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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님의 서재입니다.

박종원의 이세계 골목식당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김유진
작품등록일 :
2018.08.01 23:55
최근연재일 :
2018.09.04 00:5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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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4
추천수 :
153
글자수 :
200,007

작성
18.08.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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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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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22화 분노

DUMMY

잠시 후 박종원과 경비대장 등은 탈출한 고블린들을 쫓아 포위하는데 성공했다.

“잡았다, 요놈들!! 어딜 내뺄려고 그래유?!”

“쳇, 익숙하지 않은 지리가 화가 되었군, 고블!!”

고블린들이 혀를 찼다. 이들은 사전에 이 영지의 지리를 연구했지만, 지도는 전략적 이유로 인해 외부에 공개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뺑글뺑글 돌다가 영지 외곽에서 잡힌 것이다.

“그건 그렇고 벤담. 당신은 왜 같이 나간거에유?? 이 영지에서 당신 대우는 크게 나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너 때문이잖아!!”

버럭! 영주 전속 요리사 벤담이 소리 질렀다. 그러자 의아해하는 박종원.

“니가 오고 나서 내 평가는 곤두박질쳤어!! 그 전까지만 해도 이 영지 최고의 요리사는 나였다!! 하지만 이후 삼류식당들을 조금 손봐서 네가 화제가 되자 영주는 자신과 가족들의 식사는 물론 만찬의 구성도 다 네가 맡겼지!! 그 결과 나는 네 밑에서 네가 시키는 대로 하는 그저 한 명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게 되었어!! 그런 내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나!!”

“하아, 벤담. 당신은 뭔가 잘못알고 있어유.”

“뭐라고??”

“첫째로 나는, 요리사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요리 연구가나 사업가에 가까워유. 나는 지금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망해가는 가게들을 손봐주느라 내 가게를 할 시간도 없어유. 그런데 하루 종일 주방에서 붙어 있는 당신이 일개 요리 연구가에게 진다?? 그건 당신 잘못이에유. 당신이 능력이 없는거에유. 알아듣겠어유??”

“이 자식!!”

벤담이 부들부들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요리사로서 항상 손님을 마주하며 자신의 요리 실력을 단련하는 사람과, 나처럼 그보다 메뉴 개발과 사업에 치중하는 사람의 실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유. 그런데 나한테 진다는 건······. 그냥 당신 수준이 낮은 거에유. 당신은 요리사 실격이에유.”

카아앙!!!

벤담이 즉시 칼을 뽑아들고 덤볐다. 하지만 그걸 천상천하무쌍도로 막는 박종원.

“호오? 칼질을 좀 할 줄 아네유?? 하지만 요리사가 요리가 아니라 칼로 승부하려 하다니······. 당신은 보면 볼수록 안되겠네유.”

“요리사가 칼질을 할 줄 아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어설픈 시정잡배들보다 더 잘할 걸??”

그 말대로 요리사는 칼질을 하는 게 일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불량배들보다 훨씬 더 칼질을 잘했다.

초보들은 식칼질도 제대로 못해서 베이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이걸로 사람을 공격하려 하면 손이 미끄러져서 더 그런 경우가 많다.

괜히 한국에서도 도축업자들이 많은 마장동에 조폭들이 없는 게 아니었다.

수십, 수백kg짜리 고기를 하루가 멀다 하고 도축하는데.

물론 도축업자와 요리사는 좀 다르지만, 그런 점에서 보면 도축업자든 요리사든 칼솜씨가 좋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재료에 따라 써는 법이나 그립도 조금씩 다 달라서, 분명히 써는 방법에 따라 효율과 성과가 달라졌다. 그건 칼질 좀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었다.

하지만 태클을 거는 박종원.

“스스로를 시정잡배에 비유하는 거 보면 당신은 역시 틀렸어유. 요리사는 그 손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리를 만들 때 써야하는거에유. 당신처럼 음습한 질투와 사상으로 삐뚤어지는게 아니라. 자, 그럼 순순히 오라를 받아유!!”

