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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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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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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2화

DUMMY

로단은 그의 친어머니는 어떻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로버트와 달리, 클레어가 고통스럽게 죽었다면 조금은 안쓰러움을 느낄 것 같았다. 그건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로버트보다 좋은 사람처럼 들려서였다.


그 씁쓸함을 느낀 루카스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큰 위험을 감당할 수는 없어서, 최대한 조심히 알아봐야했어요. 그래서 클레어를 찾는 데에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죠.”


그렇게 겨우 그녀의 소식을 얻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겨우 찾았지만, 이미 C지역에서 강도에게 살해당한 이후더군요. 하지만 조사를 해보니, 그녀의 몸에는 출산의 흔적이 남아있었어요.”



***



들킬 위험까지 감당하면서 최대한 빨리 지역을 넘어온 루카스는, 클레어의 사체를 허망한 얼굴로 내려다봤다.


한때 따뜻한 혈색이 돌던 피부는 창백하게 얼어붙어있고, 아무도 감겨주지 않은 두 눈은 더 이상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녀의 옆에 천천히 무릎을 꿇고, 회색빛이 도는 눈을 쓸어내렸다. 그 후에는 잠든 것처럼 평온해진 얼굴뿐이다.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졌지만, 그 슬픔을 애써 참아내며, 클레어를 찾아낸 버그에게 물었다.


“아이는요?”

“...지금은 노라라는 여성이 데리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미 이 지역에서는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이에 대한 태도는요?”

“친아들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안심했다.


로버트의 바람대로, 자신의 바람대로, 차라리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저 아이에게는 좋을 수도 있었다.


다시 되돌아가기 전에, 아이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봤다. 겨우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거리에 멀찍이 서서 한참을 눈을 때지 못했다.


아이는 로버트보다는 클레어를 더 닮아있었다. 코와 턱은 아비를 닮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루카스는 돌아섰다.


동시에 등 뒤에서 노라가 아이를 ‘로단’이라 부르는 것이 들려왔다.


로버트의 아버지, 아이의 할아버지의 이름이었다.


그 잘못된 선택을 원망하면서도 결국 클레어는 그를 사랑했다.


루카스는 클레어의 따뜻함에, 그의 슬픔을 힘겹게 억눌렀다.



***



“전 클레어의 시체를 거두어서 화장을 해줬어요. 그 다음에 가까운 바닷가에 골고루 뿌려주었죠. 어느 한 곳에 묻히는 것보다는 자유롭고 싶어 했으니까요.”


로단은 클레어의 죽음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죽진 않았으면 했는데. 조금 안타까움을 느꼈다.


“...절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까?”

“...보고는 받았어요.”


루카스는 항상 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아론이 사망하고 문도를 물려받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결국 니티이자 버그임을 들켜서 탈출했을 때, 루카스는 그를 만나기 위해 C지역으로 향했다.


도움을 청한다던가, 누구인지를 밝히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로단이 지금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전 당신을 찾기 위해서 다시 C지역으로 돌아왔고, 생각보다 빠르게 제 흔적을 찾아낸 문도가 그 바이러스를 퍼트렸어요.”


바이러스가 퍼진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루카스는 이 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접촉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함께 버그로 활동했던 노아에게,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안전한지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죠.”


노아의 유언을 기억하는 로단은 크게 놀라진 않았다. 루카스가 버그라는 것을 들었을 때부터,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다. 둘이 관련이 돼있다는 것을.


하지만 흔쾌히 그곳으로 출발한 노아는 약속한 기간이 지난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



결국 노아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다. 하지만 그에 들려온 소식 또한 좋지 못했다.


샘플도 무사히 가져왔지만, 노아는 프레스코에게 붙잡혀 죽음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친우의 죽음은 그를 슬프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 자신을 더욱 끔찍하게 만드는 듯 했다.


“...노아가 죽기 전에 발설한 게 있나요?”


다행히 노아는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내심 안심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렇게 좋은 사람이, 좋은 동료가 숨을 잃었다는 것은 원통스러웠다.


일단 로단을 위해 A지역에 남아있는 버그에 도움을 청해서 치료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도 알게 됐고, 그 중요재료가 A지역으로 옮겨졌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오직 루카스를 위해 감수했다.


그렇게 약을 완성한 이후에야, 로단이 무사히 치료제를 얻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행동은 그가 결국 프레스코에게 적대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을 뜻했다.


부전자전일까.


항상 다른 사람들이 두려움에 뒤로 물러설 때, 필요하다면 소리까지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가던 로버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로버트의 죽음으로 애써 지우고 있던 의심이 그의 아들로 인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프레스코의 체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나름의 평화를 지키고 있고, 문도는 과거보다 더 견고해졌다.


이미 자신을 포함한 그들은 실패했지만, 다시 시도를 하더라도 그 후의 혼란은 어떡할 것인가.



***



루카스는 로단에게 옅은 미소와 함께 말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란군을 조직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어요. 정말 로버트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더군요. 그래서 짧은 편지를 써서, 당신이 있는 장소에 보냈죠.”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망설임이 없었다.


로단은 그 쪽지를 기억하고 조용히 끄덕였다. 루카스에게 궁금했던 퍼즐들이 이제는 거의 다 맞춰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있었다.


“왜 그 치료제를 사람들에게 주지 않은 겁니까?”

“...그럼 저를 도와준 사람들이 위험해 쳐했을 거예요. 저는 희생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었어요.”


이해가 가는 결정이었다.


“...당신이 남도에 찾아왔을 때, 전 계속 로버트를 떠올렸어요.”


