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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태량

회귀한 재벌은 미국을 사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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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태량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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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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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회장을 쳐내야지 (2)

DUMMY

캐시 루이스는 뉴욕타임스 기자이다.


그녀는 데스크 에디터와의 거래로, 원스톱 권한(one-stop authority)을 가졌다.

혼자서 취재부터 원고 작성, 편집, 송고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캐시 루이스는 이제 2년 차이다.

데스크 에디터로부터 ‘SC 컴퍼니에 의존한다’라는 지적을 들었고, 취재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들였다.


그러다 페어드몽 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단서를 찾았고,

실마리를 쫓아온 결과는 눈앞에 보이는 햄튼 저택.


‘페어드몽 그룹의 이사가 이 클럽에 다닌다지.’


뉴욕 엘리트 클럽, 카사 익스클루시브 (Casa Exclusive)

오늘 맨해튼에서 가장 가까운 별장 지대, 여기 햄튼에서 클럽 파티가 열린다.


그녀는 이사에게 접촉하기 위해서, 근처에서 대기한 채 햄버거나 먹고 있었다.

주변에는 보안업체의 엄격한 경호와 함께, 연봉을 꼬박 10년 모아야 살 법한 고급 차량이 들어왔다.


‘우와···. 진짜 화려하다.’


감히 발을 들이밀지도 못할 화려함.

무턱대고 찾아왔지만, 페어드몽 그룹 이사와 만날 수는 있을까?

인터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딱 얼굴 트고 명함만 건네고 오면 좋겠다.


그때 이탈리아 브랜드의 고급세단이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그녀에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제이크?”


그는 차에서 내리더니, 푸른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에스코트했다.

WEP(Western Electric Power) 회장 낸시 그레이슨.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캐시 루이스는 제이크를 보았던 15평 사무실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냥 작은 투자회사였는데, 반년 사이에 그는 WEP 회장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


“부럽다.”


그녀의 시선은 낸시 그레이슨에게 향해있었다.



*



나는 낸시를 에스코트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낸시 그레이슨이 말했다.


“익숙해 보이네.”


“그런가요?”


“응. 표정이랑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잖아. 파티 좀 다녀본 것 같이 말이야.”


나는 1회차를 떠올렸다. 사업하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파티가 있다.

갈라 디너, 와인 시음회, 창립 기념 파티 등등.


이렇게 명사들만 모인 곳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 들어오는 파티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럴리가. 마지막 파티는 고등학교 프롬파티였는데.”


낸시가 코웃음을 쳤지만 나는 무시하고 물었다.


“그나저나 페어드몽 주식은 얼마나 들고있어요?”


“흐응. 내가 왜 샀을 거라고 생각하지?”


“안 사는 게 이상하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주가가 뛸 거고, 거기에 경영진 교체, 카지노호텔 인수, 애틀랜틱 개발사업 진출···. 앞으로 호재가 넘치는데 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얼마 못 샀어. 이미 내가 살 때는 누구 때문에 주가가 좀 올라있었던 지라.”


“오, 낸시.”


이 여자가 왜 갑자기 내숭을 떨까.

나는 결국 목적을 말했다.


“좀 솔직해집시다. 내가 들고있는 WEP 주식이랑 교환하자는 거니까.”


“1.6%”


낸시가 바로 실토했다.

이래 놓고 얼마 못 샀다니. 엉큼하기는.


“많이도 샀네.”


“교환 비율은?”


“변호사 통해서 정합시다.”


낸시는 활짝 미소지었다.


“내가 이래서 당신을 좋아해. 옆에 있으면 돈이 들어오거든.”


“만족스럽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들어갑시다.”


나는 파티장 안에 발을 내디뎠다.

거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



페어드몽 호텔 그룹은 두 파벌로 나뉘어 있다.


랭 회장을 위시한 창립주 가문.

그리고 폴 브리송을 위시한 이사회.


이사회 의장인 폴 브리송은 오랜만에 ‘카사 익스클루시브(Casa Exclusive)’ 클럽에 나갔다. 같은 회원인 한 이사회 멤버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의장님. 오늘 오시는 줄 알았으면 미리 말씀하시지.”


