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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랑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 전사가 된 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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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랑
작품등록일 :
2023.07.31 11:40
최근연재일 :
2023.08.16 09:2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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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글자수 :
97,011

작성
23.08.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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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이계의 괴물

DUMMY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에 아레스는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되었다.


오크보다 더 또렷한 말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지도 있단 뜻이겠지.


“미...미안하다. 몰랐다. 나는 돌아가겠다. 금역인 줄 모르고 들어왔다. 그럼...난 간다.”


아레스의 말에 괴물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갑자기 크게 포효했다.


“크라라랏!”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는 줄 알았다. 숲이 동요했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산짐승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니 토끼나 새끼 멧돼지 같은 놈들은 아예 정신줄을 놓고 기절해버렸다.


“시...시끄럿. 야..., 사과했잖아. 미안하다고.”


뜨악. 괴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괴물 따위가 표정이 이처럼 적나라한지.


“왜? 인간...기절 안해?”


“뭐라는 거야. 웃기는 새끼네.”


진짜 웃긴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는 놈들이 사람의 말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토해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미친 것인지. 이 숲 전체가 미쳐버린 것인지.’


아레스는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아레스 앞에서 포효를 터뜨린 놈은 트롤이라는 마물이다.


놈은 마력을 몸에 품은 생명체로 마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간혹 오크와 같은 마수들이 마기를 품어 돌연변이가 되기는 하지만 트롤은 거의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태생적으로 마력을 품고 있다.


트롤의 포효는 피어라는 것으로 상대방의 전투 의지를 꺾어버리는 가공할 힘이 담겨 있다.


보통 인간은 바로 기절하거나 심한 경우 쇼크사에 이르고 단련된 병사조차 전의를 잃고 만다.


피어에 대응이 가능한 인간은 기껏해야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사 계급이거나 마나 컨트롤이 가능한 마법사 정도였다.


트롤이 놀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고개를 몇 차례 갸웃거리던 트롤이 갑자기 폭주했다.


굳이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저 이상한 인간에 대해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성큼성큼.


분명히 걷고 있는데 인간이 뛰는 속도와 맞먹는 스피드다. 이건 도망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제길...기껏 살겠다고 들어온 곳이 사지라니. 죽을 때 죽더라도 한번 싸워나 보자.”


오기가 생겼다. 비록 며칠 되지 않았지만 오크 몇 마리는 한꺼번에 처치할 정도다.


덩치가 크고 험상궂게 생겼지만 좀 큰 오크라고 여기면 상대하지 못할 바도 아니란 객기가 들었다.


몽니르를 빼 들었다. 지금 괴물을 상대할 유일한 무기다. 단검이나 다른 투척 무기는 놈의 가죽에 흠집조차 내지 못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트롤은 입맛을 다시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파아앙.


무슨...공기를 찢어발기는 폭음이 터졌다. 귀가 다 멍멍할 정도다.


몽니르가 아무리 강한 검이라고 해도 부딪히면 박살이 날 것만 같았다.


아레스는 유난히 날카롭게 변한 동체 시력과 몸놀림으로 트롤의 마주잡이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내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두 마리의 어린 트롤들이 포위망을 좁혀 오는 게 감각으로 느껴졌다.


제길...이건 빠져나갈 틈조차 없었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생각. 아직 성체가 아닌 트롤에게는 몽니르가 통하지 않을까.


놈들은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판단과 행동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성체 트롤이 휘두른 몽둥이의 간격을 벗어나는 것처럼 뒤로 훌쩍 뛰면서 몸을 회전했다.


3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통 두 개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순간 빛살처럼 빠른 속도로 놈들의 얼굴을 향해 몽니르를 휘둘렀다.


결과는 놀라웠다. 하필이면 몽니르가 두 놈의 눈 주위를 훑고 지나갔다.


“크라라랏!”


“쿠아아악!”


두 놈은 죽는다고 발버둥을 쳤다. 이제 트롤 두 마리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단 판단에 성체 트롤에 집중했다.