“누구 맘대로!!!”

펑!!

“억, 뭐야?!”

졸진과 경비대장들을 비롯해 주변에 있는 자들이 모두 콜록거렸다. 벤담이 던진 것은 초록색 구슬들이었다.

땅에 닿는 순간 구슬에서는 역한 냄새를 풍기는 독연기가 퍼져 나왔는데,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는 순간 벤담 등은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하하하, 박종원. 두고 보지. 우리는 곧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거다. 너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고.”

“엿이나 먹으세유.”

“······.”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박종원을 남기고 벤담 및 고블린들은 사라졌다.


“그 자들이 남긴 말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나??”

“글쎄유, 그냥 위협일수도 있고 정말로 보복하겠다는 의미 아닐까유?? 그냥 깊이 생각하지 말쥬. 그래봤자 골치만 아파질 뿐이니까. 다만 당하지 않도록 대비만 하면서, 평소처럼 지내면 될 것 같아유.”

“음, 역시 그렇겠지.”

영지 공관 사무실에서 경비대장과 박종원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였다.

벌컥!!

“이보게들, 큰일 났네!! 이웃 세르마 영지에서 전쟁을 선포했어!!”

“뭐라고요?!”

경악하는 경비대장. 한편 박종원은 사정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세르마 영지는 뭐쥬??”

“전에 말했듯이 이곳 암멜 영지는 본국인 브리튼 왕국의 식민지일세. 신대륙을 지배하기 위한 전초기지인데, 이곳 말고도 다른 본토의 왕국에서 세운 식민지 여럿이 있네. 프랑 왕국, 겔만 왕국, 루스 왕국, 그리고 롬발 왕국. 이중 가장 지독한 것이 롬발 왕국인데, 종교국가인 그들은 자신이 믿는 신인 세르마의 이름을 내세워서 이곳 영지도 세르마 영지라고 이름 지었네. 그들은 이 식민지 경쟁을 성전이라 부르며 목숨을 걸고 있어!! 본토대륙에서는 다른 쟁쟁한 왕국들이 있어 한계가 있는 그들이지만, 이곳 신대륙은 처음 주도권을 잡는 자가 대륙의 패권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모든 왕국이 사활을 걸고 있네!! 하지만 다른 왕국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한 왕국이 지나치게 나서는 일은 없었어!! 유독 두드러지면 분명 다른 왕국들의 견제를 받고 집중공격당하여 그 영지는 몰락할 것이거든!! 그런데 이렇게 전쟁을 걸어왔다는 것은 지루한 냉전을 끝내고 그들이 생존을 건 결판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네!! 사실상 영지 경쟁의 끝이 다가온 것이지!!”

“흐음······.”

영주 도람프 남작의 말에 박종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게다가 만약 세르마 영지와 우리 두 영지가 서로 맞붙는다면 서로 눈치를 보던 다른 영지들도 우세한 쪽에 가세해서 밀리는 영지를 끝장낼 가능성이 많아!! 본토대륙에서의 전쟁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네!! 그러니 이번에 밀리면 우리 영지는 확실히 지도에서 지워질 걸세!!”

도람프 남작은 얼마나 안절부절 못했는지 평소 쓰던 가발도 흐트러져 있었다.

박종원은 그로인해 빈 머리가 살짝 보이는 도람프 남작을 보다 푸흡, 하고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길 가능성은 있어유??”

“글쎄······. 솔직히 말해서 우리 암멜 영지의 근본이 되는 브리튼 왕국은 해군이 매우 강하네. 하지만 이번 싸움은 대부분 육지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커. 게다가 오크나 트롤 등 이종족을 영지 주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지만, 그들 역시 이종족들을 노예로 삼고 있네. 게다가 강제로 잡은 것이라 그 수는 훨씬 더 많지. 오크와 트롤을 가까이서 본 적 있나?? 그들의 힘은 매우 강해서 훈련받은 기사면 모를까 일반인 자경단들은 두, 세 명이 붙어도 하나를 상대하기 힘드네. 전면전으로는 승산이 없어.”

