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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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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이
작품등록일 :
2023.06.04 10:03
최근연재일 :
2023.06.16 11:0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658
추천수 :
40
글자수 :
93,016

작성
23.06.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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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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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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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천잠사의(天蠶絲衣)

DUMMY

“휴우-.”


중혁은 아무도 없는 산속 동굴 앞에서 경공을 멈추었다.

동굴 안에 들어가 경매로 구입했던 소형 대다나리진을 꺼냈다.


“어디 보자.”


중혁은 우선 설명이 적힌 책부터 읽었다.

소형 대다나리진은 천간지와 십이지의 순서를 교차하여 육십 가지의 설치 방법이 있었다.

각 설치 방법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서 정확한 방향을 밟아야 진에 입장할 수 있다.


중혁은 책에 적힌 설치법에 따라 소형 대다나리진을 설치하고 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진 안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늑대 가면이 자신을 계속 추적하는 지를 확인했다.

중혁은 진 안에서 머무는 동안 붉은 머리의 시체에서 챙긴 무공서를 살펴보았다.


“묵염신공(墨炎神公)이라.”


붉은 머리가 가지고 있던 책은 묵염신공이란 공법서였다.

묵염신공을 사용하면 내력을 묵빛의 화염으로 바꾸어 주먹이나 무기 등에 담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대단하군.”


묵염신공의 무공서를 읽던 중혁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 질렀다.


묵염신공의 위력은 보통의 화계 속성의 공법과 비교해 월등하게 강했다.

단,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려면 기를 발산하는 검사의 경지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붉은 머리 남자의 경지가 일류에 불과해 중혁은 검기 없이도 그를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거 어쩌면......’


무공의 성취가 오르면 이 묵염신공을 다른 곳에도 활용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중혁은 대다나리진 안에서 1주일 동안 묵염신공을 연마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긴 어디지?”


동굴에서 나온 중혁은 그제야 주변을 살폈다.

묵염신공을 익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주변을 살피는 것도 잊고 있었다.


‘익숙한데.’


산 아래로 보이는 낯익은 풍경이 중혁의 과거를 떠오르게 했다.


“아하-!”


이곳은 바로 진천장과 가까운 운현마을의 뒷산이었다.

정신없이 도망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곳까지 다다른 것이다.


‘한번 들러볼까?’


일주일간 영단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 출출했던 중혁은 과거도 회상하고 오동반점의 만두도 사 먹을 겸 운현마을로 내려갔다.


‘진천장을 떠난 지도 어언 삼 년.’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거리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왠지 정겹고 고향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가 감상에 젖어있던 중혁을 깨웠다.


“저놈, 천중혁이 아냐?”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돌아보자 거기엔 검은 무복을 입은 진천장의 제자 여덟과 적 장로가 보였다.

장로 외 제자들은 가슴팍에 세 개의 붉은 띠가 있는 걸로 봐선 일대제자 들이었다.


“맞네. 장로님 저놈이 천중혁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도망치지 못하게 어서 포위하라.”

“예.”


적 장로의 명에 따라 진천장 제자 여덟이 천중혁 주변을 에워쌌다.

중혁은 그런 이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뒤짐을 진 채로 이들을 살폈다.

그리고 반가운듯한 표정으로 적 장로에게 말했다.


“오호-, 네가 죽은 악 장로를 대신해서 집법당 당주까지 맡았구나.”


중혁의 하대에 적 장로가 노해 일갈했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뭐라? 지금 날 보고 너라고 그랬느냐! 같은 동문을 해하고 도망치더니 무서운 게 없는 모양이구나.”


중혁은 오랜만에 만난 진천장의 문도들과 괜한 다툼을 하기 싫었다.

그래서 도기공으로 감춰뒀던 자신의 경지를 개방하며 말했다.


“이래도 내가 아직 진천장에서 네 밑에 있을 때와 같아 보이느냐? 사문의 정을 두어 내 너를 벌하지 않을 터이니 그냥 돌아가거라.”


