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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님의 서재입니다.

LSD[Last Sweet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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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엘]
작품등록일 :
2014.07.15 23:28
최근연재일 :
2017.03.03 01:19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5,033
추천수 :
26
글자수 :
176,002

작성
14.08.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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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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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부 1장 - 인세(印勢)

DUMMY

영혼을 집어놓고 나서 난 방문을 열었다. 충격적인 일들이 있어도, 내 머리 속만 복잡할 뿐, 현실엔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방문을 열고나서 보인 일상적인 풍경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그저 평범한 집 거실이 보이며, 옷가지가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야! 김하연! 빨리 나와봐!”

옷 가지의 주인은 내 동생이었다. 그렇게 내 세상이 조금 틀려진 것 같은데도 어떻게 이건 하나도 틀려지지 않을 수 있는거지? 은근 신기하다. 난 달라지는데 다른건 하나도 안 달라졌다니...

어쨌든 동생을 부르자, 동생은 닫혀져있는 문을 열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왜, 오빠?”

주황색으로 물들인 단발머리에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내 동생, 김하연. 나랑 두 살 차이나는 여동생이다. 언제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져 날 당황시키는 사고뭉치 중의 갑이다.

“여기 옷들 안 치울래? 다른건 다 놔두겠지만, 이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니? 얼른 옷 치워!”

언제나 옷들을 던져놓고 방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동생 덕에 난 집에만 오면 언제나 동생에게 집안일 중 일부를 맡긴다.

“치....알았어. 잠시만.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나갈게.”

내 동생은 입을 뾰족하게 내밀며 방문을 닫았다.

저 여동생 때문에 두통이 없다가도 생기는구나. 그나저나 영입자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이라면 언제나 느끼고 있어야겠네.

난 미엘이 알려준 영기를 느끼기 위해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주위를 알아채려고 감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주위에 방금 느꼈던 감각이 닿았다.

감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느껴진 게 있었다.

영입자가 모여서 느껴지는 영기는 내 주위에서 언제나 몰려있는 듯 했다. 그 영기와 똑같은 기가 내 안에서도 있는 게 느껴졌는데, 밖의 영기를 느낀 순간 내 몸 안에 있는 듯한 영기도 바깥과 동기화되듯이 같이 요동쳤다.

덜컥-

“오빠!”

츄리닝을 다 갈아입었는지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나에게 달려온 하연이, 저 속도와 목소리 톤을 듣자하니 왠지 위험할거 같은데...

내가 영기를 느끼는 걸 그만하고 눈을 뜬 순간 내 눈에 비치는 건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돌진하는 내 동생이었다.

난 그저 모든 걸 포기한 채, 눈을 감아 하늘을 원망했다.

도대체 내 동생을 저렇게 만든 건 누구야!!!!

퍼억-!

“끄아아아악!!!!”

내 동생은 그 속도를 그대로 줄이지 않은 채, 나를 향해 안겨왔다(라고 쓰고, ‘돌진해 충돌했다’라고 읽는다.).

난 그 충격을 맨 몸으로 받고나서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이 고통을 받으면서도 느낀 점은 내 동생은 진짜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정신줄을 놓아버리기 일보 직전, 나를 깨운 건 하연이었다.

“오빠! 오빠! 나 어때?”

미안하다, 하연아...난 지금 일어날 수가 없단다.

짜악-

도대체 무슨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난 살과 살이 부딪힌 마찰음이 들린 직후 눈을 뜨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건데! 날 죽일려고 하는거냐, 아니면 순수한 너의 마음이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거냐...”

어떻게든 눈을 뜨고 하연이를 보며 말했다. 우리에게 이런건 실제로 난리가 아닌 장난이다. 일방적인 장난. 난 언제나 저 장난을 받아주며 나를 단련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뒤, 하연이를 보며 난 그저 묵묵히 나의 생각을 전했다.

“옷 치워. 옷 치우면 봐줄게.”

“치이...”

내가 언제나 그랬다는걸 이미 알고 있으니, 그저 입만 뾰족이 내밀며 하연이는 조용히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시키기 전에 너가 정리만 잘해놓으면 나도 이런 말 안하잖아. 왜 굳이 여기에 어질러놓고 이 난리를 피는건데?”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왜 저러는건지. 이때까지 같이 살아온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동생의 생각을 어떻게 해줄 사람은 없는건가?

