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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님의 서재입니다.

박종원의 이세계 골목식당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김유진
작품등록일 :
2018.08.01 23:55
최근연재일 :
2018.09.04 00:5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9,943
추천수 :
153
글자수 :
200,007

작성
18.08.3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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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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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제29화 만들 것

DUMMY

“악마같은 자식이라뉴······. 그럼 다시 주방으로 돌아갈래유?”

“끙······.”

자신이 뱉은 침을 피하고 되물어보는 박종원을 보고 가로타는 고민에 빠졌다.

기름과 연기, 불꽃이 난무하는 지옥 같은 주방. 그곳은 과장이 아니라 거의 지옥불 반도의 입구였다. 뒤틀린 황천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그 정도 규모쯤 되는 주방이면 아주 복잡하고, 아주 붐비고, 아주 바쁘다.

게다가 요리의 온도가 내려가면 안 되므로 냉방시설도 가동시킬 수 없는데, 그로인해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실제로 옛날 일본 중국집의 주방장들은 옷 다 벗고 앞치마 하나 입고 일을 했으니······.

뜨거운 기름이 튀는 것 정도만 막으려고 그렇게 한 건데, 왜 그랬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요즘의 식당 주방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어쨌든 잠시 고민하다 가로타는 말했다.

“그, 그냥 이거 하겠다, 끄응······.”

“그래유? 아, 그렇다고 주방 일 하지 말라는 건 아니에유. 이거 하고 할 일 없을 때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야해유.”

“그럼 왜 물어 본거야?!”

버럭!! 가로타는 물론 옆에서 듣고 있던 졸진도 한 마음이 되어 외쳤다.

“그냥 이것도 하고 그것도 할 거냐고 물어본거쥬. 여러분들은 두 개 다 한다고 대답했고.”

“안 해! 안할 거야!!”

“응? 지금 영지에선 모든 사람이 존망을 걸고 각자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데 안한다구유?? 농담이쥬??”

찌릿. 정색을 하고 노려보는 박종원을 보고 두 사람은 움찔해서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에이, 농담이지! 이 일에 전념하겠다, 꾸익!!”

“그래, 시간 남으면 주방 일로 돌아가고, 츄럴!!”

맹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박종원은 이내 표정을 풀고 씩 웃었다.

“자, 그럼 가고일 사냥이나 해볼까유?? 가로타, 어떻게 하는지 알쥬??”

“끙, 근데 솔직히 내가 할 일은 돌 던지는 것 밖에 없지 않나.”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유. 동시에 타이밍을 맞춰야하니까. 자, 그럼 시작해유.”

“잠시만. 잠깐 연습 좀 해보고, 꾸익!!”

가로타는 잠시 땅바닥에서 돌을 몇 개 던져보곤 시작한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네 개의 돌을 주워 연속으로 가고일에게 던졌다!!

따당땅땅!!

“뭐야!”

“뭐냐?!”

“악!”

“으아악!!!”

슈슈슈슉!! 역시나 박종원이 쏜 화살이 가고일들의 눈을 갈랐다.

보통 때엔 석화하고 있는 가고일들에게 돌을 던져 석화를 푼 후, 자신들을 공격한 자들이 누군지 찾고 있을 때 화살을 날려 가장 연한 부위인 눈을 맞춘다.

어지간한 방법으론 죽지 않는 석상괴물 가고일들을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

그런데 문득 가로타가 말했다.

“저기, 근데 이 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냐, 꾸익?? 저번에도 혼자 돌 던지고 활 맞췄던 것 같은데.”

“솔직히 지난번에는 그렇게 했는데 약간 타이밍이 아슬아슬해유. 그럴 바에는 누가 옆에서 던져주는 게 낫겠쥬.”

확실히 이 돌 던지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라서, 명중률은 물론이고 타이밍도 정확해야했기에 아무나 할 순 없었다.

그러나 박종원은 사냥꾼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곤 해도, 아무 훈련도 받지 않은 가로타가 첫 시도 만에 해낸 것은 역시나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역시나 오크. 전투종족.