그때 당시, 루카스는 침착하고 가식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그의 모든 행동은 로버트를 상기시켰다. 정확히는 배반하기 전의 모습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당연히 로단은 로버트와 같은 결과를 맞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 아비와 어미의 강한 점만 닮았을 수도.


그러나 오래된 기억이 그 본능적인 감정을 가로막았다.


“그것 때문에, 당신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숨겼습니까?”

“맞아요.”


그를 무턱대고 믿는 것도, 한 발자국 물러나 주변에 머무르는 것도, 어느 쪽이든지 간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그를 떠보려는 것처럼 ‘평화’에 대해 언급했다. 프레스코의 전체적인 체계와 문도에 대한 정보는 따로 옮겨놓고, 중앙컴퓨터에 있는 목록의 정보만을 전해주었다.


그때는 로단을 믿을 수 없었으니 선택한 행동이었다.


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이제 버그는 뿔뿔이 흩어졌고, 니티 또한 그러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의 곁에 없으며, 프레스코 내에 있는 몇 안 되는 버그와 루카스와 함께 있는 니티의 후손들이 전부였다.


그렇게 로단이 남도를 떠났을 때, 루카스는 아버지와 함께 나눴던 과거의 대화를 떠올렸었다. 분명 아버지는 그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했다.


그는 말했었다.


인간이란 건 원래 이기적인 존재란다. 프레스코나 문도, 너와 나, 저 밖의 사람들 모두 원하는 일을 할 뿐이야. 그렇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조금은 위안이 남지 않겠니? 라고.


루카스는 로단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저와 함께 뜻을 이뤄가던 시대는 끝이 났어요. 당신과 ENM은 새로운 힘을 키워가고 있었죠.”


루카스는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그들이 과거의 루카스가, 그리고 더 과거의 로버트가 이뤄내고자 했던 세상을 만들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하지만 당신들 스스로 헤어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그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항상 변심 없는 충성심을 보이는 카터까지 이용했다.


카터는 로단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잠자코 명령을 따랐다.


로단과 ENM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가했다. 그들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를 때까지.


드디어 가장 알고 싶은 부분이 나왔다. 그래서 로단은 그의 말에 더 집중하면서 물었다.


“그래서 우리를 도와줬습니까? 어떻게요?”

“ENM이 타 단체와 만남을 시도하거나, 동맹을 맺을 때마다, 저에 대한 정보를 흘려서 문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어요. 남도에 있는 몇 안 되는 해커들은 ENM을 쫓는 그들의 추적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죠.”


그러면서 틈틈이 남도의 사람들을 안전하게 내보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루카스는 언젠가 이 일은 결국 끝이 보일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무고한 이들을 죽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던 빈자리는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애초에 평화롭게 살기위해 이곳에 왔던 사람들은 그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남았다.


그는 본인이 예상한 것보다도 더한 신뢰가 있었고, 그런 그를 따르는 자들도 많았다. 카터 또한 남도로 돌아오고 싶어 했지만, 이산의 빈자리 때문에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남았어요.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카터와 연락을 하며 상황을 보고받던 루카스의 말에, 그는 딱딱하지만 염려가 담겨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윌리엄씨는 아론씨보다도 훌륭한 지도자가 되실 수 있으십니다. 그것이 그 증거지요.”


그는 언제나 루카스가 문도로 남아있기를 원했다. 버그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여전히 함께하며 충성하는 이유 또한 루카스가 새로운 무언가를 이끌어가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이 전세계든지, 작은 땅덩어리이든지 간에.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네요.”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 카터는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왜 저를 따르는 건가요? 아버지도 있었고, 오리엘도, 로버트도 있었는데 말이죠.”

“아론 씨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 옛날시대의 사람이었죠.”


마치 루카스가 그 질문을 하기를 기다려왔던 것처럼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최근에 일어나는 기술이나 제도들을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 보였어요. 오리엘 씨는 위험지역출신이었고, C전반지민이었던 로버트도 여전히 프레스코 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이없는 투로 되물었다.


“...절 따르는 이유가 아버지만큼 나이가 들지 않고, 문도출신이라서 라고요?”

“그리고 현명하시니까요.”


변명이라 하기에는, 카터의 표현이 한결 부드러웠다.


“오리엘 씨와 로버트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는 오리엘 씨의 제안을 받고 버그로 들어왔지만, 항상 제대로 된 성과는 없었죠. 그들은 그 안의 생활을 몰랐고, 프레스코가 정확히 어떤 체계로 그 힘을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나마 있었던 A지역 사람들도 보통 낮은 직위를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당신이 버그의 일원이 되고, 전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터는 여전히 프레스코 내에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대화가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시 홀로 남은 루카스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 중심이 되기 원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재능이 있던 지간에.


그리고 어느새 남도에는, 오직 루카스를 위해, 그와 함께 죽기 위해 남은 사람들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로단을 도와주기로 결정한 이 후에도 따로 연락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그저 그것이 프레스코를 속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로단과 그가 관련 있다는 것은 최대한 오랫동안 숨겨야했으니까.


마침내 로단의 무리가 완전히 준비되었을 때, 결국 프레스코는 루카스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들이 있었던 남도도 그대로 순식간에 초토화가 되었다.


건물의 바깥에서, 언제나 악몽으로 찾아왔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후 그가 가장 먼저 한일은, 두 팔을 반쯤 높이 들고, 바옌시나의 앞에 나서는 것이었다.


루카스를 말리는 울음 섞인 외침도 들려왔다.


하지만 이곳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 의도대로, 그가 대역죄인으로서 연행이 될 동안, 몇 명의 사람들이 남도를 더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 행로 또한 쉽지 않았고 피가 난무했으나, 적어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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