옷을 정리하고 하연이는 내 앞으로 와서 섰다. 결국 또 평가를 해달라는거군.

“어때? 이번 컨셉은 이렇게 가자는데. 오빠가 봤을 땐 어때?”

아, 참고로 내 동생은 모델이다. 뭐 세계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패션 잡지에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내 동생이다. 알려져 있는 것은 그저 얼굴과 가명정도? 다행히 그 정도만 알려져서 우리 집 주위로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기자들이나 스토커들은 없었다. 물론 동생이 머리를 엄청 굴렸다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얼마나 머리를 굴리며 피해다니기에 아무도 여길 못 찾는걸까?

일단 그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난 동생이 입고 나온 츄리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동생의 몸매가 발군인건지, 어떤 이유때문인지 츄리닝은 그냥 평범했다.

옆 라인 쪽으로 빨간 색의 줄을 넣었고, 운동하기에 편한 옷이었다.

“보기엔 평범한 츄리닝인데, 어떤 컨셉으로 간다는건데?”

진정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거다. 어딜봐도 평범한 츄리닝을 입고서 어떤 컨셉으로 촬영을 하겠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긴 어려웠다.

“이번엔 일상생활에서의 운동이래. 평상시에 입고 나오는 옷들을 입고 촬영을 하자는데? 별로야?”

하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보며 물어보았다.

“별로라는건 아닌데...”

“우와...오빠 주위에 있는 빛들은 무슨 특수효과야? 되게 이쁘다!”

응? 무슨 빛들? 난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주위엔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빛들을 찾을 수 없을텐데? 그저 내 주위엔 하연이가 나오기 전에 내가 느끼기 위해 모아두었던 영입자들만 있을텐데?

“잠시만! 너 이게 보여?”

난 손으로 내 주위에 모여있는 영입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연이에게 물었다.

“응. 왜? 보이는게 이상한거야?”

진짜로 보이는 듯이 내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하연이를 앞에 두고 난 생각에 잠겼다.

평범한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는 영입자가 어떻게 하연이에게 보이는거지?

‘물론 영기를 느낄 줄 아는 자라면 보고 듣고 대화도 가능하겠지.’

미엘이 가기 전에 했던 말이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면서 난 놀란 눈으로 하연이를 바라보았다.

“너 그럼 내 주위에 있는 그 빛들이 어떤 색깔을 띄고 있는지 보이니?”

“응! 하얀색이잖아. 오빠 주위로 하얀색 빛들이 날아다니고 있는데? 신기하다.”

저 순수한 표정을 하며 날 유심히 쳐다보는 하연이를 무시한 채, 난 눈을 감아 내 주위에 있는 영입자들을 흩날렸다. 영기를 느끼고 나니 영입자들을 모으고 흩어지게 하는건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에이....사라졌다. 그나저나 오빠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니 신기하다! 어떻게 해? 나도 알려줘~”

내 팔을 잡고 생떼를 쓰기 시작한 하연이를 향해 난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방금 건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다음 촬영일은 언제래?”

“치사해! 질문을 한건 난데, 되묻다니. 다음 촬영은 내일 오후 2시래. 내일 올거지?”

촬영일이 금방 잡히네. 어찌됐든 오빠이자 매니저로써 모델 관리 하는건 내 몫이겠지.

“그래, 갈게. 내일 1시에 학교 뒷문에서 보자.”

하연이를 관리하는 건 언제나 내 몫이지. 난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이와 약속을 했다.

“내일 꼭 오는거다! 히히!!”

내가 같이 간다고 하는게 기분이 좋았는지 하연이는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원래 최소 주 3회 연재를 할려고 했으나 의도치 않은 몸살감기에 걸려 많이 늦었습니다. 알바도 겸하고 있다보니 몸이 좀처럼 낫질 않더군요.
먼저 제 작품을 기다렸을 독자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드리며, 지금 스토리 전체의 구상은 90%정도는 완성했습니다. 이제 디테일한 부분만 조금씩 다듬으며 연재해나가면 될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 다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편은 이번주 화요일 혹은 빠르면 오늘 밤에 다시 올라올수도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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