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6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12 18:00
조회
117
추천
7
글자
11쪽

11. 하루2

DUMMY

한편, 집으로 끌려온 현과장은, 그날 저녁이 지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현과장에게 달려온 건, 다름 아닌 지독한 한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으으으으, 몸이...”

“그러니까 누가 키토님께 그런 몹쓸 장난을 치라고 했냥.”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시선뿐만 아니라 귓가로도 들려왔다.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특유의 말꼬리가.


“나도 잘 알고 있다고.”


현과장은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봤다. 역시나 채야의 집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 왜 침대에 누워있어?”


그가 누워 있는 곳이 거실이 아니라, 침실이라는 점일까. 그 것도 채야의 침실.


“죽을 뻔한 인간을 거실에 눕혀 놓을 수는 없다냥.”

“지난번에는 그냥 놔뒀잖아.”


현과장은 부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어라? 왜... 안 춥지?”


침대에 내려오자 그를 감싸고 있던 한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할매, 냉장 보관하려고 현과장을 저기에 집어 넣었냥?”

“냉장 보관?”


냉장 보관이란 단어에, 그 날 오후의 기막힌 사건이 뇌리를 스쳐갔다. 지금까지 자신에게서 육수를 빼내기 위해서 일을 시킨 채야. 순간, 현과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날 또 육수 재료로 보고!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개운한데?”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니, 몸이 한결 개운하게 느껴졌다. 설마, 그냐가 침대를 내준 이유가 냉찜질을 위해서 일까? 혹시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분노와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꿈틀거렸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냥. 현과장 목욕했다냥.”

“목욕?”


오해를 안 할 리가 있나. 육수를 뽑아내는 주된 방법이 바로 목욕이었는데. 현과장은 마안한 마음을 가졌던 자신이 정말이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 쓰러진 사이에 또 육수를 뽑아낸 거야?”

“그건... 그렇게 되었다냥.”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간혹 사람들 중에, ‘목욕물 좀 재활용 하는 거로 과만반응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다. 채야의 집에 사는 현과장은, 그 독극물이 언제 자신의 입으로 들어올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건 생존을 위한 사투. 그 자체였다.


“결판을 짓겠다!!”


현과장은 방문을 당차게 열어 재꼈다. 그런데,


“이, 왜, 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건 아늑한 거실이 아닌, 으리으리한 거실. 항상 가깝게만 느껴졌던 부엌은 입구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넓고 화려하게 탈바꿈 되어 있었다. 그가 마주한 이 장소는, 지금까지 살았던 채야의 집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다른 구조의 집이었다.


“어흥선생, 이건 또 뭐야?”

“아, 채야가 집 좀 늘렸다냥. 네 식구가 살기엔 좀 좁은 느낌이 있었으니까냥.”


살기 좁아서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집을 늘린다고? 이게 가능한 일이었어?“


“나, 한 1년은 누워있었던 거야?”

“몇 시간 안 누워있었다냥.”


그것도 몇 시간 만에? 이 정도면 하루 만에 아파트 단지 재건축도 가능할 지경인데.

현과장은 놀란 듯한 눈빛을 감추지 않고 천천히 새로운 거실을 탐색해 나아갔다.

그런데 현과장, 뭐 잊은 거 없어?


“아, 이런 거에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지. 채야, 어딨어?”

“부엌에 있을 거다냥.”


부엌이라는 말에, 현과장은 성큼성큼 거실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멈춰버린 그의 발걸음. 그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디인지 모르는 거냥?”

“응.”


짤막한 그의 대답. ‘응’. 그러자,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데리고 현관 앞까지 걸어갔다. 그러더니, 현관 앞에 진열된 안내책자를 집어 그에게 건넸다.

아니, 안내 책자라고? 집에 안내책자가 있다고? 도대체 이 집 얼마나 큰 거야?!


“그거 보고 찾아가라냥.”

“어흥선생도 몰라?”

“오늘 막 만들어서 나도 모른다냥.”


현과장은 책자를 펼쳤다. 마치 놀이공원의 가이드 북처럼 형형색색의 컬러로 아름답게 꾸며진 안내책자.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런 거에 진심이라니. 아니, 이런 거에도 진심이라니!