“흐음······.”

확실히 그럴 것 같았다. 박종원이 본 오크나 츄럴은 가로타와 졸진인데, 확실히 일하는 것만 봐도 힘이 세서 장사였다.

지구력 역시 장난 아니라서 인간이라면 나가떨어질 강도의 일을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했는데, 그런 걸 전장에서 만나면 곧바로 오줌을 지릴 것이다.

“본국에서는 뭐라고 해유? 답변이 왔어유??”

“보고는 했는데, 지금 해군이 출동하면 시일을 맞추지 못할거라는 답변이 왔네. 일단 온다고 하기는 하지만, 만약 곧바로 전면전이 시작되면 이 영지가 다 초토화되고 난 다음에 그들이 올 거야. 게다가 해군이 중심이라 막상 온다고 해도 해상전이나 해안선 봉쇄 정도가 한계겠지. 타국의 지원이나 보급을 끊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지상전에는 한계가 있어. 상륙부대가 대거 온다면 몰라도. 하지만 우리 본국은 전통적으로 해군이 강하지 육군은 강하지 않네. 그 수에도 한계가 있고. 반면 롬발의 성기사단은 강하고 그야말로 미친놈들이라 할 만큼 광신도들이라, 온 몸에 불이 붙어도 적 한명이라도 더 안고 가겠다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놈들일세. 대략 알겠지??”

“음······.”

잠시 생각하던 박종원은 말을 꺼냈다.

“근데 왜 하필 세르마 영지에서 전쟁을 선포했을까유?? 그것도 이 타이밍에.”

“잘 말했네. 사실은 이번에 도망친 벤담과 고블린들이 그 세르마 영지의 스파이였던 모양이야.”

“예??”

“안 그래도 영지에서 분탕 치며 스파이 짓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도망친 김에 그동안 모은 우리 영지의 정보 모두를 상부에 올렸겠지. 그것을 토대로 피에 미친 그 롬발 왕국 놈들이 전쟁에 착수한 것이 틀림없어. 게다가 단순히 스파이들이 쫓겨나서 그랬다기 보다는, 애초에 뭔가 목적이 있어 분탕을 친 것이 분명하네. 그렇지 않고서야 조용히 지내야할 스파이들이 이렇게 한번에 사고를 친 것이 이상하지 않나?”

“흠······.”

과연 그랬다. 만약 무식한 고블린들이 사고를 쳤다고 하더라도, 벤담은 그냥 영주 전속 요리사로서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고블린들을 구하는 길을 택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스파이로서 활동을 그만두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영주님, 세르마 영지에서 사절이 왔습니다.”

“흠, 나가보지······. 대장, 박종원. 자네들도 따라오게. 혹시 모르니.”

“네.”

“그러쥬.”

일동은 모두 사무실에서 나가 응접실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 있는 건 거만한 표정을 지은 벤담.

“벤담, 네가 어디라고 여길!!”

눈을 부릅뜨고 버럭 호통치는 경비대장에게 벤담은 말했다.

“후후, 경비대장님 왜 그러십니까. 그래도 우리가 한동안 한솥빵 먹은 사이인데.”

“너 같은 놈하고 같이 빵을 먹은 기억은 없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자꾸 그러면 제가 빵에다 뭔가를 탔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할 수도 있잖아요?”

“이 자식, 무슨 짓을 한 거냐??”

이제는 영주 및 박종원까지도 정색을 하고 바라봤다. 빵에다 뭔가를 탔다고?? 분명 영주 전속 요리사였던 벤담이라면 그런 짓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리사라고 자처하는 자가 그런 짓을 하다니······. 그건 요리사, 아니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요리에 장난을 치는 걸 제일 혐오하는 박종원이 죽일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벤담은 말을 돌렸다.