처음엔 너무 강력한 트롤의 공세에 대응할 마음도 방법도 없었지만, 보였다.


빠르게 휘두르는 트롤의 몽둥이가 지나가는 경로가.


속도라면 자신이 있다. 빈틈을 향해 찌른다. 그곳이 놈의 급소라면...어쩌면 요행이 통할지도 모른다.


아레스는 모험을 걸었다. 도망치던 걸 포기하고 오히려 트롤과 거리를 좁혔다.


트롤은 인간이 지쳤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공격을 요리조리 잘도 피하던 놈이 이제 힘이 빠진 것이라고.


그리고 힘을 실어 몽둥이를 날렸다. 인간의 대가리를 깨부수겠다는 일념을 담아서.


그런데 마땅히 들려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가슴과 옆구리 사이 가죽이 가장 약한 곳에 아픔이 느껴진다.


“크아학...!”


아레스는 몽니르를 바로 빼지 않고 놈의 심장 부위로 여겨지는 곳을 휘저어버렸다.


하지만 감각으로 느꼈다. 심장을 둘러싼 질긴 근육이 몽니르가 더 파고드는 걸 막고 있다는 걸.


고통에 일그러진 트롤이 몽둥이를 버리고 두 손으로 아레스의 얼굴을 붙들려고 했다. 마치 손뼉이라도 치는 것처럼.


걸리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아레스는 어쩔 수 없이 몽니를 빼고 뒤로 물러났다.


놈이 큰 상처를 입었으니 이제 제대로 붙어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곧바로 접어야 했다.


몽니르에 의해 찢기고 후벼파진 놈의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그것도 눈으로 생생하게 보일 정도로 빠르게.


“미...미쳤다. 괴...괴물이다.”


뭐 괴물이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경한 장면이다.


너무 놀랍고 두려운 마음에 전의가 떨어진 아레스가 본능에 따라 뒷걸음질을 칠 때 뒤에서 트롤 두 마리가 공격을 퍼부었다.


녀석들은 어느새 눈에 난 상처를 재생하고 분노한 얼굴로 무섭게 달려들었다.


앞에는 몽니르에 의해 치명상을 입은 놈이 곧바로 상처를 재생하지 않나. 새끼들은 인간이라면 실명에 가까운 상처를 입고도 금방 회복하고 협공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오크 몇십 마리를 상대하고 말지. 이건 도저히 싸워 이길 상대가 아니었다.


잠시 놀라 멈칫거리는 사이 새끼 트롤 한 마리가 휘두른 주먹에 복부를 강타당했다.


10미터 이상을 날아가 아름드리나무에 부딪히고서야 멈추었다.


내장이 다 뭉개진 것처럼 고통이 엄습했다. 입으로 피거품을 게워내며 간신히 두 발을 땅에 딛고 몸을 일으킨 아레스는 죽음이 다가옴을 직감했다.


“으아아아! 이 X발 X같은 새끼들이..., 좋아. 다 덤벼. 절대로 혼자 안 죽어. 반드시 한 놈은 데려간다.”


무슨 수로. 내뱉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그냥 뒈지게 처 맞고 혼자 죽는 수밖에.


억울했다. 왜 영문도 모르게 딴 세상에 떨어진 것인지.


‘난 발할라로 가야 했어. 충분한 자격도 있다고. X팔. 오딘 님이 날 불렀어. 동료들도 보았고. 그런데...왜?’


아레스는 입술을 앙다물고 주먹을 꾹 쥐었다.


스타방아르의 검귀 아레스. 색슨족도 켈트족도 그 이름을 들으면 기겁을 한다는 바이킹 대전사.


이대로 허망하게 뒈질 수는 없다. 죽더라도 발할라로 먼저 간 전우들의 비웃음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덤...벼...이 괴물 새끼들아.”


이상했다. 이렇게 크게 소리치면 내상 입은 장기들 때문에 고통이 엄습해야 하는데, 아니었다.