“어흥선생, 부엌이 여러 개인데.”


그의 말대로 안내책자에 표시된 부엌은 총 4개. 아주 큰 대형 주방과 중간 크기의 주방. 그리고 작은 크기의 주방 2개가 표시되어 있었다.


“제일 큰 대로 가라냥. 나머진 아마... 목욕탕일 거다냥.”


아, 목욕탕.

중간 크기는 욕조가 있는 거고. 작은 크기는 샤워 부스겠네.

현과장의 이마에 십자 힘줄이 튀어나왔다. 안내책자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에 흔들리는 동공. 귓가로 들리는 빠드득 빠드득 이 갈리는 소리. 그래 현과장은 화가 났다. 그것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할망구! 가만 두지 않겠다!!!”


현과장은 큰 주방을 향해 성큼성큼 전진했다. 큰 주방으로 가는 길, 길목 길목에 세워진 안내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10m간격으로 세워진 푯말. 지금까지 3개 이상 지나쳐 왔는데, 아직도 남았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닌 여러 개가.


“아니 무슨 집이 이렇게 넓어?!!”

“그러니까 모노레일을 타야햤다냥.”


모노레일? 모노레일이라고? 집 안에 모노레일이 있다고?? 현과장은 전혀 못 믿겠다는 듯 어흥선생을 향해 불신의 눈빛을 보냈다.


***


「다음 정차할 역은 큰 주방, 큰 주방 역이랄까나~ 그럼 행복한 하루 보내랄까나~」


귓가에 내려앉는 채야의 안내 메시지. 현과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있다. 정말 있다. 놀이동산도 아닌, 일개 마녀의 집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던 현과장과 어흥선생. 기막혀 하는 현과장에 비해, 어흥선생은 무척이나 차분했다.


“어흥선생은 익숙한가 봐.”

“이런 거 정말 익숙하다냥. 미안하다냥. 내가 키토님 보금자리 이야기만 안 꺼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냥.”


아니, 이 사단의 발단이 고작 키토의 보금자리 때문이라고? 현과장은 이 황당무계한 상황에 입이 전혀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역에 다다른 모노레일.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서둘러 차량에서 내렸다. 그들이 무방비하게 역으로 내리던 바로 그때,


“몇 분이신가요?”


그들의 귓가에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허수아비였다. 그것도 웨이트리스 허수아비.


“아니, 이게, 무슨...”

“당황하면 안 된다냥! 정신 차려라냥!”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쌓이고 또 쌓이면 이내 큰 일로 변하는 법. 현과장이 마침 그런 상태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설정의 연속에, 그만 정신줄 놓기 직전까지 와버린 현과장. 그런 그를 필사적으로 어흥선생이 보호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또 키토에게 달려가면 안 되니까.


“두 명이다냥!”

“두 분이신가요.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허수아비는 성큼성큼 큰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어흥선생과 현과장. 현과장은 자력에 의해 걸어가는 것이 아닌, 어흥선생이 잡아당기니까, 그저 힘에 이끌려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현과장! 정신차려라냥!”

“여긴 누구? 난 어디?”


어흥선생이 현과장을 다독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큰 주방 안, 식당 테이블에 앉게 된 어흥선생과 현과장. 반쯤 정신이 나간 현과장이었지만, 허수아비의 한 마디에 그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의 추천 매뉴는 현과장 육수로 만든 삼계탕입니다.”


현과장 육수. 그래, 정신이 번쩍 뜨일만한 단어다.


“채야, 채야 어딨어?! 채야 나오라 그래! 주방장 나오라 그래!!”

“주방장님은...”


현과장의 윽박에 웨이트리스 허수아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윽고 완전히 풀이 죽어버린 허수아비. 그러자, 어흥선생이 매섭게 현과장을 노려봤다.


“오늘 처음 연 가게다냥! 허수아비양도 첫 날이다냥! 현과장은 배려가 없냥?!”

“이게 내 탓이야?”

