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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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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48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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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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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DUMMY

리암은 로단과의 언쟁 후 분노에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크게 씩씩거리며 기절한 남자를 어깨에 들쳐 업고는, 자신만이 아는 버려진 창고로 향했다.


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주변에 버려져있던 낡은 밧줄로 남자의 손과 발을 강하게 묶었다.


배려라고는 없는 억센 손길로 인해 손목과 발목에는 상처가 남겠으나, 리암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백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전부 다 털어놓을 때까지 이 남자를 실컷 패줄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얼굴에 물을 부어버려서 깨울까했지만 귀한 물을 그리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냅다 몇 번 후려갈겼더니, 곧 남자는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 놓여있는 험악한 얼굴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 몸을 들썩였다. 리암은 그런 남자를 형형한 눈빛으로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알고 있는 걸 다 말해보실까?”



***



생각보다 의지가 매우 약한 놈이다.


리암이 거기서 몇 번 더 때리고 협박하자, 그는 온 몸을 벌벌 떨며 불쌍하리만큼 흔들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자, 잠깐만! 좌표를 듣기도 전에 기절해버려서 나도 몰라! 정말이야!”


그 말을 의심한 그가 더욱 위협적으로 두 눈을 번뜩였다.


공포에 질린 남자의 몸이 흠칫 떨었다. 그에게 리암은 오히려 단순해서 더 다루기 힘든 인간처럼 보였다.


게다가 이토록 폭력적이라니!


단순함과 공격적인 성향은 최악의 조합이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순간 리암의 말로 마지막 기억이 떠오른 남자가 바로 울컥해서 소리쳤다.


“내가 듣기도 전에 네가 뒤통수 쳤잖아!”


하지만 당연히 그 분노는 리암의 폭력성 앞에서 금방 사그라졌다.


“어쭈. 방금 소리 질렀냐?”

“아니요... 죄송합니다...”


몸도 마음도 잔뜩 쭈그려진 그를 몇 번 더 위협하다가, 정말 모르는 것인가 싶었던 리암은 로단이 휴대폰을 챙겨가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 그도 생각해둔 것이 있어서 그걸 가져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이번에는 다른 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그건 됐고, 누가 시켰어? 역시 문도새끼들이냐?”

“......”

“한번 물을 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계속되는 위협에, 남자는 옅은 한숨만 겨우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리암이 그걸 알아차리고 또 폭력을 행사할까봐 온 몸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다.


차라리 저 깡패 같은 남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 말하면 제가 죽습니다... 정말 그것만은 안돼요.”

“지금 나한테 뒤질래, 나중에 걔네한테 뒤질래?”


리암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는 전보다도 더욱 비굴하게 소리쳤다.


“당신은 몰라요! 그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지! 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났다고!”


지금까지 얻어맞고 있던 당사자는 억울해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리암은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남자의 말에 바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의 이마에 작은 힘줄이 돋아났다. 지금 죽어가는 사람은 저 이기적인 인간이 아닌, 병들어 누워있는 노라였다.


그녀가 언제 마지막 숨을 끝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저런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 누가 죽어가고 있는 줄 알아?! 그렇게 뒤지고 싶으면 지금 죽여주면 되겠네!!!”


곧 분노에 휩싸인 리암은 주먹을 들어 올려 그를 향해 미친 듯이 내리 꽂았다. 노라에 대한 불안감과 이 상황에 대한 막막함으로 이미 이성을 잃은 후였다.


남자는 리암이 두려운 것인지, ‘그 사람’이 두려운 것인지 모르겠는 채로, 몸을 심히 떨며 그저 두들겨 맞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 때, 그의 모습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다.


이마에는 피가 흘러 얼굴을 가득 적시고 있었고, 피가 터진 두 눈도 붉게 충혈되어있었다.


얼굴과 온 몸에는 푸른 멍이 그득했다.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폭발한 탓에 리암도 덩달아 지쳐버렸다. 그는 지친 몸을 약간씩 비틀 거리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의자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리암의 거친 숨과, 남자의 고통어린 신음만이 창고를 채웠다.


그 삭막하고 긴장되는 공기에 남자는 반사적으로 나오는 기침도 애써 참아냈다.


끝난 건가?


그는 제발 저 미친놈이 여기서 그만두기를 바랐다.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이런 식으로 폭행을 당한 적이 없었고, 이런 식으로 직접적인 목숨의 위협을 당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이제 물러나나싶었던 리암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그렇게 그의 상체가 흔들거리자, 남자는 그 작은 움직임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절박한 눈을 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망설임 없는 발걸음에, 정말로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남자는 그제야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결국 일단 여기서라도 살아남기를 결정한 것 같았다.


“잠깐만요!”

“뭐.”

“이름은 몰라요! 다만... 문도 중 한사람인 것은 압니다. 사실이에요!!”

“미친, 내가 X신인 줄 알아? 너랑 같이 통화하던 새끼 누구야.”


아, X신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표정이 떨떠름해진 남자를 보고 리암이 더 살벌하게 노려봤다.


이 새끼가?


그 얼굴을 확인한 남자는 진땀을 빼며 다시 비굴하게 입을 열었다.


“한나 뮬러. ‘전달자’인 여자에요.”

“전달자는 또 뭔데”


리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남자는 그것을 눈치 채고, 이번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까지 무서워했던 대상을 또 쉽게 무시하는 태도였다.


그런 태도가 아주 익숙해보였다. 아마 이미 오래전부터 저런 성격을 지녔던 것 같았다.


A지역 출신들은 다 저 모양인가?


그 한심이 그득한 표정에 리암은 순간적으로 울컥했지만, 여기서 더 손을 댔다가는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게 뻔했다. 그는 일말의 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분노를 애써 참아내도 굉장한 언짢음이 확연하게 드러났고, 적어도 그 얼굴은 경고를 주기에는 충분한 듯 했다.