“하하. 그냥 가볍게 둘러보러 왔네. 뒷방 늙은이가 무슨 대접을 받으려고.”


“아이고, 뒷방 늙은이라니요. 그런 말 마십쇼. 아시잖습니까. 요즘 랭 회장이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다들 골머리 빠지는 거.”


프랑스계 미국인인 폴 브리송은 전대 CEO였다.

그것도 지금 랭 회장에 비교하자면, 백 배는 나은 유능한 CEO였다.


다만, 랭 가문의 입맛에 맞지 않았을 뿐이지.


폴 브리송은 호텔 브랜드를 통폐합하고,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페어드몽 호텔은 그가 CEO로 있는 동안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럭셔리 호텔 체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랭 가문은 그의 경영방식이 창업 정신에 위배된다며 반발했고, 가문이 소유한 지분으로 그를 압박했다.


폴 브리송은 어이가 없었다.


‘어차피 자기들 마음대로 할 거면 전문경영인이 왜 있나?’


호텔 업계는 경영권 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많은 호텔 사업이 가족경영에서 시작하는 반면, 호텔 사업 특성상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많이 꼬이게 된다.


그럼 전문경영인은 창립주 가문의 편을 들어야 할까, 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할까?


‘페어드몽 그룹은 창립자 가문의 입김이 너무 강해.’


폴 브리송은 그렇게 판단해서, 그와 친한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려고 칼을 빼 들었다.

그러다 결국 해임됐지만.


폴 브리송은 쓴 웃음을 지었다.


‘창립주 가문과 전문경영인 사이의 균형. 참 어려운 숙제이지.’


그나마 이사회 의장이라도 꿰찰 수 있었던 건, 보유 지분과 이사회에서의 영향력 덕분이었다.

물론 그는 이렇게 가만히 물러나 있지만은 않았다.


애런 랭이 너무 막 나간다 싶으면 이사회를 동원해서 압박을 가하는 등, 회사를 위해 노력했다.

이번 카지노호텔 건도 마찬가지였고.


“그래도 어찌어찌 수습은 되고 있던데?”


“예. 결국 크레이그 그룹이 인수할 듯합니다. 인수 금액은 2억 5천만 달러일 거랍니다.”


“5천만 달러나 손해 봤군.”


이사는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그는 자금 흐름과 회계처리를 관장하는 재무담당이사였다. 그런 만큼 손실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공사비만 그렇죠. 2년 동안 사업부 하나가 거기에 매달렸는데 그걸 엎었으니, 어후. 차라리 의장님이 경영 일선에 있었을 때가 나았···는······데.”


한창 투덜거리던 이사는, 폴 브리송의 눈치를 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사람들이 많으니 입 조심하게나.”


“죄송합니다. 실언했습니다.”


그라고 왜 욕심이 안 나겠는가.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내가 해도 저것보다 잘하겠다!’라는 답답함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가 있었다.


그래서 파티에 나왔다.

답답함을 해소해줄 사람이 오늘 여기에 온다고 해서.


페어드몽 호텔의 VIP 고객인 낸시 그레이슨이 연락해왔다.



- 폴, 2년 정도 쉬었으면 충분히 쉬지 않았나요?

- 그게 무슨 말인가, 낸시?

- 당신에게 기회를 가져다줄 친구가 한 명 있는데, 한번 만나볼래요?

- 자네가 친구라고 부른다니? 궁금하기는 하구만. 누구인가?

- 제이크 킴. 실망시키지 않는 사람이죠.



‘제이크 킴이라···. SC 컴퍼니 대표라고 했지.’


재익이 지금까지 벌인 과감한 행보를 곱씹던 중, 옆에 있던 이사의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어? 저기 그레이슨 회장이 왔네요. 근데 옆에는 못 보던 사람인데? 아, 저 사람이 SC 컴퍼니 대표인가 봅니다. 이야, 듣던 대로 진짜 젊네요?”


