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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영약화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땅아이
작품등록일 :
2023.06.04 10:03
최근연재일 :
2023.06.16 11:0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657
추천수 :
40
글자수 :
93,016

작성
23.06.05 07:00
조회
146
추천
2
글자
11쪽

갈색 괴물

DUMMY

“어!?”


중혁은 놀랬다.

눈 부신 초록빛 섬광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여기가 어디지?’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 주위에는 형형색색의 꽃과 풀, 나무들로 가득한 동산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아름답다.”


자신도 모르게 감탄할 만큼 아픔다운 화원이었다.

화원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모든 식물들은 마치 솜씨 좋은 정원사가 관리한 듯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저 길을 따라 앞으로 가라는 것인가?’


중혁의 앞에는 동산을 따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나 있었다.


“이럴 수가!”


그 길을 따라 걷던 중혁이 다시 한번 놀랐다.


“여, 여긴 영약의 화원이다.”


주위에 피어 있는 풀잎과 꽃잎에서 피어나는 영롱한 기운과 코끝이 쌉쌀해지는 향기.

그 옆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상쾌하고 활력이 도는 이 느낌.

대부분 처음 보는 식물들로 가득했지만 이 모든 게 영양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중혁도 잘 알고 있는 영약들이 보였다.


“저것들은 은철과(銀鐵果), 향미화(鄕味花), 삼삼수(森森樹)......”


이 모두가 무림에서 알려진 하급 영약들이다.


‘이것들 말고 혹시?’


중혁은 여기저기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 중혁의 시선이 세 곳을 향했다.


“역시 있었어!”


그의 입이 쩍 하니 벌어졌다.


일부 극 상품의 영약들을 제외하고는 자연 그대로의 영약을 섭취해 봐야 무림인에겐 큰 효과가 없다.

자양강장의 효과만 있을 뿐.


특수한 비법으로 단약을 만들어야 무림인들이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중 중혁이 잘 알고 있는 소청단의 주요 재료 세가지가 이곳에 있었다.


“허허, 육향화(肉香花), 삼당초(參糖草), 화영삼(華瑛蔘)까지 있다니.”


중혁의 주변에는 대충 보아도 소청단 수십 알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영약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화원 전체에는 어느 정도의 양이 있을까?

상상조차 어려웠다.


이 세 가지 영약 말고는 소청단에 필요한 재료들은 주변 약방이나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들만 가지고만 갈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소청단을 마음껏 만들 수 있다.


가슴이 쿵쾅쿵쾅 마구 뛰었다.

그토록 바라던 무공의 경지를 뛰어넘을 길이 보였다.


중혁은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육향화로 향했다.

육향화의 꽃은 자주색인데 그 이름답게 꽃에서 고기냄새가 난다.

별다른 도구가 없었던 중혁은 육향화의 뿌리를 손으로 캐어냈다.


육향화의 꽃에는 마치 기름이 발려져 있는 듯 미끈미끈거렸다.

중혁은 육향화를 소중히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르르륵-.


뭐지!?


중혁은 급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갈색의 키 작은 괴물들이 서 있었다.


괴물은 끝이 삐죽하고 기다란 귀와 커다란 매부리 코를 가지고 있었다.

쭈욱 찢어진 입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젠장.”


중혁은 육향화 채취에 잔뜩 정신이 팔려 괴물이 다가오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중혁과 눈이 마주친 괴물은 곧장 새하얀 이빨을 번득이며 그에게 뛰어들었다.


크아아아-!


다급했던 중혁은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옆으로 몸을 날려 괴물의 공격을 피했다.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바닥을 한 바퀴 구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갈색 괴물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만약 다른 무림인이 봤다면 나려타곤(懶驢打滾)의 수법이라며 놀렸겠지만.

중혁에게는 체면보다 자신의 목숨이 중요했다.


그르르르륵-.


놈은 중혁을 노려보며 다시 공격을 하기 위해 달려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중혁의 목을 물어뜯을 기세로 뛰어올랐다.


“제기랄.”


중혁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무림의 문파에서 10년간이나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마땅한 초식이 하나도 없다니.


드디어 삼대제자에서 벗어날 방법이 생겼는데.

이데로 죽을 순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르는 갈색 괴물을 향해 무작정 주먹을 내 질렀다.


