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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렌지 님의 서재입니다.

초능력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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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울오렌지
작품등록일 :
2012.09.09 23:13
최근연재일 :
2012.09.09 23: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4,989
추천수 :
258
글자수 :
235,604

작성
12.05.10 01:07
조회
677
추천
9
글자
8쪽

초능력 사냥꾼들 (9)

DUMMY

"이 사진은 어디서 구한 거죠? 제 집에서 나왔나요?"


"스텝이라는 사람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김상식은 여전히 일어난 채로 마리아를 내려다 봤다. 마리아는 표정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원래부터 흰 피부였지만 더 창백해졌다. 특히나 스텝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더욱 동공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스텝이란 자를 아십니까?"


마리아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혹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을 못 들은 건가 싶었다. 김상식은 한 옥타브 올려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려던 찰나,


"스텝이란 자를 아냐고 물었..."


"...알아요."


김상식의 입가에 알듯 말듯한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둘은 아는 사이였다.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요? 음...이 사진, 언제 찍었습니까?"


마리아는 뭐라고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함부로 잘못 말했다간 김상식이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모를 일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김상식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잘....기억이 안나요."


꽝! 김상식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이번에는 단순히 취조 분위기 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마리아를 몰아붙이기 위해 단단히 마음먹고 내리친 것이었다.


"말했죠? 이거 즉석 사진이라고! 바로 앞에서 찍어서 바로 사진 나온 거 그거란 말입니다! 그런 사진까지 주고 받는 사이인데 언제부터 알고 지냈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나 돼?"


"사진...사진이야, 다른 사람이 건네준 것일 수도 있죠!"


"...것일 수도 있죠? 핫... 그럼 누가 건네줬는데요?"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언제 찍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오래 전인 건 기억한다?"


"오래 전이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거죠."


마리아는 애써 담담하게 말했지만 음성은 여전히 떨렸다.


"직접 만난 적도 있었죠?"


"예, 뭐 몇 번 직접 만난 적도 있죠."


"스텝이란 사람이 뭐하던 사람인 줄은 아십니까?"


"회사원이었을 거예요."


이 물음에 김상식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스텝은 정보원 요원이었다. 당연히 그 정체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 김상식의 아내의 경우도 김상식이 무슨 일을 하는지 대강 짐작만 할 뿐이다. 본래 가족들은 정보원 요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자연스레 눈치채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가까운 가족들이다. 김상식의 처제조차 그가 정보원 요원이라는 걸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리아가 스텝을 가리켜 '회사원이다'라고 말한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연락하나요?"


"아뇨. 한 1년 전쯤인가부터 연락이 안돼요."


"그 전까지는 종종 연락하셨고?"


"아...네. 뭐 자주는 아니고 가끔.."


제법 아귀가 들어맞는 대답이었다. 실제로 스텝은 작년에 죽었으니까. 김상식은 그때를 생각하자 약간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마리아 씨가 외국 갔다왔다고 했죠?"


"예, 그런데요?"


"그걸 믿어보겠습니다. 그럼 언제쯤 돌아오셨죠?"


"음....한 2년 전쯤에 돌아왔어요."


"귀국한 기록이 없다는 게 좀 문제긴 한데... 좋습니다. 그렇다고 믿을게요. 그렇다면 스텝이란 사람을 만난 건 외국에서 돌아오기 전이 되겠군요."


"네?"


마리아는 순간 뭔가 자신이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아, 그렇잖습니까. 오래 전에 알고 지냈다는 게 뭐 고작 2년은 아닐 테고... 최소한 5년 정도는 잡아둬야 하지 않겠어요?"


"아, 네...네."


김상식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서 보일듯 말듯 미소를 지었다.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풀려가고 있다.


"현 체제가 들어설 때 즈음에 당신 행방이 묘연해졌어요. 거의 한 8년, 아니 9년.... 그렇다면 봅시다! 당신말을 토대로 스텝과 당신의 관계를 추적해보자면 이래요, 잘 들어요?"