이사회 의장의 눈이 재익에게로 고정됐다.


어린 한국인 청년.

그를 꾸미는 두 수식어는 ‘카사 익스클루시브’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곳의 주류층은 40~50대의 기득권 백인층.


‘그러니까 예외적(Exclusive)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이 클럽에 가장 잘 어울릴지도.

이사회 의장이 물었다.


“저자가 궁금하나?”


“궁금한 거야 많지요. 어떻게 앤튼과 글로벌컴에 대한 정보를 얻었는지, 어쩌다가 하버드를 나와서 회사까지 차렸는지, 졸업은 할 건지···.”


이질적인 존재를 알아챈 듯이,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옆에 앉은 이사가 그랬듯, 그들 역시 재익에 대해 수군거렸다.


고작 투기꾼이라며 비웃기도 하고, 클럽의 격에 맞지 않는다며 깎아내리기도 하고, 도박처럼 돈을 불리다가 곧 망할 거라며 혀를 차기도 한다.


하지만 재익이 들고있는 현금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가간다. 혹시라도 그의 투자를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 이사회 의장이 일어섰다. 이사가 영문 모르는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어디 가십니까?”


“역시 파티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네. 밖에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오겠네.”


“아니, 그래도 좀 즐기다 가시지.”


그렇게 말한 이사 역시 오래 못 버텼다. 결국 밖으로 나온 그는 기사가 차를 가져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곱슬거리는 밤색 머리칼의 여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뉴욕타임스의 기자, 캐시 루이스라고 합니다.”



*



나는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빠져나와서 낸시 그레이슨이 말한 방으로 향했다.


햄튼 저택은 방만 30개가 가까이 됐다.

이마저도 에너지 효율성과 유지비용 문제로 인해, 저택치고는 방이 적은 편에 속했다.


서쪽 끝에서 두 번째 방.

들어가니 이사회 의장, 폴 브리송이 이미 와있었다. 나는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반갑습니다. SC 컴퍼니 대표 제이크 킴입니다.”


“폴 브리송이네. 페어드몽 호텔에서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고 있지. 낸시에게서 얘기는 들었네. 카지노호텔을 인수하고 싶다고?”


다행히 상황 설명은 다 되어있어서 이야기는 빨랐다.

파티에서 우리를 주목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몰래 빠져나온 것인 만큼 짧고 굵은 대화가 되어야 한다.


“네. 하지만 애런 랭은 크레이그 그룹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지요. 다음 주 금요일에 계약을 마무리지을 겁니다.”


“다음 주 금요일?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아직 회사 내에서도 알려진 바가 없는데.”


이사회 의장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제 정보원은 유능해서요. 믿으셔도 됩니다. 앤튼 스캔들과 글로벌컴 때만큼 확실한 정보니까요.”


나는 일부러 전적을 상기시켰다.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지금까지 해온 일이라도 믿어라.


“의장님. 중요한 건 이겁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계약이 마무리되는 순간, 애런 랭의 실패가 수습된다는 것.”


이사회는 지금까지 카지노호텔 건으로 애런 랭을 트집 잡고 있었다.

하지만 계약이 이루어지는 순간, 더이상 그 일을 걸고넘어지기는 힘들다. 어찌 되었든 마무리했으니까.


“지금이 애런 랭을 해임시킬 유일한 기회예요.”


내 말을 듣고만 있던 이사회 의장이 입을 열었다.


“자네 말대로 다음 주 금요일 전까지 애런 랭을 쳐내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네.”


“예. 이사회 의장 권한으로 긴급 임시 이사회를 열어 날치기로 해임시키는 거죠.”


이사회 의장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 방법을 왜 생각 안 해봤겠나. 하지만 해임해봤자 이후 주주총회에서 재신임하면 그만이야. 나만 불리해지지.”


일반적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페어드몽 그룹의 주주총회에서는, 창립주 가문의 입김이 유독 강하게 작용한다.


“방법이 있습니다.”


나는 씩 웃으며 덧붙였다.


“세 가지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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