퍼억-.


막무가내로 휘두른 그의 주먹이 괴물의 머리를 가격했다.

괴물의 뛰어오르던 힘과 합쳐진 중혁의 일격에 괴물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이때다.’


중혁은 곧장 쓰러진 괴물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괴물을 얼굴을 향해 수차례 주먹을 반복해서 내리찍었다.


퍽, 퍽, 퍼억-.

끼륵, 끼륵, 끼이이익-.


괴물은 고통스러웠는지 괴상한 소리를 내며 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렸지만.

중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괴물의 팔 위를 계속해서 내리쳤다.


그렇게 한참을 공격하자 뼈가 부러졌는지 괴물의 팔이 흐물흐물해지면서 아래로 추욱 처졌다.

얼굴을 가리던 팔이 사라지자 공포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괴물의 얼굴이 보였다.


중혁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살려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지워 버렸다.


적은 제압할 수 있을 때 확실히 제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살아온 방법이다.

언제 뒤에서 칼 맞을지 모르는 세상이었다.

‘내가 살려줬으니까, 도와줬으니까 날 공격하지 않을 거야’ 따위의 나약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퍽, 퍽, 퍽, 퍼억-.


얼마나 내리쳤을까?

중혁은 괴물의 얼굴에 주먹을 수십 번 퍼 부운 후에야 멈추었다.

괴물의 얼굴은 완전히 함몰되어 그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죽었는지 더 이상 아무 미동 조차하지 않았다.


후우-.


중혁은 괴물에게서 내려와 옆에 잠시 누워 한숨을 내 쉬었다.

싸움이 끝이 났지만 아직도 손발이 떨리고 있었다.

처음 해 본 목숨을 건 싸움에 큰 피로감을 느꼈다.


‘이런 괴물이 더 있을까?’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른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중혁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다리를 펴고 앉았다

잠시 하늘은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번쩍-.


목에 있던 나룻배 목걸이 장식 공중에 떠오르더니 이번에는 새하얀 섬광이 터져 나왔다.


* * *


‘조금 전 그 상황은 모두 꿈이었던가?’


밝은 섬광이 사라지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중혁은 자신의 방 안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중혁은 제일 먼저 자신의 안 주머니를 확인했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미끌미끌한 느낌.

주머니 속에는 주황색의 육향화가 들어 있었다.


‘그렇다는 건.’


영약의 화원에서 겪었 던 일이 모두 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 떠오른 것은 아직까지 그곳에 남아있는 영약들이었다.

아까웠다.

수천 개의 소청단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다시 갈 수는 없을까?’


중혁은 고개를 숙여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

나룻배 장식은 그가 처음 발견했을 때와 같이 장식 전체가 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추측 건데 초록색 액체를 소모하여 영약화원에 머물 수 있는 듯했다.

초록색 액체는 운청기공을 운기 하면 다시 모을 수 있다.


“하하,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중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중혁이 영약의 화원에서 보낸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1 각이 조금 못 되는 정도였다.


‘그곳으로 떠나기 전 배 속에 액체는 대략 10분의 1이 차 있었다.’


액체가 모두 차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한 시진 정도는 머물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배 속 액체를 10분의 1을 모으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일.

그렇다면 다 모으는 데는......


“한 달 뒤 다시 떠난다.”


중혁은 방에 홀로 앉아 주먹을 꽈악 쥐었다.


* * *


그날 이후 중혁은 영약 화원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한 달이란 시간이 있는데, 그 전과 똑같이 영약 화원으로 갈 순 없는 일이다.


먼저, 체력단련에 들어갔다.

그곳에 만났던 갈색 괴물.

그런 것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마음 같아서는 무공을 수련하고 싶었지만, 삼대제자였던 그에게 운청심법 외의 무공을 익힐 방법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중혁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인시 새벽에 깨어나 진천장 뒷산을 올랐다.

연무장을 갈 수도 있었지만, 다른 사형제들의 견제와 방해만 있을 뿐.


“헉, 헉, 헉-.”


그동안 너무 게을렀던 것인가?

1 각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숨이 차올랐다.

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해 보니 이 핑계 저 핑계로 일과 전후로 연무장에 가지 않은 게 삼 년은 넘은 듯했다.