“어이쿠,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럴 수도. 어쨌든 말을 꺼낸 이상 찝찝할 테니 나중에 건강검진이라도 받아보시죠, 하하.”

“그 전에 내가 네 내장을 꺼내서 친히 건강 상태를 확인해주고 싶군······.”

스르릉. 경비대장이 얼마 전 강화된 자신의 애검, 귀곡참파도를 살짝 뽑았다.

강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날을 가진 귀곡참파도는 첫 희생자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경비대장이 자신의 검을 느끼고 있는데 벤담이 손을 저어 만류했다.

“설마 사절을 죽이시겠다는 건 아니겠죠?? 역사적으로 그건 했다간 지탄받는 실로 무식한 행위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 왜? 너도 그 역사에 이름을 올려보겠나?”

“······.”

더 이상 장난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벤담은 입을 다물었다. 그때 말을 꺼내는 도람프 남작.

“그만하지, 일단 말은 들어보겠네. 사절이든 뭐든 죽이는 건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역시 영주님. 말이 통하시는군요.”

“착각하지 마라, 벤담. 나는 유서 깊은 도람프 가문의 예절과 통상적으로 지켜져 온 사절에 대한 법도를 지키는 것뿐이지, 딱히 네가 예뻐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네가 나는 물론 우리 가족이 먹었던 음식에 뭔가를 탔다는 생각만 해도 너를 이 자리에서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다. 하지만 일단 말은 들어보겠다. 말은.”

화르륵. 영주의 눈에서 불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벤담은 물론, 경비대장, 박종원까지 모두 움찔했다.

‘평소엔 그저 사람 좋아 보이는 영감으로 보였는데······. 역시 한 영지의 영주는 다르군.’

박종원은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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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3화 소멸 18.09.04 191 3 13쪽
33 제32화 Time is up 18.09.02 145 3 13쪽
32 제31화 명예이사 18.09.01 159 3 13쪽
31 제30화 피범벅 18.08.31 169 4 14쪽
30 제29화 만들 것 18.08.30 148 3 12쪽
29 제28화 악마 같은 자식 18.08.29 138 2 11쪽
28 제27화 식량 18.08.28 156 3 12쪽
27 제26화 두 동강 18.08.27 156 2 13쪽
26 제25화 스토리 18.08.26 149 4 15쪽
25 제24화 온도의 맛 18.08.25 150 4 12쪽
24 제23화 전류 18.08.24 168 3 12쪽
» 제22화 분노 18.08.23 180 3 13쪽
22 제21화 벤담 18.08.22 197 4 14쪽
21 제20화 지적 18.08.21 202 4 14쪽
20 제19화 치명적인 약점 18.08.20 203 4 11쪽
19 제18화 요리대결 18.08.19 193 4 12쪽
18 제17화 사기꾼 18.08.19 168 4 12쪽
17 제16화 거상 18.08.17 212 4 13쪽
16 제15화 킹 스콜피온 요리 18.08.16 212 5 12쪽
15 제14화 근육맨 18.08.15 194 2 12쪽
14 제13화 으아악!!! 18.08.14 221 4 13쪽
13 제12화 새로운 제안과 보상 +2 18.08.14 238 3 13쪽
12 제11화 츄럴과 바다 18.08.13 243 3 11쪽
11 제10화 바다를 사랑한 츄럴 18.08.12 240 3 11쪽
10 제9화 츄럴 18.08.10 261 3 12쪽
9 제8화 조화 +1 18.08.09 292 4 13쪽
8 제7화 신 메뉴 18.08.08 339 7 13쪽
7 제6화 어처구니 18.08.07 354 6 13쪽
6 제5화 최종단계 18.08.06 427 6 14쪽
5 제4화 끝났다 18.08.05 429 8 12쪽
4 제3화 근로계약서 18.08.04 495 7 15쪽
3 제2화 참 쉽쥬?? +1 18.08.03 586 6 12쪽
2 제1화 사냥 18.08.02 74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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