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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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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45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1.23 06:00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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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0화

DUMMY

실망어린 표정과 함께 로단이 말했다.


“돌아가자. 헛수고였어.”


알아낸 것은 많이 없지만 이 상태에서 남자와 한 번 더 대화를 나누면 뭔가 다른 것을 발견할 지도 몰랐다. 이 사이비집단이 남자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일 것이다. 간단하게 그 미친놈만 처리하면 되니까.


깨끗한 옷만 두 개 사고, 막상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시간 낭비를 한 기분에 로단은 인상을 쓰며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러다가 멈칫했다.


“왜 그래?”


갑자기 행동을 멈춘 로단에게 리암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그는 눈앞에 보이는 사람의 얼굴에만 집중했다.


눈을 얇게 뜨며 한곳을 응시하는 모습에 리암 또한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같은 사람을 발견했다.


“잠깐만, 저 사람...!”


리암의 말에 로단이 빠르게 덧붙였다.


“내 눈이 잘못 된 게 아니면, 저거 알버트 맞지?”


수염이 엄청나게 덥수룩하고, 지저분한 비니가 거의 눈을 가릴 지경이었지만, 분명 눈에 익은 외모였다.


잠시 서로를 쳐다본 두 사람은 알버트임을 확신하자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들의 존재도 모르고 있던 알버트는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통 난로 옆에 서서 내용을 알 수 없는 스프를 퍼먹고 있었다. 다 뭉치면 커다란 공이 될 것 같은 수염에도 실컷 묻혀가면서.


“알버트!”


반가움이 들어간 리암의 목소리에 알버트는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리암!! 로단!”


그리고 큰 소리로 그들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로단의 손에 입이 틀어 막힌 채 등을 벽에 세게 부딪쳤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한번 힐끗 쳐다볼 뿐 관심도 없었다. 그 이름을 알아들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알버트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고, 로단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때어냈다. 음식물과 침이 같이 묻어버린 손바닥을 알버트의 옷에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안. 너네한테 돈이 걸려있는 건 봤어. 대체 뭘 하고 다닌 거야?”


여전히 사람 좋은 성격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한눈에 봐도 전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상황이지만, 리암과 로단을 진심으로 반겨주었다.


아직 물음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으나 반가운 마음이 더 컸던 알버트는 갑자기 팔을 활짝 벌려 리암을 끌어안았다. 당연히 리암은 기쁜 표정으로 그를 마주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가 리암을 놓아주고 로단을 쳐다봤을 때는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로단은 나름 단골이었지만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리암처럼 친화적인 성격도 아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조용히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반가움의 표현을 대신했다. 그러나 알버트의 그 손길에도 투박한 다정함이 묻어났다.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잠시 후 손을 놓은 로단이 물었다. 주변을 다시 둘러봤으나 아는 얼굴이 더 보이진 않았다.


“피난민들이 여기로 왔었어. 당연히 나도 그 중에 있었고. 근데 이 인간들이 도통 넘어가게 해주지를 않잖아!”


오히려 질병 취급을 하듯이 게이트의 주변에서도 쫓아내기 일쑤였다. 얼마나 먼 길을 왔는데!


결국 이동하고 또 이동하다가, C전반지역이 시작되는 이곳까지 도달했다. 심지어 나중에는 대체 어떤 명령을 들은 건지 몰라도, 그들이 주위에 얼씬거리기만 해도 게이트의 경비원들은 총을 쏴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도와줬어요?”


가게에서 따라온 여자는 분명 신교가 피난민들을 목표로 삼았다는 말을 했었다.


알버트는 어떻게 알았냐는 의문어린 표정을 짓더니, 순순히 대답해줬다.


“그래. 대충 문도와 프레스코를 보호하려면 지민들을 먼저 보호해야한다, 뭐 그런 말을 하면서 도와주더라고.”

“어떻게요? 대가를 원하진 않았어요?”

“진정해, 로-... 어쨌든, 우린 시간이 많아.”


또 이름을 부를 뻔하다가 겨우 멈춘 알버트는 로단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로단은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시간 없습니다.”


그 말에 혼란스러웠던 그가 리암을 쳐다봤다. 잠시 고민에 빠진 리암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진 기간은 없지만 빨리 해결할수록 좋긴 했다. 게다가 로단의 기준에서는 아주 시간이 없는 일이었다. 그는 게으름과 거리가 아주 멀었다. 그제야 알버트는 입을 열었다.


“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

“어디서부터 만났는지 말해 봐요.”


로단의 제안에, 알버트가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다른 피난민들과 게이트에서 조금 떨어진, 오염된 호숫가에 모여 있었어.”


서로 돕는 일이 있어도 해치는 일은 없었다. 그럴 만큼의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을 검은 베일로 가린 놈들이 강 너머에서 나타나더니, 가까이 다가오더라고? 그리고 뜬금없이 문도에 대한 우리 의견을 물었어.”


대체 저 사람들이 누군지, 그리고 왜 저런 걸 묻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피난민들의 대부분은 문도에 대해 호의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었고, 다른 일부는 그저 남들을 따라 문도를 찬양했다.


큰 이유는 없었다. 저 게이트 너머의 사람들도 문도를 숭배할 테니, 만약 여기서 잘만 말하면 들여보내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더니, 그 다음은 문도를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냐고 묻더군. 솔직히 분위기도 그렇고 질문도 그렇고, 너무 이상했어. 기괴할 정도였다니까?”


