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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당한 대통령이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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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의하늘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0
최근연재일 :
2024.07.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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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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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13쪽

4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1)

DUMMY

무천시의원에 당선된 지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학원을 그만뒀고, 금품갈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갑수는 이정태 의원의 증언 덕분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로 김갑수는 원정 시장은 물론이고 건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원정사거리 삼겹살집 복덩이.


“김강국 의원님한테도 문자 왔죠?”

“네, 이번에 당선된 시의원들 전부 다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죠? 양쪽 모두 비슷한 시간에 오라고 연락이 왔으니.”


이정태 의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분위기가 어떨지, 둘 다 가보죠.”

“네?”

“각자 따로 가보자고요.”


그렇게 이정태 의원과 나는 각자 다른 곳에서 벌어진 시의원 당선 축하 자리로 향했다.




*******




그날 저녁, 무천시 ‘가 선거구’의 연미 시장에 있는 연미식육식당에 나를 포함한 열다섯 명의 무천시원들이 모였다.


“여러분, 3대 무천시 의원이 되신 걸 축하 인사 드립니다. 저는 연미 시장 상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충선입니다.”


3선에 성공한 50대 초반의 김충선은 상당한 규모의 연미식육식당 사장이다.


길게 이어진 테이블에서는 1등급 한우가 익어갔고, 시의원들 손에는 술잔이 들려 있다.


“고된 선거를 치르고 무천시의회에 입성하게 된 것을 다 함께 자축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가진 게 고기밖에 없어서 조촐하게 한우로 준비했습니다. 정육점에 있는 한우가 다 내 거다 생각하고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김충선의 너스레에 시의원들이 잔을 높이 들었다.


“김충선 의원님 덕분에 번번이 행복합니다.”

“김갑수 의원이 그딴 식으로 뒷돈을 챙기는 줄 알았으면 회식도 여기서 하는 건데 말입니다.”

“건물주에 시의원까지 한 양반이 할 짓이 없어서 세입자 등골이나 빼먹고······ 쯔쯔쯧!!”


끈 떨어진 신세가 된 김갑수가 사람들의 입 안에서 한우와 함께 잘근잘근 씹혔다.


분위기를 보니 이 자리에 모인 무천시의원들은 김충선과 가까운 듯했다.


하긴 시의원에 출마할 정도면 끼리끼리 먹고살 만한 사람들일 테니까.


“김강국 의원님이시죠?”


김충선이 술잔을 채우면서 세상 친절한 표정으로 옆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유 없이 술과 고기를 대접하는 사람은 없다.


나뿐만이 아니라 자리에 모인 시의원들도 김충선 의원의 목적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시의회가 열리면 가장 먼저 시의장과 부의장을 비롯해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뽑아야 한다.


이른바 의장단 구성이다.


지금 김충선은 무천시의회의 시의장이 되기 위해서 표를 모으는 중이다.


“김강국 의원님 덕분에 무천시의회가 한결 젊어졌습니다. 어디는 이십 대 시의원도 있다던데, 그건 너무 어리잖습니까? 의원님처럼 서른두 살은 돼야 세상 물정도 좀 알고······.”


내게 바라는 세상 물정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겠다만 나는 1등급 한우나 먹고 갈 생각이다.


“김강국 의원님, 모쪼록 무천시의회와 무천시를 위해서 성실한 의정활동 부탁드립니다.”


김충선이 진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멘트를 기름지게 내뱉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제가 무천시장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김충선의 말이 거짓이고 위선이라는 게 빤히 느껴졌지만 일단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나이 어린 초선이 싸가지 없는 놈을 자처할 필요는 없으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배 의원님께서 이끌어주십시오.”


동방예의지국의 시의원답게 고개를 돌려 술잔을 비우고 잔을 채워서 김충선 의원에게 건넸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그래요, 저도 잘 부탁합니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의회 의장’ 이야기가 나왔다.


“3대 무천시의회의 전반기 의장은 김충선 의원님이 하시는 게 맞겠죠?”


6월에 치러진 선거가 ‘제2회’인데 무천시의회가 3대인 이유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전에 전국지방선거가 한 번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을 각각 3월과 6월에 선출했기 때문에 ‘동시’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실제로 지방의원을 선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선 수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김충선 의원님이 적임이시죠. 바로 의장 후보에 등록하세요. 의원님 빼고 이 자리에 모인 표가 벌써 열네 장입니다.”