잠시 리암의 눈치를 보던 남자는 마침내 말머리를 꺼냈다.


“일단 프레스코 내에서도 계급은 나누어집니다. 당연히 그 가장 꼭대기에는 문도가 있고요. 그리고 그들의 비서역할을 하며 문도를 제외한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전달자’입니다.”


처음 듣는 정보였다. 이곳 사람들은 프레스코가 어떤 체제로 되어있는지,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남자의 말에 집중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문도 다음으로 중요해요. 그 다음이 ‘서포터’이고요. 서포터들은 각 기관장이 대부분이죠.”


그는 설명이 길게 늘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은근히 범생이 같은 면이 있는 로단은 모르겠다만 자신은 아니었다. 그에 리암은 미간을 구기며 쏘아붙였다.


“본론만 빨리 말해.”


남자가, 리암이 도로 가까이 다가올 세라 다급하게 외쳤다.


“아, 알겠어요! 본론은, 서포터부터는 각자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공개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다는 겁니다. 바로 문도의 말을 비밀리에 전하는 전달자가 그래요. 이들은 각자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문도와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그 조합을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나 뮬러’는 그 전달자 중 한명이고요.”


꽤 자세히 이어진 말에 리암은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그 말은 한나 뮬러라는 여자는 누가 이 상황을 만든 건지 안다는 거네?”

“그렇죠.”

“그런데 아까까지 입 다물고 있던 놈이 이제야 말하는 이유는 뭐야?”


잠시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침묵을 유지하던 남자의 의도가 영 수상쩍었다.


의심이 가득 찬 눈빛에 형편없이 벌벌 떨던 남자는 곧 불안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저는 전달자에게 명령한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할까봐 무서운 겁니다. 뮬러에게서 명령을 받아 임무를 수행했던 사람들이 조금만 실수해도 과한 처벌 받는걸 봤는데, 그걸 어떻게 참아요?”


그러더니, 홀로 생각에 잠긴 남자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걸 제외하고는 딱히 프레스코에 정이 있지도 않고.. 여기 저를 보냈다는 것 자체가 언젠가 버릴 말 인거죠. 게다가 생각해보니 당신에게 잡혔다는 이유만으로 죽일 것 같더라고요.”


그의 두 눈에는 은근한 씁쓸함이 담겨있었다. A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면서 언제나 프레스코를 위해 일을 해왔는데 결국에는 이런 꼴이라니.


물론 이 일을 맡은 건 충성심보다는 오직 상여금 때문이었지만, 그럼에도 꽤 씁쓸했다.


리암은 남자가 진실을 말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문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럼 왜 넌 미리 백신을 안 맞은 건데? 그 놈들을 위해서 일했다며. 바이러스가 득실득실한 곳에 보내는데 그냥 보냈다고?”


남자는 리암이 C지역 사람이니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얼마나 순진한 상태인지를 인지했다.


A지역은 이런 멍청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저 험악한 놈은 이 지역에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


“저는 전달자의 명령을 바로 듣는 극비작전 팀의 일원입니다. 원래 거기는 그런 식이에요. 불공평한 상황에도 목숨을 희생할 수 있는 확실한 충성심을 원하죠.”


은근히 자랑스러움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리암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약해빠지고 극비작전은 무슨.


그가 아니더라도 아무나 체격이 되는 사람이 달려들면 금방이라도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연약한 몸이었다. 게다가 충성심? 방금 이 새끼가 한 게 배신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X랄하네.”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물론 후회는 하지 않았다.


욕을 먹은 남자는 입을 멈추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자존심이 상한 얼굴로 침묵을 유지했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그는 극비작전팀에 소속되어있었지만, 사실 그는 그 안에서도 보조지원팀에 속해있었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쓰다 버리는 말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


그래서 ‘극비’에 속하는 정보도 크게 아는 게 없었다.


곧 원하는 바를 다 얻었다는 확신을 얻은 리암이 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답은 대답이고, 이놈을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다 묶어놓을까? 굶어 죽을 것 같은데. 풀어줄까? 뒤통수 때릴 것 같은데.


그냥 죽여 버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는 로단 같은 용병도 아니라서 그런 경험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의 집을 강도질하려고 했던 도둑이나, 어린 아이를 죽이려고 했던 깡패 놈을 끝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발과 손이 묶여 무방비한 생태로 누워있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적은 없었다.


이놈은 노라에게,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일조한 인간 중 한명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망설여졌다. 리암은 점차 그런 스스로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그를 향해,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던 남자가 은근슬쩍 물었다.


“저기... 저를 어떻게 할까 생각중인 거면,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뭐?”

“방금도 말했듯이 프레스코가 어떻게든 절 죽일 것 같고, 그.. 당신들도 여기서 벗어나려는 것 같은데 그때까지만-”

“네놈을 어떻게 믿어?!!”


이게 보기보다도 뻔뻔한 성격인 것 같았다.


업신여겼다가 비굴해지고, 태연하게 굴었다가도 두려워하는 모양은 리암이 절대 좋아할 수가 없는 타입이었다.


저렇게 일관성이 없어서야.


예상했던 대로인 격한 거부에 잔뜩 풀죽어 있는 남자를 내버려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아, 기절시켜두면 되겠다!


저 인간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열심히 기어갈 수는 있을 것이다. 오직 창고 문만 열어두고 가면 됐다.


빡!


리암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냅다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리고는 철푸덕- 소리를 내며 처절하게 널브러져 있는 남자를 내버려두고, 조금은 상쾌해진 얼굴로 창고에서 빠져나왔다.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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