거기에 덧붙이는 박종원.

“그리고 전 사냥꾼이지 전사 특성을 가진 게 아니라서······. 이 무거운 가고일 고기들을 가지고 갈 사람이 필요해유.”

“결국 우린 몸으로 때우는 것 아냐!! 운반기사처럼!!”

“우리 같은 고급 인력을 이런데 써먹다니!!”

“허허, 때우다뉴. 그런 것도 다 누군가는 해야할 고귀한 일이에유.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말 몰라유??”

“끄응······.”

그 말 대로였다. 가령 이 둘이 주방에서 일하고 가고일 고기를 나를 다른 요리사들을 데리고 온다고 하자.

그럼 이 둘이 가볍게 들 수 있는 가고일 네 마리를 인간들은 네 명이 와도 끙끙 거릴 것이다. 트롤이나 오크의 힘은 인간보다 두 배는 더 강했기에.

하지만 그들이 주방에 있으면 설령 이들보다 요리를 좀 못한다고 해도, 얼추 시간에 맞춰 필요한 인수의 요리를 대량 생산하는 건 가능하다. 물론 맛은 좀 떨어지겠지······.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해야된다는 점을 보면, 확실히 이 점이 나았다.

“그리고 이 가고일 고기도 즉석에서 상하지 않게 피를 빼고 손질해야하는데, 다른 풋내기 요리사들에게는 아직 그게 좀 힘들어유. 그런데 가로타 당신은 특히 가고일 고기 이미 손질해봐서 잘 알잖아유??”

“크흠, 그렇지!! 이 영지에선 내가 최고의 가고일 고기 전문가지!! 아, 박종원 너를 빼고는.”

크흠, 하며 가로타는 박종원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가로타의 체면을 살려주는 박종원.

“에이, 이젠 나보다도 가로타 당신이 더 잘하쥬. 나는 이것저것 다 하는데 당신은 가고일 고기 전문이니.”

“그, 그런가??”

“그럼 당연히 나보다 더 손질 못하면 안되겠쥬??”

“크흠!!”

박종원의 말에 뭔가 뼈가 담긴 것 같아 가로타는 입을 다물었다. 즉 말하자면 이것이다.

체면은 살려주겠지만 대접 받고 싶으면 프로로서 프로답게 일하라고.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동시에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박종원을 보고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자, 그럼 빨리 가고일 고기 손질해서 돌아가쥬. 고기란 체내에 피가 남아있을수록 점점 부패속도가 빨라져서 맛이 없어지니까.”

“알았다, 츄럴!!”

졸진 역시 가로타와 박종원에게서 가고일 고기 손질하는 법을 배워 빠르게 손질했다.

그러다 문득 물어보는 가로타.

“근데 이 가고일 고기의 수급은 어쩔거냐, 꾸익!! 사육하는 가축들하고는 달리 이 가고일은 젠 되니까 얼마마다 한번 씩 잡으러 와야 할지 알 수 없다!!”

“아, 실은 이미 젠 주기도 파악했어유.”

“그래??”

역시나 빈틈없는 박종원의 일처리에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그 동안 당신 가게에 가고일 고기를 어떻게 납품한 거라고 생각해유? 실은 이 고성 자체가 일종의 던전이자 마기가 감도는 땅이라서, 특정 주문을 외우면 바로 마계에서 가고일이 소환되유. 자, 따라해봐유. 블리자드는 가고일을 뿌려라!!”

“?? 블리자드는 가고일을 뿌려라!!”

반신반의하면서도 두 사람은 박종원을 따라 주문을 외쳤다.

“안 나오는데??”

“그야 당연하쥬. 그건 구라니까. 즉 장난.”

“이 자식이!!”

진지하게 쪽팔리는 주문을 외쳤다 얼굴이 화끈해진 두 사람이 화를 내었다. 여차하면 주먹을 들 생각도 있었다.