“까짓것 세 표만 더 있으면 당선 아닙니까? 등록이 바로 당선이라니까요. 하하하.”

“어허! 제가 무슨······.”


김충선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시의회도 전반기와 후반기로 회기가 나뉜다.


그래서 의장과 부의장도 회기에 따라 두 번 선출한다.


무천시의원이 35명이니까 두 명이 의장에 출마할 경우 나머지 33명의 과반수, 즉 17명의 표를 얻으면 의장이 된다.


부의장도 동일한 방식으로 뽑는다.


그러나 의회운영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행정복지위원장, 건설교통위원장 등의 4개 상임위원장은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뽑는다.


의장과 부의장을 제외한 33명의 시의원 모두가 후보가 되는 동시에 투표권을 갖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과반이 넘어야 당선이 된다.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는 정당 공천이 생겼기 때문에 시의회의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의장단을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인 투표를 하는 게 관행이 됐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당 공천이 없는 상황에서는 개인적으로 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자리에 모인 시의원들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한우와 술은 김충선이 시의장으로 가는 표 값이다.


“강용준이 아무리 애써봤자 어림없습니다. 전반기는 의원님이 하시고, 후반기 때 강용준이 하든 조성호가 하든 알아서 하라고 하고.”


재선 의원 중 한 명이 한우 한 점을 기름장에 푹 찍으면서 말했다.


강용준과 조성호 역시 3선에 성공한 무천시의원이다.


선 수가 높은 의원이 시의장에 출마하다 보니 3선 의원 세 명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시의장을 누가 먼저 하든 무천시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이야 다 같지 않겠습니까? 선거하느라 애썼다고 자축하자는 자립니다. 골치 아픈 소리는 그만들 하시고, 고기나 실컷 들어요. 가만 보자, 오늘 육사시미가 어떤가 모르겠네.”


시의원들의 추대에 한껏 들뜬 김충선이 테이블마다 육사시미를 돌렸다.


“오늘 소 한 마리 제대로 잡아보자고.”


김충선 의원 앞에 14표가 모였으니까 세 표만 더 확보하면 시의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는 일 더하기 일의 산수가 아니다.


일단 나는 김충선을 시의장으로 뽑을 생각이 없으니까, 여기 모인 표에서 마이너스 일.


나란히 앉은 재선 의원 두 명은 김충선을 시의장으로 추대하자고 말하면서도 한우에만 진심이 느껴진다.


무천시의회의 전반기 시의장을 노리는 강용준 의원이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보낸 첩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또다시 마이너스 이.


이제 김충선이 시의장이 되기 위해서 추가로 확보해야 할 표는 여섯 장으로 늘었다.


그런데 김충선은 왜 시의장이 되고 싶어 할까?


그건 시의장의 권한과 혜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의장은 시의회의 대표권과 회의 운영권을 갖고 행정업무와 관련된 각종 요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시장 다음으로 의전서열 2위이기 때문에 대외행사와 다양한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인지도는 차기 선거에 효과적이고 중앙정치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 된다.


뿐만 아니라 시의장에게는 수행비서와 관용차, 업무활동비가 지급된다.




*******




다음 날 오전 11, 원정사거리 삼겹살집 복덩이.


이정태 의원과 김치찌개에 밥을 먹었다.


이 집 김치는 충남 당진에 사는 이정태 의원의 어머니가 매달 새로 담가서 보낸다.


그래서 배추의 아삭한 식감도 좋고, 신 김치로 끓인 김치찌개도 일품이다.


“일부러 점심때마다 약속을 잡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자꾸 신세를 집니다.”


삼겹살집이 점심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만나야 하기 때문에 11시에 만나다 보니 늦은 아침을 이곳에서 먹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의원님 덕분에 가겟세도 다운되고 건물주 갑질도 없어졌는걸요. 그래서 건물 세입자들이 의원님께 신세 갚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이 건물에 PC방이랑, 생맥주집, 치킨집, 심부름센터 있는 거 아시죠? 의원님은 무조건 공짜니까 시키실 일 있으면 언제든 오시랍니다.”

