스에서 내렸다.


그 뒤 다시 걷기 시작하는 그를 따라 나도 다시 걸었다. 주변에는 논과 밭이 있었고, 우리가 가던 방향은 거의 시골 이였다. 인가도 거의 없는 시골에서 도대체 이자는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모르는 채 나는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사람은 나에게 별로 악한감정은 없는 모양이었다. 길을 따라서 좁은 길의 끝에는 산중턱쯤으로 보이는 곳에 건물이 한 채서있었다. 무슨 궁전같이 생긴 건물의 정체는 반짝이는 네온사인에 의해 밝혀졌다.


“모···모텔!”


“······.빨리 가자.”


그 외국인은 나를 인도하며 모텔 안으로 나를 반강제적으로 집어넣었다.


“어서 오십시오!”


입구에 그 외국인이 들어가자마자 수십 명이 양쪽으로 줄을 서서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텔에서 말이다.


“그랴 아무 일 없었제?”


“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 알았다. 여기 이사람 방하나 잡아주고 갈아입을 옷도 좀 넣어줘라.”


외국인의 말에 바로 즉각 그들은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간 뒤 복도를 따라 가장 끝에 있는 VVIP 방이라고 써져있는 방을 안내받아 들어왔다.


“우선 씻으십시오. 안쪽에 욕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씻고 나오신 뒤 저기 걸려있는 가운을 입고 계십시오. 곳 갈아입을 옷을 넣어드리겠습니다.”


그 말만을 남기고 직원은 방문을 닫아놓고 나가 버렸다. 무지막지 하게 큰방을 보면서 나는 뒤늦게 두 눈이 휘둥그레져버렸다. 커다란 침대와 비싸 보이는 탁자 그리고 대형 TV까지 과거 내가 살던 집의 거실보다 더 좋은 방을 구경하는 것도 뒤로하고, 우선은 몸을 씻기 위해서 시계를 풀고 옷을 탈의 한 후 욕실로 들어갔다. 모텔 욕실이 좋으면 얼마나 좋으냐고 생각했지만 방의 분위기로 봐서 왠지 무지막지한 욕실이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욕실 문고리를 잡고 묘한 긴장감에 침을 한번 꼴깍 삼킨 후 문을 열어젖혔다. 내생각과 달리 욕실은 매우 평범했다. 욕실 한구석에 욕조 하나와 그 옆에는 세면대 그리고 변기가 있었다. 우선 대충 샤워를 하고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씻는 것이니 제대로 한번 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욕조 물에 몸을 담갔다.


---


작가의말

오타 적발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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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12 도깨비눈썹
    작성일
    14.04.03 23:45
    No. 1

    제목이 굉장히 끌려서 들어왔습니다. ㅎㅎ "니가 류 환이제?" 아래 [그 외국인은 갑자기 내 이름은 이야기 해오자..] 부분이 오타인 것 같아요. 한번에 연재분 전부를 읽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조금씩 감상할게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J.H.Kim
    작성일
    14.04.04 17:01
    No. 2

    실제 출판된 책들 분량 기준으로 한 두 권 쯤? 되는 분량입니다. 현재 계속 쓰는 중이지요.
    오타 발견 감사합니다.ㅎㅎ 혼자서 많은 양의 글에서 오타를 찾기란 쉽지 않아서 말이죠.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닝기리치즈
    작성일
    14.10.22 21:17
    No. 3

    전부다 오타같음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J.H.Kim
    작성일
    14.11.05 02:18
    No. 4

    옛날에 썻던걸 나름 고친다고 고쳤는데, 귀찮아서 넘어간게 좀 많습니다.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하무린
    작성일
    19.07.26 19:23
    No. 5

    즐감하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켐티
    작성일
    20.03.10 05:48
    No. 6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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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218화 20.03.27 19 0 12쪽
217 217화 20.03.20 20 0 13쪽
216 216화 20.03.13 19 0 12쪽
215 215화 20.03.06 19 0 12쪽
214 214화 20.02.28 22 0 13쪽
213 213화 20.02.21 20 0 12쪽
212 212화 20.02.14 18 0 12쪽
211 211화 20.02.07 24 0 12쪽
210 210화 20.01.31 16 0 13쪽
209 209화 20.01.24 20 0 11쪽
208 208화 20.01.17 25 0 12쪽
207 207화 20.01.10 25 0 13쪽
206 206화 20.01.03 24 0 12쪽
205 205화 19.12.27 31 0 12쪽
204 204화 19.12.20 38 0 12쪽
203 203화 19.12.13 24 0 11쪽
202 202화 19.12.06 23 0 12쪽
201 201화 19.11.29 27 0 11쪽
200 200화 19.11.22 26 0 11쪽
199 199화 19.11.15 38 0 12쪽
198 198화 19.11.08 33 0 11쪽
197 197화 19.11.01 28 0 11쪽
196 196화 19.10.25 41 0 11쪽
195 195화 19.10.18 35 0 12쪽
194 194화 19.10.11 34 0 11쪽
193 193화 19.10.04 31 0 11쪽
192 192화 19.09.27 38 0 12쪽
191 191화 19.09.20 41 0 9쪽
190 190화 19.09.13 41 0 12쪽
189 189화 19.09.06 5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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