중혁의 경지를 느낀 진천장 제자들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적 장로의 눈치만 살폈다.


“흥, 이런 수로 악 장로를 해한 것이구나. 어디서 얄팍한 사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냐! 내 오늘 네놈을 전천장으로 데리고 가기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


적 장로가 중혁을 마주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쯧-, 내 기회를 준다 해도......어디 이걸 보고도 네가 덤빈다면 직접 상대해 주겠다.”


중혁도 적장로를 마주 보고 꺼내든 흑랑아에 거뭇거뭇한 묵빛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일전의 붉은 머리보다 경지가 높았던 중혁의 검기는 일반인의 눈에도 또렷이 보일 정도였다.


“거, 검기?”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제자 한 명이 놀라 소리쳤다.

검기는 일류 이상의 경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다.

그 말인 즉 지금 중혁이 드러낸 일류의 경지가 거짓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상식을 넘어선 일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건 적 장로도 마찬 가지였다.

그 짧은 시간 중혁이 일류의 경지에 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흥-, 그동안 어디서 잡기를 익혔나 본데. 내 그런다고 겁먹을 줄 아느냐? 어디 삼류 잡배 주제에 일류 흉내를.”


적 장로는 인상을 쓰며 중혁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부우웅-.


중혁은 적 장로의 일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흑랑아를 들어 올려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적장로의 검을 향해 휘둘렀다.


스겅-.


흑랑아가 지나간 자리로 적 장로의 검이 종이 잘리듯 베어져 나갔다.

그제야 적 장로는 상대가 진정한 일류의 경지임을 깨달았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중혁의 흑랑아가 적 장로를 위에서 아래 반으로 갈라버린 후였다.


푸와아아아-.


적 장로의 몸이 좌우로 갈라지며 피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까아아아아-!”


분수처럼 쏟아지는 검붉은 선혈에 마을 아녀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챙, 챙, 채체챙-.


중혁을 에워싸고 있던 진전장의 제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구었다.


“저, 저희가 고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수를 하였습니다.”


그들은 단체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다 조아리고 말했다.


“고개를 들어라. 이미 내 의사를 알렸듯 덤비지만 않으면 동문의 정을 두어 먼저 공격하진 않겠다.”


그제야 일대 제자들은 무릎 꿇은 자세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중혁이 그들 중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진천장에서는 아직도 날 쫓고 있느냐?”


“......예, 한 달에 한 번 집법당에서는 주변 마을을 돌며 선배님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눈이 마주쳤던 제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사실대로 중혁에게 고했다.


“그렇다면 이리하자. 너희는 다시 진천장에 돌아가 장문인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내 그래도 과거의 사문이었던 진천장에 해가 되는 일을 삼갈 터이니 날 더 이상 찾지 말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과거 11년을 지내왔던 진천장과의 모든 인연을 끊는 순간이었다.

말없이 돌아서려는데 문득 진천장에서 유일하게 친분이 있었던 연덕산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예야. 혹시 연덕산이라 아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


“덕산이는 최근 이대제자로 승급하여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예기를 들은 중혁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감돌았다.

중혁은 진천장 제자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홀로 오동반점을 찾았다.

부드러운 고기 속과 생강향 그리고 풍부한 육즙까지.

오래되어도 오동반점의 만두는 변함이 없었 맛있었다.


* * *


그날 이후 중혁은 북동 쪽을 향했다.

호북, 하남, 섬서 등 무림의 중심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중혁은 긴 여정을 떠나며 전국에 유명한 명소들을 두루 방문하였다.

그러다 나룻배 장식 속의 녹색액체가 차오르면 이와 같은 패를 걸어 두고 장사를 했다.


-상급 이상의 영단 제조비법, 상승 무공, 특급 이상의 무기와 방어구 등 희귀 물품을 구매 또는 영약과 교환합니다.