“시의원도 공직이라 공짜 좋아하면 문제 생겨요. 말씀만 들어도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러지 마시고 여기 사람들 성의를 생각해서 한 번씩 들러주세요. 혼자 가기 뭐하시면 저랑 같이 가셔도 되고요. 3층에 마사지 가게도 있어요. 이상한 데 아니고 순수하게 마사지만 받는 곳이니까, 피곤하실 때 꼭 들러보세요.”


다른 곳은 몰라도 심부름센터는 들러봐야겠다.


나의 약점은 철저히 숨기고 타인의 약점을 무기 삼아야 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그런 점에서 똘똘한 심부름센터가 내 뒤를 받쳐준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다행히 심부름센터 사장이 어떤 인물인지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알고 있다.


그가 어떤 인간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조만간 그가 필요한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시의장 건부터.


“어제 다녀온 데 분위기는 어땠어요?”

“의원님 말씀처럼 강용준 의원도 시의장이 될 생각으로 의원들을 불렀더라고요.”

“몇 명이나 모였죠?”

“정동에 있는 강용준 의원 중국집에 모였는데, 강용준 의원까지 포함해서 열세 명이요.”


어제 연미정육식당에 모인 시의원들 중에서 김충선에게 표를 던질 의원은 열한 명이다.


여섯 명의 지지가 더 필요한 상황.


그에 비해 강용준에게 모인 의원들은 열두 명이다.


그중에 이정태 의원을 빼면 열한 명.


거기에 연미정육식당에 있던 재선 의원 둘을 더하면 열세 명.


그런데 그곳에 모인 시의원 중에도 김충선의 스파이가 끼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역시 강용준의 분위기가 궁금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강용준도 시의장이 되기 위해서 다섯 장이나 여섯 장의 표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 어느 곳에도 가지 않은 의원들이 일곱 명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혹시 그 사람들은 조성호 의원 쪽으로 모였을까요?”


이정태 의원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닐 겁니다.”


조성호 의원은 역대동에서 상당한 규모의 초등부와 중등부 보습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다.


경쟁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조성호 의원은 학원생이 늘더라도 학원을 확장하지 않았다.


덕분에 작년에 터진 IMF로 원생이 줄고, 학원비 수납이 밀렸을 때도 문제가 없었다.


“조성호 의원은 경쟁을 좋아하지 않아요. 시의장을 놓고 경쟁하는 대신 전반기 부의장을 맡으려 할 겁니다.”


전생의 3대 무천시의회에서는 김충선과 조성호가 의장과 부의장을 맡았다.


그리고 4개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도 김충선 의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시의회가 의장단을 구성하고 가장 먼저 들른 곳이 박문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한다.


여섯 명의 의장단이 박문술 의원 앞에서 애완견처럼 꼬리를 흔들고 머리를 조아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럼 우리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요?”

“일단 김충선은 시의장으로 부적격이에요.”


김충선은 시의회에서 배정한 연미 시장 활성화 예산을 뒤로 빼돌리고 있다.


그가 시의원이면서 연미 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충선과 친분이 있는 무천시장은 그걸 알게 되더라도 적당히 눈감아줄 것이다.


연미 시장과 주변에 미치는 김충선의 영향력이 자신의 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박문술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근무한 덕택에 알게 된 사실이다.


“김충선 의원은 연미 시장에 투입되는 무천시 예산 중 일부를 횡령하고 있어요.”

“네?? 그걸 어떻게?”

“일전에 박문술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소개한 사람이 알려줬어요.”


이정태 의원에게 대충 둘러댔다.


“그럼 역시 강용준 의원을 밀어주는 게 좋을까요?”


강용준 의원은 딱히 문제가 없었다.


나와 이정태 의원이 강용준을 지지하고 김충선의 비리를 흘리면 그가 시의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전반기 시의장으로 강용준을 밀어야 하나?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초선이라고 시의회 의장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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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2) +6 24.05.10 1,879 49 12쪽
» 4화. 분란은 의장단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1) +8 24.05.09 2,144 49 13쪽
3 3화.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죠 +7 24.05.08 2,198 57 13쪽
2 2화. 세상에는 ‘갑’이 너무 많아 +3 24.05.08 2,493 56 11쪽
1 1화. 목표가 달라졌으니 다르게 걷는다 +5 24.05.08 3,323 6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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