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46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3.30 06:00
조회
26
추천
1
글자
11쪽

96화

DUMMY

언제나처럼 같은 일을 하고 있던 이들에게 문득 무전이 들려왔다.


그 무전은 바옌시나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들이 지금 바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보고는 이미 집합지의 가까이에 배치된 대원에게서 들려왔다. 거리마다 사람을 두었는데도, 그들은 통신에 반응이 없다. 이미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안 그래도 두려움에 떨던 지민들은 그 소식에 경악하며 소란을 일으켰다. 그들을 진정시키는 대원을 뒤로 한 채, 리암과 에이스는 대기하고 있던 전투인원을 집합시켜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에밀리 또한 빠르게 그 뒤를 따라갔다.


이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군대의 행군이 한 눈에 들어왔다.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한 에밀리가, 리암의 부대에서 가장 실력이 탁월한 헨리에게 열대명 정도의 사람을 모아 이곳에 있는 지민을 다른 임시집합지로 대피시키라고 명령했다.


그와 동시에 리암과 에이스는 각각의 말에 올라타, 바옌시나의 앞을 더 늦기 전에 가로막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하려는 그들은 초조했지만, 상대는 아주 여유롭고 느릿하게 멈추어 섰다. 뒤에서는 서둘러 이동 중인 지민들의 불안한 시선이, 리암과 에이스의 뒤통수에 따갑게 부딪쳐왔다.


에이스는 바옌시나의 대장에게, 다른 사람도 들을 수 있도록 부러 큰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했던 약조를 어기는 건가?”


속이 뻔히 보이는 에이스의 물음에도 그는 아무 대답도, 반응도 없다. 그 정적 한 가운데에서 에이스는 한 번 더 물었다.


“어떻게 하면 꺼질 거야?”

“로단의 머리.”


계속해서 침묵하던 남자가 자신이 원하던 질문이 나오자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를 노려보던 에이스는 조용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개X끼들. 저 뻔뻔한 작자들을 볼 때마다 한결 같이 어이가 없었다.


“거절하면?”

“그럼 죽을 수밖에. 네 보스는 소문과 달리 겁쟁이인가 보군? 이런 상황에 직접 와보지도 않고 말이야.”


말을 아끼는 사람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무색하게, 비꼬는 말들을 길게 늘어놓았다. 물론 에이스는 그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완전히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


“우리 보스? 따로 중요한 일이 있거든. 댁처럼 겨우 이 정도 부대를 가진 아저씨가 아니거든. 꺼져. 약속했잖아? 2년 동안은 서로를 안건들이기로.”


사실 그들을 ‘이 정도 부대’라고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바옌시나는 폴리티와는 달랐다. 그 풍채도, 분위기도. 그때 대표자를 사살한 여자도 그의 아래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서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상대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던져진 조롱에, 남자는 커다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가 폈다. 그 힘으로 힘줄이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저 썩을 놈이?


남자는 성격이 좋지 못했다. 그는 바옌시나의 제 5부대의 대장이었고, 다른 바옌시나 중에서 가장 약한 부대였다. 그렇다고 저 쓰레기에게 무시당하면 곤란했다.


“네 놈들은 너무 위험하다고 윗분들이 판단하셨다. 그러니 얌전히 머리를 내놓던가. 여기서 다 죽던가 선택해라.”

“...결국 그 약속은 거짓말이다?”


숨길 수 없는 혐오감이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그러자 남자는 크게 비웃었다.


커다란 입이 벌어지고, 그 안에 있는 이상하리만큼 하얀 이빨이 햇빛에 반짝였다. 그의 이름은 시볼트, 별명은 ‘욕심 많은 하마’였다.


그는 이걸 출세의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볼트가 제대로 작전을 성공한다면, 그의 부대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바옌시나의 총지휘관인 자파르는 더 이상 그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자파르는 이번 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그 평화주의자도 차마 문도의 결정을 막지 못했다. 시볼트는 이미 머릿속으로, 자파르의 시체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본인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지.”