“어이쿠-.”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의 시간이라 돌부리나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걸려 자주 넘어졌다.

진청장의 뒷산인 오례산은 특히 나무가 우거져 더욱 중혁의 산행을 방해하였다.


‘경치라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무리 산을 올라도 나무와 바위 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그저 앞만 보고 산 위를 향했다.

나무에 가려져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대략 정상까지 절반정도 올라왔을 때.


데에엥, 데에엥, 데에에엥-.


진천장 쪽에서 세 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이 종소리는 묘시를 알리는 종으로 지금 내려가야 일과에 지장 받지 않고 업무를 준비할 수 있다.

중혁은 아쉽지만 그곳에서 걸음을 돌렸다.


* * *


“곽사형, 오셨습니까?”

“어, 그래. 오늘도 누가 찾으면 날 불러.”

“예, 알겠습니다.”


영약당에서의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매일 진시가 되기 전에 약제실에 도착해서 청소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 후부터 찾아오는 사람들이 필요한 약제를 찾아 주는 일이 전부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약재가 대량으로 도착하는데 그날만 들어온 약재를 분류하고 필요한 약품들을 만들어 낸다.

간혹 재료를 들고 와 단약 제조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중혁은 일과의 대부분을 대기하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쓰으읍, 후우우, 쓰으으읍, 후우우우-.


중혁은 오늘부터 이러한 자투리 시간에 운청기공을 운기 했다.


속도가 느린 하급 공법이었던 운청기공의 수련 방법은 다른 상승 무공과는 다르게 그리 까다롭지 않다.

다양한 자세에서 내공을 운기 할 수 있고 또 운공 중 갑자기 멈추어도 크게 지장이 없었다.


그래서 중혁은 자리에 앉은 가부좌가 아니라 마보 자세를 취한 채로 운기조식에 빠졌다.

이 자세가 내공 수련에 효과도 좋고 하체도 같이 단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끼이이익-.


운기 조식 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중혁은 운공을 멈추고 눈을 떴다.

그리고 제7약제실을 찾은 사람을 맞는다.


“어떻게 오셨는지요?”


간혹 서로 얼굴을 모르는 두 문도들끼리 만나게 되면 가슴팍에 있는 직위 표식을 확인할 때까지 쭈뼛쭈뼛한 경우가 많은데.

삼대제자인 중혁은 그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저 문을 통해 들어온 모두에게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공손하게 대했다.


“연공 하다 넘어져 피가 나서 그러는데 금창약(金瘡藥) 좀 줘봐.”


중혁보다 다섯 살 어린 이대제자 철영삼이었다.

중혁은 그런 그에게 진천장에서 만든 금창약과 다른 약초 하나를 건넸다.


“철사형, 여기 금창약과 다친 부위 부기를 빼 준다는 냉하초(冷夏草)입니다. 잘게 으깨어서 금창약을 바르고 난 뒤 덧 데워주면 좋을 것입니다.”


중혁의 태도는 평소와 같이 공손하기 그지없었지만, 더 이상 그가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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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류 초기의 경지 (3) 23.06.12 109 2 10쪽
15 이류 초기의 경지 (2) 23.06.12 112 1 10쪽
14 이류 초기의 경지 (1) 23.06.11 114 2 10쪽
13 녹변안(綠變顔) (3) 23.06.11 118 1 10쪽
12 녹변안(綠變顔) (2) 23.06.10 111 2 9쪽
11 녹변안(綠變顔) (1) 23.06.10 118 3 10쪽
10 성화교환시장(成和交換市場) (2) 23.06.09 120 2 10쪽
9 성화교환시장(成和交換市場) (1) 23.06.09 127 2 9쪽
8 서고 지기 23.06.08 131 2 11쪽
7 이대제자 23.06.08 128 1 10쪽
6 영단 복용 23.06.07 137 1 9쪽
5 흑랑아(黑狼牙) 23.06.06 132 2 10쪽
4 은마상점(恩馬商店) 23.06.05 143 2 10쪽
» 갈색 괴물 23.06.05 147 2 11쪽
2 선도견문록(仙道見聞錄) 23.06.04 159 2 10쪽
1 나룻배 장식 목걸이 23.06.04 21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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