“허수아비양에게 사과하라냥! 빨리 하라냥!”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매우 날카롭게 현과장을 바라보는 어흥선생. 현과장은 어흥선생과 허수아비를 번갈아 바라봤다.


“허수아비양은 잘못이 없다냥! 사과 안 할 거냥?!”

“아니, 사과... 해야지.”


현과장은 허수아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정중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꼬리가 사라졌다. 어흥선생, 정말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허수아비양.”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현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흥선생의 심기가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왜일까?


“이왕이면 그랜절을 보여줘라냥.”


어흥선생의 목적은 그랜절. 그럼 그렇지.

이미 1일 1그랜절에 중독된 어흥선생. 순간적 임기응변으로 계획을 잘 쌓았지만, 그에게도 미처 계산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그건 안 돼. 여기 천장이 낮아서.”

“아쉽다냥! 정말 아쉽다냥!!”


아쉬워하는 어흥선생을 뒤로하고, 현과장은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주방 안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익숙한 그림자. 이 모든 사건의 원인, 채야였다.


“왜 그럴까~ 나~ 허수아비양이 실수를 좀 했을까~ 나~”

“실수는 채야, 당신이 한 거고!”


이번에야 말로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는 현과장. 어흥선생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분노를 지지했다.


“내 허락도 없이 또 날 다시마 취급을 했겠다?!”

“난 날 모르겠다랄까~ 나~”


당당하게 대답한 채야였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현과장의 눈빛을 조금씩, 조금씩 외면하기 시작했다.


“또! 또! 또! 한번만 더 그래봐! 나 가만히 안 있어!”

“미안하다랄까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현과장. 그는 그대로 큰 주방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끝이야? 그 말 한 마디 하려고 이 사단을 벌인 거야?


“어흥선생! 안 가?!”

“밥은 먹어야 한다냥! 난 현과장 육수 안 들어간 삼계탕 주문한다냥!”


기가 막힐 노릇이다. 주문을 하고 앉아있다니. 잠깐, 그러고 보니.


“내 육수 안 들어간 것만 먹으면 되네.”

“그렇다냥. 현과장 바보냥?”


현과장도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음식 주문을 하는 현과장과 어흥선생. 이럴 거면 소리는 왜 지른 거야, 도대체.


이봐, 이거 알아? 당신들의 허무맹랑한 이 에피소드 때문에 갓패치가 또 못 나왔다고. 이야기 진행이 안 되잖아, 이야기 진행이!!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꼬여버린 거지?


한편, 성밖마을 입구에서 오매불망 현과장과 그 일행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던 갓패치는, 차오르는 분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날 등장 시켜 놓고도. 찬밥 취급을 하다니. 지금 제정신이야?!”


단단히 삐쳐버린 갓패치. 그의 손에 들려 부들부들 떨리는 화해의 꽃다발. 그 아름다운 꽃들은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에 한순간에 시들어버렸다.

이어서 그는 꽃다발을 내팽개치더니, 그대로 발로 짓뭉갰다. 호의적이였던 자신을 반성하고 또 후회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절대 좋게 끝내지 않으리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4. 차원문2 +2 23.03.15 83 6 12쪽
13 13. 차원문1 +1 23.03.14 94 6 11쪽
12 12. 하루3 +4 23.03.13 99 7 12쪽
» 11. 하루2 +2 23.03.12 118 7 11쪽
10 10. 하루1 +5 23.03.11 138 9 12쪽
9 9. 현과장과 갓패치 - 2 +3 23.03.10 165 8 11쪽
8 8. 현과장과 갓패치 - 1 +3 23.03.09 196 9 12쪽
7 7. 나! 돌아갈래! +6 23.03.08 229 11 12쪽
6 6. 등장! 숲의 주인! +6 23.03.07 293 10 12쪽
5 5. 현과장 인 원더랜드 - 4 +5 23.03.06 352 11 11쪽
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5 13 11쪽
3 3. 현과장 인 원더랜드 - 2 +6 23.03.04 677 12 12쪽
2 2. 현과장 인 원더랜드 - 1 +6 23.03.03 1,390 16 12쪽
1 1. 이 나이에 이세계는 좀 아니지 않아? +20 23.03.02 3,012 3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