“농담이고. 여기는 마기가 충만해서 가고일들이 수시로 소환되유. 가고일들은 폐허나 고성을 좋아하고, 특히나 마물인 가고일들이 소환되기에 이곳은 최적의 장소에유. 즉, 자연소환되쥬. 이곳 자체가 일종의 필드 던전을 이루고 있어유. 즉 필요할 때마다 오면 수시로 소환돼있으니 우리는 일단 이 고기만 들고 가면 되유.”

“알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가고일 고기를 들고 발걸음을 돌렸다. 가로타가 힐끗 뒤를 돌아보니 고성 담벼락 위에는 벌써 가고일들이 소환되고 있었다.

“빠르군. 근데 아까 그 블리자드는 가고일을 뿌려라는 뭐야??”

“아, 그건 내가 젊었을 적 하던 게임에서 자주 쓰던 말을 약간 바꾼 거에유. 원래는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였쥬.”

“뭐야, 그게.”

하하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세 사람은 영지로 돌아왔다.


그렇게 장난을 치며 숨을 돌린 것도 잠시, 세 사람은 미친 듯이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너무나 바빠서 이젠 그렇게 장난칠 시간도 없었다. 말하자면 그때의 장난은 거의 사치.

사치로 보일 정도의 일상이었다.

“식사 생산 속도가 부족하네.”

“흐음······.”

경비대장의 말에 박종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그의 직책은 행정보급관. 즉 행보관.

그는 아예 자신의 직책명을 행보관으로 하고 일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였다.

“장교출신인데 급양과장에 행보관에 별 걸 다해보네, 씁!! 그건 그렇고 식사 생산 속도가 부족하다고유??”

“자네 및 휘하 요리사들이 미친 듯이 요리에 전념하고 있지만, 애초에 요리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 게다가 지나친 격무로 그들의 피로가 누적되어가고 있네.”

“흠······.”

골치 아픈듯한 표정을 짓는 박종원. 그 말대로 지금 영지 경계선에는 한창 전투가 진행 중인데, 전쟁 중이라고 해서 하루 24시간 종일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전쟁은 이쪽이 우세할 때 부대를 돌리면서 차례대로 공격하는 것이었고, 만약 전 부대를 동원하여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한 부대는 쉬고 한 부대는 공격하는 식으로 로테이션을 돌려야했다.

지금 이 암멜 영지를 공격하고 있는 세르마의 혈기사단도 비록 정예이긴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라 쉬어야 하는 건 별 수 없었다.

그러면 당연히 방어하는 이쪽 수비대도 경계는 하지만 교대로 쉴 수는 있는데 문제는 요리사들, 그러니까 취사병들이었다.

박종원이 살던 세계의 군대에서도 취사병은 새벽부터 일어나 일과는 제일 늦게 끝난다.

다른 병사들이 먹을 식사를 기상 시간 몇 시간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치우는 건 다들 식당에서 먹고 올라간 다음에 해야 하므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고, 그래서 개인정비 시간이 상당히 짧다.

다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반 병사들에 비해 포상이 좀 더 많긴 하지만 흠······.

지금은 진짜 전쟁중이라 포상 휴가를 줄 상황도 아니고 요리사들도 갈 생각이 없었다.

영지가 전쟁에 휩싸였는데 포상 휴가라니. 그런걸 가면 같은 요리사들 손에 맞아죽을 것이다.

아무튼 수비대가 쉬어도 오히려 쉬지 못하는 요리사들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점점 능률이 떨어지자, 박종원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결심.

“조리과정을 좀 더 단축해야겠어유.”

“단축해??”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이상으로 조리속도를 늘리고 요리사들을 쉬게 해 줄 방법이 없어유.”

“그건 그렇군······. 근데 어떻게 할 건가??”

“식사를 면 위주로 통일합니다.”

“면!!”

경비대장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확실히 면은 좋은 선택이었다. 한번 반죽해놓으면 언제든지 면으로 쓸 수 있고, 아예 면의 상태로 보존해도 된다.