불쾌한 미소로 대답하는 시볼트를 에이스는 써늘하게 노려보았다. 처음 로단을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드러났다.


클로이나 존슨박사와 같이 좋은 사람들이 프레스코에 속해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저렇게 썩어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과거의 왕족, 또는 귀족이 그랬듯이. 힘이 가진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재미로 물어뜯었듯이.


그 계급이, 그 힘의 불균형이 몇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들을 억누르고 있었다. 저것을 짐승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여동생의 모습과, 버려진 곳에서 생존해야했던 나날들이 이어 떠올랐다.


리암은 평소와 달리 크게 흥분한 듯해 보이는 에이스를 의문스럽게 쳐다봤다. 하지만 에이스는 전투신호를 보내기위해 손을 크게 들어 올리며, 이를 악물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 전쟁이다, 개X끼야.”


그리고 분노로 가득 찬 그의 손이 힘차게 내려앉는 동시에, 전투는 시작됐다.


에이스와 리암은 동시에 위에서 내려와 말의 엉덩이를 힘차게 내리쳤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놀란 말들은 바옌시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들은 훈련을 받은 대로 즉시 총을 들었고, 이윽고 총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숨이 끊어진 말들은 그 순간에도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그들의 한 가운데에 널브러졌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말의 옆에 달려 있던 커다란 가방에는 작은 무언가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폭탄이다!”


누군가가 소리치고,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신속하게 몸을 엎드렸다. 그리고 동시에 리암은 검고 네모난 원격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그 손가락에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무고한 사람의 죽음에는 예민했지만, 저런 인간들은 관심 밖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컸다. 물론 희생당한 말에게는 미안했다.


콰쾅-


처음에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시볼트는 곧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 얼굴이 적대적으로 붉게 달아오른다.


폭탄 근처의 세 명이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다. 수만 보면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열이 받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아주 다혈질인 면이 있었다.


두 사람은 바로 부하가 전해준 오토바이에 올라타 일정 거리를 두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그 꽁무니를 불같은 시선으로 따라가던 시볼트는 이제는 잘 익은 토마토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에이스는 그 꼴을 보니 더러워졌던 기분이 아주 조금은 나아졌다.


“공격 개시!”


이윽고 공격적인 총성이 그들에게 쏟아져내려왔다.


임시집합지 앞에 건설해놓은 방호벽을 향해 최대한 달려 나가고 있는 두 사람의 상체는 특수 제작된 방탄복으로 둘러져있었다. 오토바이의 뒷부분은 투명한 방탄유리로 보호받았다.


시엘로팀의 지원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떡하니 나와 있는 다리와 두 바퀴는 그대로 위험에 노출되어있었다.


다행히 바퀴를 저격당한 오토바이로부터 뛰어내려 그대로 한 번 더 굴러가 방호벽에 등을 대고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옆을 스쳐지나간 총알에 에이스의 팔뚝 위로 피 한줄기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숨을 제대로 쉬기가 힘들었다. 방탄복 겉으로 등을 맞았더니 잘못 맞은 모양이다.


리암은 그새 신속하게 공격을 지시하고 있었다.


이내 의료팀원이 그의 상처를 보려 다가왔다. 에이스는 근처의 총을 집어 들며 무신경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정도는 괜찮아.”


그러자 팀원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숙여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때, 계속되는 충격에 버티지 못한 모래주머니 하나가 그녀의 바로 앞에서 터져버렸다.


그 섬뜩한 광경에도 여자는 긴장된 얼굴로 발걸음을 재촉할 뿐 절대 멈추지 않았다.


에이스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바로 통신기를 꺼내 이준에게 연결했다.


[지원팀 보냈어.]


즉시 응답한 이준은 그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했다. 보아하니 이미 이 상황에 대해 파악한 모양이었다.