몸이 트롤에게 공격당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배꼽 아래 뭉친 이상한 기운이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그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렇다고...후후...이거 뒈지란 법은 없네. 크크큭!”


성체 트롤은 인간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다가 혼자 키득거리자 죽을 때가 다 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나약한 인간을 상대해본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은 금역의 수호자. 뭐 거창하다면 거창한 칭호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자신의 아비, 아비의 아비...아주 오래전부터.


금역이라고 인간이 전혀 찾아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물사냥꾼부터 왕국의 기사단까지 상대해본 트롤은 인간이 죽기 전에 보이는 히스테리를 잘 안다.


이번에 혼자 금역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인간은 조금 강한 놈이다.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까지 안겨 주었으니...그 실력은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어차피 나약한 인간.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다.


그런데...그래야만 하는데, 인간의 기세가 달라졌다. 마치 인간 기사 중 가장 강했던 놈처럼.


“이...인간...왜 갑자기 강해진 거냐?”


“뭐래? 내가 죽더라도 네놈 새끼는 반드시 죽일 거다. 이 괴물 새끼야.”


이건 투지가 아니다. 오로지 죽이겠다는 의지만 깃든 살기다. 그것도 성체 트롤을 긴장시킬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담은.


트롤은 그 살기에 놀라 움찔하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화가 났다. 자신이 인간 따위에게 겁을 집어먹다니.


금역의 수호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쪽팔림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크라라락!”


트롤이 아레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벽 하나가 공간을 덮어버린 듯했다.


하지만 아레스는 이미 놈의 행동을 예측하고 있었다. 아주 찰나의 틈이지만 놈의 급소가 느껴졌다.


트롤의 강력한 주먹질을 간발의 차로 피한 아레스가 솟구치며 놈의 목에 몽니르를 박아버렸다.


그리고 머뭇거림 없이 그대로 몽니르를 뽑고 고통에 차 두 손으로 목을 움켜잡고 있는 트롤의 어깨를 밟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놈의 정수리가 보였다. 워낙 대가리가 커서 목표점이 헷갈렸지만 어차피 뚫리면 뒈진다.


푸욱.


어린아이 키보다 더 큰 몽니리의 검신이 그대로 트롤의 머리를 뚫고 들어가서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트롤이 절명했다. 목이 베이고 뇌가 곤죽이 된 생명체가 살 수는 없다.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이라도.


그 놀라운 장면에 두 마리 트롤은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건 본능이었다.


자신보다 상위 포식자로 인식한 것이다.


아레스는 두 놈을 곱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몸을 날렸다. 놈들은 팔을 휘저어 저항을 시도했다.


2미터도 되지 않는 인간 하나를 3미터에 육박하는 마물인 트롤이 겁에 질려 피하는 장면은 신기했다.


아레스는 본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성체 트롤과 싸움과는 달랐다. 온통 허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어떻게 된 속인지 모르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동체 시력 때문이다.


그냥 잘 보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놈들의 동작이 느려 터져 보일 정도다.


그러나 지금 트롤의 공격은 다른 존재가 상대했다면 무지막지할 정도의 빠르고 강력한 파워가 담긴 공격이다.


아레스는 싸움을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그건 직감이다. 자신의 아랫배에서 폭발적으로 연계되던 기운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감지한 것이다.


아레스는 놈들의 공격 사이로 몸을 던져 순식간에 수십 번의 칼질을 했다. 하나같이 치명적인 급소만 노린 검격이었다.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두 마리의 트롤은 심장이 꿰뚫려 절명해버렸다.


순간 아레스는 몸에서 활력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서 있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탈력감이 밀려왔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마물이 득시글거리는 숲 해븐리라이트에서 기절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레스는 그걸 인지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완전히 탈진해 깊은 수마에 빠져버린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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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내가 바로 그 싸가지 없는 용병새낀데..., 23.08.10 8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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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이건 또 뭐냐? 달이 두 개라고... 23.08.01 239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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