그러다 굶주림에 이성을 잃은 인물 한 명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문도가 여길 지나가게 해주기만 한다면 특별히 고통 없이 죽여주겠다고. 그러면서 성적인 농담과 역겨운 협박까지 더해갔다.


그랬더니 그들 중 하나가 팔을 올렸고, 손에 들려있는 줄도 몰랐던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귀를 울리는 총성과 함께 그 사람의 이마에 작은 구멍이 나면서, 힘을 잃은 몸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사람들은 그들이 문도의 편이라는 걸 확신했고, 온갖 찬양을 던져댔다. 알버트 또한 그의 가게도 드릴 수 있다면서 열심히 아부를 떨었다. 어차피 그 가게를 다시 안전하게 얻는 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자 그 검은 베일은 남은 이들을 어딘가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우리를 강 너머로 데려가더니, 게이트 장벽의 끝까지 도착했어. 거기에 어떤 굴이 있더라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도구가 아닌 인간이 손으로 직접 파낸 것처럼 투박한 모양새였다. 알버트는 그들의 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과하게 생각하는 거라고 애써 자위했다.


그러나 하나 둘씩 그 동굴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들의 손을 힐끗 쳐다봤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진 않았지만, 일부의 손톱은 갈라지고 뜯어져 아직 핏자국이 남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설마.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면서 다른 곳을 쳐다보려고 노력했다.


“거의 사흘을 동굴 속에서 보냈는데 화장실도 없어서 죽을 뻔했지. 여기저기서 똥오줌 냄새가 아주-”

“중요한 얘기만요.”


로단의 딱딱한 핀잔에 알버트는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로단은 왜 리암과 알버트가 친한 지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그 터널 안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하소연 좀 하려고 했더니 그것도 안 들어주는 모습이 다소 언짢았지만, 아까 시간이 없다고 했으니 이번에도 잠자코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동굴을 나왔더니, 바로 여기에 데려왔지. 그 다음에는 사람들한테 먹을 것을 주면서 계속 이것저것 캐묻더라.”


당연히 사람들은 이 도움이 멈출까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사는 곳과 하던 일 부터해서, 아주 철학적인 질문까지 많은 걸 물어봤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한 두 사람씩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간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알버트는 미안한 기색으로 덧붙였다.


“그게 내가 아는 전부야. 그 다음에는 여기서 머물며 술이나 팔면서 노숙자 신세가 됐지. 혹시 요즘 일 아는 거 있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지, 그런 것들.”


그들이 알기로는 아직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산 사람은 남아있으나 질병도 그대로였다.


“똑같아요.”


당연히 알버트는 그 대답에 실망을 숨기지 못했다.


그들은 아직 궁금한 게 남아있었다. 리암은 의아하게 물었다.


“근데 여기서 술을 판다고요?”


대체 재료가 어디 있어서? 만들 수 있는 도구는 있나? 하지만 그는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더욱 조용해진 목소리로 속삭일 뿐이다.


“방법은 있지. ...하지만 재료나 방법을 알고 싶진 않을 걸.”


그러더니 옆에 있던 오래된 병 두 개를 들어올렸다.


“그래도 먹어볼래? 물론 건강은 장담 못해.”


그 경고를 듣자마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저게 뭐든 간에 시도해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자연스레 둘의 어릴 적을 떠올린 알버트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흘렸고, 도로 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너희 차례다.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알버트는 이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차마 그들은 그런 그를 이유 없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위험한 상황에, 혹은 위험해질 상황에 처해 있었다. 스스로 선택한 클로이와 선택권이 별로 없었던 이준과는 달랐다.


다행히 그 신교로 추정되는 검은 베일에 선택받지 못한 모양이니, 아마 그는 이곳에서 안전할 것이다.


적어도 저 이상한 내용물의 술을 팔고 계속 음식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로단은 리암을 한 번 쳐다봤고, 그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몰래 게이트를 넘어가려다 걸렸습니다. 여기 말고도 다른 길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하필 높으신 분한테 찍혀서, 바로 현상수배범으로 만들어버리더라고요.”


로단의 나름 진실인 거짓말을 건넸다. 알버트는 어느 정도 믿는 눈치였다. 전에 목숨을 잘 부지하면서 살 수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집도 없고 가게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상황을 납득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다만 저 모든 말을 믿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제 아들도 아니었고 일일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을 신고할 생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곳 지민들은 그를 혐오했다. 더러운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그러니 그 더러운 지역에서 온 사람들끼리라도 서로를 지켜야했다. 집을 잃고 머물 것도 없는 마당에, 서로의 적이 될 수는 없었다.


“뭐... 너네도 힘들게 빠져나왔겠지. 몸이 안전하면 됐다, 그게 제일 중요한 거니까. 에밀리와 노라는?”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에밀리는 저희와 함께 있습니다.”


노라의 따뜻한 성품은 모두가 알았다. 정말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렇기에 알버트는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런 재난으로 그 흔치 않은 사람을 잃었다.


비록 많은 이들이 죽음을 피해가지 못했지만, 세 남매가 살아남았듯이 그녀도 살아남았다면, 그의 집을 잃은 처참한 기분도 조금이나마 나아졌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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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23.01.13 6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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