“로단에게-”

[보고하라고? 알겠어.]


빠른 판단에 그는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곧 말없이 연결을 끊고 보관함에 구비되어있는 탄약통을 손에 쥐었다.


에이스는 총 상태를 확인한 뒤에 바로 상체를 내밀어 반격에 들어갔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흔들리는 반동이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 지를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으로 돌아온 듯한 이상한 기분에 잠겼다.


어쨌거나 이런 환경은 그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였다.


자비 없이 떨어지는 바옌시나의 공격을 에이스와 리암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해 반격했지만 일반지민들을 대피시키며 싸워야 했다. 그래서 맞서 싸운다기보다는 지민을 보호하는 의도가 더 컸다.


그들의 병력 또한 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지민들을 보호해! 그게 최우선 사항이다!”


에이스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방호벽 뒤로 빠르게 몸을 숨겼다.


그렇게 시작된 대립은, 이준이 보낸 지원팀이 온 이후에도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숨을 잃어갔다.


앤드류와 에밀리는 서로를 도우면서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리암은 날카롭게 쏟아져오는 탄알을 피해 몸을 숙였다가, 옆에 쓰러져있는 대원을 발견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의지가 강해 눈여겨봤던 대원의 몸을 격하게 흔들었다.


폭탄에서 튀어나온 먼지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태로 소리쳤다.


“조금만 더 버텨!”


하지만 이내 그 몸이 이상하리만큼 굳어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긴장감이나 상처의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리암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그의 몸을 뒤집고,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얼어붙었던 그는 흙과 먼지가 얼룩진 손가락으로 톰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았다.


지금 이럴 시간 따위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리서 에이스가 외치는 소리가 허물어지며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그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모두를 향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주위는 긴박한 소음으로 가득했다.


셀 수 없는 시체들이 주위에 널브러져있다. 그중에는 미처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지민들 또한 섞여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지체되는 작전에, 에이스는 벌써부터 한계가 오는 방호벽 뒤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대체 얼마나 걸리는 거야. 서둘러라 좀.”


그리고 그 순간, 앞에 나와 있던 ENM을 모두 몰살하고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오던 바옌시나의 발걸음이 갑작스레 멈추었다.


이윽고 시볼트는 옆에 있는 대원과 대화를 시작했다.


일부 대피하는 것을 거부한 지민들은 난데없는 상황의 변화에 불안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잠시 후 시볼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이곳에 있는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때까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 누에보 문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0 120화 23.04.23 26 1 13쪽
119 119화 23.04.22 25 1 11쪽
118 118화 23.04.21 24 1 14쪽
117 117화 23.04.20 25 1 12쪽
116 116화 23.04.19 26 1 11쪽
115 115화 23.04.18 25 0 12쪽
114 114화 23.04.17 25 1 12쪽
113 113화 23.04.16 25 1 13쪽
112 112화 23.04.15 25 1 12쪽
111 111화 23.04.14 26 1 12쪽
110 110화 23.04.13 25 1 12쪽
109 109화 23.04.12 25 1 12쪽
108 108화 23.04.11 27 1 12쪽
107 107화 23.04.10 25 1 12쪽
106 106화 23.04.09 27 1 11쪽
105 105화 23.04.08 26 1 12쪽
104 104화 23.04.07 28 1 11쪽
103 103화 23.04.06 26 1 11쪽
102 102화 23.04.05 31 1 13쪽
101 101화 23.04.04 27 1 12쪽
100 100화 23.04.03 29 1 12쪽
99 99화 23.04.02 28 1 13쪽
98 98화 23.04.01 29 1 12쪽
97 97화 23.03.31 26 1 11쪽
» 96화 23.03.30 27 1 11쪽
95 95화 23.03.29 27 1 12쪽
94 94화 23.03.28 26 1 13쪽
93 93화 23.03.27 29 1 14쪽
92 92화 23.03.26 31 1 13쪽
91 91화 23.03.25 2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