가령 파스타 같은 경우는 잘 만들어놓으면 설령 삶아도 하루는 그 탄력이 유지되니까.

보통 돼지국밥집 등에서 소면을 미리 삶아 찬물에 헹궈 보관해놓다가 손님 오면 그대로 나가는데,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탱글탱글함이었다.

물론 원래 소면이 모든 면들 중에서도 가장 잘 부는 특성이 있긴 한데······.

아무튼 박종원은 결단을 내렸다.

“지금부터 취사병, 아니 요리사들을 시켜 세몰리나 듀럼밀을 쓴 파스타, 스파게티 면을 대량으로 만들겠어유. 그럼 보존성은 물론이고 조리속도도 급격히 향상되겠쥬.”

“소스는 어떡할 건가?? 그걸 미리 묻혀서 식사추진하면 아무리 파스타라도 완전히 불어있을 텐데??”

“노노. 잘 만든 파스타 면이라면 그렇게 소스가 묻은 채로도 하루가 지나도 탄력을 잃지 않아유. 물론 최적의 상태로 곧바로 삶아서 만든 것보다는 맛이 좀 떨어지겠쥬. 하지만 전쟁터에서의 전투식량치고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유??”

“그건 그렇지. 근데 구체적으로 무슨 파스타를 만들 생각이지??”

“?? 파스타는 안 만들건데유??”

“엥??”

“파스타 면을 쓴다는 거지 파스타를 만든다는 게 아니에유. 내가 만들 건 츠케멘입니다.”

“츠케멘?!”

경비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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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에필로그 18.09.04 325 4 13쪽
34 제33화 소멸 18.09.04 191 3 13쪽
33 제32화 Time is up 18.09.02 145 3 13쪽
32 제31화 명예이사 18.09.01 159 3 13쪽
31 제30화 피범벅 18.08.31 169 4 14쪽
» 제29화 만들 것 18.08.30 148 3 12쪽
29 제28화 악마 같은 자식 18.08.29 138 2 11쪽
28 제27화 식량 18.08.28 156 3 12쪽
27 제26화 두 동강 18.08.27 156 2 13쪽
26 제25화 스토리 18.08.26 149 4 15쪽
25 제24화 온도의 맛 18.08.25 150 4 12쪽
24 제23화 전류 18.08.24 168 3 12쪽
23 제22화 분노 18.08.23 179 3 13쪽
22 제21화 벤담 18.08.22 197 4 14쪽
21 제20화 지적 18.08.21 202 4 14쪽
20 제19화 치명적인 약점 18.08.20 203 4 11쪽
19 제18화 요리대결 18.08.19 193 4 12쪽
18 제17화 사기꾼 18.08.19 168 4 12쪽
17 제16화 거상 18.08.17 212 4 13쪽
16 제15화 킹 스콜피온 요리 18.08.16 212 5 12쪽
15 제14화 근육맨 18.08.15 194 2 12쪽
14 제13화 으아악!!! 18.08.14 221 4 13쪽
13 제12화 새로운 제안과 보상 +2 18.08.14 238 3 13쪽
12 제11화 츄럴과 바다 18.08.13 243 3 11쪽
11 제10화 바다를 사랑한 츄럴 18.08.12 240 3 11쪽
10 제9화 츄럴 18.08.10 261 3 12쪽
9 제8화 조화 +1 18.08.09 292 4 13쪽
8 제7화 신 메뉴 18.08.08 339 7 13쪽
7 제6화 어처구니 18.08.07 354 6 13쪽
6 제5화 최종단계 18.08.06 427 6 14쪽
5 제4화 끝났다 18.08.05 429 8 12쪽
4 제3화 근로계약서 18.08.04 495 7 15쪽
3 제2화 참 쉽쥬?? +1 18.08.03 586 6 12쪽
2 제1화 사냥 18.08.02 745 10 12쪽
1 프롤로그 +2 18.08.01 1,2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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