중혁이 귀주와 사천, 운남이 만나는 경계지역의 강천이란 마을을 지날 때였다.


“저, 저기 혹시 이 보호의도 거래가 가능하겠소?”


허름한 차림에 손을 심하게 떠는 남자였다.

눈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고, 심한 술냄새가 사방으로 풍겼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를 술 주정뱅이 거지로 알고 좇아 냈겠지만, 중혁이 보기에 남자가 가지고 온 보호의는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이거 어디서 난 것이오?”


그러자 거지가 불안한 듯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흥, 그것이 중요하오?”


화난 듯 말했다.


“아니지요. 돈과 영약 무엇을 원하시오.”

“돈이오 돈. 이 정도면 얼마를 받을 수 있겠소?”


중혁이 보기에 이 보호의는 못해도 금전 천냥은 되어 보였으나.

이 남자는 그 값어치를 전혀 모르는 듯했다.


“금전 백 냥 어떻소.”


중혁의 말에 남자가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그, 그렇게나 많이 말이요. 어서 바꿔 주시오.”


중혁은 금전 꾸러미를 남자에게 지급했고 남자는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곳을 떠났다.


‘어디서 난 물건일까?’


남자의 행동이 수상했던 중혁은 남몰래 그의 뒤를 쫓았다.

남자는 곧장 근처에 있는 도박장을 향했다.


‘평범한 노름쟁이였나?’


남자의 목적지를 확인한 중혁이 가판으로 돌아가려는 데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네, 네 놈이 감히 우리 가문의 보배를 털어!”


하늘색 비단옷을 입은 훤칠한 남자가 조금 전 중혁과 거래를 마친 남자의 멱살을 양손으로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아, 아니야 나, 나는.”


노름쟁이 남자는 부인했지만 곧 꼬리가 잡혔다.

상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의 몸에서 금전 꾸러미가 땅에 떨어졌다.


챠그르르륵-.


시장 바닥에 떨어진 금전꾸러미를 발견한 비단옷의 남자는 더욱 강하게 노름꾼을 추궁했다.


“저것이 어디서 난 것이냐? 어서 말하라고!”


그제야 노름쟁이는 할 수 없이 모든 것을 실토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 옷을 팔아 대가로 받은 돈입니다.”


“뭐! 천잠사의(天蠶絲衣)를 팔아! 그것도 겨우 저 푼돈으로 말이야.”


남자는 씩씩거리며 주정뱅이 노름꾼을 노려 보았다.


“당장 앞장서. 이런 날 강도 같으니라고. 어디 남의 집 가보를 이따위 헐 값에 사가다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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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비밀 경매 (1) +2 23.06.13 117 2 9쪽
16 이류 초기의 경지 (3) 23.06.12 109 2 10쪽
15 이류 초기의 경지 (2) 23.06.12 112 1 10쪽
14 이류 초기의 경지 (1) 23.06.11 114 2 10쪽
13 녹변안(綠變顔) (3) 23.06.11 118 1 10쪽
12 녹변안(綠變顔) (2) 23.06.10 111 2 9쪽
11 녹변안(綠變顔) (1) 23.06.10 118 3 10쪽
10 성화교환시장(成和交換市場) (2) 23.06.09 120 2 10쪽
9 성화교환시장(成和交換市場) (1) 23.06.09 127 2 9쪽
8 서고 지기 23.06.08 131 2 11쪽
7 이대제자 23.06.08 128 1 10쪽
6 영단 복용 23.06.07 137 1 9쪽
5 흑랑아(黑狼牙) 23.06.06 132 2 10쪽
4 은마상점(恩馬商店) 23.06.05 143 2 10쪽
3 갈색 괴물 23.06.05 147 2 11쪽
2 선도견문록(仙道見聞錄) 23.06.04 159 2 10쪽
1 나룻배 장식 목걸이 23.06.04 21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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