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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영약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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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이
작품등록일 :
2023.06.04 10:03
최근연재일 :
2023.06.16 11:0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659
추천수 :
40
글자수 :
93,016

작성
23.06.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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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영단 복용

DUMMY

삼일 후.

중혁은 제7약제실에 혼자 있었다.

소청단을 연단하는데 대략 걸리는 시간은 세 시진.

한 번에 세 알 정도를 동시에 연단 가능했다.


영약화원을 다녀온 후 이틀 동안 곽만철이 돌아가고 약 여섯 알의 소청단을 완성했다.


‘시도해 볼까?’


중혁은 어제저녁 여섯 알의 소청단을 복용해 볼까 하다 관두었다.

단약은 주로 다음 경지로 오르기 직전 길을 뚫어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단약이 비싼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단약을 통해 들어온 기운이 경지를 뚫지 못하고 쌓일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이 그리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혁은 조금이라도 더 성공의 확률을 올리고 싶었다.


‘몇 알이 필요할지 모른다.’


중혁의 지금 다음 경지인 3급 중기 근처에도 못 간 상태이다.

또한 6급 자질로 영단의 기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였다.

그래서 오늘 곽만철이 비번인 날에 나머지 여섯 알을 모두 만들고 경지의 벽을 넘기 위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화르르르-.


단약을 만들기 위해 화구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단로를 올렸다.

단로 안에 그물을 깔고 그 위에 주요 재료들을 올려놓았다.


단약을 만들 때에는 재료를 가루로 만들어 뭉쳐야 하는데, 이들을 가루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말려야 했다.


일반적인 방법은 습기가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오래도록 두어 건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건조한 약초들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건조하는 동안 약초의 효과가 날아갈 수 있다.


단약의 효과를 높이려면 단로에서 단 시간 내에 주요 재료를 건조하는 것이 좋다.


탁, 탁, 탁, 탁-.


이렇게 건조한 재료들을 하나하나 분리하여 무쇠 절구와 절구통을 이용해 가루를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가루들을 적절한 배합 비율에 맞춰 썩은 후.


또르르르르-.


미리 탕약기를 통해 다려 놓은 약제물을 부어 단약 모양으로 동그랗게 빚는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환을 다시 단로에 넣어 일정시간 구우면 단약이 완성된다.


소청단과 같은 하급의 영단의 경우 보통의 단로와 화구 등의 기구로 재조 가능 하지만 고급 영단의 경우에는 특수한 도구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구들은 영약 못지않게 가격이 비싸고 희귀하다.


잠시 후 단로 위로 수증기가 올라왔다.

이제 약 일 각 후면 환약 내에 있던 수분이 모두 증발하고 영단이 완성된다.

단로에서 영단을 꺼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라서도, 조금이라도 늦어서도 안 된다.

영단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때.


끼이이이익-.


“만철이 있나?”


제7약제실에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옷과 머리, 눈썹과 수염까지 모두 흰색인 약당 소우현 당주였다.


“당주님 안녕하십니까? 곽 사형은 오늘 비번입니다.”


중혁이 소우현에게 예를 다해 인사하자 소우현은 중혁을 위아래로 곁눈질하였다.


“네 이름이 뭐였지?”


그도 그럴 것이 중혁이 약당에 입당한 후 소우현과 대화하는 건 이번에 세 번째였다.

그저 곽만철의 뒤에서 지켜만 보았을 뿐.


“삼대제자 천중혁입니다.”

“그랬지. 이제야 기억이 났어. 10년 전에 입당한 아이. 그런데 아직 삼대제자였나?”

“예, 제자 자질이 미천하여 아직 삼대제자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자 소 당주가 안타깝다는 듯 쳐다보며 위로했다.


“허허, 약당에서 무공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앞으로도 사형들을 도우며 열심히 하도록 하여라.”

“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곽 사형을 만나면 당주님께서 찾아오셨다고 예기 전하겠습니다.”


중혁은 공손히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타 들어갔다.

평소 찾지도 않던 소 당주가 어쩐 일로 이 이곳을 찾았는지.

단로 속에 들어 있는 단약의 상태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 그럼 수고하거라. 근데......”


쓰읍, 쓰읍-.


소 당주가 소리가 날 정도로 세차게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이게 무슨 냄새인 게냐? 오늘은 제7약제실에서 약을 만든 단 보고를 받지 못했는데?”


그러자 중혁은 태연히 단로 앞에 있는 약탕기를 가리켰다.

약탕기 안에는 뭔가가 끓어오르는 듯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제자가 보니 약당에 버려지는 근하초(根下草)와 수유화(秀流花) 꽃잎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둘을 모아 하심탕(夏心湯)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 물 대신 마시면 원기회복에 좋다고 하여, 약당 식구들끼리 나눠 마시면 좋을 것 같아 말입니다.”


“오호-, 아직도 하심탕을 아는 제자가 있었느냐. 우리 어렸을 때는 많이 달여 먹곤 했는데. 그럼 지금 단로에는 수유화를 찌는 중이겠구나?”


“예, 그래야 향이 좋아진다고 곽 사형에게 배웠습니다.”