마리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김상식을 외면했다. 김상식은 아랑곳 않고 말을 꺼냈다.


"당신이 기억이 안난다고 하지만은, 그래도 만난 시점을 뭐 5년에서 10년전으로 잡아둔다면 말입니다, 당신이 외국에 있었을 때도 연락했다는 뜻이 되겠죠?"


"그건...."


"우와....이거 대단한데요? 그래도 국가 최대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우리 종합정보원조차도 파악하지 못했던 신원을, 그 스텝이란 사람은 알고 있었단 뜻이잖아요?"


마리아는 이제 음성만 떨리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김상식은 그 모습이 측은했지만 더이상 여유부릴 시간도 없었다. 오히려, 더, 더 몰아붙여야 한다.


"저희가 아닌게 아니라 당신 말고 스텝의 신원도 확인했습니다."


마리아는 김상식의 눈을 재차 외면했다. 꽤나 허술해보였어도 요원은 요원이었다. 김상식의 질문은 하나하나 결코 헛되이 쓰이는 일이 없었다.


"근데 말이죠, 스텝은...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무슨 수로 당신과 연락을 했을까요?"


"그야...전화나, 이메일로..."


"아니, 내 말뜻을 이해 못하시나? 당신이 외국에 나가있는 상태에서 스텝과 교류를 했다고 했는데, 당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전화나 이메일을 때리냐구요. 안 그래요?"


애초부터 김상식은 이것을 노린 것일 수도 있겠다. 마리아는 철저하게 김상식이 쳐둔 덫에 걸린 것이다.


"말하자면, 당신은 외국에 나가기 전부터도 이미 스텝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이런 말이 됩니다. 아니면, 인터넷으로 알게 된 건가?"


마리아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김상식은 받아칠 것이었다.


"만약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였다면, 까짓 거, 이메일 기록 우리가 다시 살펴보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당신과 스텝 사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이였는지 더욱 잘 알 수 있겠군요? 우린 권한이 충분히 있어요. 아시죠?"


김상식은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오랜 신경전이 마침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면, 흠... 스텝과 직접 만났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한 말은 거짓 진술이 된다는 것이죠. 어떻습니까. 반박하실 수 있겠습니까? 당장 여기서 외국 가기 전에는 만난 적 없다고 말씀하셔도, 이메일 기록 까뒤집어서 아무것도 안 나와있으면 게임 오버입니다?"


마리아는 고개를 숙였다.


"...예, 외국으로 가기 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예! 진작 그렇게 밝히셨어야죠!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것 질문! 당신은 왜 스텝과 관계를 그토록 숨기셨습니까?"


"예?"


"아, 왜 숨기셨냐구요. 말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난....난..."


"밝히긴 어려운 관계인가 봐요?"


김상식은 더욱 더 짖궂게 몰아붙였다. 마리아의 몸떨림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스텝이란 사람한테 무슨 죄라도 졌습니까?"


"무슨 소리예요!"


"스텝이란 사람도 불러봐야 하나? 그래야 확실해지겠네.. 직접 대면하시면 더 확실해질 거 아니에요?"


"스텝 씨의 신원...조사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그랬는데요?"


"그 사람, 지금 만날 수 있나요?"


김상식은 마리아의 달라진 태도에 약간 당황했다. 이 여자가 왜 이러나 싶었다. 아니, 그 정도로 중요한 관계였단 말인가.


"뭐..저, 절차만 밟는다면야 만날 수 있겠죠?"


김상식은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더 마리아를 떠보기로 했다.


"만나고 싶으신가요?"


"...만나게 해주세요!"


마리아는 이제 거의 간청이라도 하듯이 김상식에게 애타게 외쳤다. 김상식도 이건 보통 일이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스텝과 마리아의 관계를 이용해서, 마리아에게는 악랄할 수도 있을 테지만, 어쩌면 모든 걸 밝힐 수 있는 수를 생각해내려 애쓰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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