소 당주는 중혁의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그래, 만철이가 후배를 잘 가르치나 보구나. 나는 이만 돌아가보겠다.”


“예, 조심히 가십시오.”


중혁은 소 당주가 문을 나설 때까지 허리를 굽혀 인사하였다.


끼이이익, 덜컹-.


문이 닫히는 순간 급히 단로를 향해 뛰어갔다.

단로 위에 코를 가져다 데자 알싸한 단약의 냄새가 절정에 달했다.


“휴우-, 지금이다.”


아직 적기를 놓치지 않았음을 확인한 중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단로에서 완성된 영단들을 꺼내 그늘 진 곳에서 열을 식혔다.


완성된 단약을 바라보는 중혁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위로 올라갔다.


중혁은 항상 소청단을 만들 때에 옆에서 하심탕을 끓였다.

조금 전처럼 단약 작업 중인 것을 숨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심탕의 냄새가 아주 강렬했기 때문이다.

영약들은 특유한 냄새가 있는데 하심탕을 끓이게 되면 이러한 냄새를 모두 덮을 수 있었다.


이렇게 두 번의 작업이 모두 끝나고 어느새 밤이 되었다.


* * *


‘드디어 그날이 왔다.’


중혁의 앞에는 하얀 천 위에 올려진 열두 개의 단약이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암자에서 소청단을 복용하려 하였다.


꿀꺽-.


‘성공할 수 있겠지?’


괜한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가부좌를 틀고는 제일 왼쪽에 놓여있는 소청단 하나를 집어서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 바로 운청기공을 운기 하였다.


쓰읍, 후우, 쓰으읍, 후우우-.


소청단은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렸다.

액체로 변한 소청단이 중혁의 목구멍을 따라 흐르며 맑은 기운을 내뿜었다.


‘최대한 흡수한다.’


대추, 도도, 신주, 신도, 영대.......

소청단 액체가 지나가는 길 주변의 기맥을 열어 단전으로 그 기운을 빨아들였다.


쓰으으읍, 후우우우-.


중혁의 호흡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졌다.

그의 이마에서는 땀이 맺히고 고통스러운 듯 미간에는 주름이 잡혔다.


‘으으으음, 참을 수 있다, 아니 참아야만 한다.’


막혀있는 기맥들 사이로 억지로 소청단의 기운을 밀어 넣자 마치 뜨거운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각 기맥에서 요동쳤다.

입을 열고 신음을 토하고 싶지만.

그랬다 가는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간다.

아니 실패만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중혁은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고 고통을 참아냈다.

약 1각 후.

고통의 시간을 끝내고 소청단의 기운을 흡수한 중혁이 눈을 떴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어어억-.


참았던 통증에 가쁜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


“겨우 이거야?”


소청단으로 흡수한 기운을 일주천 운기한 중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6급 저질의 몸이라지만.

기맥을 통과하여 단전에 모인 영단의 기운이 작아도 너무 작았다.


‘한번 더, 간다.’


중혁은 이 작은 기운이라도 사라질 세라 곧장 다음 소청단을 복용했다.


스르르륵-.


목 안을 타고 흐르는 소청단의 기운을 다시 한번 전력을 다해 흡수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단전에 남은 기운은 경지를 올리기에 부족했다.


“헉, 헉, 헉-. 한번 더.”


‘으으으으으-.’


말로 하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중혁은 참아야만 했다.

지난 10년의 시간들.

중혁은 다짐했다.

앞으로는 달라질 거란 걸.

더 이상 약자로 살며 무시당하고, 빼앗기며 살지 않겠다.


그렇게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그렇게 광기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11번째 소청단의 기운의 흡수를 모두 마쳤을 때


퐈아아아아-!


단전에 쌓여 있던 단약의 기운이 일순 폭발하듯 밖으로 터져 나갔다.

그 압력으로 인해 단전과 기맥들이 확장되었다.

뿜어져 나간 기운으로 인해 주위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가 된 듯한 고요가 찾아왔다.


샤아아아아-.


잠시 후 비어 있는 진공의 공간을 채우듯 맑고 청아한 기운이 빨려 들어오더니 확장된 기맥을 통해 단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중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성공했다.”


힘든 과정이었다.

11번의 미친 듯한 통증, 중혁은 그걸 이겨내고 경지의 벽을 넘어 삼류 중기의 경지가 되었다.

그의 눈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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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녹변안(綠變顔) (2) 23.06.10 111 2 9쪽
11 녹변안(綠變顔) (1) 23.06.10 118 3 10쪽
10 성화교환시장(成和交換市場) (2) 23.06.09 120 2 10쪽
9 성화교환시장(成和交換市場) (1) 23.06.09 127 2 9쪽
8 서고 지기 23.06.08 131 2 11쪽
7 이대제자 23.06.08 128 1 10쪽
» 영단 복용 23.06.07 138 1 9쪽
5 흑랑아(黑狼牙) 23.06.06 132 2 10쪽
4 은마상점(恩馬商店) 23.06.05 143 2 10쪽
3 갈색 괴물 23.06.05 147 2 11쪽
2 선도견문록(仙道見聞錄) 23.06.04 159 2 10쪽
1 나룻배 장식 목걸이 23.06.04 21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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